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72
71화 만에 하나 같은 말 따위 용납지 않겠다!
“마교 놈들이 여기서도 독을 굴리고 있나 확인하러 왔더니 생각지도 않은 월척이 걸렸군.”
다른 동네에서도 도축장을 주축으로 독을 썼나 보다.
“마교가 독을 뿌리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크크크. 이봐, 정파 애송이. 우리가 힘만 내세우며 날뛰는 무뢰배들이었다면 사천에서 각축을 벌여오지 못했을 거다.”
사천당가를 음해한 마교의 모략. 저 사파 고수는 이미 그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뭐, 알았다고 해도 뭐가 달라질 게 있나?”
“잘되면 이번 기회에 사천 통합으로 가는 거고, 나중에 문제가 생겨서 안 되겠다 싶으면 우리도 속았을 뿐이라며 마교 탓으로 돌린 다음 정파와 휴전에 들어간다?”
“정파 애새끼답지 않게 똑똑한걸.”
상대의 모략을 역이용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놈이다.
‘위험한 놈.’
이자는 여기서 죽여야 한다.
[저거 살려 보내면 골치 좀 아프겠다.]‘알고 있습니다.’
화타 선생의 조언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최대한 빠르게. 입 열 틈도 없이…….’
저자를 죽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지만, 죽이는 방법도 문제가 된다.
내가, 소천룡이라는 존재가 고현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 된다. 나라는 존재는 그저 실력과 마음 씀씀이가 좋은 신의로 남아야 한다.
신의라는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내가 행했던 모든 일이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그리고 이자는 그것을 충분히 악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침 시기가 좋아.’
해가 저물고 있는 시간. 사람의 발길이 드문 도시 외곽.
백정 노릇을 하고 있던 마인을 박살 내는 소리가 꽤나 요란하게 울렸음에도, 주변에는 인기척이 없다.
빠르게 정리하면 조용히 묻을 수 있다.
‘일격에 처리한다.’
문제는 가능하냐는 거다.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기습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하나뿐이다.
[정했느냐?]달마 사부의 목소리에 진한 염려가 느껴진다.
내가 생각한 최선의 수가 무엇인지 알아차리신 것 같다.
천마무겁수.
‘가능할까?’
달마 사부의 보패가 있었을 때나 간신히 손댈 수 있었던 힘.
신선들의 힘이 담겼다는 달마 사부의 보패를 희생하고도 그저 발만 담그는 수준의 힘을 구현해내는 것이 고작이었던 천마 사부의 절기.
그 십 분지 일의 힘만으로도 눈앞의 상대를 찍어 누르기에는 충분할 거다.
내 진실된 무공, 이 압도적인 힘을 꺼낸다면 단숨에 끝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때완 달라.’
당시보다 성장했다.
그 당시 없었던 힘들도 있다.
무엇보다, 낮에 달마 사부가 논한 심검지도(心劍之道)를 들으며 나는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감당할 수 없을 뿐, 이 힘은 내 안에 있다.
‘할 수 있다.’
“잘못되면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옆에 있는 백무호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할!(喝:꾸짖을 갈)]달마 사부의 질책.
[‘잘못되면’ 따윈 없다! 제자는, 이 달마의! 이 스승의! 중토신공을 얕보지 마라!]어리석은 중생과 제자들을 깨우치기 위한 진언.
[중토신공을 일으켜라!]달마 사부의 외침이 폭풍처럼 몰아친다.
[극하라! 다함의 끝에 다다라 다시 한번 부숴라! 한계 따윈 집어치우는 거다!]‘어우! 부처께서 완전히 달라지셨네.’
[‘만에 하나’ 같은 말 따위 용납지 않겠다! 천마 따위가 무어냐! 중토신공을 믿어라! 이 스승의 무공은 강하다!]“옙!!”
천마무겁수가 움직인다.
제어하고 눌려 있던 힘이 열린 틈새로 쏟아진다.
억눌려있던 힘이 미쳐 날뛰는 가운데
중토신공이 태동한다.
내 무공의 뼈대.
내 육신의 뼈대.
나를 이루는 근간이 끝을 알 수 없는 장대한 힘을 받쳐낸다.
[삼풍이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하나로 묶었으니! 삼재일기공은 능히 천지만물을 감당하느니라!]삼재일기공이 폭주하는 천마무겁수의 힘에 목줄을 쥐었다.
[모든 격류의 흐름을 유하게 받아들일 것이다!]우우우우우!
내 안에서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포효했다.
목줄을 잡힌 힘이 사납게 날뛰었다.
‘삼켜지지 마.’
[땅의 신력이 너를 지탱할 것이다!]‘내가, 휘어잡는 거다!’
[서방금신의 진력이 네 부족한 부분을 채우리라!]“어라?”
본능적으로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사파 고수의 표정이 변한다.
“이거 뭔가 위험한……!”
“어딜!”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물러나는 상대를 쫓아 백무호가 검을 날렸다.
캉!
상대를 쓰러트리기 위함이 아니라 발을 묶는 것이 목적.
백무호의 일격을 받아내면서도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상대의 기량이 백무호를 상회한다는 의미다.
둘이서 합격을 했어도 단숨에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좋네, 말이 필요 없다는 건.’
백무호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을 감사하며 몸이 움직였다.
‘단숨에 박살 낸다.’
의지가 몸을 이끈다.
평소보다 몇 배나 빠른 움직임이 현실에 현현했다.
그 기세와 함께 뻗어나간 의지의 힘. 여력 일부가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되어 상대를 찍어 눌렀다.
인지를 뛰어넘는 신속의 일격.
공간을 뚫고 나온 듯한 내 몸이 곧게 주먹을 뻗었다.
퍼억!
주먹을 뻗은 자리에서 질기고 축축한 것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심장을 부수는 소리였다.
“……!”
경악으로 물든 사파 고수의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하지만 그 커진 눈과 달리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못했다. 목을 틀어 막히기라도 한 것마냥 꺽꺽거리다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순간적인 내 움직임을 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인지 백무호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그건 또 무슨 무공이야?”
“이거?”
뭐라고 해야 할까?
말하자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때려 박은 일격이다.
지극히 일부,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꺼낸 정도에 불과하지만 천마무겁수를 움직였고, 중토신공이 받쳐 줬으며, 삼재일기공이 이어 주었다. 땅의 신력과 쇠의 신력까지 힘을 보탰음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힘과 마음을 담았다.
이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합일권(合一拳)?”
“……촌스러.”
되는대로 말했더니 구린내라도 난다는 듯 백무호가 손을 휘휘 젓는다. 그리고 등을 돌리는데 그사이 백무호에게 언뜻 보이는 건 호승심 같은 감정이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흐흠……. 뭐, 그렇구나. 음…… 흐흠.]조용히 슬쩍 달마 사부에게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좀 요상하다.
[푸훕! 이 양반 얼굴이 홍시네, 홍시야. 나잇값 못하고 소리치던 게 부끄럽나?] [입 다물게. 흐흠!]화타 선생 말처럼 조금 전까지 흥분하여 소리치던 모습이 좀 부끄러우신 건가?
“전 좋았는데요.”
[……흐흠흐흠.]어째 더 부끄러워하시는 것 같다.
달마 사부가 생각보다 성격이 있단 건 알고 있었다. 사부님이 날 위해서 열성적으로 나섰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
솔직히 천마 따위가 무어냐고 소리치는 부분에서는 짜릿하기까지 했다.
[에잇! 나는 이 친구나 다시 명계에 데려다주고 오마.] [어이! 이봐! 그러는 게 어디 있…… 우왁!]아무래도 달마 사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
더 놀려댈 가능성이 농후한 화타 선생을 다시 명계로 끌고 내려가시는지 더 이상 말이 들려오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앞으로 의원 행세하는 건 힘들 것 같은데.”
그사이 백무호가 허물어진 사파 고수의 시체를 발로 툭툭 치며 의견을 물었다.
내 생각도 같다.
일단 고현에서 몸을 빼내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러다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좋은 생각이 났어.”
“뭔데?”
“장계취계.”
장계취계(將計就計). 상대의 계략을 역이용하겠다는 소리다.
백무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러니까, 누구랑 누구를?”
“사파랑 마교랑 싸움 붙이자.”
“…….”
백무호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곤.
“너도 참 나쁜 놈이야.”
히죽거렸다.
***
이야기의 기본 골조는 이거다.
고현을 찾은 사파 쪽 세력은 이 일의 배후에 마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헌데 사파 고수의 시신이 발견되면 어떻게 판단할까?
자신들이 마교의 이간계를 눈치챘음을 알고, 고수를 파견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정파와 싸움을 일으키려는 사파세력은 움직임이 굼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파와 적대시하면서 마교의 움직임도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양각으로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정파와의 충돌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잘만 풀면 마교를 공동의 적으로 돌린 후에 사천을 휘감고 있는 전운을 다독이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다.
“사파인 백노야께서 내부에서 우리 의도대로 목소리를 내준다면 금상첨화겠지.”
“그야 그렇겠지만, 그 노인네가 할까? 그쪽 입장에선 정파와의 싸움은 피했다곤 하지만 마교와의 싸움에 떠밀리는 기분일 것 같은데?”
“할 거야.”
할아버지의 친우라면, 취죽 선생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고려한다면,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분명 응할 거다.
그리고 그에 대한 확신은 해가 저물 무렵 찾아간 백풍립 노야의 거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번목답(翻牧㙮)에서 온 놈들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녀석들이지. 이들은 마교의 일을 알더구나. 겸사겸사 네 행적까지도. 내 조력을 원하기에 손을 썼다.”
백풍립 노야의 거처를 찾아갔을 때 우리를 반긴 것 중 하나는 기습으로 목숨이 날아간 사파 고수의 시체였다.
“이자의 죽음은 마교와 엮는 게 좋겠구나.”
그리고 백풍립 노야가 내놓은 결론은 나와 같았다.
“나쁜 놈 여기 하나 더 있네.”
“음?”
“아뇨, 맘대로 하십쇼.”
어이없어하던 백무호가 백풍립 노야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여기까지 일이 진척됐으면 이제 남은 건 마무리다.
“그럼 이제 곽대평의 입을 막아야겠군.”
다행히 백풍립 노야와는 생각이 통한다.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니까요.”
“그래, 입이 두 개면 죽은 제 동료들을 조사하러 왔을 때 분명 눈치챈다.”
거짓말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법이다. 악사도왕 곽대평과는 입을 맞춰 놓을 필요가 있다.
“설득이 먹힐까요?”
“입 아프게 설득할 필요는 없을 게다. 그냥 내기를 걸면 되니까. 도박에 진 대가가 제 목이면 주저 없이 목을 내놓을 놈이다. 설령 내기에서 진다 해도, 그땐 그냥 힘으로 해결을 보면 될 것이고.”
곽대평을 언급하며 백풍립 노야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지간히 곽대평을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
곽대평의 근거지에 들어선 우리는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여~ 왔어?”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곽대평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가슴에 구멍이 난 누군가와 짝수가 나와 있는 피 묻은 주사위가 놓여 있었다.
곽대평에게도 사파의 고수가 찾아왔던 모양이다.
그리고 직접 죽였다.
“왜 죽였지?”
“소천룡을 잡으러 왔다고 하더라고. 정황을 들어보니, 네가 요즘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소천룡인 것 같았고.”
“그러니까 왜……?”
“너와는 대화를 하겠다는 게 내기 결과였으니까.”
“…….”
근래 정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후기지수를 위해 손을 쓴 이유가 저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다시피 짝수잖아? 너와는 따로 한 내기가 있으니 넘어간다 쳐도 이 양반 처우는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짝수가 나왔거든. 그러니까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저 사람 운이 안 좋았을 뿐이지.”
백풍립 노야의 말이 맞았다.
도박에 진 대가가 제 목이면 주저 없이 목을 내놓을 거란 이야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생각보다 더 미친놈이네.”
나더러 나쁜 놈이라던 백무호가 곽대평에게 내린 평가는 미친놈이었다.
나도 동의한다.
이놈은 정상이 아니다.
“자, 그럼 판이 다시 짜인 것 같으니, 주사위도 다시 던져야겠지?”
그 미친놈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피 묻은 주사위를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