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771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767)
‘내 문장 속의 몬스터잖아. 너처럼 숨어 있지도 않으니, 내 진심이 바로 전해진 거겠지. 정말로…… 놔둘 수가 없는 상태이기도 하잖아? 네가 한 얘기만 생각해도 소환된 다음에 여태껏 세상에 버려진 채라니…… 몬스터 로드로서, 스테노아의 몬스터 로드로서 내가 할 일이 맞기도 하고.’
반쯤 자신을 다독이는 듯한 말을 소리 없이 흘려내면서 투란은 숨을 가다듬었다.
간신히 줄어든, 이제는 애앵애앵하는 단락(短絡)으로 울부짖으며 ‘진짜지?’라고 투란을 반쯤 열고 반쯤 감은 눈으로 노려보는 듯한 스테노아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집중하는 셈이었다.
그 효과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끊임없던 울부짖음, 투란의 뇌리와 가슴을 애절하게 울리던 스테노아의 울부짖음은 깨끗하게 멈춰졌고…… 언제라도 다시 울부짖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했지만, 어쨌든 일단 멈춰진 덕분에 투란이 느끼던 부담은 확연히 덜어진 셈이었다.
드라고니아가 이런 투란의 상태를 엿보듯 말한다.
―좋은 각오이기는 하다만, 고르고니아 자매 중에서 스테노아가 가장 얌전하고 안전하다 평가된다는 점은 알고 결정한 거지?
‘그랬냐!’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풀 뜯어 먹든 고기 핥아 먹든 하면서 전혀 관심 없어 한다는 거, 네가 직접 확인한 거잖아!
‘아, 그랬지. 그럼, 이전에도…… 다른 때에도 스테노아는 그런 상태였던 거야?’
―그래, 그러면서도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견인(堅忍), 강인(强靭)함을 지닌 몸을 지녔으니 건드려 보기도 쉽지는 않지. 괜히 건드려서 좋은 꼴 보기 힘들고, 놔두면 아무 탈 없는 성격이니 말이야.
‘그러면…… 메듀시아나 유렐리아는……?’
―눈 마주치면 바로 돌 되는 몬스터는 얌전히 있는다고 안전하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할 수밖에 없지. 날갯짓 몇 번으로 폭풍을 일으키는 녀석은 장난삼아 날아오르는 것만으로도 주변에서 그냥 병아리 날갯짓처럼 구경할 수도 없고 말이야.
‘아, 네.’
투란은 저절로 나오려는 한숨을 참고, 도감을 노려봤다.
가장 얌전하기에 가장 상대하기 안전하다는 스테노아의 항목, 거기에는 투란이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른 이야기가 실려 있었다. 막연히 경험을 통해, 그 몸을 직접 형성해서 아는 것과는 다른 스테노아, 고르고니아 세 자매의 맏이라고도 불리는 몬스터의 특별함…….
⚫ 크로노스 시클: 별빛의 광채를 머금은 뿔의 형태로 드러난다.
⚫ 아다만투스로 가공된 방벽조차 관통 가능한, 알려진 바로는 거의 유일한 몬스터 특성. 아다만티어, 아다만티르, 아다만투스의 어떤 위상(位相)에도 관계없이 그 불괴(不壞)의 속성을 파괴할 수 있다.
읽기만 해도 투란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아다만…… 그냥 이리 부르고 저리 부르는 게 아니었냐? 뭔가 다른 특성이 있어서 말꼬리가 다른 거였어?’
열심히 설명해 놓은 부분인데, 정작 투란에게는 그 설명이 어려웠다!
드라고니아가 쓴웃음을 짓는 기척과 함께 투란에게 이야기한다.
―보통은 이리 부르든, 저리 부르든 별 상관없다. 지역에 따라 그냥 말꼬리가 살짝 다를 뿐이라고도 할 지경이니까. 어찌 되었든 불괴석이란 형태, 성질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룬디아크 공방 수준의 장인들에게는 세 가지 상태, 같은 물질인데 그 기본구조가 전혀 다른 경우를 일컫는 말로 쓰이지.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납득하기 어려운 말일 수 있는데…… 들을 거냐?
왠지 얌전히 귀 기울이는 듯한 투란의 태도가 의아한 듯, 드라고니아가 말하다가 확인하듯이 묻고 있었다. 평소라면 복잡한 이야기 싫어하면서 으르렁거릴 녀석이 왜 얌전하냐고 떠보는 듯한 말투였기에 투란이 바로 울컥하면서도 소리 없이 대꾸한다.
‘안 듣는다고 해도 잔뜩 떠들더니 듣는다니까 말해주기 싫다는 거야? 얼른 말해봐!’
―흠…… 뭐, 듣겠다니 다행이지. 그럼, 들어봐라. 가장 원초적인 상태를 아다만티어라고 한다, 말하자면 발견된 최초의 형질이고 전혀 다른 것과 섞인 적이 없는 순수한 상태의 불괴석이지. 그게 세상과 접촉하면서 일정한 형태로 굳어진 일차적인 변화, 그걸 아다만티르라고 한다. 딱히 뭔가 어떻게 한 것은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굴러다니거나 어딘가에 들러붙은 상태를 말하는 거야. 다만 불괴석이 들러붙은 짐승 가죽이나 나무껍질이라면, 이미 평범하다 할 수 없을 뿐이야. 어쨌든 아다만티어가 최초의 형태에서 이 세상의 어떤 것과 겹쳐진 걸 놓고 아다만티르라고 하는 거다만…… 그냥 똑같은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아다만티어라고 했다가 아다만티르라고 했다가 하기도 하고…… 아무튼 이 두 위상은 장인이 가공할 때 꽤 차이가 나기에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 순수한 아다만티어 쪽이 훨씬 쉽게 다룰 수 있어서 더 귀한 취급을 받는다고 하면, 쉽게 납득이 가겠냐? 어쨌든 이 둘은 장인이 아니면 딱히 구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호한 얘기고…… 세 번째인 아다만투스는 가공(加工)을 마친 상태의 아다만티어, 아다만티르를 일컫는다. 가공을 한 탓에 불괴석의 속성이 이리저리 뒤흔들려서 원래보다 약해졌다는 헛소리도 가끔 나온다만, 어떤 형태로 바꿔놔도 결국 불괴석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강고(强固), 견인(堅靭)한 특성은 유지된다. 고르고니아, 스테노아의 뿔은 그러거나 말거나 다 뚫는다는 얘기이고…….
‘흐흠, 그러니까 결국 위상차이가 나더라도 별 차이가 없다는 거냐? 여기 나온 얘기는 위상차이에 따라서 꽤 격차가 있지만 상관없이 뚫는다는 말 아니야? 연금술적으로 위상구조에 따라 같은 물질이라도 폭발성이 확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거 아니었어?’
―헐? 연금술적? 위상구조? 어디서 들은 얘기냐? 무슨 뜻인지 알고 쓰는 말이야?
‘샤오 마을에 따로 와서 터지는 거 만든다고 연금술사들이 낑낑거리면서 하는 말을 들은 적 있거든. 그 위상구조를 놓고 폭발력 조절한다고 며칠을 고민하더만. 그때 알았어, 똑같은 물질이라도 위상 차이가 나면 전혀 다른 효과, 성질이 나온다고 말이야. 그러니까, 제대로 설명하라고! 괜히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놈 취급하면, 두고두고 놀려먹을 거다? 알았냐?’
으쓱으쓱하면서 투란이 길게 대답하며, 살짝 협박하는 말은 드라고니아를 어처구니없게 한 모양이었다.
―조금 아는 게 있으니까 듣겠다고 한 거였군! 그런 걸로 잘난 척이라니…… 좀 더 잘난 척하고 싶다면, 룬디아크의 촉매대강을 외워두는 것이 좋지! 읊어줄 테니 외워볼래? 아, 상아탑의 대도감에는 촉매대강이 다 실려 있을 수 있겠군! 그걸 외워두면 여러 가지 상황에서 꽤 써먹을 수 있는데, 한번 읽어보지 그러냐? 잘난 척도 아는 게 많아야 쉽잖아?
살살 윽박지르며 강권하는 낌새를 느낀 투란이 재빨리 말을 돌린다.
‘그만 징징거리고! 크로노스 시클이 뭔 뜻이야? 왜 그렇게 부르는 거지?’
이제 뭔 소리를 해도 모르는 척할 거란 것을 알아챈 드라고니아가 혀를 차며 묻는 말에 답한다.
―극소멸(極消滅) 현상을 일으킨다는 뜻이야. 아주 미세한 시간의 영역에서 물질에 간섭해서 파괴를 일으키는 특별한 것들에 크로노스란 이름이 붙지. 옴파레온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시간의 왕, 그 이름이 크로노이니까…… 고르고니아 역시 그 신화 속에서 기원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면에서 크로노의 낫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여겨진다만…… 투란?
톡톡, 독서대 한편을 두드리면서 투란이 뭔가 깊이 생각에 잠긴 듯했기에 드라고니아는 설명을 멈추고 불러야 했다. 기껏 떠들고 있었더니 엉뚱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면, 울컥할 일이니까!
한데 투란이 느릿하게 드라고니아의 부름에 응하며 꺼낸 말은…….
‘분명히 스테노아는 행방불명, 어디 있는가 모른다고 했어. 이 도감, 그래 놓고서는 스테노아에 대해서 직접 삼키고 겪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잖아. 아니, 별빛뿔이 어떤 이치로 그런 위력을 발휘하는가 아나 모르나 따지는 말이 아니야! 보라고, 캐슬 폼. 스테노아가 상처 입거나 피를 흘리거나, 그 몸이 강제로 억압되어 변형될 지경이면 발동하는 황금모피의 방어형태…… 나, 이런 거 해본 적 없다고.’
―스테노아를 형성하고 그런 지경에 처한 적도 없는 것 같다만?
‘우잇! 시비 걸지 말고! 여기 별빛뿔…… 크로노스 시클에 대한 설명부분도 보란 말이야! 스테노아가 심한 상처를 입거나 강압당하는 상태에서, 그 본질이 위협받을 때에만 발동하는 특수한 능력이라고 되어 있다고! 난 아무 때나 쓸 수 있는데!’
―음? 흐흠…… 몬스터 로드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스테노아의 정수가 변형된 상태라 그런 거잖아? 그건 몬스터 로드라서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혜택 같다만?
‘어? 어라, 그런 건가? 아니, 이게 아니고! 캐슬 폼이든 크로노스 시클이든, 결국 스테노아의 고유특성이잖아! 어쨌든 간에 생각 없이 스테노아가 발휘하는 힘이고, 능력이란 말이야! 그런 걸 스테노아를 삼킨 몬스터 로드도 아닌 누군가 훤히 알고 있다는 말이잖아! 오랫동안 행방불명이라 해놓고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알았다는 것처럼 말이야! 이상하지 않냐고!’
―글쎄다…… 고르고니아 세 자매는 소환된 이후에 꽤 활약을 해서 알려진 일이 많으니까. 그 기록을 토대로 기술(記述)한 거라 여겨진다만?
‘아오옷! 삐딱한 소리 말고 잘 보라고! 스테노아가 상처를 완치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크로노스 시클을 언제든지 발동할 수 있음을 확인, 이렇게 써 있잖아! 내가 잡았을 때, 만났을 때 스테노아는 상처 입은 상태였어. 이건 마치 그걸 보고 적어둔 것 같단 말이야!’
―그렇게 느낀다고?
‘그래! 마치……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시침 뗀 다음에 잔뜩 감시하고 확인한 다음에 여기 기록해둔 것 같다고. 다른 부분도, 스테노아에 대한 다른 부분도 딱 그렇게 느껴진단 말이야.’
―몬스터 로드의 감이라…… 하지만, 투란…… 그걸 확인하려면 켈 데릭에게 이 도감이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든 거냐고 캐물어야 한다만, 그 인간이 그걸 쉽게 대답해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
‘어, 그렇기는 하지.’
―그럼, 그 문제를 지금 혼자 고민하고 따져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겠지?
‘쳇!’
투란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시늉을 했지만, 드라고니아의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이러쿵저러쿵한다고 해서 도감을 만든 이가 누군가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켈 데릭이 뭐라 대답하는 꼴을 보는 것도 아니니 그냥 혼자 헛짓거리하면서 낑낑대며 망상하는 것일 뿐이었다.
못마땅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 그걸 느끼며 짜증 내는 듯한 투란에게 드라고니아가 슬쩍 말을 이어간다.
―어쩌면…… 스테노아의 행방불명이란 거는 투란 네가 사냥한 다음의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네 말대로 스테노아의 행적을 지켜보고 있었더라면, 지금 스테노아가 어디 있는가 모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그 얘기대로라면, 이 도감을 누가 만들었든 간에 투란 너의 사냥에 대해 모른다는 거야. 그건 오히려 너에게 좋은 일이잖아? 적어도 스테노아를 아는 누군가가 너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거니까. 안 그래?
‘그게 그렇게 되는 거냐? 으흠.’
―게다가 스테노아의 몬스터 로드인 너조차 모르는 바에 대해 잔뜩 조사해놨고, 그 내용이 고스란히 너에게 전해졌다. 그러면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하지만?
‘스테노아의 시야(視野), 그것까지 알고 있다는 부분은 역시 마음에 걸려. 내가 그거 알아내느라고 그 역병 숲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투란은 투덜거렸다.
드라고니아는 살짝 어이없어하면서도 쓴웃음을 짓는 기척을 흘렸다.
도감에 스테노아에 대해 적힌 여러 가지 중에 분명히 있었다.
스테노아는 그 눈으로 본 대상을, 그 눈과 마주친 대상을 돌이 된 것처럼 마비(痲痹)시키지만 그 효과가 발휘되는 범위…… 시야가 삼십여 미터를 넘지는 않는다고 단단히 못 박듯이 도감에 쓰여 있는 것이다.
―그 대신에 캐슬 폼과 그 영역의 한계를 알았잖아.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인데 말이야. 하나 얻고 하나 잃은 걸로 쳐도, 얻는 쪽이 훨씬 낫잖아?
드라고니아가 다독이듯 말했다.
캐슬 폼, 황금모피의 생체파동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방어 영역 또한 스테노아를 중심으로 십여 미터 안팎이라 확실히 써 있었다.
전혀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확실한 정보, 이리저리 써먹어 볼 부분이 많은 것이기는 했기에 투란도 이득이라 여길 수는 있었지만…….
‘약점 같은 부분이 드러나 있는 것이 더 마음에 걸려.’
투덜거릴 수 있는 투란이었다.
―그게 약점이 되기는 하냐? 애초에 캐슬 폼이든 아니든, 황금모피를 뚫을 수 있는 것은 확인된 적이 없다고 하잖아.
‘내가 만났을 때 스테오나는 몸에 상처를, 흉터를 잔뜩 붙이고 있었다고!’
―황금모피에 덮이지 않는 몸의 일부분이었지. 딱히 스테노아에게 지장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만…….
‘늦게 낫잖아, 늦게! 아, 정말로 그런 상태에서 상처가 완전히 지워지는 완치가 되기는 하는 거였나?’
―스테노아 혼자서는 안 되겠지. 잘 보라고, 세 자매가 함께 있을 때 어떤 상처라도 상호작용에 의해 완전히 치유가능하다고 써 있잖아. 그래서 세 자매를 어떻게 해보려던 누군가가 셋을 찢어놨다고 하잖아.
‘그게 누군가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말이지.’
―뭐, 이제 와서 그게 누군가는 별로 따질 일도 아니잖아? 까마득한 옛날이야기에 불과하니 말이야.
‘그래, 그렇지…… 내가 세 자매의 남은 둘을 찾으러 가야 하는 때는 지금인데 말이야.’
고개를 돌리면서 투란이 왠지 넋두리하는 꼴인 자신을 느끼는데…….
“멜란드! 그게 뭔 꼴이야!”
문 너머에서 버럭 외치는 시알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