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0
10. 새로운 스킬이고 뭐고 집 밖은 위험.
“으아아아악!”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인형 탈을 벗어 던지고 거울을 확인했다.
등까지 투명하게 비쳐 보이는 몸.
검게 썩어들어간 곳은 없다.
“하···.”
머리를 거울에 박고 냉기를 느꼈다.
내 체온이 낮아 별로 차갑지 않다.
오랜만에 잠 좀 잤더니 등에 박힌 사과가 썩는 바람에 죽는 꿈을 꿨다.
개꿈이다.
사과 따위 썩기 전에 그냥 흡수해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가 없으니까 악몽이다.
욕조에 들어가 쏟아지는 물을 맞았다.
화장실 따위에 가지 않는 아이돌 슬라임이라 몸에서 더러운 거 안 나온다.
몸에 들러붙는 먼지야 그냥 흡수되고.
이러니 샤워해도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인간다운 행동을 하지 않으면 인간성을 너무 잃을 것 같다.
“상태창.”
[특성 : 슬라임 Lv. 9스킬:
분해 Lv. 10.
흡수 Lv. 10.
분석 Lv. 10.
분열 Lv. 9.
조종 Lv. 9.
변질 Lv. 9.]
안 되겠다.
요즘 너무 해이해졌다.
[특성 : 슬라임]의 레벨이 9.10이 코앞인데 잠 따위를 자다니.
장사가 잘되고 W튜브가 잘나가니까 만사가 잘 풀리리라 착각이라도 했던 걸까.
이렇게 정신이 느슨해졌으니까 악몽 따위를 꾸지.
기수가 칼 들고 찾아와야 정신을 차리지? 어?
오늘은 특성 레벨이 10을 찍을 때까지 무한 제작이다.
어제도 200쌍이나 보내기는 했는데.
알 게 뭐야.
재고 관리야 알아서 해주겠지.
집에 먹을 것이라면 통마늘, 쑥, 아이스크림, 양파, 미역, 팥앙금, 케첩, 스파게티 소스, 마른국수 등.
[분열], [조종], [변질] 스킬을 사용할 때 필요한 질량이 부족하지는 않겠다. [흡수]와 [분열] 스킬 레벨이 11로 올라갈지는 잘 모르겠다.레벨이 10을 찍더니 더는 안 올라가니까.
영상은 오늘 찍어도 업로드는 나중에 하면 된다.
슬슬 구독자 1만이니까 기념이라고 여러 개 올리면 된다.
슬슬 PIN 번호가 적힌 편지가 올 때가 됐으니까 그것도 기념하는 셈 치고.
편지.
편지?
“으아아아악!”
편지!
택배와 다르게 편지는 우편함으로 온다!
이 꼴로 밖에 나가라고?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도중에 CCTV도 있을 거다.
엘리베이터에는 당연히 있고.
게다가 돌아다니는 사람도 많다.
슬라임 탈을 썼으니까 괜찮을까?
아니, 안에 슬라임이 들었다고 짐작은 못 하더라도 슬라임 탈 자체가 문제다.
SLimelove가 지나치게 유명해졌다.
W튜브를 보는 사람이라면 설탕 쇼츠를 적어도 한 번 본 적이 있지 않았을까.
SLimelove의 거주지가 드러나는 건 최대한 피해야 한다.
왜 하필이면 여름 방학 때 변해서.
겨울 방학에 변했으면 얼마나 좋아.
그냥 옷으로 칭칭 감고 내려가면 됐는데.
여름에 그러면 미친 사람인가 아니면 개인 방송인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네. 카메라 하나 들고 내려가면 벌칙이라고 생각하겠네.”
W튜브 만세!
밤에 몰래···. 아니, 그건 너무 수상쩍다.
차라리 대낮에 당당하게 가는 게 낫다.
물론, 이건 전부 내가 레벨을 10을 찍었는데 [변신], [위장], [의태] 스킬을 못 얻었을 때의 이야기.
어허. 부정 탈라.
무슨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얻을 거다.
반드시 얻을 거다.
스킬을 사용하고 여기에 사는 주민답게 당당하게 내려가면 된다.
“무엇을 먹을까요.”
마늘.
통마늘을 입에 통째로 넣었다.
우물우물. 퉤.
짜잔! 깐마늘 완성!
이걸 찍어서 올려야 하는데.
바구니에 영롱하게 빛나는 마늘의 산을 만들었다.
그 옆 바구니에는 쑥의 산을 쌓았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항암효과가 뛰어나며, 기력 회복에도 좋고, 피를 맑게 해주는.
고깃집에 가면 구워도 먹고 생으로도 먹는.
마늘.
씁쓸하면서 특유의 향을 지닌.
간에도 좋고, 혈액순환에도 좋고, 위에도 좋은.
된장국에 넣어 먹고 떡도 만들어 먹는.
쑥.
둘을 합치면 인간화의 비약!
이 두 가지만 100일 동안 먹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100일은 너무 기니까 일 인분에 100g이라고 해서 100인분. 10kg을 먹으면 인간으로 바꿔주지 않을래?
“될 리가 없지.”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자.
업소용 아이스크림 통 셋을 늘어놓고 아이스크림 주걱 두 개를 들었다.
평범한 주걱이 아니다.
-이물질이 좀처럼 들러붙지 않으며 냉기를 유지하는 슬라임. 아이스크림을 푸기 최적의 도구.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걱으로 둥글둥글.
하늘로 토스!
냠.
딸기 아이스크림 공을 만들어서 토스!
냠.
초콜릿 아이스크림 공을 만들어서 토스!
냠.
이번에는 두 개의 작은 공을 만들어서 휙. 휙.
냠. 냠.
조금 심심하네.
아이스크림 공 세 개 만들어 저글링 시작.
그러다가 녹기 전에 냠.
한 손으로 저글링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아이스크림을 가다듬고.
잠깐 세 개를 저글링 하다가.
냠.
추가.
냠.
추가.
냠.
···
다 먹었다.
부푼 무게를 몸에서 빼냈다.
[분열 스킬의 레벨이 10으로 올랐습니다.] [조종 스킬의 레벨이 10으로 올랐습니다.] [변질 스킬의 레벨이 10으로 올랐습니다.] [특성 : 슬라임의 레벨이 10으로 올랐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새로운 스킬 떴다!
[의태] 떴냐!“상태창!”
[특성 : 슬라임 Lv. 10스킬:
분해 Lv. 10.
흡수 Lv. 10.
분석 Lv. 10.
분열 Lv. 10.
조종 Lv. 10.
변질 Lv. 10.
스킬+]
뭐지?
제일 밑에 못 보던 게 있다.
상태창에 손을 대자 새로운 알림이 떠올랐다.
[스킬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1. 일반 스킬 : 저장 Lv. 1.
2. 특수 스킬 : 특수 분열.]
“원하는 스킬 더럽게 안 뜨네.”
물욕 센서인가.
[분석]의 레벨이 올라간 덕분인지 스킬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있었다. [저장 Lv. 1.-부피와 질량을 압축하여 저장할 수 있다.]
인벤토리 같은 건가?
무난하게 좋은 스킬이다.
무난한 이유는 내가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까.
또 하나의 스킬은.
[특수 분열.-모든 스킬을 계승하는 슬라임을 몸에서 분리한다.
사용하는 즉시 모든 레벨은 1로 초기화되며 이 스킬은 사라진다.]
영구히 유지되는 분신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분신보다 중요한 건 레벨이 1로 초기화된다는 내용.
이건 몹시 나쁠 수도 있고 매우 좋을 수도 있다.
처음과 다르게 레벨이 오르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레벨을 5까지 올리는 것에 이틀이면 충분했다.
10까지 올리는 것에는 그로부터 열흘이 더 흘렀다.
영상을 찍으면서 먹는 양이 부쩍 늘었는데도.
만약 레벨이 다시 레벨 5가 됐을 때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다면?
15레벨을 노리는 것보다 쉽게 스킬을 얻을 수 있다.
레벨이 낮아진다고 해도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만약 레벨 5 때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없고 레벨 15까지 올려야 한다면?
초기화하지 않았을 때보다 다음 스킬을 얻는 시기가 늦춰진다.
[특성 : 슬라임 Lv. 10스킬:
분해 Lv. 10.
흡수 Lv. 10.
분석 Lv. 10.
분열 Lv. 10.
조종 Lv. 10.
변질 Lv. 10.
저장 Lv. 1.] [저장]의 필요성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어느덧 6월 말.
7월 중순에 엄마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은 안정적인 선택을 할 때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슬라임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을 얻었다!”
아기도 부러워서 엉엉 우는 피부에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몸매.
이건 배우를 노리는 계시인가?
“내가 진짜 배우가 되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데.”
스킬을 얻었으면 레벨을 올려야지.
화장실에 들어가 물을 흡수했다.
[저장 스킬의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스마트폰을 보기를 한참.
[저장 스킬의 레벨이 5로 올랐습니다.]이번 달 수도비 좀 많이 나오겠는데.
W튜브 수익이 쏠쏠하게 들어올 테니 그리 걱정은 안 된다.
“아···.”
그 수익이 들어오려면 편지를 가지러 가야 하지···.
옷장에서 겨울옷을 꺼내 중무장했다.
옷의 틈으로 피부가 보일 가능성이 있는 부위는 [변질]로 인간 피부처럼 보이게 했다.
[변질]과 [조종] 스킬이 올라가면서 예전보다는 훨씬 수월하기는 했다.입꼬리를 최대한 올린 상태를 유지할 때 근육이 경련하는 느낌과 흡사하다.
길어야 5분.
웃는 얼굴을 5분간 유지하는 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잖아.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더워! 인간적으로 오늘 하루 이렇게 입고 지내라는 게 말이 돼요? 지금 밖의 온도가 30도예요. 30도. 반소매를 입어도 땀이 줄줄 나는 기온인데!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보니까 시원하고 좋죠? 누구는 에어컨도 못 켜게 하고는! 어떻게 알았냐고요? 다 아는 방법이 있어요.”
적당히 잡소리를 내뱉으며 아래로 내려갔다.
다행히 내려가는 동안에 다른 집 주민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은 있었지만, 다행히 내가 카메라를 향해 떠드는 모습에 바로 얼굴을 돌렸다.
우편함에 도착.
다행히 편지가 있다.
바로 챙겨서 다시 올라왔다.
“후하···.”
집에 돌아온 나는 바로 [변질]을 풀고 한숨을 돌렸다.
건물을 벗어나지도 않았고 누군가와 말을 나누지도 않았다.
그랬는데 진이 다 빠진 기분이다.
집 밖은 지옥이야.
이제 다시는 나가지 말자.
바로 W튜브 계정에 접속하여 PIN 번호를 입력했다.
영상에 들어가는 광고 위치를 조정해야지.
중간에 흐름이 끊기면 안 되는 ASMR 먹방의 특성상 영상 시작 전에 몰아놨다.
“끝.”
앞으로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은 좋네.
고생한 보람이 있다.
구독자도 어느새 1만을 넘겼네?
좋아. 오늘 영상은 더블.
아니, 하나 더 찍어서 트리플이다!
***
-재고 30
“드디어!”
드디어 연금상점에 재고가 남았다.
수요일에 200쌍, 어제 400쌍을 보낸 것에 대한 성과가 겨우 나왔다.
아니, 왜 재고가 남는 게 기쁘냐.
어이가 없네.
어쨌든 오늘 500쌍을 보내고 그게 다 팔리면 매출 200만 이상 달성!
나도 E 등급 연금술사다.
처음에는 200만 원을 달성 못 하면 어쩌나 했는데.
잘하면 2주도 안 되는 시간에 통과할지도?
띠링.
슬슬 연락이 올 때가 됐다고 했는데 역시 왔네.
[나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나 : 감사감사.
마키나 : 문제는?
나 : 장사가 너무 잘 돼서 고민.
마키나 : 생산량 부족?
나 : ㅇㅇ]
새로고침 하니까 또 품절이다.
[마키나 : 대처법 정리해서 보낼게.나 : 진짜 고마워.
마키나 : 이 정도야 간단.
마키나 : 그래서 어디까지 깸?]
전과 다르게 이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 있지.
어쩌면 내가 앞설지도?
만약 그렇다면 스포일러 각오하라고.
[나 : 7장 2절.마키나 : 거기면 별의 계승 얻었겠네.
마키나 : 이거 쓰면 게임이 너무 쉬워.
마키나 : 하지만 룩도 쩔고 테오에게 의미가 깊은 무기라 안 쓸 수가 없지 않음?]
성능이 사기이면서 디자인이 잘 빠진 데다가 주인공의 사연이 담긴 무기라고?
나는 그런 거 없는데?
나는 지금 진행 막혀서 ‘레벨이 깡패다’ 실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마키나 : 설마 없어?나 : …
마키나 : 이거 스토리 진행하면 못 얻음ㅋㅋㅋㅋ]
세이브! 최신 세이브 말고 그 전 세이브 어디야!
[마키나 : 다른 세이브는 언제?나 : 2장 3절.
마키나 : ㅋㅋㅋㅋㅋㅋ]
***
“어? 이거 실화야?”
마키나가 보내준 HowTo연금상점2.pdf를 읽는데 많이 골치가 아픈 사례가 적혀 있었다.
‘청담동 연금술사 납치사건’ 이후로 연금술사의 주소는 꽤 엄중하게 관리되는 편이다.
하지만 대량의 물건이 오가면 꼬리가 밟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정 이상의 매출을 자랑하는 연금술사는 별도의 작업실을 두기를 권장한다고.
이러한 권고를 무시하다가 깡패들에게 감금당해 노예 생활을 하는 연금술사가 적잖게 있다고.
“그런데 나 밖을 돌아다닐 수가 없는데?”
아무래도 눈덩이가 가면 안 되는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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