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59)
#재능만렙 플레이어 259화
나프탄이 말했다.
“수룡이 없습니다.”
김혁진의 감각안에도 아예 잡히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는 이거다. 수룡들이 ‘천공의 마나’를 먹고서 다른 개체로 성장했다. 고래일족이나 김혁진 자신의 감각안에 아예 안 잡힐 정도의 엄청난 개체로. 이를테면 드래곤 같은.
‘그랬다면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는 않았을 거야.’
일단 그 최악의 상황이라면, 계산이나 대비는 필요 없다. 어차피 끝이다. 최악의 상황은 가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비책이 없으니까.
나탈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가 돌아온다는 걸 알고 다 도망친 거 아닐까요?”
“그럴 리가. 그랬다면 처음에 천공으로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김혁진이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500년 전의 천공. 그리고 지금의 천공. 과거에 존재했던 수룡.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수룡.’
김혁진이 물었다.
“원래 천공에는 고래일족밖에 없었나?”
“응. 맞아요. 천공은 고래일족의 보금자리였어요! 그렇죠, 아빠?”
나탈리가 말했고 나프탄이 나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500년 전. 수룡이 찾아오기 전까지. 고래일족을 제외한 다른 생물체는 없었다는 뜻이네.”
“그렇습니다, 검의 맹약자시여.”
김혁진은 거기서 이상함을 눈치챘다.
“수룡들이 그렇게 고등 생물체였나?”
김혁진은 분명 봤다. ‘운해’에 빠진 ‘강철 와이번’들의 몸이 쪼그라들어서 마정석으로 변해 버렸다. 다롱이가 그 많은 마정석을 모두 들고 왔다. 인벤토리에서 반짝거리고 있는 이 마정석이 바로 그 증거다.
‘수룡 역시 드래곤의 아류종. 그래봤자 와이번과 그리 멀지 않은 몬스터일 거야.’
강철 와이번은 운해에 빠지자 소멸되었다. 마정석만 남기고서.
‘그런데 이곳은 운해보다 더 끔찍한 마나가 요동치는 곳.’
고래일족의 가호를 받고 ‘백경지체’라는 임시적인 특성을 얻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하잖아. 왜 이곳에는 고래일족 외. 다른 생물체가 없었을까?”
“그건…….”
50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프탄은 이상함을 느낀 듯했다. 김혁진이 말을 이었다.
“이곳의 마나가 지나치게 깨끗하기 때문이야.”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다.
“나도 마나에 잡아먹힐 뻔했으니까.”
이곳은 고래 일족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지만, 다른 생명체들에게는 지옥이다.
“그런데 수룡들이 찾아왔어.”
천공으로 오는 길이 몇 개나 존재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 강대한 힘을 가진 고래일족조차 힘겹게 헤엄쳐서 올라왔다. 그렇다면 수룡들은?
“그리고 그 수룡들이 이곳에서 숨을 쉬고, 너희들을 내쫓았다?”
이러한 마나가 있는 곳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네.”
“생각해 보니 이상합니다.”
“내가 이 사실을 짚어내기 전까지, 너희들 중 그 누구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
고래일족은 ‘생각’이라는 걸 많이 할 필요가 없는 일족이다. 천적도 없고 굶주림도 없다. 그냥 유유자적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일족이다. 그렇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역시 이상한 일이다.
“수룡들이 찾아올 수 있었던 것부터 이상하고. 수룡들이 이곳에서 살아남은 것도 이상한데. 그 이상함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건 더더욱 이상하네. 내 말이 맞지?”
“그렇…… 습니다.”
“이 정도로 이상하려면, 무엇인가 외부의 다른 요인이 개입되어 있겠지.”
자연적으로는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다.
‘나는…… 이미 포식수를 재배하는 미지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포식수들이 재배된 포식수라는 사실을. 그런데 지금은 그 사실을 안다.
‘그렇다면 수룡들을 키우는 다른 미지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 존재가 ‘대단위 인지부조화‘같은 능력을 사용하였다면, 그러면 이 이상함이 조금은 설명이 된다.
‘누군가의 적극적인 개입.’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과연 누구일까? 왠지 누구인지 알 것 같다. 500년 전부터 이 그림을 그려왔던 누군가가 있다.
“누군가가 나를 이곳으로 불렀어.”
“누가 말입니까?”
“인간들 이름으로는 마왕.”
“이곳은 일반적으로는 찾아올 수 없는 특수한 필드인 것 같아.”
고래일족에게만 허용된 필드. 혹은 이사벨같은 ‘특별한 존재’들만 알고 있는 정말로 특수한 곳.
“이곳을 찾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더 문제는 내가 이곳에 아무런 대비 없이 왔다면 몸이 녹아버렸다는 거지.”
고래일족의 가호가 없었다면 이미 죽었다.
“그렇다면 나는 고래일족의 도움을 받아서 이곳으로 와야만 한다는 얘기가 성립이 돼.”
“예.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습니다.”
“만약 너희가 천공안에 있었다면?”
이들의 퀘스트를 들어줄 수가 없다.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고래일족의 가호’가 주어지는데, 퀘스트를 받을 기회조차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마왕이 이들을 운해를 내려보냈다.’
이제 확실해졌다.
‘마왕은 플레이어가 아니야.’
플레이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그는 플레이어가 아닌, ‘미지의 존재’다.
“너희들을 운해에 내려 보냈고, 덕분에 나는 너희들과 관계를 맺었지. 그리고 이곳에서 버젓이 살아서 숨을 쉬고 있고.”
나프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맞아 떨어지는군요. 저희들은 이용당한 모양입니다.”
고래일족은 이 얘기를 듣고서도 딱히 화가 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느 파트에서 화가 나고, 어느 파트에서 화가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 딸과 관련된 얘기만 아니면, 어떤 얘기든 화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면 중요한 건 하나지.”
왜? 마왕이 자신을 이곳으로 부르기 위해 500년 전부터 이런 계획을 짜놓았을까? 오로지 고래일족만이 고고하게 살아가는 이 특별한 필드에, 왜 플레이어인 자신을 불렀을까?
직접적으로 ‘천공’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이곳에는 너희. 그러니까 고래일족과 마왕이 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을 거야. 그게 뭘까?”
이곳. 천공에. 고래일족과 마왕이 할 수 없어서. 그래서 인간인 자신을 불렀다.
“저희가 할 수 없는 것이라…….”
나프탄이 생각에 잠겼다. 고래일족에게 불가능한 것. 이곳 천공에서 할 수 없는 것.
그때 나탈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아빠! 250년 전에, 맨날 하던 말 있잖아요.”
“그게 뭐였지?”
“아빠말 안 들으면 마나홀이 잡아간다고 했잖아요.”
“아.”
나프탄이 무엇인가를 떠올린 듯했다.
“그래. 마나홀. 그게 있었지.”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퍼즐들이 맞춰져가고 있다.
“마나홀. 그게 뭐지?”
* * *
마나홀.
이곳 천공에 존재하는 ‘블랙홀’ 같은 것. 고래일족이 말하는 ‘천공의 중심부’에 존재하며, 그곳에 빨려들어 간 고래일족은 결코 빠져나올 수 없다고 했다.
“물론, 저희는 멀리서부터 마나홀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마나홀에 빨려 들어간 고래일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김혁진이 중얼거렸다.
“고래일족을 잡아먹는 설정값이라.”
그런 설정이 있는 필드.
“그 근처로 이동이 가능하겠어?”
“음.”
나프탄이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대답했다.
“안전한 선까지는 모셔다 드릴 수 있습니다.”
“일단 가보자. 마나홀로.”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고래일족이지만…….”
“알아. 나는 인간이라는 걸.”
본신의 힘은 고래일족보다 훨씬 약하다. 만약 고레벨이 되고 최상위 랭커가 된다고 해도. 그래도 고래일족보다는 약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예 종족 자체가 다른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이건 설정값과 설정값의 싸움인 것 같거든.”
그러니까 마왕이 굳이 500년 전에 이런 술수를 써가며, 인간이자 플레이어인 자신을 불러들인 것 아니겠는가.
“아참.”
마나홀로 향하기 전. 받을 것은 확실히 챙겨야 했다.
“너희들의 보물은 어디에 있어?”
“아. 저희 일족 중 한 명이 가지러 갔습니다. 그것은 보물 산호초 사이에 숨겨져 있습니다.”
일단 조금 기다렸다. 멀리서 하얀 빛이 다가왔다. 고래일족이었다. 고래일족의 손에는 ‘고래일족의 보물’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은 상자가 하나 보였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고래일족의 보물’이 주어집니다.]──────────
[고래일족의 보물]?
──────────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작은 상자. 상자는 황금색이었고,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김혁진은 이 ‘보물’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일부러 육성으로 말했다.
“설정값과 설정값의 충돌이 예상되는 시나리오니까. 어쩌면 이 보물이 내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몰라.”
그 때. 이상하리만치 말수가 없던 이사벨이 입을 열었다.
“그 아이템. 잠깐 줘봐.”
“보물?”
“응.”
이사벨이 상자를 받아 들었다. 상자를 받아든 다음 눈을 감았다. 아이템을 탐색하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이사벨이 눈을 떴다.
“고래의 아이들아. 너희는 이 보물이 무엇인지 아니?”
“대대로부터 저희의 보물로 간직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용도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묻는 것이다.”
“…….”
김혁진은 속으로 허- 하고 웃고 말았다. 고래일족은 정말로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종족인 것 같다. 보물이면 보물인가 보다.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생각을 안 해도 되는 종족이라지만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다.
김혁진이 물었다.
“왜? 이 거. 뭔지 알겠어?”
“고래일족의 보물이라기엔 고래일족의 냄새가 하나도 안 나.”
“그럼 고래일족의 보물이 아니라는 뜻이야?”
“— — —-.”
이사벨이 말했지만 김혁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김혁진이 다른 말로 다시 물었다.
“이사벨. 네 판단에, 이 아이템을 내가 가져도 되겠어?”
순간.
이사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눈으로는 보이는데, 머리로 인식이 되지 않았다.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였거나 혹은 고개를 저은 것 같은데. 아무리 보려 해도 보이지가 않았다. 인식 자체가 불가능했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스템의 간섭.’
목소리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는 것 마저 인식을 막아버렸다.
“결국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는 거네.”
김혁진이 이사벨의 손에 들린 ‘보물’을 빼앗아 들었다. 일부러 이렇게 행동했다.
‘만약 이것이 내게 해로운 것이었다면, 이사벨이 내게 순순히 넘겨주지 않았겠지.’
내게 넘겨주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능력을 가진 ‘검’이다. 그런데 이사벨이 그냥 넘겨줬다. 해롭지 않다는 뜻이다.
“마나홀로 가자.”
“잠시 제 입 속에 들어가 계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혁진도 그 편이 낫겠다 생각했다. 너무 거대해서 어디 잡고 있을 곳도 없다. 그냥 입 속에 들어가서 이동하는 편이 훨씬 낫다.
나프탄이 본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하얀 고래.
하얀 빛을 뿜어내는 고고한 존재.
김혁진이 그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뱉겠습니다.”
마나홀 근처에 다 온 것 같았다. 김혁진의 몸이 또 저절로 움직였다. 무엇인가에 의해 빨려나가는 느낌.
“어?”
김혁진이 중심을 잃었다. 어디론가로 빨려들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