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197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197)
‘불편해! 짜증 나!’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가는 것을, 매우 미세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회복되는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그보다 더 빠르게 썩어가는 늑대를 앞에 둔 채로 투란은 소리 없이 앙앙거렸다.
당연히 아무도 듣지 못했고, 사실 들어줄 사람도 없었다.
한편으로는 살아오면서 누가 자신의 짜증과 불편함에 대해서 신경 써준 경우도 거의 없는 투란이었으니, 이는 결국 그저 허공에 대고 혼자 울컥거리는 짓에 불과할 뿐이었다. 때문에 겨우 서너 마디 으르렁거리는 생각을 하고 나서는 바로 푸욱 한숨을 내쉬면서 투란은 이 상황을 보다 빠르게 극복할 방법을 궁리하는 쪽으로 생각을 돌려야 했다.
‘이 상태로 사람의 몸이 되기는 좀 곤란하고.’
허리와 배 언저리를 심하게 뜯긴 채로 사람이 되었다가는 바로 피가 줄줄 흘러내리면서 몇 분 안에 기절하거나, 바로 기절한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히엔나, 몬스터의 형상이기 때문에 핏줄은 아무렇게나 빠르게 막힌 채였고 회복하면서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발목도 반복적으로 힘줄이 경련하면서 부러진 자리를 조금씩 맞춰나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 회복은 정말 오래 쉬면서 잘 먹어야 지속될 터였다.
‘이 몸으로 바로 주문을 쓸 수 있다면 되는 거잖아?’
가장 아쉽게 떠오르는 생각이 투란의 마음을 깊이 건드렸다.
황금매의 문장이 마력의 그릇 둘을 가지고 따로 사용하기 때문에,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과 주문을 위한 마력이 엉키지 않고 효과를 발휘하게 틀을 잡아놨기 때문에 몬스터의 형상에서는 주문이 발휘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썼잖아, 이 망할 놈의 망령 괴물은.’
투란은 상위의 얼음 주문을 써가며 자신의 ‘마그마 로드’에 대항하던 하얀 녀석, 망령이 깃들었던 몬스터에 대해 금세 기억해냈다. 황금매의 문장이 불완전해서 그런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지만, 적어도 하얀 녀석은 마법사의 주문을 괴물인 채로 썼다.
그런데 그런 문장이 투란의 가슴에 새겨진 다음에는 그렇게 안 된다?
배틀 그림모어, 망령은 그 기억 속에서 그럴 수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몬스터 로드의 고유 마력과 주문을 위한 마력이 뒤엉켜서 이도 저도 아닌 낭비만 된다고!
‘썼다고, 아주 높은 수준의 주문을!’
하위의 주문보다 더 깊이 정련되고 잘 준비되며 순수한 마력이 필요하다는 상위의 주문을 하얀 녀석은 썼다. 꽝꽝 얼린 얼음을 뿌렸다!
황금매의 문장에 미리 준비된 주문 중에는 그렇게 상위 수준의 주문은 사실 없었다. 배틀 그림모어에도 다양한 응용과 적응을 위한 경험은 잔소리처럼 많이 기록된 채였지만, 그 얼음 주문처럼 높은 수준의 주문은 없었다.
망가졌을지 모르지만, 황금매의 주문으로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던 놈이 그렇게 했다. 투란이 해서 안 될 까닭이 있을까?
‘문장은, 내 염원에 호응한다. 진짜 몬스터 엠블럼이라면 분명히…… 가짜라면 이쯤에서 꺼져줘. 내 진짜 문장을 되돌려놓으라고!’
할짝, 히엔나의 이빨 사이로 흘러내리는 썩히는 침을 혀로 말아 올리면서, 그 입에 씹혀서 잔뜩 묻은 침 때문에 벌써 고약하게 썩어가며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라면 토하겠지만 몬스터 히엔나에게는 더욱 맛있어진 꼴이 된 늑대를 내려다보면서 투란은 결심했다.
이 상태로 주문을 쓰겠다고…… 황금매에게 협박하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해서 투란은 우선 몸의 찢기고 어긋난 부분을 다시 맞춰주는 ‘리커버리’를 기억하며 세차게 염원했다.
몬스터의 형상을 한 그대로!
끼이!
‘어?’
순간, 투란은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시커멓게 펄럭하며 울음소리를 낸다고 느꼈다. 실제로 뭐가 눈앞에 스쳐 간 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잠깐 눈에 비치는 풍경이 찰랑거리며 시각이 변화한 것도 느꼈다.
그리고 몸을 타고 넘는 마력을 알아차렸다.
갈라진 살을 맞물리고, 찢어진 살갗을 이어붙이고, 어긋난 뼈를 다시 제자리로 찾아놓는 힘의 흐름, 몬스터의 형상을 유지한 고유 마력과 섞이지 않으면서, 오롯하게 자기 길을 가며 주문의 효과를 드러내는 마력!
‘얼레?’
너무 쉽잖은가?
투란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뭔가 고무쇠를 삼킬 때 겪었던 듯한 강렬한 충격, 문장의 변화조차 각오했던 도전이 순식간에 승리의 깃발을 휘날려주면서 끝났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투란에게 황금매가 호응을 해준다!
이것이야말로 이 색다른 문장의 본질이라는 듯, 투란에게 왜 이제야 시도하냐는 듯이 경쾌하고 빠른 반응을 하며,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
‘뭐…… 이래?’
다시 되새겨봐도 역시 투란의 기분은 즐겁고 시원하기보다는 당황스럽고 어이없는 쪽이었다. 망령이 넘겨준 배틀 그림모어에는 이런 상황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는데, 설마 몰랐던가? 아니면 망령은 도전해서 실패했고, 투란은 경우가 달라서 아주 쉽게 성공한 것일까?
당장 어떤 답도, 적절한 설명도 얻을 수가 없었다.
그저 언젠가 알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고작인 상태, 투란은 조금 더 몸 상태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보다 좋은 방법을 쓸 수 있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쓰면 되는 것 아닌가!
‘힐링 팩터’가 투란의 몸을 뒤척였고, 제자리를 찾았지만 아직은 아물지 않았던 상처들이 무서운 속도로 뒤엉키듯이 멀쩡해져 갔다.
‘헉?’
느릿하게, 오래 쉬면서 잘 먹어야 한다는 히엔타의 회복 조건을 무시하듯 ‘힐링 팩터’의 주문 효과는 갈려나가서 없어진 손발도 바로 다시 만들어낼 정도로 빠르게 상처를 지워 버렸다.
몸에 상처 난 부분을 잉크로 변화시켰다가 다시 원래 형상으로 복구시키는 것보다 더 빠른 듯하잖은가!
그리고 배 속에서 돌연 울려 나오는 소리…….
꼬륵, 꼬르륵.
입은 열렸지만, 투란은 아무 소리도 못 냈다.
뭔 소리를 낸다 해도 돌연 비어버린 배 속이 채워질 리가 없었고, 지금 열심히 나는 소리와 함께 알아차린 배 속 상태는 뭐든 먹어야 한다는 점만 분명할 뿐이다! 이 상황은 금방 투란에게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고유 마력을 바탕으로 마력이 소모된 거네? 그러니까, 먹어서 채우는 마력이란 말이지!’
주문을 쓰는 마력 또한 황금매의 문장을 통해 생성되고 축적되는 것, 그리고 그 생성과 축적은 몬스터 로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면 되는 일!
새삼 투란은 이해했고, 납득했다.
그래서 바로 투란의 손은 옆에서 썩은 냄새를 풍기며 히엔나의 식욕을 자극하는 늑대를 집어 올렸다.
아작, 빠득!
“컹?”
늑대의 살점 속에서 함께 씹힌 것이 입안을 긁고 이빨에 단단하게 부딪히면서 혀를 할퀴는 느낌이 있었다. 히엔나의 반사적인 대응은 더 강하고 세차게 깨물면서 침을 괄괄 쏟아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깨물음은 입안에서 할퀴며 몸부림치는 녀석을 늘어지게 했다.
얼른 손으로 깨물린 놈을 당기며 뜯어내 보니, 길쭉하고 날카롭게 가시 같은 자잘한 발을 잔뜩 지닌 지네가 반 토막 난 꼴이었다. 히엔나의 침에 신나게 부풀어 오르는 그 껍질은 점차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손끝에 만져졌다.
“그새?”
투란은 주변의 늑대 시체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흙을 뒤집으며 우글거리는 시체지네의 무리를 둘러볼 수 있었다. 엉덩이 깔고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에 이놈들이 자신들의 먹잇감을 찾아 몰려든 것이다.
투란의 눈길이 문득 손에 반 토막 난 시체지네를 향했다.
벌레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30센티는 될 듯한 놈이었다.
그것이 지금 두 배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히엔나의 이빨에 깨물리고, 침을 잔뜩 쳐발린 다음에 바로 썩은 내를 풍기면서!
으적, 으적.
일단 투란은 손에 들린 시체지네를 삼켰고, 히엔나의 미각(味覺)이 아주 기뻐하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그래서 바로 다시 앞에 놓인 늑대의 썩은 몸통을 뒤집었고, 늑대의 빠르게 썩은 살점보다 그 사이를 헤집으며 꿈틀거리는 길쭉한 시체지네를 파냈다.
쇠처럼 단단한 잔가시 같은 발이 연이어 히엔나의 가죽을 세차게 긁었고, 핏방울을 튕기려 했다. 하지만 갈라진 살갗은 아직 유지되는 ‘힐링 팩터’와 ‘리커버리’에 바로 복구되었고 시체지네는 그 단단함에 상관없이 히엔나의 입에 물려 침이 잔뜩 흐르는 이빨에 깨물리고 부풀어 올라야 했다.
‘이건 또 특별하네.’
히엔나의 침이 시체지네에게 스며들면서, 무슨 독이라도 맞은 것처럼 시체지네는 늘어졌고 부풀어 오르며 야들야들한 썩은 고기가 돼 버렸다. 그 고기는 배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세차게 율동하는 내장에 짓눌리려 녹아 투란에게 영양분이 되어 줬다.
이렇게 계속 먹어치우면서 투란은 다시 주변을 둘러봤고, 자신에게 지금 뭐가 필요한가를 생각해냈다.
“메자이, 캐빈.”
땅에 네모난 윤곽이 그어졌고, 늑대와 시체지네 무리 아래에서 단단하고 커다란 벽돌무늬가 솟아났다. 마법으로 흙을 뭉쳐 이뤄진 벽돌 바닥이 완성되면서, 벽이 치솟아 올랐다.
투란은 치솟는 벽을 잡았고, 벽의 중간에서 새로 튀어나온 벽돌이 만들어내는 평면 위에 몸을 얹었다. 흙집은 어느새 늑대와 시체지네를 가두는 지하실을 지닌 2층 구조가 되었다. 그 1층도 반쯤 땅에 파묻힌 듯한 꼴이 되었고, 주변은 흙집을 정점에 둔 조그마한 언덕 형태로 변했다.
벽 너머, 뻥 뚫린 하늘을 잠시 바라보다가 투란은 주문에 개입했던 의지를 거두고, 주문의 효과가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봤다.
벽돌로 이뤄진 천장이 생겨났다.
사냥꾼의 쉼터였다.
“모르겠다!”
결국 투란은 발라당 누우면서 외쳤다.
모서리를 따라, 구석구석에 매달린 ‘럭스’의 빛이 환하게 밝혀주는 네모난 방 안에서 혼자 뒹구는 몰골이었다.
지하실로 가는 구멍 따위는 전혀 없이, 그저 평평한 한 칸뿐인 방만 있는 걸로 보이는 흙집 속에서 혼자 뒹굴며 머리를 쥐어뜯어 봤지만 역시나 모르는 일은 모르는 일! 뭔가 알고 싶어도 이 황금매의 문장에 대한 지식,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도 ‘천칭의 문장’은 몬스터 엠블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들어둔 바가 많아서 꽤나 의지하고, 억지까지 부릴 수 있었는데…… 이 황금매의 경우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쉽게, 망령이 남긴 기록에는 흔적도 없는 재간이 가능했을까?
저지른 것은 자신이었지만, 투란에게는 그토록 저항 없이 간단히 이뤄진 상태를 제대로 납득하기가 곤란했다. 그저 좋게만 생각하려다가도 이렇게 뒹굴면서 낑낑거리는 꼴이 될 정도로 곤란했다.
‘이러다 그냥 괴물이 되려나? 젠장.’
뭔가 억울했다.
‘천칭의 문장’, 자신의 진짜 몬스터 엠블럼을 되찾고 싶은 기분이 더 강해졌다.
먹고 싸는 문제랑 엮이니까 더욱더!
한구석에서 엉덩이를 까고 싸질러 놓았던 것의 냄새가 흐릿하게 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마법으로 지우고 덮고, 벽돌 틈새로 쓸어내 버렸는데도!
분명히 지워진 냄새이니 이 감각은 착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투란은 ‘악마의 심장’을 품었을 때의 편안한 느낌이 그리웠다. 먹기만 하고 싸지를 일이 없는 그 좋은 시절…….
“푸하핫.”
갑작스럽게 투란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지금 처한 처지를 돌이켜보니, 이거 참 사치스럽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불쑥 튀어나온 탓이었다. 여전히 춤추는 산맥의 깊은 곳인, 이 초원에서 사냥꾼의 쉼터를 만든 여유 때문이었을까? 어째서 이렇게 살아 숨을 쉬면서 사치스럽고 한심한 궁리를 하고 있을까?
천천히 천장을 바라보며, 모서리와 구석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의해 기묘한 무늬처럼 그림자를 단정하게 드리운 천장을 보면서 투란은 자신을 향해 아주 느리게 되뇌었다.
“나는 살아 있다. 살아남아 보겠어. 키린이 가르쳐준 것을…… 전부 해볼 거야. 그리고 반역의 패왕처럼, 아니 패왕보다 더 많은 세상을 볼 거야. 전부 구경하고 다닐 거야. 오버시어.”
키워드가 노골적으로 튀어나오자, 투란은 머리가 깨끗하고 맑아지면서 처음 보이드 엠블럼을 가슴에 새겼을 때부터 기억을 더듬었다.
그 순간이 떠오르는 순간, 저절로 몸이 떨리고 여전히 끔찍하다. 그러나 그 뒤로 ‘악마의 심장’을 삼키고, 그 험악하고 거대한 녀석들 틈 사이에서 살아남고…… 불타는 태양과 얼어붙게 하는 서리가 격돌하는 곳을 지났고…… 늪을 떠돌다가 키린을 만났으며…… 거의 일 년을 잠복했다고 해도 되는 사냥을 했고…… 티탄 클래스 몬스터 영역에서 벗어났다!
‘난 살아 있어!’
투란은 여전히 몬스터 엠블럼의 바탕이 된다는 ‘심연’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문장의 풍경, 그 심상 속에서 조금 이상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심연’은 여전히 투란에게 남아 있었다. 비록 문장이 ‘천칭’이 아닌 ‘황금매’라 할지라도!
그러니까 다짐할 수 있었다.
‘되찾겠어.’
문득 투란은 마음이, 혼의 깊은 곳이 두근거리는 듯했다.
마치 ‘천칭의 문장’이 기다리겠다고 반응이라도 한 듯하잖은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몰아내쉬며 투란은 자신을 향해 말한다.
“우선 찾을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선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언젠가 반드시 되돌려놓겠어. 나는 몬스터 로드 투란이니까. 괴물을 능가하는 괴물이 되어서, 해내고 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