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10
제96장 화산파로 가는 길 위에서 (2)
사문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 이해가 갔다.
어째서 이야기를 쉽사리 꺼내지 않았는지도 말이다.
“사문 내 최강의 무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섣불리 손을 대 개량하려 한다라.”
완전히 기가 막히는 일이다.
수백 년 동안 내려져 온 무학의 깊이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간단히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현 화산파에 자하신공을 제대로 이해하고, 개량할 실력을 가진 인간이 있을 리가 있나.”
기억하는 결과를 생각해봐도 그렇다. 제대로 된 계량을 했다면 망천회에 그토록 빠르게 무너지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외부에서 들어온 빈객들이라는 점.
거기에 문주 또한 자신의 자식에게 다음 대의 문주위를 전해주기 위해서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점도 치명적이었다.
사고가 급진전되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은 같은데,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모르겠네.”
이럴 때는 강호의 기억에 얄팍한 것이 아쉽다.
자신이 강호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지금보다 수년은 흐른 이후의 일이니까.
“일단 장문인도 달랐어. 현 장문인의 나이는 젊은 축인 데, 뭔가 일이라도 생겼나?”
기존 도문의 맥을 이어가던 이들이 하극상이라도 일으키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문파 내 갈등이 위험 수준이라고 하지만, 매화검수의 수장이 되어 죽음의 위기를 느낄 수가 있을까?”
아무리 눈 밖에 난 인간이라도 매화검수의 수장이다. 과거의 일로 처벌을 하는 것도 창피하기 짝이 없는 일인데다, 딱히 명분도 없다.
무엇보다.
“천마는 대체 왜 화산파를 접선 장소로 잡은 거야?”
단순한 알력 싸움이 아니다.
알력 싸움 때문에 뭔가 중요한 것이 묻혀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단야를 불러야겠군.”
***
화산의 거룩한 기암괴석을 거슬러 오르면, 검을 거꾸로 박아 넣은 것 같은 가장 높은 봉우리 아래 찬란하게 빛나는 지붕의 전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중에 가장 가운데는, 붉은빛 기와를 얹은 전각이 한 채 있었는데.
이곳이 바로 취운궁.
화산파의 대소사를 논하는 문파의 심장이었다.
지금 이곳에서는 거센 노성이 오가고 있었다.
“장문인!”
찢어지는 듯한 비통한 고성을 지르는 것은, 품이 넓은 도사복을 입은 노도인 무리였다.
그들은 나란히 꿇어앉은 채, 언제나 몸처럼 여기는 불진을 뉘 운 채 노성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가장 앞선 이의 통곡에, 함께 무릎을 꿇고 있던 도인 이십여 명이 일제히 땅에 머리를 찍었다.
“부디 뜻을 거두어 주십시오!”
쿵쿵!
머리를 찍는 노도사들의 옷차림과 달리 상석에 앉아 있는 이들은 붉은빛 무복을 입었다.
한쪽에 검을 기대 세워놓은 그들은 하나같이 마뜩잖은 얼굴로 곡을 이어가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개중에 한 명.
가장 높은 자리에 좌정하고 앉은 중년인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노도인들이 말을 받았다.
“무공수련도 좋지만, 문파의 기둥이나 다름이 없는 도가의 수업이 소홀하기 짝이 없습니다.”
“장문인께서는 정녕 이 화산을 도검을 휘두르는 무부의 문파로 만드실 작정이십니까?”
일부는 현재의 변화가 가혹함을 고했고.
“힘을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쓰는 일입니다.”
“재물이 늘어나는 것을 마땅히 경계하고, 속세에 물듦을 저어해야 합니다.”
더러는 제자들의 규율을 설파했다.
도사복을 입은 이들은 원래부터 화산의 인근에서 도를 닦던 이들로, 대대로 옛 선인들의 뜻을 이오던 자들이었다.
그러나, 현재 화산파 무림명부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은.
혹자들이 무학자(武學者)라 부르는 이들이었다.
무공을 스스로 펼치기보다, 논리로 익히는 이들로, 화산파라는 기둥을 받히는 여러 버팀목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그들의 높아지는 언성에 팔짱을 끼고 있던 한 중년인이 반응했다.
“그래서. 종리매. 그대들의 말은. 장문인의 결정이 잘못되었단 말이오?”
한때 매화삼존 중 일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검객 종학의 일침에 종리매라 불린 노인이 머리를 다시 찍었다.
“잘못된 것이 아니라, 너무 소홀한 것이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 말이 그 말이지!”
종학이 왈칵 성을 냈다.
“재물을 멀리하라고 하였나? 그럼 누가 제자들의 옷을 사고, 먹일 것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속세를 멀리하라고 하였나? 속세와 동떨어져 고고하게 살다가 우리가 받은 치욕은 잊었는가!”
“…….”
“도경을 익히는 것은 좋다! 하지만, 힘이 없는 말뿐인 가르침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을 어찌 모르나!”
준엄한 외침에 무복을 입은 제자들이 고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을 받은 노도사들은 얼굴이 벌게졌지만, 쉽사리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녕!”
재차 고함이 터지려는 순간.
“그만하게.”
나직한 목소리가 장내를 갈랐다.
“장문인. 듣고 있자니 허황된 소리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그만하게. 본문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분들이 아닌가.”
나지막하지만 준엄한 장문인의 한 마디에 무복을 입은 도사들의 눈빛에 아쉬움이 감돌았다.
‘오늘도 이러시는군. 가끔은 따끔한 질책을 하셔도 좋을 텐데.’
‘대체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지.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군.’
‘후. 답답한 사람들 같으니.’
좌중의 한결같은 마음에도 아랑곳 않고 장문인 운계명이 손을 내저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들 가게.”
“장문인….”
노성에 취운궁에서 통곡하던 무학자들이 일제히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상석 아래 자리하고 있는 일곱 명의 무자.
화산칠검 중 한 사람이 역정을 내었다.
“장문인. 언제까지 무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실 생각이십니까?”
“좁쌀 한 톨 벌어오지 못하고 밥만 축내는 자들이 도를 넘어섰습니다.”
한가지로 제자들도 동조하고 나서자, 종학은 손사래를 쳤다.
“그만하게. 오늘은 피곤하니.”
이야기를 끝으로 종학이 눈짓하자, 취운궁 앞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장문인. 외유를 나갔던 제자들이 돌아왔습니다.”
***
‘오늘도 실패로군.’
복도를 빠져나가는 노도사들의 어깨는 패잔병과 같았다.
“허어. 어찌 이리 편협하신지.”
“아무래도 자주 찾아와 부탁을 드려야 할 것 같네.”
“맞아. 장문인의 어지러움을 바로 잡는 것이 우리 같은 빈객들의 역할이 아닌가?”
떠들며 움직이는 그들을 보는 종리매의 눈빛은 무거웠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 지치기도 했지만, 그는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사실 그도 알고 있었다.
무학자라고 불릴 뿐, 무림문파가 되어 버린 화산파에 자신들이 있을 자리는 남아 있지 않다고.
고민하던 그의 곁으로 복귀한 이대 제자들이 자신만만한 기세로 스쳐 가고 있었다.
문득 그들이 가지고 온 상자에 눈길이 갔다.
꽤 묵직한지 제자 둘이 작은 받침대를 함께 잡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철그럭 거리는 소리가 영롱하게 들리고 있었다.
“멈춰보게. 그건 뭔가?”
“아. 종리 노사.”
이대 제자인 청년이 어깨를 으쓱였다.
“외행에 다녀온 제자들이 받은 사례금입니다. 크게 치하하며 여 대인께서 챙겨주셨습니다.”
“그런가?”
“바빠서 그럼, 이만.”
이내 다시 움직이는 그들을 보며 노도사들이 한탄을 쏟아 내었다.
“제자들을 시켜 재물을 벌어오게 하다니. 이 어찌 가능한 일인가?”
“후우. 답답하군. 도문에 필요한 것은 재물이 아닐진대.”
투덜대는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종리매는 입을 꾹 닫고 우물거리다 몸을 돌렸다.
불쾌한 기분을 풀풀 풍기며.
***
여정은 편안하게 이어졌다.
애초에 화산파에 가는 일정이 빡빡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잘 닦인 관도를 지나갈 뿐이니 느슨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래도 벌서 이만큼이나 왔네요.”
나흘 내내 이어진 여행에 조금 지루함이 느껴질 때 즈음.
콩콩.
잘 가던 마차가 멈춰서더니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의아해 문을 열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취걸개 어르신!”
“껄껄껄껄. 잘 있었는가?”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어쩐 일이긴. 앞으로 매화검수의 수장이 되어 훠이 날아갈 잘난 인간 얼굴 보러 왔지.”
개방의 장로이자, 협사로 이름난 그의 등장에 금정은 반가워했고, 여매홍은 황송해했다.
“다들 어여쁘기 짝이 없는 이들만 모였구나. 혹시 노린 건가?”
“하하. 들켰군요.”
넉살 좋게 받아치는 능풍운을 향하던 호감 섞인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더니 일그러진다.
“딱 한 사람 빼고.”
“왜 저만 그러십니까?”
“자네는 놀리는 맛이 있거든.”
“들어오는 것은 좋은데, 좀 씻고 다니시면 안 됩니까? 마차는 환기가 잘 안 된다고요.”
“이눔아. 거지가 씻고 다녀서야 어디 거지 노릇 하겠느냐? 구걸 통을 반도 못 채울 것이다.”
“잘 씻은 거지를 보고 신기해서 한 푼 더 던져줄지 누가 압니까?”
“일없다. 이눔아. 껄껄.”
신나서 웃는 취걸개를 보며, 초운휘가 슬쩍 자리를 옮겼다.
독고율에게 들어 그가 왜 왔는지 대략 짐작한 것이다.
“어허. 좋은 마차에 타니 엉덩이가 편하구나.”
너스레를 떤 취걸개가 잠깐의 환담 끝에 지나가듯 입을 열었다.
“능풍운. 아 참. 능 교관이지. 아직 까지는.”
“호칭이야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끌끌. 그러게 말이야. 고 옆에 있는 인간과 달리 꽤 말재간이 예쁘단 말이지.”
“전 왜 자꾸 찌릅니까?”
“야. 이 자슥아. 내가 사천에 가는 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감사하다는 이야기도 없어?”
아무래도 취걸개는 자신이 개방도까지 붙여주는 성의를 보였는데, 돌아와서 아는 체도 안 하니 삐진 모양이었다.
“에이. 사람이 바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죠.”
“쯧쯧. 말은 잘하지.”
힐난의 시선을 거둔 그가 능풍운에게 되물었다.
“심심한 차에 거지의 말 상대라도 해다오. 이 뺀질뺀질한 녀석은 영 못 써먹겠으니.”
“제가 감히 어르신의 상대가 될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 벽을 뛰어넘은 것 같으니, 너무 겸손해할 것 없다.”
개방의 장로 아니랄까 봐 그를 손바닥 보듯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아직도 매화검법에서 막히는 부분이 있는 건가?”
“무공은 언제나 벽을 마주하는 일상입니다.”
“후후. 가끔은 땅에서 버부적거리지 말고, 한번 높게 날아서 관망해보게.”
“높이 날아서…, 말입니까?”
“바닥을 구르는 거지가 말년에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어. 아무리 용써봐야 넓은 세상 속에 살아가는 만조억생 속에 티끌 같은 존재라는 사실이지.”
“…티끌 같은 존재.”
“개를 잡는 비법은 알려줄 수 없어. 개방의 비기니까.”
타구봉법(打狗棒法).
무공을 익히는 이들이 이 말에 담긴 진의를 어찌 모르겠나.
“허나. 거지가 되어 하늘을 노니는 용을 가두는 술수는 살짝 알려줄 수 있지. 초식은 어렵지만, 백인백색의 무공이라, 익히는 이마다 전부 투로가 다르거든. 뭐, 늙은이의 주제넘은 헛소리라 넘겨 들어도 되고.”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항룡십팔장. 그 무학을 익히며 깨달은 바를 전한다는데, 검을 찬 이가 어찌 거절할 수 있을까?
강호의 선배가 아낌없이 내려주는 고절한 가르침이다.
“뿌헐. 좋아. 그럼 늙은이가 아는 만큼만 알려주지.”
비록 구결이 없이 심득만 전달한다지만,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
취걸개는 시작이었다.
지나치는 마을에 이름난 명숙이라던가, 혹은 상급교관들이 차례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적당히 할 수 있는 말만 하고 자리를 뜬다.
“하아.”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벽을 깰 단초를 얻을 수 있는 존귀한 기회.
“능 교관님 덕분에 이런 기연을 얻네요.”
“고맙습니다. 능 교관님.”
금정과 여매홍도 이것이 얼마나 값진 기회인지 알고 있었기에 하나도 빠짐없이 들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나타난 것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사람이었으니.
“다음은 나로군.”
복마신니와.
“여행은 쾌적한가?”
무려 독안신검 독고율이었다.
이번에는 초운휘도 놀랐다.
‘이 녀석이 왜 이러지?’
정파의 기대주 따위에게 줄 것은 자신의 칼밖에 없다는 녀석이 무리를 나눠주러 온 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리가 좁으니 자네가 비켜줄 수 있겠나?”
[주군.]하지만, 그가 치를 떨고 싫어하면서도 이곳에 온 이유가 있었다.
[속하가 이 늙은 여우와 애송이들을 최대한 잡아둘 테니,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설마?’
문을 열고 나간 곳에는.
“어머. 초 교관님.”
색시가 자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