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64
64. B 등급 연금술사가 됐다.
코믹 페스.
동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축제.
상품의 수는 한정됐기에 문을 열기 전부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모여 기다렸다.
때문에 오픈런을 경험해본 사람의 숫자는 부쩍 늘었고. 그 덕분에 질서는 꽤 잘 유지되고 있었다.
질서가 지켜지더라도 이렇게 사람이 바글바글하게 모이면 냄새와 열기가 쌓여 공기가 탁해지기 마련인데.
놀랍도록 숨쉬기 편했다.
의 장점 가운데 하나.
실내에서 옷을 벗을 필요가 없다. 내부는 쾌적한 온도로 유지되기 때문에 난방이 잘 되는 실내로 들어와도 덥지 않았다.
이렇게 줄을 설 때도 을 벗지 않았고 그 덕분에 냄새와 열기가 가라앉았다.
비장의 무기를 착용한 사람들도 많았다.
양이 적다면 만을. 양이 많다면 까지 조합하면 화장실에 갈 필요성이 대폭 낮아진다. 이처럼 화장실에 사람이 바글바글하게 몰리는 장소에서는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게다가 이 뒤쪽을 감싼다면 가스에서 냄새가 제거되는 효과도 있다.
사용할 일이 없다면 최선이지만, 이렇게 보험을 들어두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꽤 편해지는 법이다.
행사 시작.
행사장 내부에는 다양한 부스들이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만화, 애니, 소설, 게임 등의 캐릭터가 그려진 그림, 수건, 안대, 아크릴 스탠드, 마우스패드,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했는데.
SLimelove 관련 상품도 은근히 많았다.
전 편순이, 현 뷰티 W튜버 뷰티라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양손이 묵직해져 있었다.
에 귀염둥이 펭라임 그림도 추가돼 있었고.
지갑에 참으로 해로운 행사다.
W튜브 정산액이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태를 막으려고 그녀는 밖으로 나왔다.
야외에는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SLimelove 코스프레를 한 사람이 많았다.
과 으로 안쪽을 채우고 다리 쪽을 과 으로 감싼 차림새.
이 있다면 꽤 SLimelove는 코스프레하기 쉽기는 하다.
하지만 뷰티라임의 깐깐한 눈으로 볼 때 완성도가 높은 코스어는 없었다.
그래도 재치가 있는 SLimelove는 꽤 있었다.
“찐~뿜!”
소리를 낸다거나.
W튜브 영상에서 소리를 추출해서 먹는 시늉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
남다른 품질을 자랑하는 코스어가 한 명 있었다.
을 기반으로 다른 을 조합해서 코스프레한 것은 맞다.
그런데도 그 모습은 남달랐다.
뷰티라임은 마구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하, 함께 사, 사진 찍어도 될까요?”
“찐~뿜!”
***
동인의 축제.
코믹 페스에 다녀왔다.
물건을 사기보다 사람을 관찰하러 다녀왔다.
괜한 관심을 끌기 싫어서 일부러 어설프게 코스프레를 했는데.
도중에 만난 뷰티라임은 나를 알아차린 느낌이었다.
전에도 알아보더니 대체 어떻게 알아보는 것일까.
감상을 말하자면 코믹 페스는 꽤 유익했다.
내 현재 목표는 놀이동산을 만드는 것.
대지 면적 30만 평에 위아래로 몇백m를 올려도 된다. 과연 세계 최대 놀이동산에는 범접할 수 없어도 공간이 넘쳐난다.
무엇으로 채워 넣을지 꽤 고민이 된다.
서브컬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넣는 게 어떨까 싶어서 조사차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만화, 게임, 애니, 소설은 꽤 좋아하니까.
인터넷에서 올라온 후기도 유용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어떤 부분을 싫어하는지를 살폈다.
나름대로 수확이 있었다.
장소는 역시 햇볕이 닿지 않는 지하가 좋을까?
피부색을 보니 햇볕이 닿으면 흡혈귀처럼 괴로워할 것 같은 사람도 많은 것 같았으니까.
또 평상시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가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벼룩시장처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모이는 사람의 숫자가 어설프게 많으면 도리어 식는 분야니까.
바글바글하게 모여야 제대로 불타오른다.
다른 거라면 콘서트장, 서바이벌 게임장, 식물원, 인간 대포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다. 그쪽은 딱히 시기가 없으니까 아무 때나 찾아가도 된다. 그냥 내 생각대로 만들어도 괜찮고.
내게는 이 있으니까 괜한 고정관념이 없는 편이 더 재밌는 장소를 만들 수 있을지도?
정확한 시기는 몰라도 슬라임랜드의 건설은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설령 땅을 살릴 수 없어도 슬라임랜드는 세울 수 있다.
내 은 기본적으로 주변의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는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지 않고서는 유지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스와 대화하다가 지열 에너지가 떠올랐고 에너지 수급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쓰레기를 분해하고 흡수하며 생성되는 에너지.
여기에 태양과 지열 에너지가 더해지면 마나가 공급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니까 슬라임랜드는 만들 수 있다.
좋은 소식이 더 있으니 마더의 성장 속도가 내 예상보다 빠르다.
공돌이와 공순이와는 다르게 판매할 을 생산하지 않고 성장과 땅에 마나를 공급하는 일에만 힘을 쓰고 있다.
그 결과 몸이 기하급수로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나도 내 슬라임들의 몸집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몰랐는데 체격이 깡패다.
몸이 커지니까 스킬의 효과도 함께 강해졌다.
이대로라면 천만 톤 단위의 쓰레기가 반년 이내 사라질 것 같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지열도 마음껏 사용하고 있을 테니 엄청난 양의 마나가 땅에 공급됐겠지?
가능하면 그전에 땅이 되살아나면 좋겠다.
죽은 땅 위에 세워진 슬라임랜드보다는.
살아 숨 쉬는 땅 위에 세워진 슬라임랜드가 좋잖아?
***
S 등급 연금술사 애쉬는 연금슬라임이 보낸 물건을 이리저리 살폈다.
공간 미로를 독자적으로 해석해서 만든 상자다.
보냈던 공간 미로에 손을 댄 흔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그럴듯하게 만들었으나 기술이 저급하다.
애쉬는 희미하게 남은 기대감을 연료 삼아 미로를 풀었다.
풀었다.
풀었다.
‘뭐지?’
간단하게 풀 수 있으리라 여겼던 미로가 풀리지 않는다.
힘으로 억지로 부수려고 한다면 부술 수는 있으나 들은 말이 있으니 그러지 않았다.
처음 상태로 되돌려 다시 자세히 살폈다.
“하!”
미로는 애쉬의 손에 간단하게 풀렸다.
상자 안에 있던 <랜덤 젤리 슬라임 (순한 맛)이 까꿍 얼굴을 드러낸다.
포장지는 겉에서부터 벗긴다.
그게 당연한 상식이다.
그런데 이건 겉에서부터 풀면 내부가 잠기는 구조였다.
그렇다고 가장 안에서부터 풀어서도 안 된다.
중간부터 풀어야 했고 자세히 살피면 힌트가 있었다.
포장지를 뜯지 않고 상자의 자물쇠를 풀어라.
일반인은 불가능해도 애쉬는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애쉬에게는 과정을 건너뛰려다가 된통 당한 기억이 있다.
무의식중에 순서를 지키려고 했고 미로 내부에서 헤매게 됐다.
자신만이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는 것이 아니다.
직원들이 만들 수 있게 설계도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그 능력을 적재적소로 활용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내라.
“애쉬. 가야 합니다.”
비서의 부름에 애쉬는 혀를 찼다.
무언가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흩어져 사라졌다.
애쉬는 회사 송년회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귀찮아도 회사의 회장으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애쉬가 지난 일 년의 노고를 위로하는 개회사를 마친 뒤 질문 시간이 시작됐다.
어지간해서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는 애쉬와 한 번이라도 말을 붙여보고 싶은 사람이 많기에 준비된 시간.
운이든 실적이든 질문권은 오로지 소수만이 손에 쥔 권리였다.
그 소중한 기회를 사용한 남자가 물었다.
“지금 주목하는 연금술사가 있습니까?”
자기 이름이 불리기를 바라며 한 질문.
지난 몇 년 사이에 몇 번 나온 질문이다. 이 질문의 답은 비서가 매뉴얼로 정해놨다. 실적에 문제가 없다면 상대가 바라는 대로 이름을 불러주면 된다. 애쉬는 사원 전체의 인적 사항을 정보로써 머리에 담아뒀기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애쉬의 정신은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었기에 남자의 이름은 물론이고 매뉴얼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솔직한 대답이 나왔다.
“나는 연금슬라임이 머지않아 S 등급 연금술사로 인정될 인재라고 생각한다.”
***
눈이~, 눈이~ 눈이~
하늘에서 새하얀 똥이~!
실례.
땅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눈이 아니라 제대로 쌓이는 눈이 하늘에서 내린다.
어릴 적에는 눈이 내리면 참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눈이 내리면 경사가 가파른 인도가 얼어붙을까 걱정부터 든다.
그래도 집 주변 눈을 안 치워도 되는 건 다행이네.
아파트에서 살 때는 관리해주시는 분이 치워주셨지만, 단독주택에서 살면 직접 치워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 집인 비상식량은 가족의 안전을 바라며 지어진 집.
집 주변의 땅에는 열선이 깔려 있다.
눈이 와도 스위치 하나 올리면 다 녹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집의 주변에 이러한 설비가 돼 있지는 않지.
눈을 안 치우는 집도 있을 거고, 눈을 치울 사람이 없는 곳도 있을 거다.
땅이 얼어붙어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겠지.
이 물건을 출시할 때가 됐구나.
-신발을 위로부터 뒤덮는 슬라임. 안전 이상 무!
이것이 있으면 얼음 위를 밟아도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다.
발 보온도 되고.
과 을 팔 때 한 번에 출시하지 않은 이유.
원래 물건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때 팔아야 고마움을 느끼고 더 잘 팔리는 법이다.
그리고 지속해 미끼 상품을 던져줘야 전체 상품 매출도 올라가고.
사람은 언제 떠나갈지 모른다.
할 수 있을 때마다 매출 유지에 도움 되는 다양한 수작을 부려야지.
, , .
펭귄 세트 완성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는 펭귄 대이동을 볼 수 있겠는걸.
따르릉.
내가 일거리를 준비한 건 어떻게 알고 전화했대?
-연금슬라임 님 축하드립니다. B 등급 연금술사가 되셨습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설명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애쉬 이 인간. 대체 무슨 생각이야?
거기서 왜 내 이름을 꺼내?
나는 C 등급 연금술사였다.
안전성 검사로 10%의 제품이 폐기되고 수수료 30%를 내야 하는 C 등급 연금술사.
C 등급 연금술사가 될 때 꽤 고생했다.
C 등급 연금술사가 되려면 대면 시험을 봐야 하니까.
그 누구에게도 얼굴을 드러낼 수 없으니 편법을 사용해야 했다.
양건우 선수가 테니스 US오픈에서 우승하며 조력자를 으로 뽑아준 덕에 훈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맞춰 훈장을 받으면 시험 면제시켜주는 법 개정이 이뤄지며 C 등급 연금술사 면허를 받게 되나 싶었는데.
이 기술 도핑이라는 논란에 불이 붙으며 훈장이 취소될 뻔했다.
이 논란을 미국에 을 수출해 가며 겨우 잠재웠다.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겨우 얻은 C 등급 연금술사 면허.
다음은 B 등급인데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이 등급에 오르면 세계에서도 나름대로 알아주는 실력자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몰라도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아는 수준.
그렇게 인정받는 등급인 만큼 면허를 따기 어렵다.
얼마나 어렵냐면 한국은 아예 면허를 발행할 권리가 없다.
K-연금의 현실이다.
한국에서 못 따니 나는 포기했다.
B 등급 연금술사 면허를 따려면 면허를 발행할 권리를 지닌 나라로 가야 한다.
무슨 수로?
슬라임도 여권 발급해줘?
입국 심사 때 비즈니스로 왔다고 하면 통과시켜 줄 거야?
C 등급 면허도 나쁘지 않다.
국제 사회에서는 민간 자격증 취급받는 D 등급 K-면허와 다르게 하지만 C 등급 K-면허는 국제 사회에서도 그런대로 인정된다.
C 등급만 있어도 개인 의뢰를 받을 때 큰 어려움은 없다.
기관에서 인증해주지 않아도 내 그 자체가 인정받는 경지에 도달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B 등급 연금술사가 됐다.
“나는 연금슬라임이 머지않아 S 등급 연금술사로 인정될 인재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한마디로.
정말로 애쉬의 말만으로 B 등급 연금술사가 된 건 아닐 거다.
이건 그거다.
권위자의 추천을 통한 시험 면제.
시험만 면제됐을 뿐 실력과 실적은 별도로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했겠지.
실력이야 으로 충분히 증명했고 실적도 매일 같이 쌓아가고 있다. 솔직히 개인이 판매한 연금 제품 판매 수를 따지면 내가 세계 1위 아닐까.
미국에서도 기회면 있으면 내게 B 등급 면허를 주려고 벼르고 있었을 거다.
일 처리 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서류상으로는 벌써 B 등급 연금술사고 면허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고 있다고 하니.
미국이 서둘러 B 등급 면허를 주는 이유?
면허도 주민등록증이랑 똑같다.
어디서 발행했는지 적혀 있다.
매우 사소한 일이지만, 이런 게 쌓이다 보면 커진다.
앞으로 내 면허를 본 사람은 내가 미국에 소속된 연금술사라고 생각할 거다.
내가 미래에 A 등급 면허를 따려고 한다면 미국으로 갈 테고.
이렇게 슬며시 줄을 감아두는 거다.
충분히 감기면 자국으로 확 끌어당기려고.
비행기를 탈 수 없는 내가 미국에 갈 일은 없지만!
어쨌든 B 등급 연금술사 면허는 감사.
B 등급 연금술사 면허가 있을 때 받는 혜택은 안전성 검사 5%에 수수료 20%였지.
나쁘지 않다.
보답으로 생산량 좀 늘릴까.
애쉬에게 보답?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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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가 다시 수상쩍어 보인다.
혹시 한스는 정말로 외계인이라서 달과 별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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