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61
제65장 송년절 (2)
열흘 후.
어렵사리 다가온 한 해의 마지막 날. 한해의 마지막 교관회의를 소집한 장철심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이번 해는 유독 힘들었지.”
교관들의 수군거림에 장철심이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깔았다.
“애석하게도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이들도 있고, 부상으로 복귀하지 않은 이들도 많네.”
은월비적의 출현에, 마인의 등장, 망천회 사도의 혈겁까지.
한 해의 사건을 술회하는 장철심의 목소리는 다소 잠겨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 건강하게 해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희생과 노력이 이루어낸 결실일 테지. 감사하며, 묵념.”
짧은 묵념을 끝낸 그가, 마침내 업무의 종료를 알렸다.
“이것으로 올해의 마지막 교관 회의를 마치겠네. 다들 송년절까지 노력들 해주게나.”
회의의 종료를 알리자 교관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해의 끝을 알리는 종무식이 끝을 내고 있었다.
***
“이런 제길.”
“얼굴 좀 펴요.”
곁에서 여매홍이 타박을 했지만,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 초운휘 임시 교관. 자네를 마지막까지 두고 보지.
검지와 중지로 제 눈과 자신을 번갈아 가리키는 장철심의 기세는 한번 걸려보라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잘 못 보이면, 내년이 X 된다.’
아무리 무신경한 사람이라도 벌벌 떨 만큼 흉폭한 기백이 느껴졌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순찰을 도시는 다른 교관 분들도 많다니까요? 자자, 진정하고요.”
업무 목록을 펼치자, 순찰을 돌며 챙겨야 할 일들이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우선, 불법 반입된 물건이 없는지 살피고, 관도들의 문란한 행동을 단속하라네요.”
“빡빡하기도 하지.”
투덜대고 있자니, 능풍운과 금정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가왔다.
“여전히 사이가 좋으시군요.”
금정의 인사에 삐뚜름하게 고개를 틀자 능풍운이 웃었다.
“후후. 자네도 참 운이 좋군.”
“…뭐가 좋다는 거야?”
“눈치가 없는 것은 좀 아쉽지만, 함께 불꽃놀이를 보면 인연이 맺어진다는….”
고개를 갸웃거리자니 여매홍이 손부채를 팔락이고는 끼어들었다.
“두, 두 분도 순찰을 도시는 건가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하. 모든 관의 관도들이 모이는 대행사 아닙니까? 손이 부족하니 한 팔 거들어야겠지요.”
지금까지의 수업은 검이나, 도, 권법 등 배우는 수업에 따라 나뉘어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수업이 끝을 내고, 자유를 얻은 시간.
수업에 지친 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관도들을 통제하는 일도 쉽지 않겠네요.”
“큰 사고가 없기를 빌어야지요.”
은천관의 모두가 즐기는 축제.
혹여라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돕는 것이 남은 교관들의 일이었다.
“여 교관님. 혹시 이야기 들었나요?”
“무슨 소식이요?”
“오늘 준비된 불꽃은 벽력문의 벽력자께서 공들여 만들어 주신 모양이에요.”
“벽력문에서요? 와아!”
“강호 최고의 장인들이 만들 불꽃이라니, 무척 기대가 되네요.”
금정과 여매홍의 대화를 듣던 초운휘가 능풍운의 옆구리를 찔렀다.
“어이. 대체 폭죽이 뭐기에 저렇게 들뜨는 거야?”
“하하. 송년절의 가장 큰 구경거리라네. 더군다나 화약을 다루기에는 최고로 치는 벽력문의 폭죽은 기대가 될만하지.”
너털웃음을 지은 능풍운의 곁에서, 다시 사이가 좋아진 양 교두와 조현 교관이 끼어들었다.
“맞다. 초 교관은 모르겠군.”
“밝고 옳은 것이 양기(陽氣), 음하고 삿된 것이 음기(陰氣)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알고 있겠죠?”
길한 것은 양, 삿된 것은 음.
가장 기본적은 음양설이 아닌가.
“그 정도는 압니다.”
“송년절의 불꽃놀이는 못된 악귀나, 삿된 기운, 그러니까 음한 기운을 불꽃과 축포로 쫓아내는 행사예요.”
“힘든 일이 있을수록, 더없이 밝고 커다란 불꽃을 하늘로 쏘아 올리지. 그것이 송년절의 마지막 행사야.”
결론적으로 올해처럼 다사다난한 해에는 더없이 크고 아름다운 폭죽을 쏘아 올린다는 것이 양대철 교두의 설명이었다.
“하하. 두 분도 그럼.”
능풍운의 웃음에 양 교두와 조현 교관이 얼굴을 붉혔다.
“행운을 빕니다.”
***
수련에 지친 관도들이 마침내 해방되었다.
“와아! 자유다!”
십 년 동안 토굴에 갇혀 있다 해를 처음 본 괴인처럼 관도들이 환호성과 함께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드디어 끝이다!”
“이제 자유다!”
학문 쪽 수련생으로 보이는 관도들이 가지고 있던 책을 북북 찢어 허공에 날렸다.
‘저런.’
지긋지긋한 공부에 신물이 난 것은 아는데, 저래서는 후회할 텐데.
‘꼭 유급해서 내년에 책을 다시 찾아보는 놈이 있지.’
오른 열이 내리면, 내일 아침에는 이불을 걷어차며, 값비싼 교재를 찢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축하하네! 축하해!”
“무려 서열 십오 위라니. 자네가 우리의 자랑이야!”
“금천관에 가서 다시 만나세!”
서로 덕담을 하는 것 같지만, 밀가루를 던지며, 승관이 확정된 친구를 등 뒤에서 걷어차는 녀석들도 있었다.
‘친구인지 원수인지 모르겠네.’
온갖 군상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오자 장내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어지러워졌다.
“윽. 이 많은 놈들이 어디에 짱박혀 있었던 거야?”
“그러게요.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니 정신이 없네요.”
수천 명이나 되는 인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고성을 지르며, 흥겨이 뛰어다니자 정신이 당장 가출할 것만 같았다.
삐익! 삐-이익!
“거기 멈춰!”
“싸움은 안 된다!”
여기저기 호각을 불며 뛰어다니는 교관들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다들 팔팔하기도 하지.”
“어서 가서 떼어 놓을까요?”
여매홍과 함께, 싸우는 건지 신나 얼싸안는 건지 알 수 없는 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아무튼 정신이 없는 시작이다.
***
“…지치네요.”
어지간한 열혈교사조차 한껏 고조된 관도들을 만류하는 것은 꽤 힘에 부쳤던 모양이다.
그래도 한 시진 내내 뛰어다니며 관도들을 단속하니, 그럭저럭 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슬슬 모의 훈련장 쪽으로 이동할까요?”
“오늘은 특별히 축제를 위해 개방한다고 했죠?”
“기껏 만들어둔 멋진 거리와 노점들을 내버려 두면 아까우니까요.”
쓸데없는 곳에서 돈을 펑펑 쓰는 이 학관은, 또 기괴한 구석에서 짠돌이가 된다.
‘이것이 정파의 숙명인가?’
투덜대며 나아가고 있자니, 여매홍이 물어왔다.
“참. 모든 모의 훈련장을 개방한다는데, 사천동은 괜찮아요?”
“…문을 열어두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답니다.”
“…하긴, 이 흥겨운 날에, 굳이 음침한 습지를 찾아갈 사람은 없겠죠.”
“아주 없지는 않은 모양입니다만.”
간혹 음흉한 밀회를 즐기기 위해 습지를 찾는 녀석들이 있는 모양이다.
‘서옥랑 같은.’
그래서 손을 써두었지.
“들어와도 쉽게 나가지는 못할 겁니다. 덫을 쳐두었거든요?”
“…설마. 위험한 건 아니죠?”
“절대 아니죠.”
함정을 밟으면 줄에 묶은 통나무가 날아와 후려치는 정도나, 일 장(삼 미터) 깊이의 구덩이에 빠져 고통받는 정도다.
발목을 끊어 놓는 은잠사나, 독이 묻은 올가미까지 쓰지는 않았으니까 안전하겠지.
두런두런 대화하며 나아가고 있자니, 저 멀리서 뎅뎅 종이 울렸다.
“어머. 벌써 유시(酉時: 오후 다섯 시부터 일곱 시)네요. 노점이 슬슬 시작할 것 같은데요?”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하루종일 모이를 쪼던 닭들이 닭장에 들어가 잠자리를 만들 시간.
여기저기에서 놀거리를 즐기던 관도들이 먹이를 노리고 모여들 때다.
“어서 가죠. 축제를 즐기지는 못하지만, 배라도 좀 채워야죠.”
앞서 걷던 초운휘가 호각을 불었다.
“어린 쉐기들이! 남녀 간에 거리가 가깝다! 썩, 이 장(육 미터) 밖으로 떨어져!”
악을 쓰는 초운휘에 인파에 낀 관도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게 말이 됩니까?”
초운휘가 호각을 으드득 씹었다.
“왜 안돼? 되게 해줄까?”
와다닥 달려오는 모습을 본 관도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젠장! 미친개다!”
“누가 미친개를 도발했어!”
결국 옴짝달싹 못 하고 있는 그들에 날아차기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비명이 한층 더 커져갔다.
***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개봉부의 모의 수련장이었다.
완벽히 개봉성의 길거리를 본떠 옮겨온 이곳은 살벌한 현장 학습 때와는 달리 각종 장터가 생기며,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우와. 엄청나네.”
“개봉성에서 진짜 축제를 벌이는 기분이에요.”
한해의 마지막을 기념하는 날이라 그런지, 꽁꽁 닫아두었던 가게들도, 환하게 문을 열고 성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물. 우물.
가판대에서 산 빙과를 우물거리며 나아가고 있자니, 한쪽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머. 모용 언니.”
여매홍이 다가가자, 초췌한 안색의 모용선야가 고개를 돌렸다.
“홍아.”
“어?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업무 중에 술이라니?
싶어 곁에 선 이에게 묻자, 부사수로 보이는 젊은 교관이 대답했다.
“학무원에 올린 예산이 반려 당했다고.”
“저런.”
“심지어 기대하지 않았던, 건이 승인되는 바람에, 철야 확정입니다.”
아무래도 모용선야에게는 모두가 웃고 즐기는 날, 울며 술잔을 깨물 슬픈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집에 갈 수가 없어어어어….”
울며 늘어지는, 한때 근사했던 언니의 모습을 보며 여매홍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완전히 고장 났네.’
곁에 있다가는 우울함이 옮을 것 같으니 재빨리 버려두고 튀는 것이 상책이다.
***
몇 군데의 모의 수련장을 방문했지만, 딱히 색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 거지?’
어딘가 노점에서 일을 한다고 했으니,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좋으련만.
투덜대고 있자니, 한쪽에서 우르르 몰려온 관도들이 일제히 여매홍을 둘러쌌다.
“어머? 어머?”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여매홍 교관님!”
일사불란하게 감사를 표하는 관도들을 보며 여매홍이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온몸으로 감동을 표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심을 담은 관도들의 외침은 열혈교사로서는 꿈에서나 그리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불순한 놈들이 섞여 있네.’
뒤에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까치발을 하는 사내놈들을 보며, 검지를 튕겨 지풍을 쏘았다.
딱. 따닥!
“악!”
비명을 터트리는 놈들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자니.
그사이 한 아름의 꽃과 붉은 연판장을 든 여매홍이 돌아왔다.
“그건 뭡니까?”
“올 한해 가르친 아이들이 각자 감사의 말을 남겨 주었어요.”
“기특한 놈들이네요.”
“모두 모여 함께 인사를 한다고 기다렸던 모양이에요. 무척 감사한 일이죠.”
“부럽군요. 한해 뼈 빠지게 가르친 제 담당관도 놈들은 영 보이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투덜대는 말에 여매홍이 생글생글 웃으며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에 있네요.”
예쁜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시선을 던지자, 그곳에는 훈련장 구석에 외딴 섬처럼 멀뚱히 선 두 사람이 있었다.
“남궁 관도와 제갈 관도예요.”
두 사람은 인파 속으로 섞여들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것이 세상에서 소외된 인간들 같았다.
“이쪽을 보지 못한 모양이에요. 손을 흔들어 볼까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같이 있으면 함께 외톨이처럼 보일 것 같거든.
“다음 순찰지는 어디였죠?”
잽싸게 몸을 돌리려는데, 남궁윤호의 구부정하던 허리가 쭉 펴지더니 안색이 밝아졌다.
“교관님!”
‘제길. 실패했다.’
귀찮은 놈들이 따라붙고 말았다.
***
그 시각.
“향아! 어서 준비해줘!”
바깥에서 들려온 외침에, 급히 철 냄비를 흔들던 진설향이 외쳤다.
“곧 나가요!”
땀방울을 손등으로 훔치며, 화덕에서 철 냄비를 흔든 진설향이 착착 간장과 기름을 부어 넣고, 몇 개의 요리를 척척 만들어냈다.
그리고, 빠르게 그릇에 담아내며, 한쪽의 작은 종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바로 내어가면 돼요!”
그제야 바삐 움직이던 관도 하나가 달려와 접시를 받았다.
“고마워. 간신히 살았어.”
“사람 많아요?”
“미어터질 것 같아. 어, 손님이 또 들어오네.”
쏜살같이 사라지는 동료를 보며, 진설향이 한숨과 함께 어깨를 늘어트렸다.
“지치네….”
다들 축제를 즐기는데, 이런 곳에서 일을 해야 하다니, 청춘이 아까운 생각도 든다.
“아냐. 정신을 차리자, 진설향.”
품속의 푸근한 것을 더듬어 만지작거린 진설향이 콧김을 뿜으며 짝짝 두 손으로 뺨을 두들겼다.
아직 축제는 많이 남아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