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Demon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97
광마전생 (97)
“양양의 말이 맞았어. 역시 저놈은 저질 변태 색……!”
“다 들린다.”
“큿…….”
“어허. 큿이 아니라 고양이 소리를 내야겠지?”
“냐, 냐아앙…….”
얼굴을 붉히며 억지로 고양이 소리를 내는 흑련.
그것이 바로 모용진의 소원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흑련이 고양이가 되는 것.
평소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노력하고 드센 성격을 가진 흑련이었기에 그녀의 고양이를 따라 하는 목소리는 무척이나 이질적이면서도 귀여웠다.
“풋…….”
“큽…….”
“웃지 마라, 냥!”
여기저기서 참지 못하고 웃음소리가 튀어나오자 흑련이 웃지 말라며 소리를 질렀지만 오히려 더 큰 웃음을 주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화기애애하게 분위기가 좋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들은 딱히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청해에는 거대한 사막지대가 있었는데 지금 그 사막지대를 힘겹게 건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했기에 사자들이 그들을 업고 이동했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에서 몸의 힘은 두 배 이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슬슬 지쳐 가던 그때.
뭔가를 발견한 모용진이 제자리에 멈춰 섰고 자연스레 은월령도 뒤따라 멈춰 섰다.
“드디어 오는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막 끝에서 거칠게 일어나는 모래바람.
그 모래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서 말을 탄 거대한 무리가 나타났고 그들은 정확하게 모용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도적인가!”
도적이 나타났다는 말에 모두가 아이들을 가운데에 모으고 검을 뽑아 들기 시작했다.
홍련과 성아 역시 소검과 단검을 뽑아 들었고 잔뜩 긴장한 채로 그 무리를 주시했다.
하지만 모용진은 홀로 천하태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달려오는 자들은 모두 모용진이 불러들인 것이었으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내가 불러들인 사람들이니까.”
“예?”
모용진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은월령의 사자들은 그들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험상궂었고 꼭 산적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용진의 말대로 지척에서 멈춰 섰고 말에서 내린 몇몇 인물들이 황급히 모용진을 향해 뛰어왔다.
맨 앞에서 달려온 산적 두목으로 보이는 듯한 남성은 거의 미끄러지듯 바닥에 엎드리더니 모용진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대흑천파의 흑제 님을 뵙습니다!”
“대흑천파의 흑제 님을 뵙습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청해 녹림의 산적. 즉 모용진의 부하들이었다.
“고개를 들어라. 음, 그래. 너는 본 적이 있는 것 같구나. 채주 회의에서 봤던가?”
“예! 청해 녹림채주 두영존이라고 합니다!”
두영존의 자기소개에 놀란 것은 모용진이 아닌 홍련과 성아였다.
왜냐하면 두영존은 근래 청해에서 이름을 떨치고 다니는 유명한 고수였으니까.
조용하디조용한 청해에 갑자기 나타난 고수였기에 은월령에서도 주시하던 인물이었다.
“그래. 그때보단 조금 나아진 것 같구나.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지만. 수련을 게을리하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매일 열심히 스스로를 갈고 닦고 있습니다.”
“그래. 근래에 최양을 봤었거든. 그 짧은 시간에 많이 실력이 늘었더군.”
최양이라는 이름에 두영존의 귀가 움찔거리며 반응하자 모용진은 가볍게 두영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분발하게.”
“옙!”
그렇게 말한 모용진이 두영존을 지나쳐 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자 엎드려 있던 산적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소리쳤다.
“지금부터 저희 청해 흑천파가 은월령의 귀인들을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모두 따라오십시오!”
모용진은 아이들을 데리고 오래 걷지 못할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천으로 들어갈 때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청해 녹림에 도움을 요청했고 모용진의 부름에 두영존은 재빠르게 말과 마차를 수배해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흑제 님의 개인 마차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아냐. 이 정도면 훌륭하지. 어차피 나눌 이야기도 있었으니 자네도 여기에 앉게.”
“옙.”
모용진의 말에 두영존은 쭈뼛거리며 마차 위로 올라왔으나 성아와 홍련 등 여성이 가득한 마차에서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홍련.”
“예.”
모용진의 말에 홍련이 살짝 옆으로 옮겨 앉자 두영존이 눈치를 보며 그곳에 착석했다.
“우선 인사부터 나누지. 여기 셋은 은월령의 간부급들이야. 령주인 성아와 그 밑의 홍련과 흑련. 그리고 여기는 두영존이라는 내 제자 중의 한 명. 과거에 산적이었다가 지금은 산적인 척하는 흑천파의 실력자 중 한 명이지.”
“흐…… 흑제 님!”
모용진이 자신을 제자라고 소개해 주자 두영존이 감동한 듯 모용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그 후에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아직 은월령은 정식적으로 흑천파에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여기 성아는 흑천파의 이대장로가 될 거야. 은월령은 전적으로 그녀의 손에 운영될 예정이고. 우선 그렇게만 알아 둬.”
“옙.”
“예……?”
모용진의 말에 두영존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작 이해하지 못한 이는 성아였다.
흑천파의 장로가 될 것이라는 건 지금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그런 큰 직책을…….”
“성아는 충분한 자격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지금 해야 할 이야기는 중요하니까 다들 귀 기울여 들어. 특히 홍련과 두영존은 말이야.”
* * *
이른 아침.
잠에서 깬 당철삼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어젯밤 진유혼을 통해 서신 한 장이 도착했고 그 서신에는 모용진이 곧 사천에 들어가니 이동할 말과 마차를 내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당철삼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부랴부랴 말과 마차를 준비해 보냈고 밤을 새우며 달려온다고 했으니 이제 곧 당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많은 말과 마차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지. 천기린 그놈이 내 손에 들어오는데 그 정도쯤이야.”
음흉한 미소와 함께 당철삼이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자 그의 둘째 아들인 당하겸이 빠르게 뛰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아침부터 무슨 소란이냐.”
“아버지, 지금 바깥에 말을 탄 검은 무리가 도착했습니다.”
“검은 무리?”
“예. 곤륜의 소문주인 진유혼을 만나러 왔다면서…….”
당하겸의 말에 당철삼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눈을 크게 떴다.
“드디어 왔나 보군. 그들은 내 손님이다. 귀중한 손님이니 지금 당장 접객원으로 모시도록.”
“하지만 아버님, 그자들은 하나같이 기세가 흉흉한 걸로 보아 고수임이…….”
“상관없다. 어차피 모두 내 것이 될 자들이니. 너는 즉시 총관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성대한 맞이를 준비하라.”
“알겠습니다.”
둥둥둥둥, 두둥둥!
사천당가 내에 울려 퍼지는 거대한 북소리.
그 북소리와 함께 정문이 크게 열렸고 말을 탄 이들이 사천당가 안으로 하나씩 들어서기 시작했다.
모용진은 선두에 있었고 그의 바로 곁에는 흑련이 있었다.
그 뒤를 뒤따라 오는 이들은 모두 흑련을 따르는 지사대(地司隊)였고 그 외의 인물은 보이질 않았다.
서른 명에 가까운 이들이 사천당가 내에 모두 들어서자 당가의 문은 닫혔고 잠시 후 풍악이 울려 퍼지며 무희들이 뛰쳐 나와 그들에게 길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거창한 환영식이네요…… 냥.”
“이곳에 있는 동안은 고양이처럼 소리 낼 필요 없어. 뭐, 굳이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모용진의 말에 흑련은 기회를 놓칠세라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희들이 만들어 준 길을 따라 다릴 건너 방향을 틀자 모용진의 눈앞에 황제의 궁전과도 같은 넓은 공간과 거대한 전각이 나타났다.
그곳엔 모용진을 맞이하기 위한 수많은 사람이 나와 있었고 그들은 전부 당가 내에서 실세라고 불리는 장로들과 당철삼의 가족들이었다.
활짝 열려 있는 본관의 문 앞에서 모용진이 말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진유혼이 그의 곁에 다가왔다.
[어떤 것 같지?]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않았습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리고 미리 알고 있으면 대처도 빠른 법이니까.] [아무튼 저는 여기서 본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유의해 주시길.] [나는 가은이가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이름도 이쁘고 말이야.]모용진의 말에 진유혼이 그를 노려보듯 눈을 흘기더니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를 따라 걸었다.
진가은.
당연히 그 이름은 가명이었다.
통합무림이 눈여겨볼지도 모르는 백호학관에 곤륜의 소문주가 본명으로 잠입을 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의 진짜 이름은 진유혼.
진가은이라는 이름에 비해 무척이나 남자다운 이름이었다.
유혼은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별할 줄 아는 남자였다.
평소 모용진이 친구처럼 대해 주고 있긴 했지만 그는 유혼에게 있어서 또 한 명의 스승이었으니까.
학관 내에서나 학관에 관련되어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반말을 사용했지만 바깥으로 나오게 되면 이렇게 그를 높여 주었다.
“그자는 누군가요.”
“친구이자 제자. 그리고 내가 은인이기도 하고 주인이기도 하지.”
“그런 관계가 있습니까?”
“여기 있잖아.”
모용진의 대답에 흑련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산적도 제자로 둔 특이한 사람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그때 초록색 뱀 두 마리가 수놓아져 있는 황색 장포를 입은 남성이 그들의 앞으로 다가왔다.
두 마리의 초록색 뱀.
그것은 사천당가에서 장로를 나타내는 것이었고 그는 모용진의 앞에 다가와 포권을 취했다.
“어서 오십시오. 제 이름은 당철목이라 합니다. 가주님의 명으로 대협을 가주께 안내해 드리리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모용진이 인사를 받아들이자 당철목은 슬쩍 모용진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내원 쪽으로 걸어갔다.
[그놈이 직접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간을 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것 같군. 저 사람들도 그냥 나온 것은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야.]모용진을 환영하고 있는 인파.
그들은 겉으로는 모용진 일행을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두 눈으로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특히 일부의 시선은 모두 모용진에게 쏠려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사천당가의 장로들이었다.
모용진의 알 수 없는 대답에 진유혼이 피식 웃었고 그들은 마침내 따가운 눈빛을 피해 본관 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여기 두 분만 들어가실 수 있으십니다. 다른 분들은 저희가 조촐한 자릴 마련해 두었으니 그곳에서 기다려 주시지요.”
내원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이 나타나자 무장을 한 무사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서며 모용진과 진유혼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주인님의 신변을 보호하는 호위대장이다! 그러니 주인님을 홀로 들일 수는 없다.”
이에 흑련이 차가운 목소리로 거부의 의사를 밝히며 살기를 뿜어냈지만 그녀를 막은 것은 다름 아닌 모용진이었다.
“괜찮아. 별일 없을 테니까. 흑련과 지사대는 잠시 쉬고 있어.”
“하지만…….”
“명령이야.”
명령이라는 말에 흑련은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흑련과 지사대가 한 걸음 물러나자 그제야 당철목이 문을 열어 주었다.
“자, 안쪽으로 드시지요. 가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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