MEMORIZE RAW novel - Chapter 500
00499 버림받은 마법사 사냥꾼. =========================================================================
하늘은 이미 어두운 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아침에 도시를 나섰다가 늦은 밤 즈음 돌아온 사용자들은, 하나같이 피곤한 얼굴로 번화가로 향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에게는 탐험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몇 없는 낙이었다.
한동안 거리에 서성이던 사용자들은 곧 희끄무레한 불빛이 비추는 주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문에 ‘용병 주점’이라 적혀있는 문을 열자, 곧 왁자한 소리들이 밀려나왔다.
용병 주점은 그렇게 유명한 주점은 아니었지만, 음식과 맥주 맛이 나름 괜찮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밤이 되면 거의 만석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 구석에 빈 탁자를 발견한 사용자들은 의자에 지친 엉덩이를 붙이며 크게 소리쳤다.
“어이 동생! 여기 우선 맥주 큰 걸로 네 잔 갖다 주라!”
“예 형님! 지금 바로 가져다 드립니다!”
잠시 후, 말쑥한 청년이 커다란 맥주잔 네 개를 들고 나타났다. 잔에 담긴 액체는 밝은 노란빛이 아닌 진한 주홍빛을 띠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수면에 놓인 거품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윽고 청년이 팔을 활짝 펼치자 맥주잔이 핑그르르 돌며 사용자들 앞에 무사히 안착했다. 놀랍게도, 액체는 회전하는 방향으로 소용돌이칠 뿐 밖으로 한 방울도 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익숙한 듯 사용자들은 싱겁게 웃으며 맥주잔을 들었다.
“자식이 재롱은. 하여간 이건 볼 때마다 신기하다는 말이야.”
“헤헤. 서비스죠 서비스. 안주는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항상 먹던 걸로 가져와. 아, 고기는 듬뿍 좀 넣어주고.”
“알겠습니다!”
청년은 힘차게 대답하더니 날렵한 몸놀림으로 탁자를 지나쳤다. 그리고 주방으로 도착해 얼굴을 쑥 들이밀며 안을 둘러보았다. 안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현우 형! 하연이 누나! 볶음 4인분이요! 고기 듬뿍 넣어서!”
“알았어~.”
“어? 현우 형은요?”
“계산하고 있으시잖니.”
한창 냄비를 휘젓던 하연이 턱짓으로 가리키자 청년, 아니 안현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 하연의 말대로 한쪽 탁자에서 사용자들이 막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박현우는 옆에서 음식값을 계산하는 중이었다. 안현은 하연이 던져준 천을 받고 나는 듯 달려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탁자를 정리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사용자들로 탁자는 금방 채워졌고, 안현은 또다시 주문을 받아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고, 계산하고, 탁자를 정리하고.
한동안 종횡무진 식당을 휘젓던 안현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식당 내 탁자의 삼분의 이 정도가 정리됐을 즈음이었다. 이제는 서서히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적당히 배를 채운 사용자들이 일어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사용자들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야! 마셔, 마시라고! 오늘은 내가 완전히 쏠 테니까!”
“와, 이 새끼가 웬일이냐. 맨날 잠잘 돈도 없어서 빌어먹던 자식이….”
“오늘 형님이 라돌로프 부락 하나 발견했다는 거 아니겠냐. 그래서 아주 싹싹, 깡그리 털어버렸지. 크하하하!”
“오~. 그래? 반짝거리는 것 좀 모았나 봐?”
오늘 탐험이 성공해 내일 굳이 나갈 필요가 없는 사용자들.
“시영아…. 미안해 시영아…. 혼자 버려두고 와서 미안해…. 으허어엉….”
“적당히 해 임마. 그때 도망치지 않았으면 너까지 죽었다니까? 살 놈은 살아야지.”
“내가 나쁜 놈이야…. 아, 아니야. 호, 혹시 살아있지 않을까? 그렇지? 응? 그럴 수도 있잖아?”
“그만 좀 하라니까. 그냥 고블린도 아니고, 홉 고블린이야 홉 고블린. 그 괴물 놈들 잔인한 거 몰라서 그래? 그 어디냐…. 너 용수네 캐러밴이 홉 고블린 잡으러 갔다가 실종된 사건 들었지? 그런데 얼마 전 전원이 토막 나서 발견됐잖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포기하고….”
그리고 동료 혹은 연인이 죽어 슬퍼하는, 그래서 술에 취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사용자들.
안현은 항상 이 시간대만 되면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들려오는 얘기들을 듣다 보면 어색한 기분이 차오르는 것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금화 이삼십 개 벌고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사용자들이 신기했고, 겨우 홉 고블린 하나를 처리 못해 엉엉 우는 사용자들도 이상했다. 오죽하면 스스로 나서서 해결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기야 어쩌면 안현이 이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첫 탐험을 어지간한 사용자들도 들어가기 꺼려한다는 칠흑의 숲에서부터 시작했고, 그 이후로도 눈부신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그뿐일까? 김수현이 금이야 옥이야 아끼며 먹여주고, 입혀주고, 키워주지 않았는가. 거기다 사용자라면 누구나 오매불망 꿈꾸는 레어 클래스도 척척 안겨주기까지.
훌륭한 리더와 좋은 동료들. 그리고 최소한 의식주에 대한 걱정은 일절 하지 않고 활동해온 사용자였기에, 안현은 지금 탁자에 앉은 사용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비록 같은 세상에서 활동하는 똑같은 사용자일지라도, 서로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그렇지만 비 전투 사용자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을 보다 보면, 이따금 ‘내가 만약 형을 만나지 못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할 적도 있었으니까.
물론 그 형이란, 김수현이었다.
“안현. 새 손님이 온 것 같은데.”
“예, 예? 아. 예!”
너무 깊은 상념에 빠져있었던 걸까. 박현우가 옆구리를 툭 건들자 안현은 깜짝 놀라 머리를 들었다. 문은 삐걱삐걱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 밖에서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 같은데, 정작 들어오지는 않고 있다.
안현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재빠르게 달려갔다. 속으로 누가 지금 이 시간에 왔냐고 투덜거린 건 덤이었다.
“어서 오세….”
이윽고 문 쪽에 도착했을 때, 안현은 잠시 멈칫했다. 문밖에는 추레한 복장을 한 사용자 서너 명이 서 있었다. 정확히는 여인만 셋이었다. 여인들은 하나같이 애처로운 얼굴로 문을 열고 나온 안현을 바라보았다.
안현은 뜻 모를 껄끄러운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에…. 식사하러 오셨어요?”
“아니요….”
여인들 중 한 명이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무척 가엾게 들릴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 남는 음식 있으면 좀 얻을 수 있을까 해서요….”
“…네?”
“제발요.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했어요.”
“하지만.”
“한 번만,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이렇게 부탁할게요. 누가 먹다 남긴 음식이라도 좋아요.”
“…….”
안현은 곤란해하면서도 머리를 저으려고 했으나, 여인이 처연한 얼굴로 애걸하자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자세히 보니 정말로 며칠은 굶은 듯 볼 살이 쏙 들어가있다.
안현은 살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공교롭게도, 아직 앉아있던 사용자들이 주섬주섬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두 탁자에는, 약간이기는 하지만 음식이 남아있었다.
“…이번 한 번만이에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안현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사용자들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제일 깨끗해 보이는 접시에 남은 음식들을 적당히 덜기 시작했다.
마침 몸을 쭉 핀 채 두 팔을 뻗으며 나오던 정하연이 그런 안현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현이 너 지금 뭐해? 배고파?”
“아, 아니요. 누나도 참. 밖에 사용자들이 찾아와서…. 배가 고프다네 요.”
“…그래서. 그거 주려고?”
“예. 안되나요?”
“흐응. 후회할 텐데.”
“……?”
안현이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으나, 하연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하긴. 이것도 당해봐야 알지. 가면서 소리내지 말고, 바로 나가지도 말고, 문에서 청력을 높여. 그리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봐.” 말하고는, 아직 어질러진 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안현은 의아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하연의 말대로 한껏 높인 청력으로 문에 귀를 기울였다.
잠시 후, 문 너머로 소곤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들려오는 목소리는, 조금 전과 같은 애처로운 음색이 아닌, 어딘가 모르게 비열함이 담긴 음색이었다.
“야 씨발. 드디어 호구 하나 물었다. 병신이 달란다고 진짜 주네? 봐봐! 내가 진작에 여기로 오자고 했잖아! 아무튼, 당분간 공짜 밥 먹을 수는 있겠네. 깔깔!”
“그나저나, 애는 참 괜찮아 보이던데…. 있잖아 있잖아, 너희 그 소문 알지. 방금 나온 애, 머셔너리에서 존나 잘나가던 놈이었다는데? 레어 클래스까지 받았다잖아.”
“그럼 뭐해. 어차피 지금은 완전히 버림받아서 개털인데. 그리고 딱 보니까 여자한테는 꼼짝 못 하는, 호구 중에 상 호구잖아.”
“이년아 생각 좀 해봐라. 아무리 머셔너리라고 해도, 설마 레어 클래스를 버리겠느냐고. 언젠가는 다시 거두겠지.”
“어. 생각해보니 그러네? 그럼 어떡하지? 작업이라도 칠까?”
“가능성 있지. 보아하니 순수하다 못해 순진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일단 적당히 인연 좀 쌓다가, 기회보고 몸이라도 몇 번 대주면서 확 물어버리면….”
거기까지가 참을 수 있는 한계였다. 안현은 이를 바드득 갈며 문을 세게 차 열었다. 그리고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여인들을 향해, 보란 듯이 접시를 음식 쓰레기통에 부어버렸다. 그리고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에 손을 내뻗는 여인들을 보며, 쾅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문을 닫았다.
그러고도 분이 식지 않아 씩씩거리고 있자, 하연이 다가와 거보라는 듯 토닥였다. 그리고 살며시 등을 떠밀며 말했다.
“예전에 말했지. 홀 플레인에서 공짜 좋아하는 사용자치고 제대로 된 사용자는 없다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거절하렴.”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딱 보면 알지. 나 0, 1년 차 때 저런 애들 본 게 한두 명도 아니고. 아무튼 오늘은 이만 됐으니까, 먼저 들어가.”
“도와드릴게요.”
“괜찮아. 어차피 오늘 새벽 당번은 나니까. 그리고 내일 아침 당번은 너고.”
“…예.”
안현은 힘없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하연은, 2층 계단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안현을 보며 잔잔히 미소 지었다.
“현아~!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꼭 이야. 알겠지?”
안현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2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풀썩, 침대에 몸을 던졌다. 육체가 지친 건 아니었으나, 까닭 없이 피로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작고 냄새 나는 침대에서 안현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잠들기 전, 여러 얼굴들이 안현의 머릿속을 스쳤다.
안솔, 이유정, 신재룡, 차소림, 그리고 김수현….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내 창문 밖으로 거친 욕설과 쓰레기통을 들추는 소리를 반주 삼아, 안현의 머릿속으로 서서히 어둠이 찾아 들었다.
*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어느새 새벽 찬 공기가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코를 킁킁거리던 안현은 목을 뚝뚝 꺾으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졸음 가득한 눈으로 창문을 들여다보자, 어젯밤 음식을 부어버린 쓰레기통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걸 먹고 싶나. 도둑 고양이도 아니고.”
아직 잠이 완전히 깬 것은 아니었지만, 안현은 비척비척 방문을 열어 계단을 내려갔다. 하연의 당부대로, 오늘 아침 당번을 맡았기 때문이다.
원래 주점은 아침보다는 밤에 장사가 잘되지만, 그래도 아침 식사를 하러 오는 사용자들도 간간이 있는 편이었다. 그런고로 청소를 마치고 문을 열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 했다.
그렇게 계단을 거의 내려간 찰나였다.
아무튼 상황은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네요….
예. 아마 4주 정도는 걸릴 계획입니다. 오늘 점심쯤에 출발할 겁니다. 또한 많이 바빠서, 하연의 손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호호. 그럼 휴가도 이제 끝난 건가요…?
아직 잠이 덜 깬 탓일까. 꿈결처럼 들려오는 목소리들에 안현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렇죠. 그리고 또한, 이번 사용자 아카데미는 뭔가 다릅니다. 어제도 말은 했지만,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겁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긴장되잖아요….
그러라고 말한 거니까요. 아. 사용자 박현우도 이제 슬슬 돌아오셔야죠…?
하하하. 저야 언제든 준비 Ok입니다. 그동안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랜 로드….
그러나 마지막에 클랜 로드라는 말을 들은 순간, 안현은 벼락에 맞은 듯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잠시 후, 후다닥 내려가 1층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탁자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한 여인과 두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정하연, 박현우. 그리고….
“어머? 현이 일어났네?”
“음? 흠.”
김수현이었다.
“어…. 어…. 아….”
사실, 그동안 많이 꿈꾸기는 했다. 언젠가 김수현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신을 용서해줄 것이라는 꿈을. 그동안 지내면서 그런 상황을 단 한 번도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막상 이렇게 오랜만에 눈앞에 보게 되자, 안현은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그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을 뿐.
안현이 더듬거리고 있는 사이, 정하연과 박현우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뜻 모를 미소를 날리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렇게 둘만 남게 되자, 1층에는 고요한 정적과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니. 어쩌면 안현 혼자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김수현이 여전히 관심도 없다는 양 품에서 태연히 연초를 꺼내고 있었으니까.
안현의 입이 바짝바짝 타 들어갈 즈음, 연초에 불을 붙인 김수현이 테이블을 두어 번 두드렸다. 안현은 여전히 얼어있었다. 김수현이 재차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며 까닥 고갯짓을 하자, 그제야 안현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속으로는 오만 가지 생각이 들면서도 안현은 나는 듯 달려가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하연이 앉았던 자리라 그런지 엉덩이가 따뜻했다.
“후.”
푹 터져 나오는 연기와 약간의 불씨가 허공에 흩날렸다. 안현이 저도 모르게 불씨를 쫓을 즈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나 열심히 하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할만하냐?”
안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문득 긴장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그럭저럭 이요.”
“그럼 아예 이 길로 나가보는 건 어때. 들어보니 나름 인기도 좋다며. 주점 매출도 제법 올랐다고 하고. 어떻게 생각해? 고용인?”
안현은 버릇처럼 헤헤 웃으려다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아직 웃을 처지가 아니라도 생각됐기 때문이다.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안절부절못하는 안현과, 그런 안현을 바라보는 김수현.
그러던 도중, 처음보다는 조금 누그러진 것 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됐고, 뭐 하나만 물어보자.”
“예, 예. 형…. 아, 아니 클랜 로드님.”
안현의 태도가 자못 웃겼는지, 김수현은 입술을 힘없이 터뜨리며 싱거운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연초를 툭툭 털며 입을 열었다.
“너. 도대체 용이 잠든 산맥에는 왜 갔던 거냐.”
============================ 작품 후기 ============================
이번 회는 그동안 정하연과 안현의 생활을 담은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행방불명이던(?) 박현우의 거취도 넣었지요. 뭐, 안현으로서는 직간접적인 체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하하. 기분 전환 겸 좀 잔잔한 분위기로 쓰고 싶었는데, 어떻게 잘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