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8
7화 가‘족’같은 ‘족’마고우(1)
장삼풍 사부와 달마 사부가 같이하는 수련은 끔찍했다.
어느 정도로 끔찍했냐 하면.
[거기에서 조금만 더 무리하면 병신 된다.]“……예.”
이를테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수련은 현재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물을 부은 거라고 한다.
표면장력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넘칠까 말까 한 정도로 몰아세워 넣은 상황.
한 방울이라도 더해져 물이 넘쳐 버리는 순간 영구적으로 남을 부상을 각오해야 할 거라고.
나 스스로는 깨닫고 있지 못했지만, 딱 병신 되기 직전인 수준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있다는 소리였다.
가르치는 것만 따르는데도 벅찬 마당이라 깨닫고 있지 못했지만, 그를 알았을 때 얼마나 소름이 돋던지.
상식적으로 극한에 가까운 수련은 부상의 위험을 동반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 생각하면 겁이 나야 마땅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기이하리만치 겁이 나진 않았다.
[호흡이 흐트러지면 어떻게 된다? 앞으로 잡을 수련 주제를 ‘한가로운 병신 생활’로 할까?] [몸(身)을 다듬으면 정신(情)을 모을 수 있고, 정신을 다듬으면 마음(心)이 모이네. 삼정(三情)과 오심(五心)을 하나로 묶으면 능히 진해(眞解)에 이를 수 있지. 무슨 뜻이냐고? 허허, 무의식 깊숙한 곳에 심어 두어야 할 소리니, 뜻은 나중에 참구(參究)하게나. 나중에 차차 깨달음의 문을 열 때 은연중 도움을 줄 진언이니. 그보다 우리 제자, 아직 반문할 의식이 남아있는 걸 보니 좀 더 굴려도 되겠구먼.]조금이라도 엇나간다 싶으면 바로 한 바가지 말들이 쏟아진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뭔가를 박아 넣었다.
그 가르침들은 내가 품고 있는 의식의 영역을 넘어 무의식의 영역까지 어루만졌다.
누가 보면 악질 세뇌라도 하는 느낌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나는 필사의 노력으로 이 모든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를 돕는 것이 있었다.
토정공.
장삼풍 사부의 말에 따르면 중토신공이라는 무공.
청명심법이 마음과 정신을 보듬어 안았다면 이 중토신공은 몸을 보듬어 안았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대지의 광대함처럼.
덕분에 몸이 회복되는 속도가 빨라졌다.
기초를 좀 더 튼튼히 하는 효용이 있을 거라는데, 아무래도 두 분의 수준이 너무 높다 보니 그 기초라는 것의 기준이 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
중토신공을 수련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느껴질 만큼 몸에 힘이 흐른다는 것이 느껴지고 있는 마당인데.
얼마 전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몸에 자리 잡은 힘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것은 기(氣)였다.
무인들이 내공이라 부르는 것.
장삼풍 사부와 달마 사부는 단순히 육체만 다듬고 있는 게 아니었다. 육신을 가다듬음으로써 내공을 키웠고, 내공을 키움으로 육신을 가다듬었다.
일반적으로 내공을 키우는 방법으로 알려진 좌선하여 운기조식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육신과 내공을 하나로 묶어 하나가 성장할 때 다른 하나도 함께 성장하도록 동력을 만들었다.
남들이 앉아서 운기조식만으로 내공을 쌓을 때, 나는 몸의 단련과 내공의 수련을 함께 하고 있다는 소리다.
게다가 이는 단순히 하나 더하기 하나가 아니었다.
둘이 서로를 잡아끌어 올리니 그 효율은 수배에서 수십 배의 맹렬함으로 효율을 늘려나갔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내공 증진? 아! 너한테는 그리 느낄 수도 있겠구나.]“예?”
[아니, 지금은 그리 알고 있어도 상관없겠지. 지금 설명해 봐야 이해하기 힘들 테니.]중간에 못 알아먹을 대화가 있기도 했지만 애석하게도 거기에 오랜 시간을 쓸 여유 따윈 없었다.
게다가 진짜 놀랄 만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어차피 다 기초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단순히 내공의 깊고 낮음이 아니란다. 그 너머를 보고 있음이야.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것에 그리 하나하나 의미를 두지 말려무나. 지금 네가 쌓아나가고 있는 모든 것은 결국 기초일 뿐이니.]솔직히 소름 돋았다.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체 두 사부의 눈높이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를 보고 있으며, 그 끝에 있는 자신의 모습은 무엇일까?
무섭고, 떨리며.
전율했다.
장삼풍 사부와 달마 사부, 둘이 바라보는 시야로 자신 역시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의 수준을 생각하면 그저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릴 뿐이겠지만.
언젠가는 꼭!
[소림권은 온몸이 무기라 할 수 있지. 머리부터 시작해 주먹을 쥔 권, 손을 쓰는 장, 잡고 꺾고 뚫는 손가락에서부터, 어깨와 팔꿈치, 엉덩이와 허벅지, 무릎과 발이 모두 유기적인 형태로 이어져 뻗어나가는 것이 소림권의 요체이니. 손이 앞서고, 눈이 뒤이으면, 몸이 따르고, 보법이 구축한다. 어깨와 허벅지가 하나 되고, 팔꿈치와 무릎이, 손과 발이 합일하여 심의, 의기, 기력을 하나로 모으면 비로소 소림권의 구색이 맞춰졌다 할 수 있다.]“…….”
터무니없는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천축국어인가요?
어떤 머리 좋은 분이 그러시는데, 이해하기 어렵게 말을 하는 사람은 사짜 기질이 농후한 사람이래요.
아니, 달마 사부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소림의 수련을 따르면 그냥 작은 새끼손가락마저도 흉기가 된다. 그러니 그 흉기만 믿고 닥치는 대로 치고 들어가 두들겨 패는 거란 소리다. 하여간 저 양반은 말을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어.]“아하.”
달마 사부가 말할 땐 뭔가 굉장히 어려운 말이었는데, 장삼풍 사부가 이야기하니 알아먹기가 쉬웠다.
[자네 말은 너무 축약한 감이 있지.] [그렇다고 딱히 틀린 말은 아니잖나.] [허허.]이렇게 보면 장삼풍 사부가 더 사부로서 자질이 뛰어나다는 느낌이다.
뭐지, 이 찜찜함은?
[뭔가 눈깔이 불량한데?]“그럴 리가요. 제가 사부님들을 얼마나 존경하는데.”
무공을 가르칠 때만 보면 존경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다.
무공을 가르칠 때만 본다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자꾸 갈굼 당하는 일들이 늘어나다 보니 성깔이 좀 생기는 것도 같기도 한데, 이거야 내가 봐도 그냥 배부른 투정 같은 거니 넘어간다 치지만. 다른 쪽으로는 좀 껄끄러운 부분이 있단 말이지.
가령 예를 들어.
“얍!”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내가 쭉 무공수련에만 전념하고 있는 게 서운했는지 주변을 기웃거리던 동생은 언제부터인가 옆에 와서 내가 하는 수련을 따라 하곤 했다.
관심이 필요한 강아지마냥.
그 자체로 귀염상이라 뭘 해도 귀여움이 돋보이는 동생이다. 거기에는 무시할 수 없는 흡입력이 있었다.
타고난 유연함이 있는 탓인지 태극권을 곧잘 했다.
결국, 나도 한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육체와 내공 수련을 할 때가 아니라면 굳이 동생을 멀리하지 않고 가까이에서 같이 태극권을 수련했다.
두 분 다 묘하게 동생에게 호의적이시란 말이지.
아예 동생을 위해 도인체조용 태극권을 뚝딱 만들어서 가르쳐 주시기도 하셨다.
어린아이도 배울 수 있을 정도라 할아버지와 부모님들에게도 가르쳐 드렸다.
꾸준히 수련하면 평생 무병장수 할 수 있을 거라는 말에 할아버지와 부모님들은 냉큼 배우셨다. 슬슬 건강에 신경 쓸 나이시긴 하시다.
게다가 부모님은 아직도 현역이시다.
반쯤 농담을 한번 해 보자면, 이걸로 두 분이 많이 건강해지셔서 동생이 하나 더 생길지도 모르겠다.
……아니겠지?
“형아!”
“응?”
“일케!”
아무튼, 동생은 내가 수련 중일 때 곧잘 와서 보란 듯이 무당태극권의 투로를 따라 했다.
[어이쿠, 귀여운 거 보소.] [허허허.]두 사부는 동생을 뭔가 손주 보듯 즐기셨다.
연청운이 키우는 맛이 있는 제자라면, 연청우는 보는 맛이 있는 아이라나.
귀염상인 애가 귀염을 떨고 있으니 보는 맛이 있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이런 동생 어디 없다.
동네 알고 지내던 친구들, 죽마고우들 말을 들어보면 동생이나 형, 누나 등의 형제들은 전생에 원수가 환생해 온 거라고 말하곤 하니까.
“잘하네.”
“진짜?”
“그래.”
“헤헤.”
연청운의 칭찬에 햇살 냄새가 날 것 같은 환한 웃음을 지은 연청우가 와락 달려들며 품에 안겼다.
피하지 않고 와락 달려드는 동생을 받아 든 연청운이 피식 웃었다.
“형 몸에서 냄새 나, 이 녀석아.”
“갠찮아! 형 냄새 좋아!”
“나 참.”
자기 땀 냄새가 스스로 느껴질 정도면 그건 정말 심한 상태라는 소리다. 그 정도면 타인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꺼려진다.
동생은 좋다고 거기에 달라붙었다.
일방적인 애정이다.
이런 걸 받으면서 싫어할 사람은 없다.
동생처럼 햇살 같은 아이라면 더더욱.
결국, 나는 동생을 밀어내던 것을 포기하고 탁 풀린 얼굴로 허락해 버렸다.
[그림이 되는 형제로고.]둘의 우애를 보며 달마 사부가 흐뭇함이 듬뿍 묻어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뭐 하냐, 넌.] [그림 같은 형제 아닌가.] [그래서, 그림을 그린다고?]저기요? 달마 사부? 그림이라니 갑자기 뭔 소리십니까?
[보기 좋으면 그만이지 뭘 그러나.] [지랄을 한다.]제 말이.
본의 아니게 형제애를 듬뿍 보여 드린 건 그렇다 쳐도, 그런 걸 그림으로 남긴다니 뭔가 좀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제자 된 입장에서 제 입으로 말할 순 없으니 그저 장삼풍 사부의 말에 동의할 따름이었다.
[야, 내 것도 한 장 그려 봐.]동의할 따름…… 저기요? 장삼풍 사부?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뀌시는 겁니까? 예?
대체 무슨 그림이었기에?
말해 봐요, 나한테 왜 그러세요?
“헤헤.”
그런 상황도 모르고 동생은 마냥 귀엽게 웃으며 품에서 부비적거렸다.
동생아, 이럴 때가 아니야.
너 천상에서 팔리고(?) 있어!
***
많은 것을 베풀어 주신 두 사부님께는 참 죄송한 이야기지만, 나는 그 일이 있은 뒤로 두 사부에게 약간 경계심 비슷한 게 생겼다.
“형아!”
오늘도 수련 후 안겨 오는 동생.
결국, 동생의 애정을 밀어내지 못하는 나.
[후후.] [허허.]묘한 웃음소리와 따로 말이 없어지는 두 사부의 목소리.
물론 이 경계심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도 하나 따(?) 가신 것 같다.
장삼풍 사부나 달마 사부가 이런 분들이라고 누구에게 말하면 나만 미친놈 되겠지.
무당파나 소림 귀에 들어가면 누가 내 머리라도 깨러 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냥 수업료 같은 거라 생각하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두 분이 계시는 천상에는 아이라는 존재가 없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하다.
외견상 아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있긴 하지만 무려 장삼풍 사부나 달마 사부보다 연배가 높으시다고.
심지어 싸가지도 없단다.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았는데 장삼풍 사부가 말하길, 내 동생이 논어를 논하며 대답이 막힐 때마다 썩소를 짓는다고 상상해 보라신다.
음! 참 재수가 없더라.
그렇게 생각하니 두 분이 동생에게 열광하는 것도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점차 나도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살아생전 얼굴 한 번 안 마주칠 분들인데, 그림 좀 그려 가시는 게 대수랴.
좋게 생각해서, 지랄이라는 말까지 쓰셨던 장삼풍 사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신 걸 보면 굉장히 잘 그린 그림일지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장삼풍 사부가 저리 태도를 바꿀 정도의 그림이 천상에 유통 같은 거라도 되는 거라면 얼굴이야 좀 팔리겠지만 뭔가 떨어지는 것도 있지 않을까? 좋은 분 손에 들어가면 신선씩이나 되는 분들이니 뭔가 복을 나눠 주실지도 모르고.
“응?”
잡생각에 가까운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던 중 나는 묘한 느낌을 받고 시선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뭔가 간질거렸는데.’
청경을 터득한 이후로 이런 감각을 받을 때가 있다.
잠시 수련을 멈추고 기척을 쫓아 시선을 두고 있는 가운데 이 인기척의 주인이 나타났다.
상대를 확인한 내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백무호.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함께 놀며 자랐던 죽마고우라 할 수 있는 녀석이다.
나름 사내답게 생긴 외견과 달리 뺀질거리는 성격이라 얼굴값 못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 녀석. 여기에 유들유들한 면도 갖추고 있어 제법 교우 관계도 넓은 편이었다.
이 삼양현에서는 꽤나 힘 있는 집안 자식이기도 했고.
백무호의 아버지는 삼양현 유일의 백가표국의 국주로, 이곳 삼양현에서 통하는 물류의 대부분이 백가표국을 통해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어느 정도 휴전 상태이긴 하지만 정사마의 대립이 사라지지 않은 흉흉한 세상이다 보니 표국 없는 상인들이 움직일 수 없다시피 하는 수준이고, 자연히 당금 무림에서 표국들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었다.
백가표국은 여기 삼양현에서 유일한 표국이었고, 백가표국의 국주인 백무호의 아버지 백진성은 화산파 속가제자 출신으로 이름이 높은 고수이기도 했다.
그런 집안의 장자이면서 잘난 척하지 않고 스스로 몸을 낮추어 유들유들한 모습을 보이니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친구였다.
내가 집에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본 것 같다.
갑자기 돌아와 버렸다는 것을 고려하면 내가 먼저 백무호를 찾아가는 쪽이 맞지만.
‘아직은 좀 그렇지.’
무당파에서 쫓겨난 몸으로 이 녀석의 집에 찾아가는 것이 약간 껄끄러운 이유가 있었다.
내가 무인이 되길 결심한 이유 중 하나가 이 녀석 집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먼저 이렇게 찾아온 친구가 고맙고 반가워 나는 한껏 웃음을…….
“똥 쌌냐?”
오랜만의 대면에서 튀어나온 이 첫 마디의 저렴함이란.
“어우, 이거 한 십 년짜리 묵은 변비 해결한 냄새인데.”
“……그래, 나도 반갑다.”
이런 것도 친한 사이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친하니까 막 말할 수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 하니.
“뭐야, 내가 생각한 반응이 아닌데?”
좀 더 다른 반응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얌전하게 말을 받아 주는 나를 의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던 백무호가 순간 옆의 청우를 보며 눈을 번뜩였다.
“청우야, 거기 있으면 안 돼. 저건 네 형이 아니야. 네 형으로 둔갑한 악취 요괴라고. 어서 도망쳐.”
아무래도 못 보던 사이에 뺀질거림이 더 심해진 것 같다.
멍청해졌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헛소리가 늘었다고 해야 하나.
“네가 진짜 땀 맛을 한번 봐야겠구나.”
나는 이 망할 놈의 말처럼 악취를 흘리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