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62
62. 땅 정리
놀이동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간식 가운데 하나.
초콜릿과의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열량 폭탄.
한국 사람에게는 뜻밖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침 식사로도 먹는 음식.
츄러스 또는 추로스.
오늘의 먹방은 솜사탕과 칠면조에 이은 놀이동산 간식 3탄이다.
버터, 설탕, 밀가루, 물, 달걀, 바닐라콩을 잘 섞어서 짤주머니에 넣고 별 모양으로 쭉 짜내 기름에 튀기면 그게 추로스.
제조법은 간단하다. 그냥 튀긴 밀가루다.
처음은 정석대로.
반죽을 만들고 기름에 튀겼다.
푸드트럭에서 흔히 파는 것처럼 고운 설탕과 시나몬 분말을 섞은 가루에 굴렸다.
겉은 바삭하고 안은 쫀쫀하고, 설탕이 아삭아삭 씹히는 추로스 완성.
다음은 똬리 튼 뱀처럼 둥글게 말아 튀기고 위에 찐득찐득한 초콜릿 소스를 듬뿍 뿌렸다.
들고 다니며 먹어야 하는 놀이동산에서는 볼 수 없는 비주얼.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 대용으로 먹으면 된다.
몸에는 안 좋아도 맛은 보장!
하지만 이것만으로 조금 심심하지.
길게 길게 아주 길게 만들어보자.
보통 튀김기로는 어려워도 슬라임 튀김기와 함께라면?
반죽을 만들어서 길게 뽑고 몸에 쭉쭉 밀어 넣었다.
이번 역은 튀김기슬라임역. 튀김기슬라임역입니다.
내리시는 문은 없습니다.
바삭하게 잘 튀긴 추로스를 구역으로 나눠서 다른 토핑을 올렸다.
추로스는 도넛으로 분류되는 튀긴 빵.
빵과 어울리는 토핑이라면 어지간하면 다 잘 맞는다.
카메라를 위쪽에 고정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아무리 우리 비상식량이 넓어도 천장이 십수 미터 단위는 아니다.
오늘 먹방은 누워서 찍게 되네.
다리를 흔들며 추로스를 입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 열차는 시나몬 설탕 가루. 승객 여러분은 톡 쏘는 달콤함을 즐겨주세요.
아삭 아삭 아삭.
이번 열차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승객 여러분은 시원한 달콤함을 즐겨주세요.
아삭 아삭 아삭.
이번 열차는 베지마이트입니다. 승객 여러분은 갑작스러운 탈선 사고에 주의하여 주세요.
아삭 아삭 아삭.
초콜릿 소금 화이트초콜릿 땅콩버터.
딸기잼 치즈 땅콩버터 & 블랙베리 잼.
단짠의 조화를 신경 썼더니 정체가 일어나는 일 없이 쭉쭉 들어가네.
아삭 아삭 아삭.
다양한 토핑을 실은 열차는 근본인 시나몬 설탕으로 마무리됐다.
잘 먹었습니다.
언젠가 놀이동산을 열면 판매할 예정이니 꼭 먹으러 오세요~!
***
-싱가포르에서 과 망가진 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박태양 상담사가 오랜만에 개인 의뢰를 가져왔다.
과 망가진 교환?
해야지.
싱가포르는 물이 부족하기로 유명한 나라. 수자원 확보를 위해 막대한 돈을 쓴다.
한때는 으로 부족한 물을 많이 보충했다.
A 클래스 아티팩트인 은 더러운 물에 담그면 안에서 깨끗한 물이 샘솟는 기적의 도구.
수질정화 속도가 매우 빨라서 싱가포르는 이에 크게 의존하였고 보물로도 지정했던 물건이지만, 과한 사용으로 망가졌다.
그 뒤로 수질정화를 과학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의 복구도 복제도 실패했다는 뜻이겠지.
성공했더라도 채산성이 최악이거나.
연구용으로 보관하고 있었던 망가진 을 내게 주면서 거래를 트려는 생각 같다.
싱가포르는 내가 을 수출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해운업이 발달해 끝없이 선박이 오가는 그 나라에 내 이 흘러 들어가지 않을 리가 있나.
오염 물질 제거는 내 들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특성. 지금까지 물 정화에 사용할 수 있는지 여러 번 실험했을 거다.
실제로 은 수경재배에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고.
하지만 수질정화 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 수준인가를 따졌을 때는 채산성이 너무 낮았을 거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은 물 부족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답이 나왔나 보다. 은 수자원 정화 및 수송에 특화한 슬라임이니까.
나랑 거래하려면 외교적으로 손해를 볼 텐데.
그럴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섰나 보다.
-은 유명한 물건이기도 하고 저주 검사도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일본이 내밀었던 정력제 때문에 깐깐해졌네.
그렇게 심각한 저주는 아니었는데.
그냥 여자를 조금 많이 좋아하게 될 뿐. 내게는 조금의 의미도 없는 저주다.
물론 그 뒤에 미인계를 계획한 건 괘씸하지만.
-저쪽에서 제시한 몬스터 소재 목록도 보내겠습니다.
나와 거래하고 싶다면 아티팩트와 몬스터 소재를 내놓아라.
이 조건은 꽤 넓게 퍼진 것 같고 싱가포르 측도 그 두 가지를 제시했다.
목록을 확인하니 가치는 그리 높게 책정하지 않았다.
망가진 물건이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정도 수준에서도 나는 불만은 없다만.
“한스를 보내겠습니다.”
가라 한스!
너를 정했다!
-아, 알겠습니다.
박태양 상담사의 목소리가 떨리네.
하긴, 쓰레기 매립지 계약서를 보면 탈탈 털린 것 같기는 해.
전화를 끊고 바로 한스에게 메일을 보냈다.
계약을 그에게 맡겨두면 무언가를 더 얻으면 얻었지,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꼼꼼히 계약서를 따질 필요는 없겠지.
그래도 보기는 볼 거지만.
을 대량으로 만들어둬야겠다.
물이 부족해서 고생인 나라는 많으니까.
A 클래스 아티팩트가 없으면 몬스터 소재라도 왕창 뜯어내면 된다.
레벨 30까지는 물론이고 레벨 35까지도 순식간에 올릴 수 있겠는걸.
***
자신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S 등급 연금술사 애쉬 프라멜은 고민에 빠졌다.
연금슬라임에게 보낸 미로가 손댄 흔적도 없이 돌아왔다.
배송에 문제가 생겨 반송된 것은 아니다.
보자마자 포기한 건가 싶었으나 그렇게 판단하기에는 함께 온 그림책이 걸렸다.
그림책을 아무리 조사해도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숨겨진 글자도, 암호도, 장치도 없는 평범한 그림책이었다.
1시간 고민해서 답이 나오지 않았다면 새로운 정보가 유입되지 않는 한 답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애쉬는 비서를 불렀다.
“어떻게 생각하지?”
비서는 상황을 들은 뒤 그림책을 읽었다.
“애쉬가 보낸 문제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연금슬라임이 포기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그림책은 무슨 의미지?”
“그림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할 때, 타인을 배려할 줄 몰라 친구 한 명 없는 인간이라고 욕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제를 못 풀었다고 욕이나 하는 건가. 내 생각과 다르게 저열한 인간이었군.”
“그게 아니라 승부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더 쉬운 문제로 다시 내라는 뜻 같습니다.”
“승부는 나의 승리로 이미 끝난 거 아닌가?”
비서는 한숨을 삼켰다.
애쉬는 너무 일찍 각성했다. 남들이 학교에 다니며 사회성을 기를 무렵부터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금 제품을 만들어냈다.
연금술 분야에서 애쉬에게 범접할 수 있는 인간은 하나뿐이고 그 사람과는 교류가 거의 없다. 현존하는 연금술사 가운데 이런 식으로 애쉬와 대결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애쉬. 만약 헌터가 애쉬 앞에서 힘자랑하며 자기 힘이 더 세니까 자신의 승리라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런 멍청이와는 대화를 나눌 가치도 없다.”
“연금슬라임은 애쉬가 그러한 짓을 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나는 분명히 연금술 문제를 냈다만?”
“연금술에도 세부 분야가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연금슬라임이 의 에너지 추출 100%를 달성하라는 문제를 내고 달성하지 못했다고 승리 선언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과연. 그건 꽤 어처구니가 없군.”
“하지만 지금보다 1% 더 올···.”
“이해했다.”
비서의 말을 끊으며 그만 가라고 손짓한 애쉬는 의자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비서에게 묻는다는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상대를 배려하며 문제를 내라니.
혼자서는 절대로 도달하지 못했을 답이었다.
‘가짜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제조법을 만드는 느낌으로 하면 되겠지.’
제품 양산을 위해 A 등급 연금술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제조법을 만드는 건 평소에도 자주 하는 일이다.
‘조금 시시해졌군.’
***
망가진 이 도착했다.
한때는 오염된 강에 던져 놓으면 분수처럼 물을 뿜어내던 A 클래스 아티팩트.
평소에는 깊게 숨겨뒀다가 워터 쇼를 진행할 때만 잠깐 밖에 꺼냈던 보물.
지금은 탁하게 변해서 물에 넣거나 물을 부어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잘 먹겠습니다.
[분해 스킬이 분해+ 스킬로 성장합니다.] [분해 스킬의 레벨이 34로 올랐습니다.] [흡수 스킬의 레벨이 33으로 올랐습니다.] [분석 스킬의 레벨이 33으로 올랐습니다.] [변환 스킬의 레벨이 31로 올랐습니다.] [특성 : 슬라임☆☆의 레벨이 30으로 올랐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됐습니다.] [분해] 스킬이 [분해+] 스킬로 진화. [특성 : 슬라임☆☆]의 레벨이 30 달성.새로운 스킬 획득.
역시 A 클래스 아티팩트는 짭짤하다니까.
아티팩트에 무슨 저주라도 걸린 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그냥 사용을 너무 많이 해서 망가진 거였다.
새로운 스킬이 무엇인지 확인할까.
[연결 Lv. 1.-잇는다.]
짧아!
하지만 효과 범위는 짧지 않네.
아, 여보세요? 공돌이야. 거기 어때? 아, 일하느라 바쁘니까 말 걸지 말라고?
공순이는? 대답 좀 해라.
애들이 사춘기인가.
공순이와 공돌이와의 연결이 한층 더 선명해졌다.
그 둘과는 애초에 꽤 강하게 연결된 상태였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지만,
잔뜩 쌓아둔 하나가 몸을 통 튀어 올랐다.
과 무선 연결을 할 수 있게 됐다.
촉수를 뻗지 않아도 전등을 끌 수 있게 됐어!
어차피 잠을 안 자니까 불을 끌 일이 없기는 한데.
TV 리모컨에 슬라임을 붙여놓고 부르면 리모컨을 찾을 필요가 없어!
스마트폰으로 조작해서 리모컨이 필요 없기는 한데.
생각보다 생활이 편리해지는 느낌은 없나.
뭐, 이것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스킬끼리 연결해서 생성 공정을 더 단순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전에는 하나의 기계에서 물건을 꺼내 다음 기계에 넣어주기를 반복해야 했다면.
지금은 기계끼리 붙어 있어 자동으로 공정이 이어지는 느낌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만드는 에 [연결] 스킬이 효과가 깃들면서 한결 간결한 구조로 만들 수 있게 됐다.
비유하자면 심장과 간과 뇌가 무선으로 연결된 느낌?
이렇게 비유하니까 너무 호러 같잖아.
유선을 사용하다가 전부 무선으로 바꾼 느낌이다.
별도의 장치 없이 연결돼서 선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또 선이 차지하던 공간이 줄어들면서 더 조밀하게 만들 수 있겠다. 지금은 아직 최적화가 안 됐지만, 스킬의 레벨이 올라가고 능숙해지면 생산 속도가 꽤 빨라질 거다.
[가속] 스킬에 이어 [연결] 스킬을 이용한 생산량 증가.여기에 [분해] 스킬이 [분해+] 진화하면서 더 빠르게 먹은 물건들을 분해할 수 있게 됐다.
쓰레기처리장에 쌓인 쓰레기를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좋아. 당장 가자.
쓰레기처리장에 도착.
내가 인수했으므로 쓰레기처리장이 맞다.
전에는 없었던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출입 금지라는 표시는 물론이고 살벌한 경고문까지 붙어 있고.
저 경고는 허장성세가 아니다.
여기는 연금 실험장.
침입에 강경 대응을 해도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상자가 나오면 기자들은 아주 신이 나서 기사를 써대겠지.
기회라고 여기고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가도 있을 테고.
내가 세우려는 슬라임랜드에 시작도 전부터 똥물을 뿌리고 싶지는 않으므로 물리적으로 출입을 제한했다.
마음 같아서는 슬라임 벽을 세우고 싶지만, 면적이 대략 30만 평. 가장자리에 벽만 세워도 대략 4km의 벽을 세워야 한다.
벽을 세우는 것에 필요한 슬라임 무게만 해도 최소 100톤은 될 거다.
무리였다.
그래서 돈을 사용해 철제 울타리를 세웠다.
실수로 들어왔다고 헛소리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세 겹이나.
가장 안쪽은 면도날 철조망.
중간은 가시철조망.
긁혔다고 항의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가장 바깥은 그냥 철제 울타리를 세웠다.
절대로 실수로 뚫고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다.
단단하게 막힌 입구를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지금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
쓰레기 트럭은 당분간 오지 않는다.
쓰레기 처리 시설을 어느 정도 갖출 때까지 이 쓰레기처리장은 운영하지 않으니까.
무한정 시간을 끌 수는 없으나 여유 시간이 꽤 있다.
나라면 신경 쓰지 못했을 부분인데 한스가 계약서에 넣어뒀다.
일은 진짜 잘한다니까.
생김새는 수상쩍지만.
전에 분명히 을 뿌려놨는데 조금의 변화도 없는 것 같은 쓰레기의 산.
눈에 발자국을 남기듯 을 남기며 한 바퀴 돌았다.
잘 먹고 이 땅을 다시 되살리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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