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307
306화 중토신공의 힘
[반야장은 구조가 꽤 재미있구나.]달마 사부는 자신의 사후에 만들어진 소림무공에 깊은 관심을 보이셨다.
쇄비장의 경우와 달리 반야장에는 꽤나 흥미가 있어 보이셨다.
[제자야, 팔을 뻗을 때 팔꿈치 관절을 감싸는 근육을 잠깐 조였다가 풀어 보거라.]재미있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하신 것 같이 흥에 겨워 계시는 달마 사부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처음 몇 번은 어색했지만, 익숙해지자 팔이 좀 더 탄력 있게 뻗어지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되네?’
천상무공의 경우 나나 사부님이나 모두 연유를 알 수 없는 빠른 습득이 가능했지만, 지상의 무공은 어딘가 맞지 않다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중토신공의 성취가 육단공으로 오른 덕분인지 어지간한 무공은 곧이곧대로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뒤쪽에 있는 기둥에 걸려 있는 줄이 양 손목에 묶여 있다 생각하면서 번갈아 뻗어 보려무나.]양손에 줄이 묶여 있다면 그 움직임은 상반되어야 한다.
오른손을 뻗으면 왼손은 당긴다.
[뻗을 때도, 당길 때도 탄력 있게!]공격 후 손을 거둬들이는 순간에도 몸의 탄력을 이용하니 출수하는 순간의 교차가 짧아진다.
그러면서 수를 거듭할수록 뻗어내는 힘이 크게 불어났다.
[이번에는 양손에 묶여 있는 줄이 무릎에도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며 출수를 해 보거라.]무릎을 좀 더 이용하라는 달마 사부의 지시에 과거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어깨와 허벅지가 하나 되고, 팔꿈치와 무릎이, 손과 발이 합일하여 심의, 의기, 기력을 하나로 모으면 비로소 소림권의 구색이 맞춰졌다 할 수 있다.]몸을 중심으로 무릎과 팔꿈치의 움직임을 맞춘다.
전신이 유기적으로 이어지게 한다.
힘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이어낸다.
힘을 움직일 때마다 몸속에서 묵직한 쇠공이 굴러가는 것 같다.
이리저리 튕겨 다니며 손을 어지럽게 뻗어내는 모습으로 무공을 펼친다.
팡! 파파팡! 팡! 팡!
“헐! 가르쳐주지 않은 걸 잘도 따라 하는구먼.”
신승 어르신이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셨다.
“가르쳐주신 적이 없단 말입니까?”
“보면 모르나? 그저 겉모습만 흉내 낸다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쓸 만해지는 걸 코앞에서 봤지 않은가.”
“과거 삼양현에 가셨을 때 가르치신 무공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제대로 배운 반야장일진대…….”
혜원 스님과 혜정 스님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끝을 흐렸다.
내가 펼치는 반야장이 제법 그럴싸한 모양이다.
[그럼, 여기에 천사대선께 배운 것을 접목시켜보자꾸나.]하지만 달마 사부는 여전히 눈에 차지 않으신 듯, 한 가지를 더 추가하라 하신다.
그게 되는 건가 싶다.
무공을 접목시킨다는 게 무슨 물에 술 타듯 하는 것도 아닐 텐데…….
[해 보거라.]재촉하듯 몰아붙이는 달마 사부의 지시에 천사대선께 배웠던 공동파 무공을 떠올렸다.
‘초식을 섞으라는 게 아니야. 그 기질을 담으라는 것이겠지?’
공동파 무공의 기질.
마를 굴복시키기 위한 사나움.
그럼 어떻게 해야 이 탄력 있게 퉁퉁 튕기는 무공이 사나워질 수 있을까?
‘돌려야지.’
몸 안에 휘도는 공을 굴리는 그 느낌에 변화를 줘보자.
공을 반듯하게 굴리는 것이 아니라 회전하는 공을 굴린다고 생각하며 펼치는 거다.
그러자 제일 먼저 관절에서 신호가 왔다.
팔꿈치에서 손끝으로 힘이 뻗어나갈 때 탄력 있게 튕겨진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폭발적으로 힘이 터져 나왔다.
요동치듯 뻗어나는 힘에 나선으로 회전하는 회전력까지 가미되었다.
파아앙!
허공을 치는 소리가 달라졌다.
텅 비어있는 허공이 폭발하는 소리가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맞으면 더럽게 아프겠다 싶었던 것이 이제는 맞으면 뒈진다로 바뀐 느낌이다.
‘되네?’
내가 펼치긴 했지만, 이건 또 왜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째 주변이 조용해졌다.
“저것도 가르치신 게 아니라는…….”
“나도 모르는 수법을 어떻게 가르치겠나?”
“헐!”
“이젠 어이가 없기까지 하군. 내부에서 저런 식으로 힘을 격발하면 기혈이 망가지기 십상인데 그걸 버텨낸단 말이지……. 이것도 중토신공의 공능인가?”
신승 어르신이 중토신공을 언급한 탓인지 조용하던 주변 공기가 크게 일렁였다.
[힘을 터트리려고만 하니 경직감이 생기잖느냐. 그럴 땐 뭐다?]그사이 은근슬쩍 장삼풍 사부가 끼어들며 훈수를 더하셨다.
[소림무공을 손보는데 자네가 왜 나서나?] [제자 무공을 손보는 거라네.]장삼풍 사부의 지시대로 무당파 무공의 기질도 섞어봤다.
‘이것도 되네?’
사부님들의 무공 중 가장 익숙하기 때문인지 이건 공동파 무공의 기질을 섞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파앗!
다시 한번 힘을 뻗을 때 내는 소리의 질이 달라졌다.
폭발적으로 힘을 터트렸음에도 힘의 누수가 없어지면서 뚜렷한 방향성이 생기자 관통력 비슷한 게 실리는 것 같다.
탄력 있으면서도 폭발적이고 거기에 끈끈하면서도 꿰뚫는 힘이 생겼다.
‘천상에서 사부님들이 무공 만드실 때 이렇게 만드시나?’
뚝딱하니까 뚝딱 나온다.
하라고 하시니 했지만, 그게 된다는 게 더 신기했다.
내 몸으로 펼치는 것인데도 그렇다.
보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할지 싶다.
실제로 내가 펼치는 무공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본 신승 어르신과 다른 스님들이 입을 떡 벌렸다.
다들 할 말을 잊은 상황에서 신승 어르신이 고개를 휘휘 저으셨다.
“미친놈…….”
아마도 신승 어르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네가 펼친 무공을 낱낱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만…….”
아, 그건 곤란하다.
무당파의 일이 변절자들에게 행동을 개시하는 효시가 된 상황이라면 소림에서도 당장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는 냉큼 펼치던 무공을 멈췄다.
어차피 더는 사부님들도 훈수가 없는 것 같으니 아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무공을 멈추니 신승 어르신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늙은이 일 시킬 생각밖에 없지?”
뜨끔!
양심에 찔렸다. 지상에서도 천상에서도 떠넘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멋쩍은 웃음으로 신승 어르신의 타박을 받아들였다.
그사이 몽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혜정 스님이 다가오셨다.
“자네의 초식은 다소 과한 부분이 보이더군. 용케 몸이 감당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네.”
“알고 있습니다.”
온몸을 흉기로 만든다는 소림의 수련법으로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움직임이긴 했다.
“허나 저는 호랑이처럼 용맹한 것이 소림의 무공이라고 배웠습니다. 호랑이가 호랑이답게 움직이는 것이 이상한 일입니까?”
소림은 소림답게.
내가 펼친 무공의 틀은 결국 소림의 것이다.
혜정스님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자네가 무리 없이 그러한 무공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은 혹, 중토신공의 공능인 겐가?”
이분은 완전히 중토신공에 꽂히신 것 같다.
“예, 맞습니다. 중토신공은 하단전의 힘을 극대화시켜 주는 무공입니다. 그리고 하단전의 힘이 강해지면 자연히 육체의 그릇이 크고 강해집니다. 자연히 무리한 동작이나 힘도 감당할 수 있는 육체가 되지요.”
물론 중토신공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영향이 큰 것은 사실이니 거짓말도 아니다.
중토신공을 진심으로 수련해서 경지에 오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오오오!!”
혜정스님은 곧장 신승 어르신께 무릎을 꿇었다.
“제가 중토신공을 배울 수 있겠습니까?”
진정한 부처를 만나 개종이라도 한 사람처럼 경건한 태도로 청한다.
나를 힐끔 바라본 신승 어르신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셨다.
“소림의 것을 소림의 제자가 배우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감사합니다, 태사조님.”
당연한 말이지만 범각과 혜원스님 역시 신승 어르신께 청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청을 가납한 신승 어르신이 다시 한번 나를 힐끔 바라보셨다.
어째 가르치는 일은 내 몫이라는 것 같다.
‘뭐, 못 가르칠 것도 없지.’
달마 사부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토신공이 소림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 차후 천상에 이를 사람도 늘어날 테니 나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그렇게 나는 세 사람에게 중토신공의 기초를 잡아주었다.
기존에 신승 어르신께 번역해 주었던 원본에 적당히 살을 더 붙인 내용이다.
[소림 내에 혈교 대법을 받은 녀석들이 있으니,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그 과정에서 달마 사부가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몇 가지 안배도 깔아 놨다.
그리고 사흘이 흐른 뒤 그들이 전교(傳敎)를 위해 초옥을 나섰다.
***
사흘 동안 신승의 초옥에서 연청운에게 무공을 배운 범각은 또래 제자들이 기거하는 숙소를 향해 터덜터덜 걸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애처로워 보였다.
“으아…….”
몸살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실제로 온몸이 아팠다.
“인정사정없는 새끼.”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연청운은 유독 범각에게 신경을 많이 써줬다.
“약빨 잘 받았네?”
그 약빨이라는 게 당사연 소저가 만들어 뿌리던 보급형 영약이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요상한 짓거리도 추가당했(?)다.
“이게 추궁과혈이라는 거란다. 돈 주고도 못 받는 거니까 감사하면서 받아.”
“……너 저번에 점혈하다 사람 잡았다고 하지 않았냐?”
“옛날이야기야. 사람은 성장하는 법이지.”
“으아아아아아악!!”
범각은 몰랐지만 연청운이 베푼 추궁과혈에는 땅의 신력도 약간 실려 있었다.
연청운 입장에서는 바다에서 물 한 바가지 퍼낸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었지만, 신력에 내성이 없었던 범각에게 미친 영향은 컸다.
그 대가는 고문 수준의 고통이었지만!
“진짜 세진 게 맞나 몰겄네.”
하지만 몸을 거동하기 힘들 정도로 아픈 범각으로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누구야? 범각이잖아.”
“그러게. 사흘이나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서 도망이라도 쳤나 했더니 어디서 또 신나게 처맞은 모양이네.”
그런 가운데 시시덕거리며 범각에게 다가오는 또래의 소림제자가 있었다.
범조.
범연.
범각이 삼양현에 다녀온 이후 유독 시비를 거는 녀석들이다.
기이할 정도로 신승을 싫어하는 녀석들의 등장에 범각이 눈살을 찌푸렸다.
사흘이면 산문에서 자신이 벌였던 일도 알려질 대로 알려졌을 텐데 뻔히 알면서도 시비를 건다.
“나 힘들다. 그냥 가라.”
“와아~ 형님, 그렇게 말씀하시니 무섭잖슴까.”
“사흘간 안 봤다고 버릇이 다시 돌아왔네.”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것이 그냥 넘어가긴 어려울 것 같아 보였다.
‘옘병할. 소림은 인성검사 같은 거 안 하……. 아, X벌, 그럼 나 같은 놈도 못 들어왔겠구나.’
연청운을 만나기 전의 자신이 딱 저랬을 것이라 깨닫게 되자 갑자기 접싯물이 마려워진 범각이 길게 한숨을 토했다.
“팰 거면 후딱 패라. 어디든 드러눕고 싶은 심정이니까.”
“어이구, 그러셨습니까.”
“니가 하라고 했다?”
둘은 기다렸다는 듯 나한십팔수와 여래금강권을 펼치며 달려들었다.
이에 맞서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던 범각이 고개를 갸웃했다.
기이할 정도로 초식이 굼떴다.
투로가 놀라울 정도로 정중하고 정갈했다.
한마디로 무섭지가 않았다.
솜뭉치를 든 채 대가리를 깨부수겠다고 달려드는 놈들을 보는 기분이랄까.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범각은 미숙하게나마 사흘간 보고 겪은 것의 일부를 따라 해봤다.
반야장.
거칠고 격렬하며 역동적이었던 그 무공.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범각은 몸으로 겪은 바를 어설프게나마 드러낼 수 있었다.
콰득!
“어억!”
우직!
“커억!”
그리고 둘의 무공을 찢어버렸다.
“……얼레?”
단번에 범조와 범연의 의식을 날려버린 범각이 놀란 눈으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
하지만 범각은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했다.
“……X벌! 그 망할 생고문을 계속 받게 생겼네.”
그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한숨이 나왔다.
범각이 보인 결과는 곧 소림에 퍼지기 시작했다.
중토신공과 연청운이란 이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