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61
00061 Mage and Alchemist(Rare) =========================================================================
투닥이는 애들을 간신히 달랜 후 다시 출발한지도 어느새 30분이 흘렀다. 30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애들은 여지껏 렌가들과 벌인 전투의 여운이 남은듯 손에 쥔 무기를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처음 사용자들의 시체를 보면서 침체된 분위기가 한껏 오르고 있었다. 흡족한 마음에 나는 연한 미소를 걸은채 걷는 속도를 더욱 올렸다.
렌가들을 정리한 공터에는 또 다른 통로가 있었다. 우리들이 들어온 통로의 반대편에 있는 이동로였다. 그곳을 통해 나온 우리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더욱 내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계속 이런 구조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 던전은 나름 단순한 구조를 보이고 있었다.
솔직히 고대 연금술사 비비앙의 던전이 이정도라면 난이도는 상당히 쉬운축에 속했다. 문득 내 머리속으로 1회차 신규 사용자때 미궁을 탐사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숙련된 사용자들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곳을 들어간다고 깝죽대다가 길을 잃어 근 세달간 단단히 고생하고 말았다. 하긴 그때의 경험이 있는만큼 상대적으로 현재 있는 던전이 쉬워 보이는건 당연한 일 이었다.
처절했던 그때의 기억과 지금을 비교하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예전의 나였다면 상상도 못하는 일 이었다. 그때는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심정으로, 한걸음을 걷더라도 철저하게 함정 분석과 몬스터의 출현 경로를 전부 점검하면서 걸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조심성이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어떤 일을 하든지 기본적으로 차분히 풀어가는걸 선호하는 편이다.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고, 조금 느리더라도 안전하고 확실하게 밟아가는게 더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본신의 능력이 뛰어나고 그간의 경험을 더한만큼 이전과 같이 하기엔 답답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무엇보다 시간이 넉넉치 않은만큼 급할때는 빠르게 진행하는 과감성도 필요했다.
소도시의 던전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일반 도시나 대도시의 원정과는 난이도가 낮은걸 느꼈다. 그래도 미개척 지대와 가까운 편이라 조금 긴장을 했는데 곳곳마다 함정이 설치 되고 조금만 전진해도 몬스터가 튀어 나오는 곳들과는 달라 매우 편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절규의 동굴을 공략했을 때도 맨 마지막에 나온 만 아니었다면 별다른 어려운 일은 없었다. 이 마지막에 툭 튀어 나와 캐러밴이 절반이 사망한 기억을 떠올리자 온몸에 소름이 쭈볏 들었다. 어쨌든 마냥 방심할수는 없어 나는 기초 경계는 유지하며 나아갔다.
앞선 캐러밴의 흔적은 이곳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공터를 통과했다는 말인데 몰래 나가기는 무리가 있는만큼 새로 렌가들을 채워놨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느정도 지성이 있는 던전 마스터라는 소리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계속 안으로 들어가자 또다른 통로와 함께 이어진 공터를 하나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공터는 렌가들이 있던곳과 비교하면 반의 반도 안되는 굉장히 작은 크기였다.
사람이 오십명도 채 안들어갈 작은 공간과 앞에는 까마득히 깍아지른듯한 절벽이 보였는데, 땅 아래로 뻥 뚫린 네개의 구멍이 보였다. 구멍을 통하지 않는 이상 더이상의 전진을 불가능했다. 이말인즉슨 무조건 한 구멍을 택해 어디로든 들어가야 했다.
공터 안으로 들어서 걸음을 멈추자 애들도 따라 걸음을 멈췄다. 어디로 들어갈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는 바로 제 3의 눈과 마력 감지를 동시에 발동했다. 네개의 구멍을 면면히 탐지한 나는 이윽고 고개를 주억인 후 막 두번째 동굴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내 눈에 멀뚱한 얼굴로 절벽을 응시하는 솔의 얼굴이 보였다. 솔이 또한 내 시선을 느꼈는지 이내 내게 얼굴을 돌리고는 갸우뚱 고개를 기울였다. 너무나 귀여운 그 모습에 당장이라도 가서 볼을 깨물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옆에 안현이 있어 겨우 참을 수 있었다.
내가 이리저리 고민하는 낯빛을 짓자 기분파의 대표적 주자인 유정이 옆에서 까불거리며 다가왔다. 또 귀찮은 일에 말릴까 바로 몸을 돌렸지만 유정이 또한 내가 돌리는 방향으로 바로 따라 붙었다. 그녀는 어지간히도 몸이 심심한지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입을 열었다.
“오빠. 지금 어디로 들어갈지 고민하는 거지?”
“…….”
내 무언을 긍정이라 여겼는지 유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또 무슨 허튼 생각을….”
“아이참! 맨날 나한테만 뭐라 그래. 이번에 맡겨봐. 응? 오빠는 그냥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으면 돼. 나한테 아주 좋은 생각이 있어.”
겉으로는 나름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게 또 뭔가 못된 장난을 꾸미고 있는게 분명했다. 하지만 내 어깨를 붙잡고 눈동자를 간절히 빛내는 유정을 외면하는것도 마음에 걸렸다. 주위에 감지를 뿌렸지만 걸리는건 없었다.
나는 일단 유정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놔두기로 했다. 가끔 유정이는 나도 예측 못한 날카로운 면모를 보일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겸사겸사 경험치도 쌓게 할 의도도 있었다. 내가 입을 다물고 한발 물러서자 유정은 득의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이내 그녀는 마찬가지로 창을 붕붕 돌리는 안현에게 말을 걸었다.
“현아~?”
“미친.”
“이…호호호. 그게 아니라. 하나 확인하고 싶은게 생겼거든.”
유정의 간드러진 부름에 안현은 바로 욕설로 화답했다. 순간 유정의 반듯한 이마에 굵은 혈관 하나가 솟아오르는걸 볼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예전 입담녀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유정이는 여전히 나긋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은은한 살기가 담긴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뭔데.”
“저번에 통과 의례에 있을때. 기억나? 네가 말했던거.”
“내가 말한게 한두개냐.”
“그 도시에서 있잖아. 우리 솔이가 감이 무~지 감이 좋다고 하지 않았어?”
그동안 주변을 구경하기 바쁘던 솔의 귀가 쫑긋해지는게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의 얘기가 나오니 관심이 가는것 같았다. 쟤는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귀엽지? 볼 한번 꼬집어 보거나 귀 한번…아니다. 내가 애한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속으로 음험한 상상을 하고 있는 동안 현은 어느새 열정적인 얼굴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여동생 팔불출의 재림 이었다.
“아하. 그거 말이냐. 엉. 그렇지. 얘가 얼마나 감이 좋냐면….”
“아아. 알아. 나중에 천천히 듣기로 하고. 그거 정말 믿을만해?”
“그럼! 백발백중이다.”
좋은 타이밍이다. 적절한 순간에 적절히 끊은 유정을 보며 나는 속으로 엄지 손가락을 세워 주었다. 더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안현 또한 고개를 주억이다가 뭔가 위화감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짓궂은 미소를 흘리고 몸을 돌리는 유정을 보며 안현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지고 말았다.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야. 잠깐만. 이유정. 야!”
현이 다급히 불렀지만 유정은 들은척도 안하고 솔이를 향해 걸어갔다. 한창 둘의 얘기를 열심히 듣던 솔은 자신과 거리를 줄이는 유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솔이라고 가만히 있는건 아니었다. 그동안 눈칫밥을 꽤 먹었는지, 아니면 행운 100포인트의 발동으로 불안을 예감했는지 바로 내 등 뒤로 도망친 것이다. 안현의 안도하는 한숨 소리가 들리고 유정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유정은 온화한 얼굴로 상냥히 입을 열었다.
“수현 오라버니. 잠시 솔이를 들어다가 저~기 맨 왼쪽에 보이는 입구에 놓아 주시겠어요?”
앞뒤에서 안현과 안솔이 토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 또한 속이 니글거렸다. 하지만 일단 유정에게 맡기기로 마음 먹었으니 억지로 참고 솔이를 들어 올렸다. 내 옷깃을 꾹 붙잡고 있던 솔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 위로 물음표를 동동 띄우고 사심없는 얼굴로 나를 믿는 표정을 보니 벌써부터 뭔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일전에 이렇게 갑자기 들어 올렸다면 놀라 경기를 일으키거나 당장에 울음을 터뜨렸을 텐데 더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설마 오빠가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겠어.”라고 말하는 신뢰 가득한 얼굴로 나를 의지하고 있었다. 미래에 광휘의 사제가 될 여성 사용자한테 인정 받은 남자라는 생각에 나는 거만한 얼굴로 솔이를 맨 왼쪽 입구 앞에 데려다 놓았다. 참고로 이 입구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될 입구중 하나였지만 일단 유정의 다음 행동을 지켜볼 요량 이었다.
“혀, 형?”
뒤에서 현이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솔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은 후 한걸음 물러섰다. 솔은 여전히 똘망똘망한, 한치의 의심도 없는 얼굴로 나만 바라 보고 있었다. 유정은 그걸 보며 배알이 뒤틀리는듯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나 또한 왠지 저런 솔의 얼굴을 보자 괴롭히고, 울리고 싶다는 나쁜 감정이 솟구쳤다.
내가 허락한 이상 딱히 뭐라고 하기도 힘든지 안현은 망연한 얼굴로 그저 바라만 보는중 이었다. 유정은 입술을 살짝 혀로 적신 후 멀뚱히 서 있는 솔이에게 다시 다가가 천천히 귓가에 은근히 속삭였다. 나는 얼른 청각을 돋워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자. 솔아. 안으로 들어가보렴. 어서.”
“네? 안으로요?”
“응. 너 혼자.”
“네에? 혼자요? 저 혼자 들어가는 거에요? 언니랑 오빠들은요?”
“그렇지. 오빠랑 나랑 현이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일단 혼자 들어가서 위험한게 있는지 정찰좀 하고 와줘. 수현이 오빠도 허락한 일이란다.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하던데?”
유정은 정말로 은근하게 속삭이고 있었다. 그 기세에 압도 되었는지 솔이도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리고 있었다. 안현은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들에 표정이 이상했지만 일단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솔이는 워낙 순수한 애라서 고개를 한번 주억이고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눈도 감고 손가락으로 볼도 톡톡 건드리는게 유정의 말을 차분히 곱씹는것 같았다. 가만히 생각을 마친후 눈을 뜬 안솔은 이윽고 떨리는 눈망울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안에는 위험한것들이 많아서…저 혼자 가는건…수현이 오라버니가 그럴리 없어요오….”
“아니야. 너는 매우 훌륭한 역할을 맡은거란다. 너는 미끼야. 미끼. 알지? 영화나 그런데서 자주 나오잖아. 너의 희생을 바탕으로 우리는 위험한 장소를 피하고, 룰루랄라 보물을 챙겨 도시로 귀환하는거지. 어때?!”
자꾸만 미끼를 강조하는 유정이를 보던 솔은 이윽고 울먹한 얼굴이 되어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설마 내가 그렇게 말했을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것 같았다. 너무나도 눈부신 그녀의 시선에 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이는걸로 대답했다. 솔은 두어번 눈을 깜빡이고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
“…응?”
“정말 그러셨어요?”
“뭐, 뭐가?”
실제로 나는 아무 허락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러나 내 더듬거리는 음성을 솔은 다른 의미로 받아 들였는지 바로 눈이 휘둥그래 변했다. 곧이어 입술이 달싹이 떨리고 손을 꼭 쥐었다. 안솔은 최후 통첩을 하는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울거에요?”
나는 그대로 시선을 회피해버렸다. 아까 솔이 내 시선을 회피한것도 있고, 솔이 우는걸 보고 싶다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슬쩍 시선을 돌리며 볼을 긁자 솔이 얼굴은 가히 가관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변했다. 설마 내가 회피할줄을 몰랐는지 심한 충격을 먹은 얼굴로 크게 입을 달싹였다. 이윽고. 내가 원하던 결과는 바로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아앙!”
솔이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아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유정은 설마 진짜 울줄은 몰랐는지 멍한 얼굴로 한걸음 물러서고 말았고 안현은 날카로운 눈으로 유정을 노려보았다. 유정은 떠듬거리더니 이내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내가 뭘 어쨌다고.
“으앙! 으아앙! 으아아앙!”
연신 꺼이꺼이 대성통곡을 하는 솔이를 보며 나와 안현은 급히 달려들었다.
============================ 작품 후기 ============================
휴. 오늘은 조금 여유롭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일이 터져서 거의 서너시간은 날린듯 하네요.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오전후에 조금이라도 써놓지 않았다면 영락없이 위험할뻔 했습니다. 하하하.
다음회부터는 아마 진도가 팍팍 나갈것 같습니다. 조금 지루하시더라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아. 그리고 장난기 오브 레전드란 롤 리믹스 곡을 추천합니다. 어제 들었는데. 아. 정말 유쾌하게 들었습니다. 하하하. 특히 타릭 대사 부분이 참 간드러져요.
『 리리플 』
1. 현오 : 1등 축하드립니다! 아하하. 전개는 조금 느리시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아마 이번회도 그렇게 느끼실 수 있구요. 이번회는 그동안 무섭게 달려온 일행들의 쉬게 해주려는 목적도 있구요. 완급 조절겸 넣었습니다.
2. Zami : 하하하. 그런 실수를 하다니요. OTL 제 손가락을 탓해야죠 뭐. ㅜ.ㅠ
3. 라무데 : 아니옵니다. 흑흑흑흑. 부디 선처를 바랍니다.
4. ChaosSoo : 네? 네?? 네???
5. 에인트제 : 고맙습니다. 이번회도 부디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6. 사람인생 : No. 아닙니다. 노(로)유진은 12뇨 3월 메모라이즈 연재분에 나온 주인공 이름 임니다.
7. 블라미 : 흑. 제발 양해 부탁드려요. ㅜ.ㅠ!
8. 케도로스 : 아마 제 흑역사가 될것 같습니다. 설마 그런식으로 리리플을 할지는 몰랐기 때문에….
9. 슬피우는영혼 : 어. 잠시만요. 잠깐만요. 혹시 그리스 로마 신화 연재하시는 작가님 아니신가요? 헐. 오늘 설레여서 잠 못잘것 같네요. 헐.
10. 레필 : 미안합니다. 매우 매우 미안해요. 엉엉.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코멘트좀 많이 주세요! 그리고 추천도…☞☜)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