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78)
#재능만렙 플레이어 278화
“제가 말하는 어둠은 나이트메어. 즉, 악몽입니다.”
나이트메어. 혹은 악몽이라 불리던 거대 집단. 통칭 마왕군. 과거 김혁진이 죽게 만들었던 행동대장 서주환도 마왕군 소속이었고, 이번에 김혁진에게 된통 당했던 함정술사 라우 딩 숴도 마왕군의 행동대장이었다.
‘함소현이 악몽을 언급할 줄이야.’
이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마왕을 봤고. 그리고 악몽을 언급했어.’
이 것이 마냥 우연일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또 지나치게 구체적이다. 함소현은 예지몽 능력자다. 미래를 보는 힘을 가졌지만 그 외에 특별한 힘은 가지고 있지 않다. 실제로 함소현은 이타치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었다.
[제게는 예지몽 외에 다른 능력은 없어요.]뭐랄까.
‘작위적이네.’
김혁진은 무엇인가. 작위적이라고 느꼈다.
‘전원이 꺼졌는데 울리는 핸드폰.’
역시 작위적이다. 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가 작위적으로 조정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김혁진은 잭슨의 말도 떠올렸다.
[그렇기에 저는 마왕의 발자취를 좇을 수밖에 없는 거죠. 상암 월드컵 경기장 던전을 다시 찾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마왕의 발자취를 좇는다. 아까의 잭슨은 마치 자신이 마왕을 찾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런데 실상은 달랐다. 잭슨은 마왕으로부터 도망치는 입장이었고, 마왕이 오히려 잭슨을 찾는 입장이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장난은 그만 합시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김혁진이 의지를 일으켰다. 거짓된 권위와 환영을 무너뜨리는, 김혁진이 개화시킨 영창. 노란 부적 게이트에서 획득했던 영창이 김혁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모든 거짓은.] [부서지리라.]김혁진의 눈에 기절한 함소현이 보였다. 아까 ‘어둠이 다가온다!’ 하고 외쳤던 함소현은 환상이었다. 함소현은 아직까지 기절한 상태. 정신을 차린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짝! 짝! 짝!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잭슨. 이상한 술수를 쓰는군요.”
“오해 마십시오. 그저 왕의 자질을 확인해 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벌써 그 정도 수준의 영창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니 놀랍군요.”
10년 후에도 대중들은 ‘영창’의 존재에 대해서 몰랐다. 랭커들이 어떤 말들을 중얼거리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이 ‘영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다.
이것은 극소수 랭커들만의 비밀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대다수의 플레이어가 초보구간을 통과하고 있는 이 시점에 ‘영창’이라는 말을 꺼냈다.
“영창이라는 말까지 알고 있는 것이 더 놀랍네요.”
“아무튼, 적대하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김혁진은 너스레를 떨며 웃고 있는 잭슨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마왕은 잭슨이 살아 있는 걸 알았을 거야.’
굳이 ‘격’으로 분류하자면, 마왕의 격이 잭슨의 격보다 훨씬 높다. 잭슨을 완전히 죽이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거다.
‘왜 마왕은 다시 나타나지 않지?’
잭슨이 다시 나타났는데 마왕은 사라진 채 보이지 않는다. 생각만 해서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직접적으로 물었다.
“왜 마왕이 안 나타납니까?”
“제가 이 곳에서 마왕을 이미 봤으니까요.”
“그게 무슨 상관이죠?”
“그것이 세례자의 특권입니다. 마왕과 마주쳤던 곳. 그곳에서 마왕은 모든 권능을 잃습니다. 제가 살아남았다면 말입니다. 그러니 이곳은 이제 마왕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마왕은 잭슨을 보는 그 자리에서 무조건 죽이려고 들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
‘둘의 관계가 재미있네.’
절대적인 힘은 마왕이 훨씬 우위다. 그런데 한 번에 죽이지 못하면, 그 장소에서 만큼은 마왕이 힘을 잃는다.
“잭슨씨는 사람, 아니 플레이어입니까?”
“물론입니다. 저는 사람이고. 플레이어입니다. 신분증도 보여드릴까요?”
김혁진이 고개를 저었다. 신분증. 까짓것 위조하면 그만이다. 별로 의미가 없다.
‘마왕도 자신을 일컬어 사람이라고 주장했었지.’
하지만 김혁진은 마왕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잭슨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잭슨은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라고 가정하고서 움직이기로 했다. 단순히 플레이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어떤 다른 존재라고 가정하고서 움직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섰다.
“이곳을 왜곡시키고 제가 영창을 사용하게끔 한 이유는, 단순히 내 자질을 평가해 보기 위해서였습니까?”
“그런 것도 있고.”
잭슨이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던전 안에 남아 있던 붉은 악마들을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습니다.”
이사벨이 한 번에 사냥한 붉은 악마는 대략 700여 마리. 원래 상암 월드컵 경기장 던전에는 2002마리의 붉은 악마가 있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약 1300마리 정도가 남아 있었다는 뜻이다.
“제가 김혁진 씨의 세계를 왜곡시키기 위해서 던전의 힘을 끌어다 썼거든요.”
“그런 게 가능하군요.”
“천공석을 잃은 던전이니까요.”
“…….”
몰랐던 것투성이다. 적어도 초보구간에 있는 모든 일들은 다 알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한낱 공시생의 어마어마한 착각이었다. 영창. 마왕. 위대한 탐험가. 천공석. 기타 등등. 모든 것이 새롭다.
“아무튼 제가 던전의 힘을 끌어다 쓴 덕분에, 던전의 소멸이 가속화 되었습니다. 몇 분 내로. 상암 월드컵 경기장 던전은 완전히 소멸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 남아 있던 ‘붉은 악마’들도 모조리 소멸하게 된다.
“오늘 참 뜻깊은 경험을 하네요. 마왕도 만나고 왕의 자질도 확인하고.”
“여전히 저를 왕의 후보로 생각하시는 것 같네요.”
“네. 저는 당신을 ‘동방의 별’로 판단한 상태니까요.”
김혁진이 하나를 더 물었다.
“어째서 송정희를 돕는 것입니까?”
“그녀 역시. 왕의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왕의 후보?”
“물론 김혁진 씨에 비해서 많은 것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아니. 애초에 비교대상이 되지 않죠. 송정희 씨는 김혁진 씨의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
“…….”
“그렇지만.”
잭슨이 씨익 웃었다.
“세상에 꼭 훌륭한 왕만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 * *
김혁진이 수호탑을 세웠을 때. 그때는 ‘광화문 던전의 브레이크’ 때 수호탑의 진가가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김혁진의 예상과 다르게 ‘불 거인’ 시나리오가 진행 됐고, 수호탑의 진가가 제대로 밝혀지지는 않았었다.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호탑의 진가.
-DMC리버뷰자이 일대. 집값 폭등!
뿐만 아니라 그곳에 유명한 플레이어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DMC리버뷰자이의 집값은 순식간에 고공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송기영 회장이 허허-웃었다.
“네가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운이 좋았습니다.”
송기열도 내심 기뻤다. 송기열이 적극적으로 주장해서, ‘집값 떨어지면 책임질 거냐!’라고 외치던 주민들 일부를 설득하고 보상금을 책정했다. 당시 보편적인 시세보다 2~3억원 가량을 더 쳐줬었다. 그것에 혹한 주민들 일부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었고.
송기열이 이때가 기회다 싶어 말했다.
“집값 폭등 자체는 그다지 달가울 것이 없는 소식입니다.”
“그래?”
“예. 돈이 다가 아니니까요.”
일순간에 10억짜리가 20억이 되었다. 아마도 이 폭등세는 계속해서 유지될 것 같았다. 서울에서 ‘가장 안전한’ 아파트 단지가 되었으니까.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이곳으로 유입될 것이다. 그렇지만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미래를 읽을 수 있고 대비한다는 이미지가 생겼습니다.”
“그렇지. 너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경고했고, 수호탑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이득에 눈이 먼 약 2,000여 명은 지금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네가 했던 말이 떠오르는구나.”
송기열은 이렇게 말했었다.
[유사시에 긴급하게 출전할 수 있는 대기조의 개념입니다. 불 거인 때 보셨다시피…… 앞으로는 더욱 강력한 몬스터들이 출몰할 것입니다. 불시에 파티를 이루어 사냥에 나설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플레이어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다면 유사시에 훨씬 더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 얘기를 들으면서, 송기열은 처음으로 정희보다 기열이가 낫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김혁진을 만나고 기열이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도 했었고. 그런데 그때의 그 말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불과 몇 달 만에 말이다.
“기특한 놈.”
송기열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할아버지로부터 ‘기특한 놈’이라는 칭찬을 듣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언제나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늘을 넘지 못해 좌절했었던 송기열이다. 그런데 이제 칭찬을 받기 시작했다.
‘자만하지 말자.’
송기열은 스스로의 장점이 교만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의 이 일이, 자신의 능력보다는 김혁진의 능력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김혁진이 있기에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다.
“이번에 붉은 악마들을 처리한 것은 정말로 너희더냐?”
“대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실제로는 다르다는 뜻이냐?”
“저희도 과정은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김혁진 길드장이 한 짓으로 보입니다.”
“그렇군.”
송기영 회장이 따뜻한 차 한 모금을 마셨다.
“붉은 악마 700여 마리를 일시에 사냥했다지?”
“예.”
“현존하는 플레이어들 중에 그게 가능한 플레이어가 있나?”
“없습니다.”
“확신하는 것이냐?”
“예. 확신합니다. 저는 미셸 측과도 연계를 하고 있고, 이탈리아와 독일. 그리고 보라카이 마정석 건으로 인해 동남아의 최상위급 랭커들과도 교류하고 있습니다.”
송기열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한국 랭커들의 실력은 해외 랭커들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적어도 PVP와 레이드 및 던전 클리어에 있어서는 그렇습니다.”
“그게 전부 아니더냐?”
“아닙니다. 제작에 뛰어난 플레이어들도 존재하고, 강화에 뛰어난 플레이어도 존재합니다. 미래시 능력에 특출난 이들도 존재하며, 버프나 힐링에 특출한 서버도 있습니다.”
“어쨌든 몬스터를 상대하는 능력만큼은, 태극방패가 그 어떤 랭커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송기영이 기분 좋은 듯 웃었다.
“그런데 그 태극방패가 떼로 몰려와도 잡을 수 없던 몬스터들을, 김혁진은 혼자서 처리했고?”
“……그렇습니다.”
“허허허.”
송기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과 아군을 잘 구별하여 사귀고 있구나.”
“감사합니다.”
“그만 나가 보거라. 아참. 숙취해소제 사업은 네게 맡기마.”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편, 성신과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사람들. 보상금을 받고 DMC리버뷰 자이를 떠나왔던 사람들. 보상을 내놓으라고 반협박식으로 나왔던 사람들 중 일부가 투신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일부는 성신에게 다시 그 집을 받겠다며 소송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것이 기사화되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좋다고 팔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돌려달라고? 희대의 개소리들을 하시네.
-성신이 저 정도면 진짜 양반이지.
-성신이 그렇게 설득하고 좋게 말할 때는 들어 처먹지도 않더니.
-이 정도면 성신이 진짜 성인군자 아니냐?
-사실 성신이 아니라 태극방패 송기열 길드장이 주도했다고 함.
오히려 여론은 성신과 태극방패에게 매우 좋게 흘러갔다. 애초에 송기열이 목표했던 대로, 이미지 메이킹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김혁진이 말했다.
“태극방패는 명실공히. 한국 최강. 아니 세계 최강의 길드로 우뚝 섰군요.”
“……놀리시는 겁니까?”
송기열은 김혁진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혹시 저희가 뭐 실수한 게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십니다.”
한국 최강의 길드로 우뚝 올라선 태극방패의 길드장. 송기열은 김혁진의 눈치를 과하게 살폈다.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합니다만.”
“아. 저는 약속 시간이 다돼서.”
김혁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데 역시 기분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김혁진의 표정이 읽힌다니?’
저 괴물에게도 감정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했구나. 신기할 정도였다.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다.
“무슨 약속인가요? 유쾌하지 못한 약속 같습니다.”
김혁진을 불쾌하는 요소를 미리 알아둬서 나쁠 거 없다. 가능하면 그 요소를 제거해 주는 것도 송기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거고.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다.
“아.”
김혁진이 말했다.
“마이클과 약속이 있어서요.”
상암 근처의 한 식당. 그곳에서 마이클과 만나기로 했다. VIP의 자격. 아니 누나의 동생 자격으로.
‘원래부터 한국에 레스토랑을 할 계획이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개소리다. 추궁을 좀 해봐야겠다. 김혁진이 한 건물 안에 들어섰다. 특별할 것 없는 한정식 식당이었다.
“김아영으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예약도 누나가 했다. 마이클이름이 아니라 김아영으로 예약되어 있는 것도 그냥 마음에 안 들었다.
“6번 방입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6번방 문이 열렸다. 마이클과 누나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김혁진이 마이클을 봤다. 금자탑. 미셸의 친동생. 누나에게 수작을 부리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는 초일류 쉐프.
‘어라?’
그런데 그에게서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머리 위에 ‘노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