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296
제73장 피의 단합회 (2)
첫 수업의 시작.
검술에 능통한 교관들이 대(大) 연무장 한구석에 모였다.
오늘은 새로운 신입 관도들의 실력을 점검하는 단체 훈련의 날.
하나라도 더 재능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교관들이 눈에 불을 밝히는 가운데.
“능 교관. 자네가 훈련을 조율해 주게.”
상급 교관 장철심이 능풍운에 지휘봉을 넘겼다.
“네, 빈틈없이 진행하겠습니다.”
단단하게 대꾸한 능풍운이 연단에 올라 일갈성을 내질렀다.
“모두 주목!”
쩌렁쩌렁.
공력이 담긴 목소리에 첫 훈련에 어수선하던 관도들의 입이 일제히 합죽이가 되었다.
자신을 향하는 수백 쌍의 눈빛을 마주하며 능풍운이 재차 외쳤다.
“오늘 훈련을 주관하게 된 능풍운이라고 한다.”
소개가 이어지자, 다시 관도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매화질풍검이야.”
“엄청 유명한 분이잖아. 저런 분이 우리를 가르친다고?”
“은천관은 대단하구나. 동천관과는 비교도 안 돼.”
들뜬 함성이 딱 요람을 벗어난 아이들 같다.
“화산일검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최연소 매화검수라던가? 당분간 목표가 생겼군.”
개중에 좀 나이가 찬 특채 관도들도 몸가짐을 바로 하며 몸을 세운다.
과연 후일 무림맹주로 추대될 화산검존의 통솔력이다.
“앞으로 열흘 간. 너희들은 교관들의 자율지도를 받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수련을 넘어, 한해를 함께할 교관을, 관도를 찾는 중요한 기회다.”
“모두 전력으로 임하고, 전력으로 교관을 살펴라.”
“우리 또한 마찬가지일 테니.”
짧고 굵게 훈련을 설명하고는 능풍운이 지휘봉을 들어 쿵 바닥을 찍는다.
웅웅웅웅.
연단을 울리는 강력한 기파와 함께.
“알겠나!”
엄중한 고함이 뒤따르자.
“네엣!”
대연무장의 모든 관도들이 일제히 차렷 자세를 하며 목청을 높인다.
“그럼 위치로!”
“위치로!”
펄럭. 펄럭.
깃발이 흔들리며 관도들이 오와 열을 맞춰 벌려 서기 시작했다.
***
‘아, 귀찮네.’
다들 담당 관도를 찾아 우르르 앞서 나가는 가운데, 초운휘만은 뒤에 쳐진 채 게으른 소처럼 미적미적 발걸음을 옮겼다.
‘저 인간. 계속 째려보네.’
어서 빨리 움직이라며 노려보는 장철심의 시선에 어쩔 수 없이 흐느적거리며 나아가고 있자니.
곁에 누군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안녕하시오?”
인사를 건네오는 이.
“관철이오. 그쪽은?”
“초운휘.”
“하하. 초 교관이었군.”
호선을 그리는 눈가 너머의 눈빛은 혼돈처럼 새까맣다.
‘어설픈 놈은 아닌 모양이군.’
눈빛에 담긴 강렬한 경륜과 호승심을 읽은 초운휘의 생각이었다.
“다들 관도를 선점하기 위해 앞서 나가는데 이렇게 뒤처져 있어도 되는 거요?”
“냅둬. 난 이미 잡아둔 물고기가 있으니까.”
“굉장한 자신감이로군. 참으로 부러운 일이요.”
“이봐.”
귀찮게 말을 거는 인사에, 초운휘가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관 내에서는 내가 선배야. 존댓말 정도는 붙이는 것이 어때?”
“후후. 부평초처럼 떠돌며 살아 그런지, 예법이 다소 궁색하다오. 이해해 주시오.”
“그런 것치고는 상급 교관에게는 잘도 굽신거리더만.”
“후후.”
뭔가 자존심을 긁은 것일까?
호의를 가장한 목소리가 사라지고, 한껏 얕보는 기색이 돌아왔다.
“사실 내가 강호를 떠돌며 나름대로 원칙이 생겨서 말이오. 인정할 만한 이가 아니고는 쉽게 말을 높이지 않소.”
“X 같은 습관이네. 그 안목으로 험한 강호에서 잘도 살아남았네?”
“이것 참. 이런 곳에서 나에게 그따위 언사를 내뱉을 이를 만날 줄은 몰랐거늘.”
꽤 기분이 상했는지 한층 더 적의가 날아왔다.
“평화로운 학관에 살아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건가? 혹여 강호에 나갈 생각이라면 배배 꼬인 언사부터 고치는 것이 좋을 거다.”
“냅둬. 알아서 잘 살 테니까.”
“…듣던 것 이상으로 괴팍한 인사로군.”
툭 어깨를 치며 앞서간 관철이 돌아보며 이죽거렸다.
“어디 얼마나 잘난 분인지 봅시다.”
‘저 새끼가.’
달려가 날라차기를 해주고 싶었지만, 다시 장철심의 매서운 눈빛이 날아오는지라 관두고 말았다.
어째 시작부터 좋지 않다.
***
관도들에 다가갔을 때는, 앞서간 이들이 빠르게 관도들 사이를 누비고 있었다.
각자 자세를 교정해주고, 빠짐없이 조언을 늘어놓는 것이 하나라도 더 재능 있는 관도를 확보하려 필사적이었다.
‘담당 관도가 많을수록 옥석을 골라내기는 좋으니까.’
하지만 자신만은 열외.
‘흐흐. 내 실적나무들이 잘 있나 볼까?’
우선은 남궁윤호.
혼자 훤칠한 키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벌써 날파리가 꼬여 있네.’
묵묵히 검을 놀리는 녀석에게 교관 몇이 다가가 열띤 구애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어떻게든 꼬드겨 자신의 담당 관도로 만들려는 술책인 것 같지만.
‘남궁이 놈이 넘어갈 리 없지.’
끄떡도 않는 모습에 낙심해 물러나는 교관들 구경하는 것이 꽤 쏠쏠하다.
‘반면에 제갈탄은 걱정이야.’
다가와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 교관들에 제갈탄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한 교관이 소곤거렸을 때는 화색마저 도는 모습이, 탈출을 눈앞에 둔 양식 물고기 같았다.
‘팍 씨.’
인상을 쓰며 노려보자, 시선을 마주한 제갈탄이 바로 허옇게 질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어디서 잡은 물고기가 도망을 치려고 해.’
간단히 실적나무를 방어한 채로 어슬렁거리고 있자니.
“…저.”
한 관도가 말을 걸어왔다.
“응 왜?”
아직 앳된 기색이 남은 어린 관도였는데, 우물쭈물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 낯을 좀 가리는 아이가 아닐까?
“뭐냐?”
“…저 신무검법을 펼치는데,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서.”
“다른 교관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그게. 다들 이쪽은 오지 않으셔서.”
‘그러고 보니.’
먼저 움직인 교관들은 이미 검증된 녀석들에게 먼저 접근하고 있다.
‘검증된 놈들부터 목줄을 채우려는 건가?’
나름 괜찮은 전략이지만, 이래서야 갓 동천관에서 올라온 아이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지.
“후. 한번 펼쳐봐.”
“네, 넵.”
눈에 힘을 주고 앙증맞은 손으로 착착 검법을 펼친다.
검 끝에 담은 것은 단순하기 짝이 없는 신무검법 삼 초식.
그럼에도 입을 꾹 다물고 열심히 초식을 전개하는 모습이 진지한 점은 높이 사야지.
초운휘가 쩍 하품을 했다.
“…저, 많이 부족한가요?”
“괜찮네, 뭘.”
“하지만 이 초식에서 삼 초식으로 넘어갈 때 뭔가 이질적인 기분이 들어서.”
“네 문제가 아니다. 동천관의 돌바닥과 다른 모랫바닥에서 펼치는 탓에 생긴 차이야. 발끝을 조금 사선으로 틀어봐.”
“사선으로요?”
“그래. 발가락으로 모래를 움켜쥐는 듯하게 균형을 조정해서.”
발끝으로 툭툭 정강이를 차 자세를 교정해주자, 관도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훨씬 자연스러워졌어요. 감사합니다.”
“뭘, 이런 것을 가지고.”
적당히 몇 가지 조언을 던져주자, 한층 더 신이나 검법을 펼친다.
이것을 보았는지 다른 관도들도 하나둘 손을 들어왔다.
“저도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지도 부탁드립니다.”
열렬한 반응에 초운휘는 시무룩해졌다.
‘귀찮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느릿느릿 움직여 자세를 교정해주었다.
“인마. 검을 너무 꽉 쥐었잖아. 그래서야 힘에 휘둘리지.”
“무리해서 공력을 담지 마. 딱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면 족하다.”
“아. 그건 말야.”
귀찮은 기색을 잔뜩 달고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자, 관도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아, 부담스럽게.’
괜히 시작했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욕을 하고 있을 때였다.
“큭큭. 그렇게 하는 것 아닌데.”
이죽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얄상하게 생긴 관철이 얇은 입술을 한껏 비틀어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쉐기는 또 왜 시비야?’
마주 노려봐주자 그가 양손을 들어 보였다.
“아, 혼자 한 말인데 들렸던 모양이군.”
‘…안 들릴 리가 있나.’
“자네가 가르치는 방식이 너무 고루해서 말이지. 실전에서 영 써먹지 못할 만큼 말이야.”
순간 좌주의 관도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참. 자네가 그 유명한 운수대통검인가? 신무학관의 교관 중에 손 쓸 수 없는 광인이 하나 있다던데, 설마 자네는 아니지?”
이 말이 정곡이었다.
“도, 동천관의 광인?”
“작년에 전설로 남은 기인이 있다고 하던데.”
“기억났어. 맞아. 저 사람이야.”
어느새 초롱초롱한 눈빛들은 사라지고, 두려움에 시선을 돌리는 녀석들만 생겨났다.
‘이 쉐기가?’
순식간에 반전된 분위기에 초운휘가 미간을 꿈틀거렸다.
“시비 거는 거야?”
“아니라면 미안하군. 재미난 이야기를 들어 궁금해 물어본 것뿐이니까.”
“…….”
“너무 성내지 말게. 장난을 조금 친 것뿐인데, 정색하고 달려들면 내가 무안하지 않은가?”
얄밉게 웃은 녀석이, 돌아섰다.
휑한 등판이 딱 날아가 발차기를 날리면 좋을 것 같았지만.
‘빌어먹을 상급 교관.’
유독 이쪽을 주시하는 눈빛에 마음을 접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가운데, 관철은 관도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세를 교정해주며 환심을 사기 시작했다.
“자. 자. 실전에서의 검법이란 어느 때든 반응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좋아. 그렇지. 균형을 잃지 말고, 정확히 펼쳐내는 거다.”
“호오. 좋아. 바로 적응하는 것을 보니, 꽤 자질이 있구나.”
‘심지어 그럭저럭 잘하는 것 같아 배알이 더 꼴리네.’
“교관님! 저도!”
“저도 좀 봐주십시오!”
정성스러운 지도에 관도들이 열렬하게 그의 이름을 불러댔다.
“하하. 걱정 마라. 하나하나 빠짐없이 봐줄 테니.”
휑-.
곁에 남은 이들이 하나도 없게 되자, 귀찮은 아이들은 없어졌지만, 무척이나 기분이 불쾌해졌다.
‘하, 내가 참는다.’
이래 봬도 이 년 차 교관.
‘어린 애송이의 도발에 넘어가 줄 수 없지.’
대신 기억해두었다가 나중에 꼭 쥐어박아 줘야지.
***
수업이 끝나고, 교관실에 돌아오자, 금정과 여매홍이 어두운 얼굴로 돌아왔다.
“두 분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능풍운의 질문에 여매홍이 입술을 우물거렸다.
그녀를 대신해 금정이 말을 받았다.
“능 교관님 쪽은 별일 없었나요?”
“별일이라고 하시면.”
“묘하게 새로 오신 교관 분들과 불편한 기싸움이 벌어졌어요.”
“…알만하군요.”
그제야 여매홍도 우울하게 입을 열었다.
“제 지도가 눈에 차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굳이 관도들 앞에서 면박을 줄 필요는 없었는데. 흐흑.”
열혈 교관 여매홍이 눈물을 글썽거리는 모습에 초운휘가 잇소리를 냈다.
“면박을 주었다고요?”
흐느끼는 여매홍을 대신해 금정이 대답했다.
“나름 열심히 지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대뜸 끼어들어서는 ‘실전에서 써먹을 수 없다’라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습니까?”
“관도들 앞에서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으득. 이를 갈아붙이자, 눈물을 떨군 여매홍이 다시 우물거린다.
“제가 부족한 탓이겠죠. 새로운 분들의 지도가 더 뛰어나기도 하고.”
“…….”
“더 노력을 해야겠어요. 관도들에게 부족한 교관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열혈 교관 여매홍은 나름대로 열의를 다지는 것으로 극복하려는 모양이었지만.
‘기분 X 같네.’
초운휘는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사건이 터졌다.
시작은 바로 도법 연무장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