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63
제65장 송년절 (4)
“다행이네요. 마음에 드신다니.”
“마침 나도 주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잘 되었구나.”
소매에서 은비녀를 꺼내 들자, 진설향의 눈이 동그래졌다.
“임무를 다녀오던 길에 구한 물건이란다.”
“비, 비싸 보이는데.”
“딱히 비싸지는 않아. 자 보겠니?”
경계를 하는 그녀의 눈앞에서 비녀의 아래쪽을 돌려 보이자, 철컥 칼날이 튀어나왔다.
“기습에 딱이지.”
심지어 독을 발라두면, 어지간한 놈들도 한 방에 골로 갈거야.
한참 동안 기능성에 대해 설파하자, 진설향의 부담감이 꽤 덜어진 것 같았다.
“이런 선물을 또 받을 수는….”
“괜찮다. 내가 좋아서 주는 거니까. 예전처럼 위급할 때 써 교관의 바램이다.”
발치를 꼼지락거리던 진설향이, 간식에 홀린 들고양이처럼 다가왔다. 경계심을 지우기 위해 한없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자니, 어느덧 정수리가 눈앞에 보였다.
“히익?”
기능성 은비녀에 시선이 빼앗긴 사이, 초운휘가 손을 뻗어 그녀의 옆 머리를 움켜쥐었다.
“교, 교관님?”
“가만히 있으렴. 익숙지 않아서 말이야.”
“…….”
머리를 말아 올리자, 흑단 같은 머리카락이 밀려나며, 붉게 물든 귀 끝이 오토카니 모습을 드러냈다.
귀밑머리 아래 자란 솜털이 몇 번이고 시선을 빼앗는다.
‘시, 심장에 좋지 않군.’
본능적으로 움직였더니, 어느새 머리를 얼싸안는 모습이 된 지라, 심장이 벌컥벌컥 과로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저도 달아 드릴게요.”
비녀를 꽂아주는 자신과 품에 안긴 것처럼 검에 수실을 달아주는 색시.
‘이건 건강에 좋지 않군.’
심장에 무리가 가는 일임은 확실하지 않을까?
손끝이 떨려 몇 번이나 비녀를 만지는 손이 미끄러졌다.
꼼지락. 꼼지락.
당황스러운 것은 진설향도 마찬가지인지, 수실을 걸고 매듭을 고치는 손길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백리 관도에게는 미안하네요.”
“뭐가 말이지?”
“오해를 사게 만들어서요.”
오해라니.
감사합니다.
“별것 아닌 일이야. 장난기 많은 녀석들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지?”
“고생까지는 아니었어요.”
어느덧 수실을 감은 손이 야무지게 매듭을 완성했다.
“그냥. 놀랐던 것뿐이에요.”
매듭을 묶고 비로소 물러서는 그녀가 샐쭉 웃어 보였다.
품 안의 온기가, 좋은 향기가 멀어지는 느낌에 허전함이 밀려왔지만.
“올 한 해 정말 감사했습니다.”
미소 지으며 웃는 그녀의 머리 위로 녹색의 불빛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솟아올랐다.
퍼-엉!
이내 녹색의 불꽃과 함께 폭발하는 폭죽에 그녀의 얼굴이 형형색색으로 아름답게 물들었다.
“정말 감사했어요.”
그 환상 같은 모습에 초운휘는 말을 잃고 말았다.
***
퍼엉!
퍼–엉!
연이어 올라오는 불꽃은 각기 붉고 푸른 빛을 터트리며 몽환적인 모습을 자아냈다.
“와아. 정말 예뻐요.”
“정말 예쁘구나.”
허공에 시선을 두고 박수를 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올해의 폭죽은 벽력문에서 만들었대요.”
“그랬니?”
“와아. 이번에는 다섯 번이나 터졌어요.”
꽃이 분화하듯, 커다란 불꽃 아래 작은 불꽃이 동심원을 그리며 연속으로 터진다.
일세의 장관이지만, 초운휘는 좀처럼 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었다.
폭죽이 터질 때마다, 각양각색으로 빛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기 바빴으니까.
펑! 퍼엉!
쉬지 않고 하늘에 울려 퍼지는 폭죽과 화려한 불꽃의 잔영.
다시 삶을 얻고 나서도 한 번도 생각조차 못 했던 호사가 아닌가.
‘다시 산 보람이 있군.’
우묵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 없는 박수를 치던 진설향의 시선과 마주쳤다.
“…….”
“…….”
간질간질한 침묵이 공간을 채웠다.
‘좋아. 지금이 기회다.’
본능적으로 한걸음 관계를 진전시킬 때라 생각하며 입술을 달싹일 때였다.
쉬이이이익!
거센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 몹시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
순식간에 간질간질한 감정이 사라지고, 요란한 경고성이 뇌리에 경종을 울려댔다.
파파파파팍!
허공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작은 소녀였다.
“교관님 포착!”
앙칼진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다음에 이어진 것은 엄청난 기세로 육박해오는 거대한 존재감이었다.
‘백리설?’
잘은 모르지만, 이곳에 백리설이 난입하면 최악의 전개로 흐를 것 같은 직감이 든다.
‘빌어먹을 부유비공!’
바람을 타듯 날쌔게 움직이는 저것을 먼저 떨어트려야 한다.
“헤헤. 다른 분들이 오셨네요.”
아니야.
“참. 교관님도 다른 분들을 기다리고 계셨던 거죠?”
아니야, 아니라고!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멀어지지 마!
“송년절에 함께 불꽃놀이를 보면, 오랫동안 좋은 인연이 될 수 있다고 들었어요!”
들었다면, 살려줘!
나를 두고 떠나가지 말아줘!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정신없이 움직이던 생명체가 등 뒤를 습격하는 것이 먼저였다.
퍼억!
신법의 가속도를 더한, 작은 머리통이 등판을 찍어왔다.
“커헉!”
감정 섞인 박치기에 철푸덕 허물어지자, 잽싸게 모용소혜가 등에 올라탔다.
“언니! 교관님을 잡았어요!”
파파파파팟!
한층 더 저돌맹진의 기세로 백리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백리 관도네요. 호호. 그럼 방해꾼은 빠져줄게요.”
혀를 작게 내밀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녀를 향해 손을 허우적거렸지만.
“체포 완료!”
못된 흉악한 날다람쥐가 뒤에서 찍어누르는 가운데.
후웅!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혜성처럼 나타난 존재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교… 관… 니이임.”
입꼬리는 웃고 있는데, 눈이 무섭다. 동공이 한없이 작아진 채,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은 두렵기까지 할 정도였다.
“아이참. 어디 계셨던 거예요? 어서 가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고요.”
나, 나는.
“어렵게 자리를 잡았는데 돌아오지 않으셔서 걱정했답니다?”
안돼. 이곳에 내 꿈이 있어! 미래가 있다고!
억지로 일으키며, 한쪽을 쏘아보던 백리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어서 가요.”
어쩐지 몸을 일으키고, 끌고 가는 손에서 굉장한 힘이 느껴졌다.
질질질질.
결국 두 발로 밭고랑을 패며 끌려가는 것으로 작은 밀회는 끝을 내고 말았다.
***
펑- 퍼엉!
대연무장까지 끌려간 곳에는 돗자리까지 펴두고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다.
“어머. 이제 오신 거예요?”
“…….”
시무룩하게 고개만 끄덕이자, 양쪽에서 엄청난 힘이 어깨를 눌러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 곧 대폭죽이 터질 거예요.”
대폭죽?
“불꽃놀이의 끝을 장식할 비장의 불꽃이랍니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데, 등줄기에 한기가 이는 것은 왜일까?
“초 교관님께서는 무슨 일로 이렇게 바쁘실까 모르겠네요.”
언제나 온화하던 여매홍의 눈빛이 폐부를 찌를 듯이 다가왔다.
“오. 이제 시작입니다.”
“대폭죽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군요.”
휘오오오- 퍼엉!
대(大) 폭죽이라는 이름답게 훨씬 더 높게 날아, 폭발하는 불꽃은 실로 아름답기 짝이 없었다.
펑. 펑. 펑. 펑.
작은 동심원 주위에 작은 불꽃들이 쉬지 않고 폭발하며 흰빛을 뿌려 댔다.
실로 기념비로 삼을 만한 멋진 장관이었다.
“그런데요, 교관님.”
곁에서 어깨를 누르던 힘이 사라지고 백리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진 관도가 못 보던 것을 하고 있던데요?”
“…….”
“교관님께서 주신 건가요?”
묵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라며 주장하려 했지만, 옆얼굴을 찌르는 눈빛이 따가워 선뜻 시선을 마주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흐응, 선물이라고요?”
아뿔싸. 여매홍을 깜박했네.
“짠돌이 초 교관님이 선물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네요.”
“교관님. 이건 차별이에요! 사랑하는 조교에 대한 배신이라고요!”
백리설이 크앙 화를 냈다.
“배신이에요! 교관님은 배신자라구요!”
기세를 타, 매도할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모용소혜도 배신을 연호했다.
‘죽겠네.’
지친 기색으로 혀를 빼물자, 모처럼의 기회를 포착한 제갈탄이 눈을 빛냈다.
“맞습니다! 배신입니다!”
“탄. 무슨 일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배신을 외칠 때야.”
퍽퍽.
물론 금방 잠잠해졌지만.
“히잉-. 너무 서운해요.”
콧소리를 내며 칭얼거리는 백리설에 초운휘가 한숨을 푹 쉬며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자, 선물.”
“뭔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엎드려 절받기식으로 받고 싶은 것은.”
요구사항이 많기도 하지.
혀를 차며 주머니를 끌러 안쪽을 보여주자, 백리설의 표정이 일변했다.
“세공사에게 이름을 새겨 달라고 했으니, 혼동하지 말고 골라잡아.”
목걸이는 여매홍에게.
“어머. 예쁜 목걸이네요.”
반지는 백리설에게 주었다.
“윤호는 탄이 놈을 끌고 이리 와라.”
“저희 것도 있습니까?”
“물론이지.”
난 무척 공평하고 관대한 사람이거든.
척척 물건을 나눠주고 있는데, 유일하게 한 사람, 선물을 받아들고 쓴 약을 들이킨 표정을 하는 이가 있었다.
“교관님. 교관님.”
“왜?”
“어째서 제 것만 장신구가 아닌 거죠?”
“특별히 정성을 담아 골라봤어.”
가장 묵직한 강철 수투를 꺼내든 초운휘가 설명했다.
“수갑구라고 하는 거다. 손가락을 넣고, 주먹을 쥐면, 딱 손에 들어오지?”
주먹을 쥐자, 권두에 딱 징이 박힌 멋진 철판이 자리를 잡는다.
“이대로 상대의 볼따구나 이마를 후려치면 멋진 박쥐 그림을 새겨줄 수 있지.”
“…어째서 장신구가 아닌 거예요?”
“잘 봐. 손가락을 살짝 오므리면?”
철컥!
철판 위로 징이 바늘처럼 솟아올랐다. 쇠로 된 고슴도치처럼 생긴 모습이 실로 멋지다.
“박쥐 그림을 찍어준 다음, 피로 도장까지 찍어줄 수 있어.”
“교관님! 바보! 악당! 이런 것을 대체 뭣에 쓰라는 거예요?”
“메마른 세상에 유일한 낙이 될지도 모르지.”
“안 될 거예요! 저를 뭐라고 생각하는 것예욧! 으앙!”
밀회를 방해한 날다람쥐가 울음을 터트리자, 보복을 한 것 같아 조금 마음이 풀렸다.
“왜 자꾸. 소혜를 놀리는 거예요?”
“초 교관님. 때찌.”
양쪽에서 한 대씩 얻어맞아 다시 우울해졌지만.
“슬슬 마지막 폭죽이 올라옵니다.”
남궁윤호의 외침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함께 하늘을 올려보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오-!
지금까지 보던 불꽃은 장난처럼 느껴질 만큼 커다란 불꽃이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펑! 펑펑!
붉고 푸른 빛을 내며 은하수 같은 불씨를 밤하늘에 수놓는다.
한순간 천지의 어둠을 밀어내는 강렬한 불꽃에 대연무장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펑! 펑! 펑! 펑!
한 해의 마지막을 암시하듯 힘을 다해 불 뿜는 형형색색의 불꽃들.
흡사 별이 명멸하는 듯하지 않은가.
“불꽃놀이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광경만으로도 다시 살아난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닐까?
약간 감상적이 되어 구경을 하는 사이, 마지막 불꽃이 요란하게 터졌다.
마지막 불꽃은 모든 악운과 재액을 모두 밀어내려는 듯, 신무학관의 어둠을 태양처럼 밝혔다.
후두두둑-.
마지막 불꽃마저 지고, 다시 어둠이 찾아왔을 때.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누군가 외치는 소리를 시작으로, 모두가 한해의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또 새로운 한 해의 인연을 약속했다.
송년절이 끝나는 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