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532
제120장 일사도와의 조우(2)
‘놀라긴.’
도움닫기 없이 자신과 비슷한 속도로, 십여 장 거리를 한순간에 뛰어넘는 모습에 놀라기도 잠깐.
본격적인 방해가 시작되었다.
“암기다!”
파공음에 그의 눈빛이 휘 번뜩였다.
‘벌써 날아올 줄이야.’
허나, 쏘아진 암기는 결코 닿지 않았다.
곽광은 신형을 휘돌려 바람처럼 옷자락으로 암기를 튕겨냈고, 자신은 간단히 암혼으로 베어냈다.
“쳇!”
하지만, 암기를 쳐내는 동안 나아가는 속도가 줄어든 것은 좋지 않았다.
허공에서 몸을 재차 뒤집으며, 그는 오른발로 왼발을 차고 다시 한번 도약했다.
허공에서 자신의 발등을 밟고 날아오르는 것은 일견 전설의 허공답보를 방불케 했다.
그러나, 임기응변에는 불운이 따랐다.
불룩. 퍽!
거대한 용암이 거품을 일으키더니, 열기와 함께 폭발한 것.
“앗!”
신형을 뒤집어 떠오르던 그는 용출과 함께 솟구친 열기에 희게 질렸다.
탓.
그때, 초운휘가 허공에서 여덟 번이나 방향을 틀었다.
“운룡대팔식?”
허공에서 직각으로 이동하며, 열기를 피하고, 두 번째 허공에서 꺾이며 용암의 잔해를 피해낸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허공에서 용틀임하듯 휙휙 꺾이며 여섯 번째 신형을 박차, 곽광에게 다가가 그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놀라고 있을 틈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는, 낙하를 시작하는 그의 등에 진기를 불어 넣으며, 쭉 일장을 밀었다.
펑!
허공에서 일장을 얻어맞은 곽광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고, 일곱 번째 몸을 튕긴 초운휘가 그 뒤를 따랐다.
***
와아아!
아래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허공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
“운룡대팔식이 허공을 유영하는 신룡을 본떠 만들었다더니, 사실이었구나.”
“세상에 저만한 신법의 고수가 또 있을까요?”
“과연 경천의 검괴입니다. 놀라운 모습만 보여주는군요.”
허공에서 잽싸게 방향을 바꾸며 나아간 곽광과 초운휘는 협곡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아앗.”
하지만, 한 번의 도약으로 날아갈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는 법.
새가 아니고서야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속도를 잃었어요.”
“아아.”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두 손을 맞잡고 이변을 기도했다.
***
그때, 초운휘의 신형이 여덟 번째 박찼다.
“지금입니다.”
나란히 날아가는 두 마리의 새처럼 움직이는 것까지는 절묘하게 호흡을 맞춰 성공했다.
남은 것은 도약력을 잃고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로 발판이 되어 상대를 절벽으로 미뤄내는 것.
“고맙군.”
한계까지 몰렸던 곽광이 기다렸다는 듯이 어깨에 한발로 올라탔다.
그리고.
펑.
강력한 진각으로 어깨를 밟으며 재차 도약했다.
‘성공이군.’
한 번의 도약으로 곽광은 완벽히 절벽에 달라붙는 것에 성공했다.
챙! 챙챙!
암기나 절벽에서 튀어나온 톱니바퀴를 부수는 것은 그라면 어렵지 않은 일이겠지.
허나, 어째서인지 그는 암기를 쳐내기만 할 뿐, 이쪽을 힐끔거리며 줄을 당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허리에 묶은 줄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니 내심 그의 속내를 알 수 있었다.
‘굳이 살려야 하나 싶겠지.’
어린 나이에 자신을 상회하는 신법의 고수. 거기에 앞날은 더욱 걱정이 된다.
사파의 사군으로서 이참에 화근을 제거하고 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아앗! 안 돼요!”
찢어지는 비명을 들으며 초운휘는 도리어 느긋해졌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슬그머니 웃으며, 놈을 주시한 채 낙하하고 있자니, 등판이 뜨거워졌다.
당장이라도 용출수가 솟구쳐 오를 것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참는다.
오직 그만을 노려본다.
“…….”
시선을 마주친 곽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이내 허리에 묶은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강력한 힘으로 몸을 끌어당겼다.
줄의 탄성에 몸을 실어 절벽에 달라붙었을 때, 연거푸 암기를 쳐내던 그가 미안한 듯 말했다.
“미안하군. 암기를 상대하느라 조금 늦었네.”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흠흠.”
가만히 노려보는 눈빛에 곽광은 뭔가 두려움이 느껴져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한참 동안이나 기관진식을 부수고, 줄을 묶어 길게 늘어트린 후에야, 이 미친 도약은 끝을 맺을 수 있었다.
***
“아!”
“성공했어요!”
절반까지 갔을 때 튀어나온 암기에 모두는 탄식을 잊지 못했다.
‘용암이 분출되었을 때는 어쩌나 싶었는데.’
하지만, 놀랍게도 허공에서 유려하게 움직여 피하더니, 곡예 하듯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철사련에서도 경신법의 최강자라 자처하는 비천사군 곽광의 이름마저 빛이 바래는 느낌이었다.
‘진짜 성공하셨어.’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교관.
그는 오늘도 언제나처럼 약속을 지켰다.
모두가 자신을 두고 떠날 때와 달리 어떤 위험도 간단히 이겨내며 또다시 미소를 보내준다.
‘혼자 남지 않았어.’
진설향은 남몰래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지.”
모두가 건너온 것을 확인하고는 곽광은 수하들을 이끌고 휑하니 사라졌다.
그러나, 오히려 복마신니와 금정의 타박이 이어졌다.
“무모했네.”
“맞아요.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하지만, 다행인 점은 두 사람 모두 더는 괴롭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복마신니가 미안한 듯 옷자락을 보며 말했다.
“죽을 뻔하고 웃음이 나오는가?”
“살지 않았습니까? 뭐, 상당히 뜨겁더군요. 열기에 살짝 휘말린 것뿐인데 옷자락이 탔습니다.”
“융 사제, 옷을 가져오너라.”
“네, 사저.”
중년의 미부가 봇짐을 뒤져 깨끗한 장포를 꺼내 주었다.
“입으세요. 검괴.”
“그럼 사양 않고.”
옷 끝이 탄 정도야 뭐 어쩌냐 싶지만, 굳이 타들어 간 옷을 입고 있을 것도 아닌지라, 적당히 장포를 벗어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음. 머리카락도 좀 탄 것 같네요.”
머리끝에서 매캐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확실히 강력한 열기였다.
고급스러운 신무학관 도복이 타버릴 정도였으니, 머리카락이 그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슬슬 정리나 할까?”
단도를 받아 슬쩍 타 버린 머리카락을 툭툭 잘라냈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머리를 기를 이유도 없네.’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기르고 다녔는데, 색시를 찾은 마당에 더는 그럴 필요가 없다.
특히 덥수룩한 머리카락은 광폭아장의 특색이기도 해서, 괜한 의심을 살 수도 있고.
사각사각. 적당히 앞머리를 다듬으니, 답답하던 시야가 확 밝아졌다.
“후우. 속이 다 시원하네.”
웃으며 단도를 돌려주니, 금정이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받습니까?”
“초, 초 교관님?”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돌아보니 이상한 것은 그녀만이 아니다. 다른 아미파의 여인들 또한 이쪽을 보며 입가를 두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
“아, 앞머리가.”
“이참에 살짝 다듬었습니다.”
살짝 앞머리를 쓸어 보이며, 시원함을 표현하자, 복마신니의 어이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 초 교관이 이렇게 미남이었는지 몰랐군.”
“전 원래 미남이었습니다만?”
“항상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기에, 꽤 음침한 인상에 커다란 점이라도 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멋대로 생각했다네. 다시 보니 아니었군. 내가 아는 최고의 미공자는 능풍운 교관이었는데,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실례 아닙니까?”
이 냉랭한 철혈의 여승이 이렇게 칭찬의 말을 늘어놓는 쪽이 더 놀랍다.
‘가만.’
슬쩍 보니, 진설향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쩐지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 장발. 금지.
언젠가 피로 푹 젖은 머리를 관리하기 귀찮아, 싹둑 머리카락을 잘랐더니 그녀는 말했다.
물론, 나중에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 갔을 때, 다시 혼이 나고 말았지만.
– 둘이 있을 때는 몰라도, 앞으로는 머리를 길러 얼굴을 감춰요.
당시에는 유야무야 넘어갔는데, 진설향의 눈동자가 세 배쯤 커지고, 코 평수가 두 배쯤 넓어진 것을 보니, 지금의 색시는 장발 쪽은 취향이 아닌 것 같다.
‘맨날 요구 조건이 바뀌니까 뭐가 취향인지 알아야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색시는 장발보다는, 깔끔한 쪽이 취향임을 잘 기억해두자.
“슬슬. 지나가… 쯧쯧.”
복마신니가 뒤를 돌아보며 혀를 찼다.
“넋을 놓더니 아예 혼이 빠졌구나. 수양이 깊은 녀석들이 보일 모습이냐!”
괜한 그녀의 고함과 함께, 간신히 일행은 다시 나아갈 수 있었다.
***
왕묘의 공략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세 번째 묘실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철사련도 빠르게 돌파하고 있습니다.”
“곧 왕묘의 심처까지 도착하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개방도들이 뛰어다니며, 맹주와 철무혼의 공략을 실시간으로 알려 주었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용암의 강을 넘어, 두 번째 금옥의 관에 들어온 순간, 사정없이 굴러떨어지는 암석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개미굴 같은 통로를 타고 굴러오는 쇠공에 깔려 죽음을 맞은 자도 속출했다.
“모두 정신 차려라! 우리가 두려워하면 어쩌자는 것이냐!”
매화검수들을 이끌고 나타난 능풍운이 허공에 수백 송이의 매화를 그리며, 돌을 잘라내고 쇠공을 베어냈다.
과거보다 한층 더 매섭게 단련한 미래의 무림맹주는, 실로 영웅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을 보호하며, 길을 뚫고 왕묘를 공략했다.
“친구!”
“꽤 고생을 하는 모양이네.”
“하하! 자네를 보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네!”
초운휘도 아미파와 가세해, 죽은 자들을 수습하고, 부상자들을 빼돌려 개방도에게 전달했다.
“뒤로 이송하겠습니다. 당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죽음의 공포 속에서 혼란을 의도했던 일사도의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
그의 바람과 달리, 정사마의 고수들이 온전하게 왕묘에 진입했고, 사기에 홀려 광기에 젖기 전에, 왕묘를 공략해 사기를 흩어 버린 덕분이었다.
‘세 번째 왕묘도 완벽히 공략했군.’
옅어지는 사기를 느끼며, 초운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래도 일사도는 왕묘를 단순히 함정으로만 사용한 것 같지 않았다.
네 번째, 만독(萬毒)의 문을 확인한 이후, 확신은 더욱 강해졌다.
“어쩌면 이곳 전체가 제단일지도 모르겠군.”
왕묘에 진입해 처음 마주친 흙인형의 공격은 물론이고, 용암이 흐르는 두 번째 관문이나, 허공을 박차고 날아야 하는 세 번째 관문 또한 모두 사도의 이능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염화의 이능.
풍신결의 이능.
조금은 지나친 돌과 쇠가 덮치는 방은 분명 몸을 금석처럼 단련하는 천외금강경(天外金剛經)을 익힌 사도를 위한 안배였을지도 모르겠다.
“모두 피독주를 물어라! 우리가 먼저 진입해, 길을 뚫는다!”
사천당문의 고수들이 왕묘에 자욱이 깔린 독무를 밀어내고, 나아가 비로소 다섯 번째 문에 도착했을 때 확신은 더욱 명확해졌다.
– 빙천의 묘.
문 너머에 흐르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한기는 의심에 더욱 불을 붙였다.
“공략의 방식을 안 이상, 거리낄 것은 없단 말이지.”
개방도를 통해 함정에 대해 알리자, 한층 더 공략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 여섯 번째 묘를 돌파했습니다!
장보도에 쓰여진 마지막 관문은 일곱 번째.
수많은 피해와 고통을 감내한 끝에 어느새, 정사마의 무인들은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왕묘로 진입하고 있었다.
바로 망각묘수가 말한, 모든 것이 숨겨진 비보가 감추어진 곳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