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92
제113장 누가 더 흑막에 걸맞은지 겨뤄보지 (2)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하오문의 정보망이었다.
사막살수들과 협력해 어엿한 강호 최고의 정보 조직이 된 하오문의 첩자들이 일제히,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 소식을 물어왔다.
“루주님. 여양에 숨어있던 적도들을 발견했습니다.”
“강서 땅에 흩어져 있던 자들이 모여, 진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철무혼의 감시를 피해, 이탈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숨어있던 역도들로 추정됩니다.”
망천회는 무림맹과 철사련 모두에게 공적으로 지목되며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상당한 전력이 살아남아 있었다.
“이래야. 내가 아는 망천회지. 쉽게 죽어줘서는 서운할 뻔했어.”
회를 상대할 때는 방심이라고는 하지 않았기에, 놈들이 움직이는 즉시 하오문의 첩자들이 따라붙었다.
“최대한 멀리서 놈들을 주시해. 작은 줄기를 모두 파악할 필요는 없어. 큰 줄기만 파악하는 것으로 충분하거든. 모든 잔챙이들은 사도에게 이어질 테니까.”
“네, 명심할게요.”
한층 전략가로서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요란은 각지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을 취합하고, 정리하며 요약하는데 탁월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각지에 심어둔 첩자들이 가져오는 소식들은 과거에 비할 바가 없었다.
고작 수일이 지났을 뿐인데, 그녀의 집무실에는 방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모형이 만들어졌다.
강호 전도를 그대로 본떠 만든 모형이었는데, 강도 있고, 산도 있고, 물도 흐른다.
오하잠도가 그녀의 지시에 따라, 망천회가 있는 곳에 흑돌을 올려 두었다.
“거대한 강호를 본뜬 모형에 직접 돌을 올려 두니, 한눈에 흐름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런 것을 만들 줄은 생각 못 했어요. 대단하세요, 상공.”
“뭐, 학관의 현장학습장을 본뜬 것이야. 확실히 글자로 보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보니 이해가 편하지?”
“정말 그래요.”
지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주안상에 앉아 초운휘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허.”
스르르 함자에서 날아올라 제 자리를 찾아가는 수천 개의 흑돌을 보며 오하점도의 감탄이 깊어졌다.
이내, 흑돌이 모두 자리에 놓였을 때, 지도를 내려다보던 요란이 탄성을 내질렀다.
“아. 흩어진 이들이 끊임없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네요. 마치 군집을 이룬 것 같아요.”
“그대의 말대로야.”
수일간 새롭게 나타난, 혹은 움직이는 망천회 잔당들의 움직임은 여왕벌을 쫓아 무리를 이룬 꿀벌들처럼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숭산.”
숨어 움직이거나, 길을 바꾸어 교란을 해보지만, 결국 놈들은 숭산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호호. 상공께서 이렇게 땅강아지를 내려다보는 천신처럼 자신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을 줄 그들은 알까요?”
“알 수 없는 일이지. 하지만, 천마 영감의 말을 생각하면, 일사도는 짐작 정도는 할 역량이 될 거야.”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를 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최대한 남은 전력을 한 점에 집중해, 송곳처럼 적을 꿰뚫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야.”
“정말 회의 모든 전력이 모인다면, 엄청난 피해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말이지. 놈들이 과연 뜻대로 한곳에 모일 수 있을까?”
아무리 은밀하고 용의주도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이미 전략이 간파된 상황이라면 놈들은 그저 물어뜯기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가재가 숨어있는 곳을 알았다면, 이제 사냥을 해야지.”
소매를 흔들어 요란에게 명했다.
“오하잠도. 백돌을 움직일 때다.”
그리고, 가장 먼저 움직일 아군, 백돌의 주인은.
– 십만대산 천마신교.
혈서생 진세현.
암혼흑풍사 최고의 두뇌가 놓아줄 것이다.
***
푸드득.
전서를 묶은 천리응이 십만대산에 내려앉았을 때, 이미 진세현은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후후. 이제 제가 나설 차례로군요.”
지금까지 십만대산에서 천하를 상대로 수를 두고 있던 진세현은 너른 소매를 떨치며, 일어섰다.
그가 나서자, 천마전의 옥좌에 비스듬히 앉아있던 천마신교 교주 갈중혁이 입꼬리를 달싹였다.
“이제야 움직이는 건가?”
그의 말에 옥좌 아래 시립하고 있던 호법들이 일제히 눈을 빛냈다.
일호법 뇌정마군 귀악.
이호법 사해악마 방막.
삼호법 적미요군 진하영.
사호법 소면마군 맹성.
그리고.
“사부님.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소교주가 된 현천마군 곽일소가 목소리를 높이자, 그 뒤에 도열하고 있던 마인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속하들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쩌렁쩌렁 울리는 살기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갈중혁이 고개를 비틀었다.
“혈서생. 그대에게는 미안한 말이나, 우리 교인들이 이토록 열렬히 선공을 원하니, 어떻게 방법을 마련해 주게.”
“후후. 걱정 마십시오. 놈들의 피로 목을 축일 기회는 이미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가, 손을 들어 한쪽에 걸려 있는 전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뇌정마군께서는 백마군을 이끌고, 숭산으로 향하십시오. 그리고, 사해악마께서는 수마당을 이끌고 장강을 거스르는 놈들을 요격해 주십시오.”
진세현의 손이 빠르게 전도를 짚어갔다.
“적미요군께서는 환희암살단을 움직여 숭산의 인근에 모여드는 놈들을 암살해주십시오. 소면마군께서는 신녀와 함께 숭산을 염탐해 주시면 됩니다.”
하나둘 호법을 호명하며, 천마신교의 마인들에게도 아낌없이 명을 내렸다.
“백골귀마대는. 놈들이 뭉치기 전에 각개격파를 합니다.”
“천검혈사대는 백골귀마대에게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척살합니다.”
“천마혈검대. 그대들은 숭산으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서 놈들을 요격합니다.”
강력한 마교의 군단들이 먹잇감을 부여받고 일제히 눈을 번뜩였다.
“강호에 침투시킨 간자들을 일제히 움직일 겁니다.”
“척살 목표는 없습니다. 무차별적인 주인의 적에 대한 공격을 허가합니다.”
듣고 있던 마인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 무차별적인 살육이라! 화끈한 명령이군!”
“정파의 태산북두인 숭산 앞에서 살육전을 벌일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혈서생의 명을 따르겠네.”
진세현은 빙긋이 웃었다.
“놈들은 놈들의 방식으로 몰락할 겁니다.”
강호 전역에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첩자들은 마치 그물처럼 망천회를 옭아매고 있었다.
짧은 시간 사이 만들어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촘촘하고, 은밀한 첩자망은 사막살수와 하오문, 마교의 모든 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필살의 포위망이었다.
계략이 성사된다면, 놈들은 정신도 차리지 못한 채 염라대왕을 만나러 가게 될 터.
“혈서생. 수라혈교도 움직이는가?”
“이미 구 교주님께서 환영마군과 독비응왕과 함께 움직이고 계십니다.”
“좋군. 그런데 자네는 한 가지 빼먹은 것이 있는 것 같군.”
“…무슨 뜻이신지.”
“강호에 나아가는 일에, 나, 갈중혁을 빼먹은 것 같네만.”
진세현이 씨익 웃었다.
“교주께서는 속히 숭산의 소림사에 방문을 청하십시오.”
“!”
“강호의 큰 연회에 천마신군께서 빠지셔서야 되겠습니까? 놈들이 원하는 강호의 이목을 가로챌 때입니다.”
“크하하하! 그래! 빠질 수 없지.”
주먹으로 옥좌의 팔걸이를 내리친 갈중혁이 장포를 펄럭이며 일어섰다.
“숭산으로 향한다!”
진세현이 백돌을 둘 때, 이어 다음 수를 두는 이가 있었다.
***
“암존은 안에 있는가?”
주판을 튕기고 있던 옥이는 앞머리를 살랑이는 바람에 고개를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눈앞에 초로의 노인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저, 누구시죠?”
“경계할 것 없다. 암존은 안에 있느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총명한 아이구나. 하지만, 정말 경계할 것이 없다. 진짜 암존이 보냈으니까.”
“!”
그는 노인의 손에 들린 암혼(暗魂)이라 적힌 철패를 보며 금세 안색을 바꾸었다.
“이쪽으로.”
얼마 전, 복건성을 오가는 조운선과 공납선의 이변을 발견한 공으로 완전히 낙룡문의 곳간지기가 된 옥이는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이미 안에는 위지극과 야율척이 기다리고 있었다.
“풍객이 직접 오셨군.”
“혈서생이 워낙 급하신 터라. 이 나이에 전서구 역할을 할 줄은 몰랐소이다.”
“오는 길이 멀었을 텐데, 술이라도 한잔하시겠소?”
“마음만 받겠소. 곧 단야 곡주에게도 가봐야 할 것 같아서.”
이내 그가 건넨 작전서를 받아본 위지극은 헛웃음을 지었다.
곁눈질하던 야율척 또한 고개를 젓고 말았다.
“완전히 역으로 놈들을 쌈 싸 먹을 작정이군요, 진 대형은.”
“맞아. 사도 앞에 집결하기 전에, 전력을 완벽히 깎아내는 방식이라니. 성공한다면 일사도는 외로운 몸이 될 거다. 전력이 모두 녹아 버릴 테니까.”
곰곰이 고민하던 야율척이 슬쩍 옥이에게 전서를 내밀었다.
역시나 똑똑한 아이는 눈을 반짝이더니, 바로 작전의 목표를 이해했다.
“아. 각지에 모이는 이들을 각개 격파하는 방법이네요.”
“역으로 소문을 흘려, 저들이 다른 곳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강요하는군요.”
“개방과 무림맹에 은밀히 소식을 흘린다면, 저들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죠. 묘안이에요.”
똑 부러지는 대답에 풍객이 빙그레 웃었다.
“총명한 아이로군.”
“맞습니다. 키우는 보람이 있는 인재지요. 어째서인지 유독 야율 사제를 따르는 것 같지만.”
위지극이 곰곰이 고민하다 물었다.
“그럼. 풍객께서 우리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아…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가 풍객과 시선을 맞추고 말했다.
“신교와 무림맹이 움직였으니, 이제 남은 곳은 하나뿐이겠구려. 안 그렇소?”
“허허. 그렇네.”
풍객이 대답했다.
“천하공적을 처치하는 일에, 철사련이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는가?”
이제 철사련에 은밀히 포섭해둔 백돌을 움직일 차례였다.
***
십만대산에서 마인들이 대거 숭산으로 이동하고, 동시에 은밀히 흘린 소문을 들은 수면 아래의 존재들이 움직였다.
– 망천회가 대불연을 노린다.
단지 이 사실 하나만으로 정파와 사파의 비밀을 다루는 이들이 먼저 움직여 피를 뿌리기 시작했다.
– 맹주님을 노린다.
한때, 저들이 황산쟁투를 노린 바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맹주를 죽여 혼란을 노린다는 소문은 한순간에 먹혀들었다.
– 철사련주가 암살될 것이다.
더군다나, 암존이 움직여 놈들의 목적이라고 밝히기 시작하자, 철사련주 철무혼은 크게 노했다.
“빌어먹을 종자들. 감히 본좌를 노려? 죄다 쳐죽여주마.”
철무혼은 어찌나 단단히 화가 났는지, 스스로 나서 배신자가 나온 문파 몇을 지울 정도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피를 뿌리며, 뭉치고 흩어지는 망천회의 회원들이 죽어가자, 금세 강호에 떠돌던 이야기는 옅어졌다.
– 망각묘수의 보물이 잠들어 있다. 그곳에는 강호를 살 수 있는 재물과, 천하제일에 오를 신공절학이 잠들어 있다.
위기에 몰린 망천회의 잔당들은 어떻게든, 소문을 만들어 이목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그것은 좀처럼 효과를 보지 못했다.
***
“단야. 소문을 퍼 나르는 놈들을 전부 죽여라.”
짧은 명령에 히죽 웃은 단야는.
“알겠어. 주-군.”
사막살수들을 이끌고, 소문을 퍼트리는 문파와 명사들을 암살하기 시작하니, 어느새 강호를 떠돌던 괴담은 사라지고, 흉흉한 기운을 느낀 문파들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굴릴 수 있는 것은 너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사마 아재의 죽음 이후, 세상의 손을 빌려 잡초 같은 놈들을 뽑아낼 기회만을 노리던 초운휘다.
“이제 누가 진짜 흑막의 주인인지 겨뤄보자꾸나.”
나아가 홀로 고독하게 된 사도의 목을 벨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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