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079
마탄의 사수 외전 (728)
물론 브라운만이 방아쇠를 당기는 건 아니었다.
그 말을 듣기 무섭게 변해 버린 엘리자베스의 표정과, 그 표정을 미처 인지하기도 전 이미 들리고 있는 총성이 있었으니까.
“여보 말이 맞아. 위에서 보는데 얼~마나 짜증 나던지! 잘난 척도 잘난 척도 그런 잘난 척을 하는 놈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열이 뻗쳐서 증말―.”
한 발처럼 연이어 들린 총성이었지만 총기에 익숙한 유저, 특히 키드와 루거는 알 수 있었다.
그사이 엘리자베스가 쏘아 댄 탄환이 7발이며, 그 모든 게 의 형태로 날아가 카일의 과 합세, ‘니알라토텝’의 온갖 부위, 특히 이동을 봉쇄하기 위한 관절 추정 부위들을 마구잡이로 타격하고 있다는 것을.
[크앗?! 빌어먹을 인간들이―.]‘니알라토텝’은 마구잡이로 춤을 추듯 날뛰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의 스킬에 빠직, 빠직 금이 가고 있다는 건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기분이 들게 만들기 충분한 일이리라.
“하지만 확실히 강하긴 강하군. 저 녀석이 만약 정상적인 컨디션이었으면―.”
“응. …… 지금 ‘위’에 있는 하이하보다도 강했겠어.”
브라운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중얼거리며 답했다.
이제 완전히 지상에 발을 붙인 그들을 보며, 키드도 마침내 무언가가 떠올랐다.
“……하이하에 의해서 내려오게 된 겁니까. 도대체 하이하가 뭘 했길래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건지―.”
그들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영령들의 등장은 이하와 관련된 것인가.
브라운은 키드의 날카로운 질문에 슬쩍 시선을 피했으나, 엘리자베스는 즐겁다는 듯 웃으며 답해 주었다.
“아하핫, 재미있지? 그 건방진 녀석이 말이야, 이렇게나 빨리 우리를 제압할 줄은 우리도 몰랐거든? 그치, 여보? 대서문 방면으로 보낸 건 역시나 잘 한 선택―.”
“제, 제압을 한 게 아니라! 우리가 당해 준 거라고 해야지, 여보! 그렇게 말했다가 이 녀석들이 오해할라. 카일 문제도 있고 하니까 그냥…… 크흠! 그런 거지.”
브라운은 헛기침까지 하며 허겁지겁 엘리자베스의 말을 끊었으나 엘리자베스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하기엔, 그냥 무언가 빨~간색이 번쩍! 한 시점에서 우리가 내려오게 된 거잖아?”
본인들이 무엇에, 어떻게 당했는지.
몇 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거야, 뭐……. 그 기술은 위에서도 보긴 본 건데 그렇게 강할 줄 누가 알았겠어. 공격 한 방에 대남문大南門 영령들이 싹 다 당했으니…….”
거기까지 듣고서야 루거와 키드도 알 수 있었다.
“……. 빌어먹을 놈.”
“에서도 그런 스킬을 사용하며 날뛰고 다녔다는 겁니까.”
정황상 이하가 엘리자베스와 브라운, 카일, 에 전대 교황 등등과 맞서 싸웠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들 모두를 거의 비슷한 시점에 전부 죽였다는 것까지도 얼추 알 수 있는 일.
키드와 루거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곤 민망하다는 듯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공통된 의문이 있었으니까.
과연 나였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시간 차도 거의 없이, 지상에 있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영령들과 싸워 이렇게나 많은 일을 벌일 수 있었을까.
‘아니…… 능력의 문제는 둘째입니다. 그럴 확신과 정보를 과연 캐냈을 수 있을지부터 고민을 한다면―.’
‘그냥 다 쏴 버렸겠지? 설마 영령들을 죽여도 되는지, 안 되는지부터 고민을 한 건 아니겠지? 그런 어마어마한 문제를 지상의 시간으로 1시간 만에 다 풀어낸 건 아니겠지, 그 미친놈이!?’
도대체 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키드는 그 점에 대해 다시금 입을 열고자 했지만 역시나 [관통]의 브라운은 그들의 스승과 마찬가지였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하이하가 위에서 뭘 했는지, 그런 이야기야 나중에 들으면 되지 않겠나! 그보다 루거, 이 멍청이―. 키드 너도 마찬가지야! 네 녀석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던 거야?!”
“가, 갑자기 무슨―.”
“여기서도 여기서만의 할 일이 있었습―.”
“더 잘하자는 거다, 더! 더 잘하게 만들어 줄 거고!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상! 아니,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하이하 덕분에 내려오게 된 이상 말이지.”
훅, [관통]의 브라운은 그 자신의 총기를 들어 올렸다.
그곳에서부터 파란빛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때, 루거의 눈은 휘둥그레지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코―. 과 유사한―.”
“응, 응, 여보 말이 맞아. 여기까지 왔으니…… 아흘로께서 이렇게나 ‘희생’할 각오를 마치셨으니 우린 할 수 있어.”
[명중]의 엘리자베스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니알라토텝’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슈우우우우……!
그녀가 들고 있던 총기가 점점 새카맣게 변하며 그 길쭉한 총열을 자랑하기 시작한 게 어떤 의미인지.
“브, 블랙―. 아니, 그럴 수가 있는…… 뭐야!?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루거는 그저 놀라 둘과 둘의 총기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키드는 작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모자챙을 눌러 눈을 가렸다.
브라운은 루거의 말에 답하지 않은 채 엘리자베스의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지. 이 빌어먹을 놈들이 우리의 후계의 앞길을 가로막지 않도록 막아 내야 하니까.”
결연한 두 부부의 각오는 전장 멀리로 퍼져 나갔다.
여전히 정신없는 전투가 한창인 가운데, 그 말에 반응한 사람은 하나뿐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그 목소리가 저한테도 다 들리는데요…….”
“아, 무, 물론 아들도 우리랑 같은 처지라서 상당히 곤란한 발언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 그래! 거기서 너도 하이하의 제자들과 친목도 다지고 하렴. 또래 친구는 없었잖니?”
“하핫, 그것도 좋지.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라면 후회 없이 써야 할 테니까.”
철컥, 철컥.
부부의 총기에서 동시에 쇳소리가 났다.
키드와 루거가 ‘스승 NPC’들의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제 마지막이다, 절망의 상징이여.”
“그 끝에 새롭게 피어나는 희망을 위해서.”
그들의 총기가 변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들은 방아쇠를 당기며 동시에 외쳤다.
“사라져라!”
투콰아아아───────……!
그 총성이 시작이었다.
“우리도 놈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데에 거들겠네.”
“모든 컬러 드래곤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적인 공격보다도, 니알라토텝의 행동을 막는 데 모든 마나를 재투입해 주십쇼!”
“하이하 님께서 천군만마와 같은 증원을 보내 주신 데다…… 하이하 님의 스승과 같은 인간 영령들까지 나온 이상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겠지.”
덕분에 거의 완전한 컨디션을 되찾은 드래곤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으니까.
만의 스킬이 깨져 갈 무렵, ‘니알라토텝’의 몸 위로 덮어씌워지는 건 수십, 수백 개의 디버프 스킬들이었다.
────, ────, ────!
그 와중에도 그를 향해 쏟아지는, 역시나 수백, 수천의 원거리 공격들까지!
엘리자베스와 브라운의 포는 일종의 신호탄일 뿐이었다.
이제는 사라져 버린 에즈웬 교국의 교황청 인근, [절망의 미래]를 막아 내기 위한 전장 곳곳에 투입된 들과 미들 어스의 유저, NPC들의 열기는 차츰 불타올랐다.
그리고 저 멀리서, 엔정에게 구출된 카르카노는 카일과 엔정, 데베베치를 각각 인사시키는 중이었다.
* * *
“키, 킷킷…… 미쳤군. 갑자기 이게 무슨―.”
“[명중]과 [관통]의 힘만이 아녜요. 온갖 종류의 영령들이…….”
“온갖 종류이고말고요! 에윈 총사령관도 영령이 되어서 나타났다는데! 저기 보이죠!? 나라 옆에! 라르크 씨 옆에 그랜빌 임시 총사령관이고 그 옆에 쑥스러워하는 게 에윈 님의 영령!”
주변 곳곳에서 끝없이 영령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럽건만, 그들 모두가 일반적인 NPC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보이고 있다니!
“아, 아뇨, 그것만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가만 보면……. 가만 보면 모든 영령들이 다 무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것도―. 어쩐지 추억 속에서 미화된 것만 같은 무기를―. 당장 키드 씨나 루거 씨가 저 두 분의 무기에 놀란 것처럼 말이죠.”
그저 놀라고 감탄하는 자들 곁에서 역시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한 건 혜인이었다.
[관통]의 브라운은 분명 모든 무기를 물려주었건만 어째서 겉보기에 과 유사한 포砲를 쓰고 있는가. [명중]의 엘리자베스는 심지어 이곳에 이하가 없음에도 와 유사하게 생긴 대물 저격총기를 사용하고 있다.외형만 비슷한 게 아니라 총성과 포성 그리고 한 번 쏘아질 때마다 몸이 터져 나갈 것처럼 흔들리는 ‘니알라토텝’의 모습까지 고려한다면 이것은 분명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으음,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다는 걸까요, 혜인 오빠?”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아직은 모르겠네요.”
“에휴, 좋겠다. 누구는 무기도 없는데…….”
“키키킷, 정확히는 몇 사람이지만―.”
“비예미 씨, 성질 건드리지 말라고 했죠.”
보배를 비롯하여 무기가 없어져 더 이상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던 의 몇몇 인원들은 비예미의 ‘광역 딜’에 시무룩해져야 했으나, 곧 그러한 다툼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흘흘, 아가씨가 활을 쏘나?”
“왓, 깜짝이야! 누, 누구세요?”
갑작스레 의 근처에 나타난 노인이 있었으니까.
노인은 보배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곤 등에 메고 있던 ‘롱 보우’보다 훨씬 더 긴 활을 꺼내어 들곤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름을 물려받은 사람이 여자라는 게 못내 아쉬웠는데, 실제로 보니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군.”
“예,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을―.”
“자네 궁수 아닌가? 활쟁이가 나를 몰라?”
영령 NPC라는 건 당연히 아는 데다 활을 꺼내어 든 이상 궁수 직업군 NPC라는 것도 추측할 수 있는 일, 그러나 그의 이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런 힌트는 있었다.
“이름을 물려받다니? 킷킷, 보배 씨는 이름을―.”
“이름…… 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미들 어스의 직업군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영웅의 후예], 그 [영웅]의 이름을 최초로 드높인 자.“쏴 봐. 화살 걸지 말고.”
다만, 아무리 봐도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다소 음흉한 표정의 노인이었기에 보배는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쏘……라뇨?”
보배는 노인이 내민 활을 물끄러미 보았다.
현대식 컴파운드 보우의 형태는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미들 어스에서도 활의 개량은 당연히 진행되는 것이었고, 일반적이며 대표적인 형태는 현대식 양궁 활의 형태이기도 한 ‘리커브 보우’ 스타일이 많이 쓰이고 있었다.
‘ 따위 없이 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지. 베어Bare 보우로 특별한 보조 기구는 부착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형태와 무게, 장력의 측면에서는 현대식 양궁용 활이라고 봐도 무방한 스타일의 무기가 많았으니까.’
개중에도 간혹 특이한 활들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며, 완전히 S자 형태로 굴곡이 진 리플렉스 스타일의 활도 종종 보였다.
길이를 키운 롱 보우의 경우도 마찬가지, 리커브 형태까지는 안되더라도 그 크기가 주는 장력을 활용하기 위해 최소한의 만곡형은 갖추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활은?
‘완전한 스트레이트……. 길이는 롱 보우보다 더―. 무식하다고 말할 정도로 길지만, 활의 양쪽 끝이 전혀 휘지 않았어. 시위가 팽팽하기는 한 건가? 어떤 의미로는 장력이 발생할 수가 없어 보일 정도인데 이걸 쏘라고?’
화살을 강력하게 날리기 위해 진화해 온 무기가 바로 활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인이 건넨 활은 오히려 퇴화의 퇴화를 거듭한,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활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렇게 활을 관찰하는 보배를 보며 노인은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아, 안 받을 거야!?”
“그, 그게 아니라요, 쏘라고 말씀하시는 것치고는―.”
“안 쏴? 그럼 이걸로 후려칠래? 활이 부러져서 이렇게 돌바닥에 궁둥이나 문대고 있는 거 아니었나? 활을 줘도 쓰기 싫다면 아가씨는 자격이 없는 게지.”
당황한 보배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 했으나, 역시나 ‘이런 스타일’의 화법에는 익숙해질 수가 없는 것일까.
옆에서 ‘킷킷’거리는 비예미를 잠시 째려본 후 보배 또한 목소리를 높여 가며 곧장 욱하는 성질을 드러내었다.
“아뇨! 형태가! 그, 뭐랄까! 게다가 화살을 걸지 말고 쏘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겠다고요! 어차피 화살을 날릴 정도의 힘도 안 나니까 화살을 걸지 말라고 하시는 건가? 제가 활은 부러졌어도 화살은 아직 잔뜩 있거든요?”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노인은 씨익, 치아가 몇 개나 빠진 입으로 웃어 보였다.
“흘흘, 그래. 이 활은 화살을 날리기 위한 게 아니니까. 역시 내 이름을 물려받을 만하군.”
어려서부터 활을 잡아 왔던, 양궁 종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보배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