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508
00507 하룻강아지들, 범 무서운지 모른다. =========================================================================
다음 날.
6주차가 시작됨과 동시에 특별 교육 일정이 잡혔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해보면 내가 신재룡에게 요청한 교육이랄까.
교육 교관이 정기적인 정규 교육을 실시한다면, 특별 교관은 말 그대로 특별한 교육을 실시하는 교관이다. 물론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정규 교육 시간을 우선하는 만큼 비정기적이라는 제한은 있지만, 자신의 입맛대로 교육생을 선발하고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나름의 특혜가 있다.
기실 2년 전만 해도 특별 교관은 명예직이라는 인식이 강한 터라, 딱히 교육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행동하면 오만 욕을 먹을게 불 보듯 뻔하므로 최소한의 교육 시간은 맞춰야 한다. 뭐, 애당초 놀 생각도 없기는 했지만.
그리고 들어간 첫 교육은 나름 무난하게 마칠 수 있었다.
병아리들을 교육하면서 느낀 점은 두 가지.
첫 번째는 확실히 여느 병아리들과는 조금 다른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교육 참여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질문을 하거나 받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고나 할까.
첫 교육에 들어온 총 91명으로, 나와 비슷한 검사 클래스를 가진 병아리들이었다. 혹시 후계자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가장 기대하고 있던 교육이었는데, 딱히 눈에 차는 병아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보통 이상인 수준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안현의 인지도가 의외로 높다는 사실이었다.
이따금 ‘교관님이 안현 교관님의 클랜 로드에요?’ 등등 안현에 관한 질문이 몇 개 들어왔는데, 아마 저번 사건의 처리 결과가 퍼지면서 안현에 대한 좋은 소문도 함께 퍼진 듯싶었다.(안현에 관해 물어보는 병아리들 대다수가 여인이었다.)
아무튼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실망도 큰 첫 교육이었지만, 나는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 들어온 총 인원은 총 483명으로, 아직 약 400명에 다다르는 병아리들이 남은 상태였다. 어차피 한 명 한 명을 대상으로 제 3의 눈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꾸준히 찾다 보면 한 명쯤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교육을 진행하며 잠재성 높은 사용자를 찾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렇다고 다른 것에 아예 신경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사용자는 따로 있었다.
차희영.
차희영은 사용자 정보를 떠나서, 지금 홀 플레인에 있다는 것 자체가 재앙, 혹은 폭탄이나 다름없는 사용자였다.
만에 하나 차희영이 1회 차처럼 회까닥 돌아 지옥 대공을 소환한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미래는 변하고,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1%라도 있다면, 지옥 대공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심지어 악마보다도 말이다.
그런 만큼 차희영은 무조건 경계해야 한다. 아무리 경계하고 경계해도 부족하지 않은 사용자다.
안현에게 한 번 데려와 보라 말한 것도, 바로 그러한 맥락이었다.
“혀, 형. 데리고 왔어요. 이, 인사해 희영아.”
“…안녕하세요.”
이윽고 시간이 흘러 해가 중천에 올랐을 즈음.
안현은 지시한대로 차희영을 숙소로 데리고 오는데 성공했다.(?)
끝이 C자로 휘어지는 머리칼을 가진 차희영의 첫인상은,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님을 연상케 하는 청순한 인상의 여인이었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 무언가 변화가 생겼는지, 눈매는 신경질적으로 변했고 눈동자는 흐릿해졌다. 그에 따라 청순함은 알게 모르게 모습을 감추고, 어딘가 야하고 천박해 보이는 퇴폐 미를 물씬 풍기는 중이었다.
혹시 마녀 각성의 전조가 아닐까 걱정을 하면서도, 나는 잔잔히 웃으며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이제 막 교육이 끝났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합니다.”
“아, 아니에요. 오히려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하하. 다른 건 아니고요, 그냥 잘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데려오라 했습니다. 혹시 처리 결과는 들으셨나요?”
“…….”
차희영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나는 머리를 갸웃했다.
말 그대로, 현재 그 사건에 관한 사용자는 전부 엄벌을 받은 상태였다.
우선 한채혁과 김민서는 둘 다 고려 클랜에서 탈퇴 당했다.
요지는 스스로 탈퇴한 게 아니라, 당했다 였다. 이 말인즉슨, 처벌 권한을 중앙 관리 기구에 완전히 넘긴다는 뜻으로, 둘을 지지든 볶든 고려에서는 일절 상관하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즉 고려라는 방패가 사라진 이상 둘은 사용자로서 끝났다고 봐도 좋다. 적어도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저지른 범죄에 관한 처벌은, 그리 가볍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으니까.
차희영을 범한 세 명의 사용자도 비슷했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세 명은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쫓겨나는 걸로 매듭지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처벌의 시사하는 바는 절대 가볍다 볼 수 없다.
병아리가 한 명의 제대로 된 사용자가 되려면, 사용자 아카데미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세 명은 교육 도중 쫓겨남으로써 모든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고, 수료 보상인 4포인트도 받지 못했다.
그뿐일까? 중앙 관리 기구에서 세 명을 쫓아낸 일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상, 범죄를 저지르고 쫓겨났다는 꼬리표는 언제 어디서나 따라다닐 것이다.
아마 발붙일 곳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결국에는 굶어 죽거나 아니면 괴물에게 죽을 거라 조심스럽게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할진대.
“네. 듣긴 들었는데….”
이윽고 지그시 입술을 뗀 차희영은, 조용히 말끝을 흐렸다. 뭔가 걱정이라도 있는 걸까?
“혹시 무슨 석연찮은 점이라도.”
“석연치 않다기 보다는….”
“예.”
“그냥. 조금 걱정이 들어서요. 혹시 나중에 그 사람들이 저를 찾아와서 해코지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그러나 이내 차희영이 말이 이어진 순간, 나는 싱겁게 웃어버렸다. 무슨 말을 하는가 했더니.
“그건 절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하니까요.”
“…정말이요?”
차희영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나는 머리를 크게 끄덕인 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예. 물론 차희영 교육생의 걱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들은 차희영 교육생을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을 겁니다. 주변의 사용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니까요. 이건 제가 장담하죠.”
“하지만.”
“설령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도, 적어도 저와 안현을 비롯한 머셔너리에서 만큼은 차희영 교육생을 무조건 돕겠습니다.”
“…….”
“아마 혼란스럽겠지요. 이상한 세상에 떨어지고, 안 좋은 일을 당하고. 하지만 조금만 더 사용자…. 흠. 사람들을 믿어보세요. 무조건 안 좋게만 보기에는, 홀 플레인도 나름 살만한 세상입니다.”
“…감사해요. 한 번 노력해볼게요.”
차희영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색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보지 마. 나도 이런 내가 어색하고, 너도 어색해 죽겠으니까.
아무튼 비로소 원하던 대답을 들을 수 있어, 나는 빙긋 웃어주었다. 그러자 일순간 차희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시선을 휙 돌렸다.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 같기도 한데…. 어디 아픈가? 아니 왜 또 나와 안현을 번갈아 보는 거지?
이내 안현에게 시선을 고정한 차희영은, 뭔가 마음을 정했다는 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안현은 그런 차희영이 부담스러운지 먼 산을 바라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도대체 둘이 왜 그럴까 생각하면서도, 나는 한 번 더 입을 열었다. 우선은 차희영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기에.
“아무튼 노력한다니 다행이네요. 혹시 지내는데 다른 필요한 건 없습니까? 교관의 권한으로 몇 가지 편의는 봐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 아니요. 필요한 건 없어요.”
“흠. 그런가요?”
“…저.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궁금한 거요? 예. 말씀하시죠.”
“네. 다름이 아니오라. 김수현 교관님께서는, 현이 오빠의 클랜 로드시죠?”
현이…? 오빠…?
“그, 그렇습니다만.”
“그럼…. 혹시 요….”
말을 하면 할수록, 차희영의 목소리는 끝없는 구멍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안현은, 여전히 먼 산을 보는 중이었다. 이제는 턱마저 부들부들 떨리는 게, 뭔가 이상해도 굉장히 이상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차희영이 갑작스럽게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양손을 꽉 그러모으더니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외쳤다.
“혹시! 현이 오빠 여자 친구 있나요?!”
…뭐?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데는, 정확히 3초가 걸렸다.
일단은 조용히 안현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잠시 후.
나는 눈을 꾹 감은 채, 얼굴을 한없이 일그러뜨리는 안현을 볼 수 있었다.
*
안현과 차희영을 떠나 보냈다. 그런데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하다. 나는 강의실이 몰린 복도를 걸으며 조금 전 있었던 일을 회상해보았다.
없습니다, 라고 대답한 순간.
차희영은 나와 만난 이후 처음으로 기쁘다는 듯 웃음을 보였고, 안현은 주르륵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안현은 왜 눈물을 흘린 걸까? 그리고 왜 나를 원망하는 눈으로 바라본걸까?
사실 약간 후회가 들기는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말하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생각하고 말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6주차에 불과한 만큼, 교관과 병아리의 관계는 철저히 선을 그어야 한다. 만일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이 도는 경우에는, 최악이면 안현의 퇴관이라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여 다음에 만나면 웬만하면 선을 지키라고. 아니면 적어도 사용자 아카데미가 끝날 때까지는 티를 내지 말라고 단단히 조언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오후 햇살이 드리운 복도를 걸었다.
오후에 딱히 추가 특별 교육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순찰 겸 그리고 다른 병아리들은 어떤 식으로 교육을 받는지 알아볼 겸 도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앞으로 여러분이 제게 배우실 것들은 마력 가동의 응용이라고 보시면 되요. 즉 기본 회로의 가동을 넘어서….”
돌연히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로 흘러 들어,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한 기분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력에 관한 이론이라면 마법사 클래스의 교육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 마법사 클래스는 굉장히 기대하는 교육이었다.
바로 시크릿 클래스인 영혼 명령자의 존재 때문이었는데, 하연의 말에 따르면 꽤나 4차원적인 성격과 드넓은 오지랖을 부리는 놈이라고 한다. 그것도 갓 들어온 병아리 주제에 말이다.
교육 도중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하연도 엄청 애를 먹었다고 하는데, 좌우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사용자였다.
그러나 이내 소리가 들려오는 강의실로 도착했을 때.
강의실 앞쪽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본 순간, 나는 영혼 명령자에 관한 생각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흑 수정 같은 눈동자.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생각보다 크셨던 가슴을 양팔을 엇갈려 감싸듯 가리고 있는 여인은, 다름 아닌 한소영이었다.
한소영 또한 특별 교관으로 들어온 만큼, 마력 재능 계열 병아리들에게 오후 강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해요. 왜냐하면 마법사가 개화할 수 있는 능력 중…?”
그때 내 시선을 느꼈는지, 돌연 말을 멈춘 한소영이 차분히 나를 돌아본다. 그 탓에 강의에, 아니 한소영에 집중하던 여러 사내들도 따라 나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주 잠깐 나를 지그시 바라본 한소영은, 이내 도로 시선을 돌리며 병아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마력 회로 응용이라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요. 이 능력을 익히냐, 익히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마법사의 가치는….”
…그러고 보니, 한소영이 아직도 삐쳐있다고 했던가?
약간 긴가민가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렇게 강의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벼운 눈인사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탓이다.
하기야 포커 페이스의 달인인 만큼 이게 바로 한소영답다고 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절로 한숨이 나오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지금 여기서 쳐들어가면 그만한 막장도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쓰게 웃으며 강의실 복도를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려는 찰나였다.
“한소영 교관님! 질문이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아직 애 티를 벗지 못한 어린 목소리가, 한순간 강의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어찌나 컸는지 복도를 지나치는 내 귀를 살짝 울릴 정도였다.
나는 복도 앞을 바라보면서도 반사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곧, 고요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곧바로 받아 친다.
“질문은 좋은데, 소리를 조금 줄이도록 해요. 교육생.”
“죄송합니다!”
“…질문이 뭐지요?”
“혹시 말입니다! 지금 밖에 지나가는 분이, 바로 이번에 특별 교관으로 들어오신 머셔너리 로드님! 즉 김수현 교관님이 아니십니까?”
아니 저놈이?
잠시 후, 한소영이 짧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흘러들었다.
“맞아요. 그런데 그걸 왜 물어보시는 거죠? 지금 교육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질문인데요.”
“그건 죄송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소리 줄이라고 했죠. 조용히 해요.”
“…아. 예.”
웅성웅성.
강의실은 삽시간에 소란스럽게 변했다.
아. 이게 아니었는데.
정말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본의 아니게 한소영의 교육을 방해하고 말았다.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해, 나는 더욱 빠르게 걸음을 놀렸다. 우선은 이 자리를 피해 주는 게 그나마 나은 선택일 것이다.
그러는 중에도 문답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또한 저분은 검사 계열 클래스로, 여러분과는 그렇게 만날 일은 없는 분이에요. 그리고 지금 여기에 서 있는 교관은 바로 저고요. 교육에 집중하세요.”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리고 그 순간.
“김수현 교관님이 지나가시는데, 한소영 교관님이 자꾸 저분을 곁눈질로 흘끗흘끗 쳐다보시지 않았습니까!”
나는.
“네…? 아, 아! 조, 조용히…!”
나도 모르게.
“그래서 말씀을 드린 겁니다. 교관님도 우리에게 집중해주십시오.”
반사적으로.
“…….”
본능에 따라, 한소영은 돌아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왼쪽 팔을 살며시 감싸고 있던 한소영의 손이, 일순 꽉 오므려진 것을.
============================ 작품 후기 ============================
후유. 오늘 하루도 간신히 올렸네요. 잠은 한 한두 시간은 잔 것 같습니다. 어제 23시에는 진짜로 죽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조금 자니까 머리는 개운하네요. 아무래도 올리고 나서 체조라도 좀 해야겠어요. 몸이 뻐근하고 찌뿌듯하고…. 하하하.
어제 기껏 적었던 내용을 삭제한 이유는요. 오늘 내용 중에 초반에 ‘그리고 들어간 첫 교육은 나름 무난하게 마칠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있죠? 처음에는 교육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적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교육 부분만 3000천자가 넘어가더라고요. 그래도 조금 아까워서 일부는 조금 남겨놨습니다.
『원래 본문.』
하연의 말에 따르면, 근접 계열 클래스 중에서는 딱히 성적이 좋은 병아리는 없다고 한다. 물론 다들 평균 이상 가는 성적을 내고는 있지만, 원거리 계열들과 비교하면 조금 처지는 감이 있다고. 바꾸어 말하면, 이번 기수는 원거리 계열에 특별한 사용자들이 모여있다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근접 계열 클래스를 먼저 선택한 이유는, 교육 일정이 걸린 것도 있지만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시간은 많다. 적어도 이번 기수에 한해서는 전원을 대상으로 제 3의 눈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자아, 자아! 조용히들 하세요! 이제 곧 특별 교관님이 오신다고요!”
강의실로 들어가기 전, 벽에 달린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자 탁상을 탕탕 치며 호통을 치는 안솔이 보였다. 사실 아무리 보조라고 해도 꼭 저럴 필요는 없다. 그냥 잠잠히 만 있어주면 더 바랄 것도 없겠는데, 안솔은 시키지 않은 것까지 스스로 나서 행동하고 있었다. 좋은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아마 병아리들을 보며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는 듯싶었다.
그러한 안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안솔은 뜻대로 되지 않자 잔뜩 화가 난 눈으로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도 깜찍해, 병아리들은 되레 킥킥 웃는 중이었다. 나는 조용히 한숨을 흘리며 문을 밀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탁상으로 걸어가자 소란은 삽시간에 사그라졌다. 그와 동시에 여러 시선들이 우수수 꽂히는 게 느껴졌다.
안솔은 어떠냐는 얼굴로 병아리들을 둘러보고는 의기양양이 걸음을 물렸다. 중앙에서 걸음을 멈춘 후, 나는 똑같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하나같이 강한 호기심을 품고 있었다. 확실히 여느 병아리들과는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한동안 시선을 맞추고 있다가,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이번 6주차부터 여러분들의 특별 교육을 맡게 된 김수현이라고 합니다.”
“…….”
“간단히 소개를 해보자면…. 사용자로써 연차는 3년 차이며, 현재 머셔너리라는 클랜을 이끌고 있습니다.”
“…….”
묵묵부답. 그러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다는 얼굴들처럼 보인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교육 중 몇 번 언급이 됐으리라 생각하며 나는 병아리들을 응시했다. 그리고 탁상에 한 손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궁금한 것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 시간에 한해서 모든 질문을 허락하죠. 궁금하신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병아리들은 서로만 번갈아 볼뿐,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고, 그냥 스스로 말을 꺼내기 주저하는 것처럼 보였다.
“없나요? 없으면 이만….”
“여기 질문 하나 있습니다.”
수업에 들어간다고 말하려는 찰나 굵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중후한 인상의 사내가 손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교관님은 특별한 교육을 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교육이란, 어떤 교육을 말하는 겁니까?”
좋은 질문이었다. 어차피 곧 교육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니 백 번 듣는 것보다는 한 번 보는 게 나을 터. 나는 질문한 사내를 향해 나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사내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주춤주춤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래도 과도하게 빼지는 않아서 좋네.
사용자 아카데미에 있는 이상 교육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까 신뢰감의 문제라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개떡 같은 교육을 하는 교관보다는, 수준 높은 교육을 보여주는 교관을 더 신뢰할 건 자명한 일이니까.
사내를 앞에 둔 채, 나는 잠시 병아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앞서 들어온 여러 교관들에게 물어본 결과, 이번 기수는 꽤 수준이 높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6주차면 홀 플레인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 습득이나, 마력 회로를 가동하는 방법 등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셨을 겁니다.”
“…….”
“제가 여러분들에 가르칠 것들은 일종의 실전입니다. 거기, 혹시 검 하나 가지고 있습니까?”
“예? 아, 아니요. 오늘 교육이 갑작스럽게 잡힌 터라….”
지목 당한 사내는 살그머니 말끝을 흐렸다. 어차피 그럴 거라 생각해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이내 귀에 걸린 귀걸이를 떼어내자, 귀걸이는 곧 새하얀 빛을 뿜으며 아름다운 검의 형체를 갖추었다. 빅토리아의 영광이었다.
그러자 가벼운 탄성이 강의실에 흘렀다. 아무래도 항상 그저 그런 검만 사용하다가, 뭔가 있어 보이는 검을 보자 놀란 듯싶었다.
잠시만 참아주렴.
속으로 나직이 읊조린 후, 나는 보릿자루처럼 서 있는 사내에게 빅토리아의 영광을 던졌다. 허둥지둥하기는 했지만 사내는 가까스로 검을 받았고,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교육생은 저를 있는 힘껏 치도록 합니다.”
“예…. 예?”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검으로 저를 치라는 말입니다. 어디를 치셔도 좋습니다.”
“하, 하지만…. 제가 어떻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 나는 제 3의 눈으로 사내의 사용자 정보를 살폈다. 그리고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재 교육생들의 근력 능력치로는 제 내구 능력치를 뚫고 해를 입힐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는 주저함을 버리지 못했다. 아무리 적응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막상 같은 사용자를 해하라고 하니 꺼리는 마음이 든 모양이다. 그렇게 아무리 기다려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나는 결국 조건 하나를 추가로 내밀었다.
“저 검의 이름은 빅토리아의 영광이라고 합니다. 장담컨대, 현재 홀 플레인에 존재하는 최상급 검이라고 할 수 있죠. 현대의 게임으로 비유하면 전설 급 장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에게 작은 생채기라도 내는 교육생들이 있다면, 이 검은 그 교육생에게 선물로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사내가 멍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끝.』
중요한 인물이 나오거나 사건이 있으면 그럴 법도 한데, 그 어떤 것도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의미 없는 내용이랄까요. 무엇보다 제가 다시 읽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시간은 다가오지, 용량은 아깝지, 머리는 아프지…. 발만 동동 구르다가, 그냥 깨끗이 삭제하는 걸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내용을 차마 보여드릴 수는 없었어요. ㅜ.ㅠ
독자 분들의 깊은 양해를 구하며, 저는 체조 후 잠을 자러 가보겠습니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