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729
마탄의 사수 (729)
“우와아아앗―! 또 쏴 댄다! 도망쳐!”
포격의 폭풍이 불어닥치자 유저들은 머리를 감싸 쥐며 혼비백산 도망쳤다.
잠시 뒤, 폭풍이 멎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바, 방금 여기 있던 사람 어디 갔어? 키드 맞지? 키드였잖아! 그 사람 어디 갔어?”
“뭐? 그 사람이 키드야? 슬리핑― 아니, 〈스팅어Stinger〉 키드? 우드 엘프들이 이를 갈고 있던 그 사람 맞아?”
그 와중에도 키드를 알아본 자는 있었다.
그러나 키드가 서 있던 자리엔 움푹 팬 바닥 외에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에기라알! 키드가 죽었다!”
“뭐? 키드가 죽었다고? 그 키드가!”
“우아아악! 키드가 죽을 정도로 강한 몬스터란 말이야?”
“죽을 똥을 싸도록 달려! 세계수의 숲이 코앞이다!”
그때 나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시끄럽습니다. 죽긴 누가 죽었단 말입니까.”
“―끄악!”
도망치던 유저는 갑작스레 자신의 앞에 생긴 그림자와 부딪쳤다.
바닥을 나뒹굴다 다시금 일어났을 때, 그는 진로를 방해한 유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키드는 모자를 눌러쓰며 인상을 찌푸렸다.
“키드! 죽지 않았―”
“시끄럽다고 말했습니다. 아는 대로 빠르게 말하십시오. 저것을 발견한 게 어디이며, 저건 대체 무엇입니까.”
웬만한 랭커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 덕에 몬스터의 포격을 피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도 완전한 회피는 아니었다.
코트 자락에는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여유를 부릴 시간 따위는 없다는 의미였다.
“모, 몰라요! 신대륙 도, 동부로. 잊힌 종족을 찾으라는 퀘스트를 받아서 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저놈들이 다 튀어나와서는―”
“맨티코어 몇 마리쯤은 잡으려고 했었죠! 우리 공대도 신대륙 서부의 사냥은 제법 하거든요? 근데 저, 저, 저놈이 다른 맨티코어 무리에서 튀어나오는 순간부터 갑자기 상황이 변한 거예요! 저 이상한 맨티코어가―”
“쉿, 기브리드는 보았습니까.”
“기브리드?”
“육지에서 꾸물대며 다가오는 저 키메라들 사이에서, 뭔가 다른 몬스터는 없었냐는 말입니다.”
“젠장!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지금 공중에 있는 저놈을 상대하는 것도―”
“이런! 피하십시오!”
키드는 종아리에 모든 힘을 모으며 뒤로 도약했다.
멀찍이서 보이던 그것이 다시금 움직이는 모습이 시야 한편에 들어왔기 때문!
콰아아아앙────────────!
“……!”
“큭!”
키드는 후폭풍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열을 막기 위해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얼굴을 가리기 전,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대로 잿빛으로 변하거나,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유저들의 모습을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공격력은 평소의 루거와 비등하거나 그 이상…… 기브리드가 키메라를 만드는 마왕의 조각이라면 루거 당신은 아마도…….’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해 줄 유저는 없다.
하지만 루거의 행방에 대한 정보와 유저들이 내뱉었던 단편적인 언급만으로도 키드는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기브리드가 비행을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기브리드가 있더라도 적어도 2.5km 이상 떨어진 키메라 무리의 가운데쯤이라고 짐작됩니다. 속도로 봐도 이곳까지 도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터. 무엇보다……. 희망이 살아 있습니다.”
흘끗, 키드를 일찌감치 지나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는 유저의 수는 셋.
1개 공격대 25명 중 살아남은 사람의 숫자가 고작 셋이다.
키드는 그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셋 중 한 명은 반드시 에즈웬으로 가서 이 사실을 전파할 것이고, 그렇다면 원군이 올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뿐입니다.”
그을린 코트를 젖히며 키드는 〈크림슨 게코즈〉를 빠르게 뽑아 들었다.
루거와 합성된 맨티코어는 물론, 일반 맨티코어들도 키드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일반 맨티코어의 수만 해도 스무 기를 상회한다.
맨티코어와 전투를 해 본 적 없는 키드의 입장에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이 되었다.
하물며 맨티코어―루거까지 포함한다면? 맨티코어 스무 기의 전투력 총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키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꾸욱 눌러쓴 페도라 아래, 키드의 입꼬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중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바란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루거 당신은 이미 로그아웃되었겠지만…….”
루거는 호전적이다.
또한 그 호전적인 성격을 받쳐 줄 실력도 있다.
그뿐 아니라, 조금 허당처럼 보이지만, 상대보다 상대를 더 냉철하게 파악하며 달려드는 사람이 바로 루거다.
그러나 루거만 그럴까?
그런 [관통]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상대하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도 잘 알고 있는 키드다.
아니, 어떤 면에서 키드는 루거보다 [관통]의 힘을 더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지금까지 한 걸음 물러나 있었던 것은 PVP를 통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의 별명은 ‘슬리핑’이라 불릴 정도였으니까.
그런 그가 변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일까.
“하이하만 당신의 경쟁자가 아닙니다, 루거.”
꺼벙한 얼굴, 어리바리한 태도.
그럼에도 주변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보이거나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미들 어스를 플레이하는 유저.
키드는 스스로를 알고 있었다.
이하의 급속 성장을 인식했을 때부터, 그를 라이벌로 인정했을 때부터 자신의 속에서 무언가가 변했음을.
키드는 어느 순간부터 이하, 루거와 진심으로 겨뤄 보고 싶어졌다.
물론 미들 어스에서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향후 진행될 퀘스트의 연계성 등을 위해서라도, 입으로는 으르렁거릴지언정 진심으로 서로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게 키드의 결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 삼총사 중 한 사람이 몬스터로 변해 있다고?
키드는 모자챙을 만지작거리며 슬쩍 들어 올렸다. 모자 아래서 그의 눈빛이 빛났다.
순간, 루거의 포구 끝이 빛났다.
“나 또한 당신과 서로 겨눌 날을 기다려 온 건 마찬가지란 뜻입니다!”
콰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흙먼지가 비산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그곳에 키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심전력으로 서로를 죽이기 위한 삼총사의 혈투가 막 시작된 참이었다.
* * *
“그게 정말입니까?”
“그, 그렇다니까요! 빨리 팔라딘들을 파견하지 않으면― 아니, 이미 키드도 죽었을 겁니다!”
에즈웬 교황청 내부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키드가 지켜 낸 세 명의 생존 유저는 모두 함께 에즈웬 교국으로 텔레포트했고, 그들은 맨티코어와 키메라들이 나타났다는 특급 정보의 힘으로 즉각 교황의 알현실까지 들어온 상태였다.
“성하―”
“내 결재를 기다리지 말아요. 〈퇴마의 추기경〉의 현재 위치는 파악되었습니까?”
“―그, 지금 소재 파악 중입니다. 아마도 신대륙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기존 속명 로메로, 현 교황 법명 우르바노 2세는 자신을 보좌하는 추기경의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즉시 팔라딘을 포함하여, 퇴마의 추기경을 보조할 수 있는 병력을 파견하세요. 필요하다면 교황의 근위병까지 모두 동원해도 좋습니다.”
“그, 그럴 수는 없습니다! 콘클라베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이 시점에 성하의 안위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조반니 추기경님.”
“예, 예. 성하.”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리라 믿습니다. 더 이상 교국 내의 적은 없습니다. 제 안전을 지켜 준 것 또한 퇴마의 추기경 아니겠습니까.”
교황은 미소를 지었다.
교황의 안위를 위협할 교국 내의 적이 누구이며, 현재 어떻게 되었는가.
우르바노 2세는 기정이 투스쿨라니의 부정선거를 발견하여 그를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시킨 일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자리에는 교황을 보조하는 조반니 추기경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교황 근위병을 포함한 팔라딘 삼백을 즉각 퇴마의 추기경에게 파견토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소식을 가져오신 손님 여러분의 휴식처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예, 성하.”
교황으로 선출되었다고 해서 NPC의 인격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황과 추기경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저 세 명은 자못 감동적인 표정을 지어야만 했다.
같은 시각,
기정은 람화연이 새롭게 건설하는 마을의 인근에서 몬스터를 정리 중이었다.
퓌비엘을 위한 일이기도 한 〈빨치산Partisan 프로젝트〉에 별초가 투입되어 화홍과 함께 협업을 하는 셈이었는데, 교황청에서 날아온 긴급 파발로 인해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맨티코어와 키메라!?”
“기정 씨! 얼른 가요!”
보배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 녀석, 마왕의 조각이긴 하지만, 지금은 기정 씨만 봐도 꼼짝 못 하잖아요.”
다른 별초 인원들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맨티코어와 키메라가 나타났다. 그 말은 즉, 기브리드가 나타났다는 뜻과 동의어라 봐야 한다.
그럼에도 보배를 비롯한 혜인, 태일, 비예미 등은 별다르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기정이 2회에 걸쳐 기브리드를 격퇴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으아아, 큰일 났네. 이번에도 찐일 것 같은데?’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기정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황급히 귓속말을 날릴 수밖에 없었다.
―엉아! 지금 또 기브리드로 장난치는 거야?
―아니, 뭔 소리야?
―아, 아무것도 아냐. 오염된 세계수의 숲 근처에 맨티코어랑 키메라들이 나타났다는데 기브리드도 있는 것 같아서. 혹시 형인가 했지. 혹시 도와줄 수 있으면―
―나 아니다! 나 지금 엄청 바쁘고,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니까! 굳이 나서지 말고 몸 사려! 〈신의 지팡이〉나 잘 지키라고!
‘사릴 수 있으면 내가 물어보겠냐고, 형…….’
기정은 이하의 야속한 귓말을 들으며 입맛을 다셔야 했다.
이하가 와 준다면 안심이라도 될 텐데 이토록 매정한 답변이라니.
물론 그것은 이하의 현재 사정을 기정이 전혀 몰랐기 때문이기도 했다.
“기정 씨? 안 가요?”
“가, 가야죠. 가야……지.”
기정은 마른침을 삼켰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이 기브리드와의 ‘진정한 첫 대결’이나 마찬가지다.
‘처음은 이하 형의 드래곤님이었어. 그리고 두 번째는― 지금 생각해도 간담이 서늘하군. 그렇게 장난스럽게 싸웠다니.’
이하에게 웃으며 귓속말을 했던 그날의 전투를 기정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기브리드의 공격은 첫 번째보다 확실히 매서웠다. 실질적으로 데미지의 감소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가볍지 않았던가?
‘만약 그날…… 놈이 갑자기 후퇴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죽었을 거야.’
기브리드는 기정과 함께 합을 맞추다 말고 몸을 돌렸다.
그 어떤 원군도 없었고, 그 어떤 특이 사항도 없던 시점이었다. 그 행동 덕분에 블라우그룬이라고 더욱 확실한 믿음을 가질 수 있던 셈이었다.
‘그날 일은 전부 내 착각이었을 뿐이야. 지금은 진짜다. 진짜 기브리드와 싸우는 거야.’
슈와아아아아……!
그 순간, 기정의 눈앞에 성스러운 옥색의 빛이 반짝였다.
“와아, 이건 뭐예요?”
“교황 성하의 메시지요.”
기정의 위치를 파악한 에즈웬 교국에서 교황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제 저 빛에 손을 대는 순간, 자신은 교황이 지정한 곳으로 이동될 것이다.
“후우우…… 여러분은 이곳 주변의 몬스터 정리에 신경 써 주세요.”
“키킷, 기브리드 따위 정리하는 데 우리의 힘은 필요 없다~ 뭐 이런 얘기죠?”
“그, 그게 아니라―”
“비예미 씨, 케이가 곤란해하지 않습니까. 하핫. 그래, 잘 다녀와, 케이. 녹화하는 거 잊지 말고.”
비예미의 말을 들으며 한마디 얹으려던 기정은 혜인의 자연스러운 만류에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마음 같아선 도와 달라고 하고 싶었다.
다만 진짜 기브리드와 키메라 떼라면 현재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을지 예상하기 어려웠기에 기정은 일단 마음을 굳혔다.
‘우선 먼저 가서 상황 파악부터 하자.’
기정은 표정을 고쳤다.
길드 마스터의 신뢰도를 고스란히 보여 줄 수 있는 미소를 지은 채, 그는 빛에 손을 대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파아아아앗───!
기정은 오염된 세계수의 숲 인근으로 즉각 텔레포트했다.
그곳엔 이미 파견된 팔라딘과 교황의 근위병들이 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총원 555명, 성하의 뜻에 따라 홀리 나이트를 다시 한 번 보좌하게 되었습니다! 퇴마의 추기경님을 향하여─── 경례!”
“근위병 여러분까지 오신 거예요? 아, 아니, 와 주면 고맙긴 하지만 굳이 지금― 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