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jon's Advent RAW novel - Chapter 1622
#1621.
발생하다 (1)
“큭!”
맹렬한 기세를 내뿜는 조강(爪罡)이 이명환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저 조강에 스치기만 해도 살이 갈라지고 뼈가 으스러질 것이 뻔하다.
이명환의 주먹이 시커먼 마기로 물들었다.
카카캉!
“끅…….”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온다. 대물저격총의 탄환조차 상처 없이 막아낼 수 있는 그의 손이 쩍 갈라지며 시뻘건 핏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하지만 고통을 느낄 틈도 없다.
1미터는 넘게 뽑혀 나온 붉은 손톱 모양의 강기가 다시금 그를 몰아쳐 온다.
‘괴물 같으니!’
저 어마어마한 내력.
그리고 말도 안 되는 강함.
겪으면 겪을수록 느껴지는, 이 말도 안 되는 격차가 이명환을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끄으으으으!”
그의 목에서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흘러나왔다.
순식간에 새빨갛게 변해 버린 눈으로 이명환이 장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아아!”
괴정과 함께 내지른 일권.
극한까지 끌어낸 마기가 그의 팔 전체를 뒤덮으면서 장민을 노렸다.
하나…….
쾅!
이명환이 달려들던 기세보다 더 빠르게 뒤로 튕겨 나갔다. 그와 동시에 이명환과 함께 장민을 노리던 마염들 역시 깔끔하게 튕겨 나갔다.
“쯧쯧.”
손을 내리고 조강을 회수한 장민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멍청한 놈들, 마기에 몸을 맡겨 이성을 잃으면 그 순간 그저 강해진 듯 착각이 드는 것뿐이라고 그토록 말했거늘!”
장민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인은 마공을 쓰는 자를 말함이지, 마공에 휘둘리는 자를 말함이 아니다. 습관적으로 마기에 몸을 맡기는 이들은 결국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광인이 되어버린다고 내 몇 번 말했느냐, 이 멍청한 놈들!”
장민의 말에 마염들이 고개를 숙였다.
“마공이란 한계를 줄 타는 무학이다. 마기에 정신을 빼앗기기 직전의 이성과 마성이 공존하는 상황을 내 의지대로 유지할 수 있어야 진정 마공을 다룰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옆구리를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던 이명환이 손을 살짝 들었다.
“말해봐라.”
“장로님,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어서 그럽니다만…….”
“음?”
이명환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저희는 최근 장로님을 거의 따라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혼자서는 어림도 없지만, 저희가 함께하면 장로님은 이길 정도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데 왜 이렇게 먼 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솔직한 심정으로는 회주님보다 장로님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회주님도 이 정도는…….”
그 순간, 살기 어린 눈빛이 이명환에게 쏘아졌다.
이명환이 움찔하여 입을 닫고는 고개를 숙였다.
장민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를 자극하는 일이라는 걸 잠시 잊었다.
“요망한 혀를 잘도 놀리는구나. 그 혀를 잘라내면 정신을 차리겠느냐?”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가서…….”
“어리석은 놈.”
장민이 끌끌하고 혀를 찼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너희가 그리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나 따위가 마존과 비견될 수 있어서가 아니다. 나는 열 명이 모여도 마존의 위대한 무위를 감히 감당할 수 없다.”
차가운 눈으로 모두를 쏘아본 장민이 씹어뱉듯 말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너희가 그리 느끼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민이 정확하게 이명환을 바라봤다.
“이명환.”
“예, 장로님.”
“너는 개미와 싸울 수 있느냐?”
이명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뭔 말도 안 되는 비유란 말인가.
“손가락으로 눌러 죽여 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간단하지. 그럼 너는 개미를 더 강하게 훈련시킬 수 있느냐?”
이명환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지만…….
“크게 어렵지는…….”
“그럼 그 개미가 수십 마리라면?”
이번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그건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마존께서 너희를 상대하는 건 그런 일이다. 아차하면 팔다리가 날아갈 만큼 연약해 빠진 것들은 상대로 적절한 밸런스를 잡아가며 계속 줄타기를 하는 일이지.”
“…….”
“그렇다고 너무 힘을 빼면 훈련이 되지 않는다. 너희가 무척 힘겹게 느끼면서도 큰 부상은 느끼지 않을 만한 지점을 일일이 찾아내야 한다.”
“정말 어렵겠네요.”
“그게 다가 아니다.”
장민이 눈을 찌푸렸다.
“심지어 마존께서는 너희 하나하나를 상대할 때 힘을 달리 쓰신다. 너희의 수준에 맞추는 건 물론이고, 개개인의 수준마저 맞춰주신다는 거지. 그런데 너희가 감히 그분의 힘을 의심하는 것이냐?”
이명환이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절대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느껴지는 바가 너무 달라서…….”
“그분은 한없이 냉엄하지만, 또한 한없이 자애로우신 분이다. 나는 감히 그분의 수준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내가 너희를 더 쉽게 키워낼 수 있는 것은, 그분과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야 강진호는 워낙 하는 일이 많으니까.
“너희 모두 명심해라.”
“예, 장로님.”
장민의 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욕심을 가지는 건 좋은 일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의욕을 가지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욕심과 의욕에 함몰된 이들은 가끔 자신이 누구의 덕을 보았는지를 잊기 마련이지. 지금 너희가 쌓은 것이 온전히 너희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것이더냐?”
“…….”
이명환이 입을 다물었다.
잊었냐고?
그럴 리가.
사람인 이상 강진호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 그 감사함이 많이 흐려진 것도 사실이지.’
장민과 수련을 하고 총회 최고의 무력 집단이라는 명성을 얻게 되면서 목에 힘이 들어간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분께서 그런 걸 바라고 너희를 가르친 건 아니겠지. 다만…….”
장민의 눈빛이 한없이 차가워졌다.
그 서늘한 눈을 본 마염들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분 앞에서 감히 교만한 모습을 보이는 이가 있다면, 내가 직접 죽음이 얼마나 자비로운 것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하나는 잊지 마라. 교의 모든 것은 오로지 그분에게 바쳐진 것. 그 본분을 잊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놈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딱히 협박으로 느껴지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두렵다.
장민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저 굳건한 신앙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마교가 종교의 이름을 하고 있긴 하지만, 따로 신을 모시지는 않는다. 마교가 모시는 것은 개념의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에게 신성을 부여하고, 인간을 신으로 모시는 곳이 바로 마교다.
장민에게 있어서 강진호는 인간의 형상을 한 신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한 번씩 이명환은 그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이명환이 살짝 손을 들었다.
“말하거라.”
“솔직히 이런 질문을 드리기가…… 좀 겁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음?”
이명환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왕 말이 나온 것, 하나만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말해봐라.”
“예. 장로님은 왜 그렇게 마존을 믿고 따르시는 겁니까?”
“……뭐?”
전혀 예상 밖의 질문을 받았다는 듯이 장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니, 제가 보기에 장로님께서는 교주님을 거의 신처럼 모시는 것 같은데…….”
“그렇지.”
“솔직히 얼마 전까지는…… 장로님이 워낙 옛 분이고, 나이가 많으니 그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장로님을 실제로 겪어보니, 이게 참 뭐랄까…….”
자기 폰에다가 교도들을 관리하는 스마트폰 어플을 직접 제작해서 집어넣는 사람이다. 훈련 스케줄은 웹페이지에서 관리하고 패션은 언제나 최신 명품을 맞춰 입는다.
도무지 종교적 광신도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아닌가.
“맹목적인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예.”
장민이 피식 웃었다.
“살면서 들은 말 중에서 가장 덜떨어지는 소리구나.”
“…….”
“들어라, 이 하찮은 것들아. 신이란 무엇이냐?”
“신은…….”
장민이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간이 신을 모시는 이유는 그 절대성과 우호성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절대적인 권능을 가진 신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이생이 됐든, 그게 아니면 내생이 되었든!”
“……예.”
“그럼 마존께서 나의 신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이명환이 살짝 눈을 크게 떴다.
“그분께서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계시고, 나의 삶을 바꿔주신 분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강림한 그분이 나의 신이 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 물었다.”
대답할 말이 궁하다.
“하지만 회주님은 신이 아니잖습니까?”
“신이 뭔지 네가 아느냐?”
“…….”
장민이 혀를 찼다.
“종교란 그런 것이다. 스스로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이지. 누군가 어떤 신을 모시는가는 그저 그의 선택일 뿐이다. 타인의 종교를 굳이 폄하할 필요도 없고, 나의 신을 의심할 필요도 없다. 나는 그저 그분을 받들어 모실 뿐이다.”
굳건하다.
너무도 굳건해 바늘도 들어가지 않을 논리였다.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확실한 것은 저 장민의 신앙이 무너지는 날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너희 역시 마찬가지다. 너희가 성심으로 그분을 받들어 모시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그분의 쓸모 있는 도구는 되어야 한다. 그분을 신으로 모시지는 못해도 그분께 받은 은혜를 갚겠단 생각은 해야겠지.”
마염들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우드득.
장민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겠지. 그렇지 않느냐?”
“예!”
“충분히 쉬었으면 다시 시작한다. 오늘 너희는 걸어 돌아갈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 말에 마염들의 눈에 다시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장민이 기꺼운 눈으로 그런 마염들을 바라보았다.
‘좋아.’
확실히 가르치는 맛이 있다.
마존께서 이들을 뽑을 때 다른 것보다는 강해지겠다는 의지를 우선시했다고 하시더니, 과연.
비록 그 몸에 깃든 재능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그 의지가 재능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대로라면 이들은 곧 완성될 것이다. 마교의 역사에 남은 교주의 친위대, 진정한 ‘마염’으로 말이다.
‘너희는 반드시 강해져야 한다.’
장민은 이미 알고 있다.
삼왕계와의 전쟁이 피할 수 없는 곳까지 다가왔음을 말이다. 그 것을 실감한 순간, 그는 마교를 키우는 것조차 포기하다시피 하고 마염의 육성에 매달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에게 있어서 마교 전체의 안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강진호의 안위이기 때문이다.
강진호만 살아남는다면 마교는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하지만 강진호를 잃는다면, 제아무리 많은 마교도가 남는다 해도 교는 다시 지리멸렬해져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반드시 그분을 지킨다.’
마염은 교주의 친위대.
이번 전쟁에서 마존의 곁에 머물며 목숨으로 그분을 지켜야 할 이들이다.
이들이 강해져야 강진호가 안전해진다.
“강해지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어라!”
“우와아아아아아!”
이명환이 괴성을 내지르며 장민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