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3
3. 첫 영상
스킬:
분해 Lv. 6.
흡수 Lv. 6.
분석 Lv. 5.
분열 Lv. 4.
조종 Lv. 4.
변질 Lv. 1.] [변질].
어감이 좋은 단어는 아닌데.
주로 식품이 변질해 사용할 수 없게 됐을 때 사용되는 단어니까.
“이렇게 사용하는 건가?”
[변질 스킬의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무미 무취 구슬 형태의 슬라임. 수분 보충에 사용할 수 있다.
처음 만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내용이 늘었다.
[분석] 스킬이 올라간 효과 같다.-짠맛을 내는 구슬 형태의 슬라임. 수분과 염분 보충에 사용할 수 있다.
-단맛을 내는 구슬 형태의 슬라임. 수분과 열량 보충에 사용할 수 있다.
-신맛을 내는 구슬 형태의 슬라임. 살균과 입맛이 도는 효과가 있다.
-쓴맛을 내는 구슬 형태의 슬라임. 몸에 좋을지도?
마지막 뭔데. 분석 스킬 레벨이 부족한 건가?
어쨌거나 성분을 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얍!”
팔이 살색으로 천천히 물들기 시작했다.
“으···.”
눈으로 봐도 질감이 이상해서 손을 만져봤다.
겉껍질은 여전히 사람 피부가 아니라 슬라임의 겉껍질처럼 매끈매끈했다.
[변질 스킬의 레벨 3으로 올랐습니다.]오래 지나지 않아 버틸 수 없게 돼 팔은 순식간에 푸르딩딩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흰색으로 바꾼 다음 [분열] 스킬을 사용했다.
-흰색이다.
분열하면 변질이 유지되지만, 몸에 연결된 채로는 본래대로 돌아오는구나.
그래도 조금은 희망이 보인다.
짧은 시간이나마 위장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뜩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손의 크기를 부쩍 키운 다음 본래 손의 모양을 떠올리며 분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손 주변의 슬라임은 그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내 몸에서 떨어졌다.
슬라임 장갑 완성.
슬라임 장갑 내부에 있는 막도 매끈매끈하고 내 피부 역시 화장품 광고 찍는 여배우가 부러워할 수준은 되기에 쉽게 벗겨졌다.
인형 탈.
만들 수 있겠는데?
우선 몸을 부풀렸다.
그런데 일정 이상의 크기로 커지지를 않는다.
[질량이 부족합니다.]딱히 먹을 게 없는데.
아깝기는 한데 음식물을 먹어야 하나?
아니지. 단순히 질량이 부족하다면 물이면 충분하잖아.
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 다시 시도하자.
[변질 스킬의 레벨이 부족합니다.]마신 대량의 물 때문에 내 몸의 전체적인 색이 옅어졌다. 그걸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하자 [변질] 스킬의 레벨이 부족하다는 알람이 떴다.
뭐가 이리 걸리는 게 많아. 레벨을 빨리 올려야지 원.
다시 집중하여 [조종] 스킬을 사용했다.
내 [변질] 스킬로는 색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으니 겉쪽은 색을 옅게. 안쪽으로 갈수록 짙어져 내 몸과 맞닿을 부분은 빛이 통하지 않도록. 빳빳한 천처럼 탄력이 있으면서 불투명한 소재로 둥근 어항 형태로 가다듬고 그 위를 슬라임으로 코팅했다. 눈은 세밀한 격자 형태를 검은 슬라임으로 코팅하여 만들고, 선캡 달린 헬멧 형태로 후드 부분을 만들었다. 머리 안쪽에 녹음기를 설치할 거치대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등에 입고 벗을 때 사용할 틈과 아래쪽에 화장실용 틈을 만들었다. 이제 [분열]만 쓰면 되는데.
“으···.”
흩어지려는 집중을 끌어모아 [조종]과 [변질] 스킬을 유지했다.
“얍!”
[분열] 스킬을 사용하자. [분열 스킬의 레벨이 6으로 올랐습니다.] [조종 스킬의 레벨이 6으로 올랐습니다.] [변질 스킬의 레벨이 5로 올랐습니다.] [마나가 고갈됐습니다.]세상이 빙그르르 돌았다.
***
세상이 어두워서 슬라임이 아닌 인간으로 돌아온 것인가 기대하기를 잠시.
검은 격자와 선캡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화장실로 갔다.
거울에는 인형 탈을 쓴 슬라임이 있었다.
펭귄 동물 잠옷이랑 모습이 흡사하다.
입 안이 잠시 씁쓸해졌으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인형 탈 제작은 성공.
위에 옷을 입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이리저리 살폈다.
내부에 슬라임이 있다는 사실은 무슨 수를 써도 알 수 없을 거다.
“꽤 예쁘네.”
측면에서 들어가는 빛 때문에 인형 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꽤 예쁘게 완성됐다. 질량이 부족해서 물을 마신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이게 바로 전화위복.
인형 탈을 벗고 손가락을 하나 잘라 입에 던져넣었다.
[분열]과 [조종] 스킬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스킬을 사용할 때 마나가 들어가며 이는 자연히 회복된다는 정보를 얻었다.
“허기지네.”
배고픈 거랑은 느낌이 약간 다르다.
밥을 제대로 안 먹고 오래 걸으면 보면 몸이 축나는 느낌이 드는데 딱 그런 기분.
아깝기는 한데, 식재료를 먹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연습이나 할까.
물을 끓이는 와중 집에 있는 라면을 몽땅 꺼냈다.
그래봐야 3봉밖에 안 되는데.
반찬통도 꺼내서 젓가락으로 도라지무침을 집었다.
생각해보니 어차피 이 반찬은 방송에서 못 쓴다.
엄마가 만든 반찬으로 조작처럼 보이는 방송을 찍으면 음식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말을 들을 테니까. 그 잔소리를 전화로만 하면 다행. 집에 찾아와서 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또 반찬을 다 먹어 치우면 새로 만들어서 갖다 줄 수도 있고. 가능한 엄마가 집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으니 피해야 한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입을 벌려 도라지를 떨어뜨렸다.
쏙.
도라지가 깔끔하게 입에 들어왔다.
오독오독.
식감 좋고.
다시 도라지를 들고 떨어뜨렸다.
이번에도 깔끔하게 골인.
음식을 입에 직접 넣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잘 들어가지?
몸이 더 세밀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손을 보지 않고 도라지를 위로 던졌다.
입에 쏙 들어왔다.
인간일 때는 이런 재주 못 부렸다.
신경 줄기 하나 없는 슬라임만도 못 한 운동신경이라니. 척추동물로서 부끄러운데.
지금은 척추가 없지만.
도라지무침을 다 먹었을 무렵 물이 끓었다.
라면을 넣고 우엉조림을 먹기 시작했다.
절반 정도 먹었을 때 라면이 다 끓었다.
조금 집어서 입에 넣었다.
이거 먹는 모양새가 별로 같은데.
영상을 확인하니 역시 별로다.
먹방은 역시 호쾌하게 먹어야지.
큼지막하게 집어 올려 입에 쏙.
세 번의 젓가락질로 면이 전부 없어졌다.
라면 한 봉을 한입에 넣은 꼴.
호쾌하기는 한데 역시 라면은 후루룩 소리 내며 먹어야 영상이 사는 것 같다. 먹방 찍을 때는 끓인 라면보다 생라면이 나을지도?
내 영상이 뜰 것 같지는 않지만, 내 가족에게는 보여줄 예정이다.
인형 탈 입고 생활하는 걸 변명하려면 궁리한 티는 나야지.
국물도 원샷.
뜨거워도 문제없음!
그나저나 스킬 레벨은 안 오르네. 처음에는 소금만 약간 먹어도 팍팍 올랐는데.
어쨌든 허기는 가셨다.
슬라임이 되지 않았다면 어제 하던 게임을 계속하겠지만.
“편집 공부해야겠지.”
찍은 것을 그대로 올릴 거라 엄청 열심히 공부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이상한 소리가 들어가거나 신원이 들통날만한 게 보이거나 하는 등의 요소를 지우거나 잘라낼 방법은 알아야 한다. 말을 할 생각이 없으니 영상에 글귀를 넣고 자막을 넣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
먹방이니 효과음 쪽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편집만이 아니라 태그를 다는 방법, 해시태그 설정하는 방법, 섬네일 만드는 방법 등 알아야 할 점은 많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는 한데.
해야지.
누구도 안 볼 영상이라고 해도 가족에게 W튜브 한다는 소리를 하려면 최소한의 구색은 갖춰야 하니까.
***
또 자고 일어났는데 여전히 팔을 말캉말캉.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몸에 주름살이 하나도 없고, 잡티도 없고, 점도 없고, 여드름 자국도 없다.
돈 한 푼 안 쓰고 가수가 경악하고 배우가 부러워하고 CF 스타가 눈물 흘릴 투명한 피부를 얻었잖아? 누구는 이렇게 매끈매끈한 피부를 얻으려고 수천만 원씩 사용하는데.
이 피부 갖고 화장품 광고를 해봐. 구독자 수십만 명씩 생기고 돈도 수백만 원씩 벌 텐데.
진짜 혼자 보기 아깝다 아까워.
“···공부나 계속하자.”
배는 딱히 고프지 않다.
화장실도 갈 필요 없고.
인간의 욕구 여럿이 거세당함과 동시에 졸음 또한 찾아오지 않았지만, 잠은 잘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다.
꿈으로 도피하지 못하고 뜬눈으로 24시간 버티는 건 지금 당장은 정신적으로 버거우니까.
언젠가 하루 24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날이 올까?
영상 제작을 공부하다 보니 택배가 하나둘 도착했다.
장비를 세팅하고 찍힌 화면을 보는데.
“올, 나 좀 멋있는데?”
조명 덕에 인형 탈이 상당히 멋있게 나왔다.
그만큼 배경이 문제였다.
반짝이는 슬라임의 뒤로 베이지색 체크무늬 벽지가 보이니까 부조화가 장난이 아니다.
슬라임을 바를까?
인형 탈을 입고 생활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나라는 슬라임, 방음성이 꽤 대단하다.
슬라임으로 벽을 도배해버리면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머리를 뒤로 젖혔을 때 소리가 녹음기로 새어드는 게 걱정이었는데 해결되고.
일반 벽지보다 훨씬 보기 좋고.
“퉤.”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여 단단하게 굳는 슬라임. 사용하다가 손가락이 붙어도 책임 안 집니다.
끈적이는 슬라임을 벽에 바르고.
-소리를 먹는 슬라임.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세요!
스펀지처럼 폭신폭신한 슬라임을 벽에 발랐다.
집 전체를 하기에는 질량이 부족해서 일단 촬영 뒤의 벽만.
“괜찮은데?”
깊은 바다처럼 짙은 푸른색으로 벽을 도배하고 영상을 찍어보니 분위기가 꽤 좋다.
사실 검은색으로 할까 고민 좀 했다.
W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니 말없이 음식만 먹는 방송은 배경이 주로 검은색이다.
아마 음식과 먹는 사람에 집중시키는 방법이겠지.
방송에 따라서는 옷까지도 검은색을 입어 음식과 입에 시선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번쩍번쩍한 슬라임 탈을 입고 있으니 음식에 시선이 집중될 리가 있나.
또 시청자의 시선은 주로 입에 집중이 되는데 나는 입을 보여줄 생각이 없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그냥 내 캐릭터에 맞는 색의 배경이 낫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의도한 건 아닌데 고개를 뒤로 젖히고 먹는 모습이 펭귄이 커다란 물고기를 삼킬 때 취하는 자세와 흡사하다. 배경이 푸른 빛이 도니까 한층 더 시너지가 난다.
그러면 어디 한 번 찍어볼까.
첫 먹방은 이거.
수백 년 전만 해도 장소에 따라서는 귀족만이 먹었던 귀물.
지금은 수많은 사람이 사랑해 마지않으며 먹지 않는 사람이 드문 식재료.
지금은 대량 생산할 수 있어 단위 열량 당 가격 면에서 경쟁자가 드문 식품.
WHO의 권고 섭취량은 하루 25g.
반수치사량은 체중이 70kg인 남성의 경우 2kg.
나는 그것을 봉지째 화면 앞 테이블에 올려놨다.
쿵.
묵직한 소리를 낸 그것은 바로 설탕.
4kg을 둘이 먹으면 하나는 죽어 있다는 마성의 흰색 가루.
그 매혹적인 가루가 15kg.
150g도 아니고 1.5kg도 아니라 15kg.
이걸 먹는 영상을 올리면 누구라도 편집으로 장난을 쳤다고 생각할 거다.
한자리에서 설탕을 이렇게 처먹고도 살아남으면 그건 인간이 아니니까.
***
영상을 찍은 뒤 슬라임 속살이 보이지 않는지 확실하게 살펴봤다.
크게 문제가 되는 점이 없어 바로 W튜브 채널을 파서 올렸다.
컵으로 설탕을 퍼서 인형 탈 입에 쏟아 넣는 장면만 따서 15초짜리 쇼츠도 만들고.
그런데 아무도 안 볼 것 같다.
먹는 입도 보여주지 않는 조작 방송을 누가 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을 올리고 하루.
“?????”
영상 하나.
먹는 입도 보여주지 않는 먹방.
먹는 거라고는 설탕 only.
누가 봐도 조작.
그런 영상의 조회수가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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