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122
마탄의 사수 에필로그 (25)
그것이 그가 미들 어스라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비행선을 타고 오는 내내, 심지어 〈신세계〉 착륙 이후 본격적인 수색이 진행되던 시점까지도 눈을 반쯤 감은 ‘영감’ 소리만 듣던 촘촘은 눈을 번쩍 뜬 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유저들은 그런 점에만 놀라고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문장 단위로 완전 해석이 되는 건 아니지만一. 주요한 단어들 위주로는 알아들을 수 있으니 곧장 일러 주자면, 가장 처음에 했던 말은 [모든 인간, 자유, 존엄과 권리, 동등, 무엇을 원하나.] 즉, 우리가 의심스럽지만 그래도 인간이므로 말을 들어 보겠다는 의미! 그리고 그 후에 했던 말은 [무엇, 원하나.] 질문입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아마도 여기에 왜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 추측되는데, 팀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교 언어학]의 권위자, 현실에서도 교수인 촘촘의 해석에 의하자면 적어도 이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긍정적인 대화 가능성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으니까.“초, 촘촘 교수님! 그러면 우리의 말을 저쪽에도 전할 수 있나요?”
“그건 아직, 아직입니다. 어족語族을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동원사同源詞의 수에 따라 또 달라지는 데다 주요 어근에 대해 알아보려면 조금 더 많은 대화를 해 봐야一.”
“저, 저기, 너무 어려운 말은 어차피 이해 를 못하거든요!”
“그니까 더 말을 들어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들에게서 말을 계속 이끌어 내시고! 그 사례를 더 확인해 봐야 우리 말을 저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아, 그리고 세 번째로 했던 말은一.”
투투투투투투一一一一一一……!!!!
촘촘의 목소리가 커지기 무섭게 ‘그들의 대장’은 다시금 소리쳤다.
미지의 공격 헬기를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동작과 함께 한 외침이 어떤 의미인지, 적어도 그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이하는 느낄 수 있었다.
‘위협이다. 빨리 대답하라는 건가? 제기랄, 대답이 안 되는데 어떻게 대답을一.’
이하 자신과 촘촘이 대화하는 것을,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계속 나누는 것에 대해 저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염려하고 있다.
저들 또한 충돌을 피하는 게 최우선의 선택이라고 보자면,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를 계속 하는 ‘미지의 인간들’이란 결국 두려움과 공격의 대상이 되어야만 하는 게 아닌가.
“촘촘 교수님!”
“세 번째는…… 용! 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보석, 용, 용과 함께, 이유? 왜?]”
“네? 용? 보석? 용一. 아!?”
이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허공에 떠 있는 ‘아군’은 이하 자신을 제외하고 둘.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차원룡〉 블라우그룬.
그리고 그의 곁에는?
[삐잇?】]“뽀뽀?! 쥬얼 드래곤!?”
“조금 전의 말은 [빨리, 대답! 악마, 보석, 용, 함께, 지킨다, 이유? 그들, 한편?] 빠, 빨 리 대답하라! 악마 같은 보석용과 함께 하는 이유, 그것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석용과 같은 편인가? 라고 해석할 수 있는 바一.”
이하는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들이 경계하는 주요 타깃은 이하 자신을 비롯한 인간들이 아니었단 말인가?
〈쥬얼 드래곤〉을 경계하고 있다?
‘하물며 〈쥬얼 드래곤〉을 악마라고 부르고 있다는 건一.’
그 말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 몇 가지나 되는가.
이쪽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지, 이쪽 세계에서의 종족 간 관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potis, hz wlnehz m kwnewti.] hz Owjom kwnewti.]“一[대답, 없다, 공격,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하는 마른침을 삼켰다.
〈꿰뚫어 보는 눈〉을 통해 볼 수 있다.
짙게 틴팅Tinting이 되어 있지만, 하물며 그 안에 있는 ‘대장’은 머리와 눈을 또다시 보호하기 위한 헬멧까지 쓰고 있지만.
이하는 그의 표정을 보는 것만 같았다.
따라서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 경고임을.
저들은 ‘뽀뽀’가 〈쥬얼 드래곤〉의 일족인 〈자수정 드래곤〉이라는 걸 알고 있으며 또한 분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제 이하 자신도 결정해야 했다.
아직까지 우리의 말을 저들에게 번역하여 건넬 수 없다면.
결국 보여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거! 너네! 적, 아냐! 이거! 우리 편! 우리 가족! 평화!”
이하는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뽀뽀’를 가리키고, 그들을 가리키고, 팔을 교차시키며 X자를 취한다.
다시 ‘뽀뽀’를 가리킨다.
블라우그룬을 가리킨다.
그러곤 이하는 둘 사이에 끼어들어 블라우그룬과 어깨동무를 하는 한편, ‘뽀뽀’를 자신의 어깨 위에 앉히며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또 몸짓했다.
“우리! 바다 건너! 이쪽으로! 교류! 대화!”
〈신세계 수색 야전 사령부〉가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팔을 크게 위로 움직이며 호를 만들며 ‘넘어왔다’는 표시를, 그리고 양손으로 그들과 이하 자신을 가리키며 번갈아 회전하는 동작까지.
[스킬一〈초심자의 보디랭귀지〉의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그와 동시에 눈앞에 보이는 홀로그램 창과, 그 홀로그램 창이 떴다면 이하 자신에게 ‘적용되었을 페널티’가 무엇인지까지, 이하는 알 수 있었다.
투투투투투투투…….
잠시 동안 회전익의 소음만이 울렸다.
시끄러운 와중에 느껴지는 묘한 고요라고 해야 할까.
이하가 세 번째 마른침을 삼키고 있을 시점에서, 마침내 그들의 답변이 돌아왔다.
“저들이 말합니다. [의미, 알 수 있다, 인 간, 공격, 하지 않는다.]……. 수색팀장님의 ‘보디랭귀지’를 이해한 것처럼 보이는一.”
“좋았一.”
[wog, hom! k’erd hz ghnutoj hz owjom kwnewti.]“……[그러나! 보석용, 공격. 비켜라.]……라고 하는군요.”
촘촘의 해석에 의한 기쁨은 1초도 유지되지 못했다.
인간으로서 인정은 해 주므로 공격하지 않겠으나 〈쥬얼 드래곤〉만큼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일까.
이하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아니, 아니, 우리 가족이라고! 비킬 수가 없다고!”
〈보디랭귀지〉가 통했음에도 이렇게 귀결되는가?
이미 이하 자신에 대한 저들의 존경심은 곤두박질을 쳤을 터, 그것을 감안하며 난리를 쳤음에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가!
[kwnewti. hz wlhz nehz ne hl esti.]“[비켜라, 마지막, 경고.】”
이하의 바람과 관계없이 ‘그들의 대장’은 말했다.
저들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이하 자신은 물론, 〈신세계 수색팀〉이 취할 수 있는 방향도 결국 하나밖에 없다는 게 된다.
‘뽀뽀’를 내어 주는 건 가정조차 할 수 없는 일.
이하는 잠시 주변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어야만 했다.
“물러설 수 없어. 뽀뽀는 우리 가족이다.”
“하이하 님…….”
블라우그룬의 젖은 목소리가 조용하게 퍼졌으나, 뭇 유저들에게 들린 건 머릿속 이하의 목소리였다.
一전원 방어 태세 준비해 주세요! 하지만 절대! 절대 공격해선 안 됩니다. 방어만! 각 조에 속한 오리엔탈 드래곤님들도 우선 본체의 모습을 드러내시지는 마시고! 방어 계열 마법에 모든 힘을 모아 주십쇼! 신호는 제가 드리겠습니다!
최악의 사태가 발발하더라도 우선 공격만큼은 하지 말아 달라는 점.
만에 하나 사상자라도 나온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 발언인 동시에, 이하가 자신과 〈신세계 수색팀〉의 힘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했다.
이하의 경고이자 충고는 결국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니까.
철컥一!
〈블랙 베스〉에서 쇳소리가울렸다.
“물러서. 너희가, 우리 공격하면. 우리도, 너희 공격한다.”
이하는 느린 어조로, 단어를 꾹꾹 눌러 담 듯 말했다.
[So reks deiwom Werunom h4upo- sesore nu deiwom.]“[원시적인 무기, 소용없음, 방어력, 무적, 별, 철.]…… 자신들의 탑승체가 매우 단단하고 견고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만一.”
“네, 저도 뉘앙스로一. 아니, 저 인간의 표정으로 알 수 있어요. 자신감이 넘치고 있는데! 그래도! 할 수 있다! 너! 공격! 안 하고! 무장! 네 무장을 해제하게 만드는 거! 저걸 공격할 거야! 나는! 망설이지 않는다!”
이하는 ‘미지의 공격 헬기’ 캐노피의 약간 하단부를 가리키며 외쳤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하 자신이 공격해야 할 건 무엇일지.
캐노피 속의 인간을 죽이는 행위까지 할 수 없다면, 다음으로 할 수 있는 건 역시나 무장의 해제가 아닌가.
“[So nputlos, nu deiwom, h4upo- sesore.]
“수색팀장님의 말을 알아들었나 봅니다만……. [그곳, 별, 철, 방어.]라며 자신하고 있군요.”
문제는 그곳에도 분명 어두운 묵색의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역시……. 후우, 좋아요. 그러면一.”
다른 부위와 전혀 다른 느낌의 금속이자, 캐노피 안의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프레임과 같은 금속이 ‘무적’이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압도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는 재료일 것이며 눈앞의 ‘대장’이 믿는 것 또한 그것일 터.
이하는 천천히 〈블랙 베스〉를 만지작거렸다.
“네 녀석들이 자랑하는 별철이라는 게 얼마나 단단한지! 우리 쪽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공격력의 블랙이 있으니一……. 아니, 잠깐만. 별철? 별? 철?”
순간, 이하의 머릿속에 스치는 한 단어.
이하는 소리쳤다.
“교수님! 들었던 단어는 그대로 사용해서 말해 주실 수 있죠?! 빠, 빨리! 빨리 해석해서 전해 주세요! [별철! 알고 있다!]”
이하의 갑작스러운 요구는 촘촘을 비롯한 뭇 유저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나, 교수는 그 와중에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냈다.
“가, 갑자기一. [nu deiwom, Kwid, k’ek’luwos ghmones!]”
[별, 철, 무엇, 알 수 있다.]그와 동시에 이하는 외쳤다.
별 철. 그것이 그들의 자랑인 금속이라면.
아마도 이하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할 터 !
“스타-더스트! 스타-더스트!”
이하의 부르짖음에 ‘미지의 공격 헬기’는 갑자기 좌우로 요동쳤다.
당황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체의 행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으나, 아쉬운 점이라면 이하 외의, 무려 287명의 〈신세계 수색 인원〉들에게는 그렇게 해석할 여유가 없는 유저도 있다는 것일까.
“고, 공격이다! 공격을一.”
“아, 아냐! 공격이 아니라一.”
누군가가 팽팽한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스킬을 발동시켜 버렸다.
그리고 공격 마법이 캐스팅되는 그 시점에서, ‘저들’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는 없었다.
회전익의 소음이 한 단계 더 올라갔다고 여겨지기 무섭게 결국 이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一전원 방어 마법 발동!
一一一一一一一一一一一一一一!
형형색색의 배리어와 쉴드 그리고 결계가 〈신세계의 숲〉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무섭게, 미니 건이 공격 전 회전하는 소음과 유사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기이이이이이一一一一一一……!!!!
다행히 그 시점에서 이미 이하의 손은 움직이고 있었다.
‘후우우우우…….’
들어 올린 〈블랙 베스〉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
가장 먼저 공격당할 게 이하 자신과 블라우그룬 그리고 ‘뽀뽀’가 될 게 분명함에도, 조준부터 격발까지, 일련의 사격 동작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하아아아아…….’
그렇게 이하는 방아쇠를 당겼다.
쏘아져 나간 탄자가 ‘그들의 대장’이 타고 있는 ‘미지의 공격 헬기’의 무장 연결 부분에 적중했다는 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카아아아아앙一一一一一一一…….
그곳에서부터 울린, 높고도 강렬한 파열음.
그리고 그 소리의 근원부에서 완전히 뒤틀리고 구부러진 형태를 띠고 있는 적의 무장.
이하는 당황했다.
단박에 적의 무장을 떼어 낼 요량으로 격발한 것임에도 그것이 그저 우그러질 정도의 데미지밖에 입히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러나 그보다 더 당황한 자도 있었다.
[kludhi moi! kludhi moi!]대장 기체에서 또 다른 소리가 울릴 무렵, 미니 건의 회전과 같은, 공격 전 소음은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멈추라는 뜻으로 해석이一.”
“네, 알 것 같아요, 교수님.”
대장 기체는 공격을 중지시켰다.
그러곤 천천히 헬멧을 벗기 시작했다.
완전히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는 계기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그가 확인한 게 무엇인지 이하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무적을 자랑하던 기체에 손상이 가해졌다는 것.
데이터를 통해 그것을 확인한 적의 대장은 고개를 들었다.
이하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
단순한 당황이 아니라 놀라움, 경악, 충격…….
그런 종류의 감정이 그에게서 휘몰아치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의 표정이라는 걸 확신한 채 이하는 또박또박 말했다.
“우리는, 싸우지, 않는다.”
이하는 양손을 교차하며 X자를 그려 보였다.
〈보디랭귀지〉를 함에 있어 이하는 그 어떤 주저함도, 아쉬움도 없었다.
적어도 저들의 대장이 보여 준 표정에서 알 수 있는 점이 또 있었으니까.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행동은, 이하에 대한 ‘존경심’이, 적어도 〈보디랭귀지〉로 인하여 하락한 것 이상으로 다시금 상승했다는 방증이니까.
푸쉬이이이一一一一一一一…….
압력이 빠지는 소리와 함께 ‘미지의 공격 헬기’의 캐노피가 열렸다.
그곳에서 헬멧을 벗고 있던 ‘저들의 대장’은 이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nu deiwom So tosjo gheuterm…….k’erd hz ghnutoj prksket Suhxnus moi gnhljotam.]“[별철, 손상, 인간, 처음, 그렇다면…… 보석용, 휘둘리다, 않는다. 위험. 인정.]……. 그러니까…….”
촘촘은 더듬더듬 그의 말을 따라 읊었다.
그리고 그가 단어를 꿰어 문장으로 만들기 전, 이하가 먼저 말했다.
“스타-더스트를 손상시킨 인간은 처음이고 그렇다면 〈쥬얼 드래곤〉에게 휘둘릴 리가 없다. 〈쥬얼 드래곤〉은 위험한 존재이지만, 인정하겠다……?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교수님?”
“얼추 맞을 거라 봅니다.”
촘촘은 확언했다.
따라서 이하는 씨익, 미소를 지어야만 했다.
“이 자식들, 이거. 여전히 고자세인 게 조금 싫지만……. 흐흐, 첫인상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라르크 씨가 그랬던 것처럼.”
“저기, 하이하 씨!? 내 이름이 갑자기 왜 나옵니까?”
라르크는 조금 큰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이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여전히 ‘저들의 대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대화 좀 해 보렵니까? 시간을 갖고 천〜천히 말이에요. 별철, 아니, 스타-더스트에 대해서도 말이죠.”
이하는 웃었다.
[Tod hlestu.]저들의 대장도 웃었다.
〈신세계〉에서 과학 혁명을 성공시킨 문명과의 평화적인 첫 교류가 마침내 물꼬를 텄다.
바꿔 말하면, 〈에피소드3: 레볼루션〉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