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 [제40장] 수도자 2
“장주님. 돌아오셨군요. 어떻게 되었나요?”
임설이 창백한 표정의 백리사초를 향해 물었다.
새벽에 중원표국 총단에 갔던 백리사초가 오후 늦게야 황금장원으로 복귀한 것이었다.
“무극반선을 비롯해 흑반선들을 만났소.”
“놈들과 싸우셨군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임설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백리사초의 안색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발로 돌아왔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흑반선들이 합공을 가해왔고, 그 때문에 무극반선을 제외하고 나머지 흑반선들은 놓치고 말았소.”
“아! 그럼 무극반선 그자는 제거하셨군요.”
“그렇소. 지금쯤 무림맹 무사들이 깨어나 그 시체를 보고 있을 것이오.”
백리사초가 말을 한 후 당시 상황을 좀 더 부연 설명해주었다.
무림맹 무사들이 혈도를 찍힌 후 정신까지 잃자 백리사초가 나섰고, 무극반선과 일대일 대결을 벌이려던 찰나 나머지 흑반선들이 가세한 이야기까지.
흑반선들과의 싸움은 반시진이나 걸렸다.
백리사초는 무극반선을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그 결과 무극반선은 최후를 맞이했다.
나머지 흑반선들이 분노한 것은 물론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백리사초를 어쩌지 못했다. 백리사초 또한 그들의 합공을 막아낼 뿐 적절한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그렇게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다가 백리사초가 잠력까지 폭발시키자 흑반선들이 패배를 직감하고 신선계로 도주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백리사초는 알 수 있었다.
홍포노인을 비롯한 아홉 명의 흑반선들이 신선계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끝까지 싸웠다면 잠력까지 일으킨 백리사초의 우세였겠지만, 그 역시 내공 소모가 심해 흑반선들을 쫓지 않았다.
신선계로 들어가는 즉시 다른 흑반선들의 총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생하셨어요. 그래도 승리하신 거잖아요? 돌아가신 맹주님 복수도 하셨고요.”
“무극반선을 제거한 것은 다행이나, 문제는 흑반선들의 무공 수준이오. 흑반선 열 명이 합공을 가하자 나와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었소. 흑반선회 소속 흑반선들이 십만여 명에 달하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앞으로가 걱정이 아닐 수 없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보건대 장주님의 능력은 아직 그 일부밖에 발휘되지 않았어요. 거대한 힘은 특별한 경우에 발휘되기 마련이니 상대가 강할수록 장주님도 강해질 거예요. 그나저나 놈들이 분명 서약의 돌이 아직 불씨가 남아있다고 했단 말인가요?”
“그렇소. 그리고 무슨 서약사자 운운하며 그들의 출현을 무척 두려워했소. 내 생각이지만 우려와 달리 아직 흑반선들의 전면적인 무림 침공은 어려울 듯하오.”
“그것참 잘되었군요. 몇 달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동안 우리 영웅맹의 기반을 닦을 수 있을 거예요. 피곤하실 테니 쉬세요. 한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군요.”
“무엇 말이오? 혹시 무극반선의 시체를 그대로 두고 온 것 말이오?”
“네. 제 생각이지만 이번에도 이전 우천위 그자처럼 장주님의 공을 가로채려 하는 자가 있을지 몰라요. 장주님께서 무극반선을 제거한 사실을 무림맹 무사 중 아무도 보지 못한 건가요?”
“그렇소. 내가 무극반선의 시체를 그대로 둔 것은 무림인들의 사기를 위해서였소.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흑반선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해 아예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오. 공을 가로챈다고 해도 신선계로 돌아간 흑반선들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오.”
“네. 사실 이제 무림맹주 자리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이 우리 영웅맹이 무림세력을 통합해야 그나마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영웅맹 창단을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알았소. 그 문제는 내일 다시 의논하도록 합시다.”
“네. 그럼 편히 쉬도록 하세요.”
* * *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 임설이 백리사초의 집무실로 찾아왔다.
밤새도록 운공요상을 한 백리사초의 안색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소?”
“네. 저의 예측대로였어요. 무림맹 총단이 조금 전 만능공자가 무극반선의 목을 베어 선친의 복수를 했다고 정식으로 공표했어요. 그 때문에 낙양 무림인들이 술렁거리고 있어요.”
“만능공자가?”
“네. 어제 말씀드렸듯이 오 년 전 우천위 그자의 행태와 판박이예요.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만능공자가 가장 먼저 깨어났고 죽은 무극반선을 발견한 후 목을 벤 것 같아요. 혈도는 장주님께서 풀어주신 건가요?”
“그렇소. 점혈 수법이 독해 그대로 두면 모두 죽었을 것이오. 그나저나 만능공자 성격에 그렇게 공을 채가지는 않았을 텐데, 아무래도 상관의 그자가 부추긴 것 같소.”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이대로 둘 수는 없어요. 우리 영웅맹에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장주께서 무극반선을 제거한 사실을 알려야 해요. 무림맹 장로 회의에서 갖은 구실을 대어 장주님을 무림맹주로 추대하는 것만은 피하려 하겠지만, 그 밖에 얻는 것이 너무 많아 쉽게 포기할 수 없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소. 내가 무극반선을 죽인 것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다면 직접 그자의 목을 베어 이곳으로 가지고 왔을 것이오. 오 년 전 우천위 그자의 거짓말도 결국 탄로 났듯이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니 그대로 두시오. 우리 영웅맹과 무림맹이 서로 갈 길이 다르나, 그래도 우군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터. 오히려 무림맹이 너무 빨리 몰락하면 천하 각지에 퍼져 있는 개별 문파들에게도 타격이 클 것이오. 그들이 힘을 내서 마교나 흑천방 등과 싸우기 위해서라도 무림맹의 위상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것이 필요할 것이오.”
“알겠어요. 장주님 생각도 일리가 있는 것 같군요. 그건 그렇고 간밤에 낙양 흑도 수장들이 회합을 가졌다고 해요. 놈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낙양 흑도십방 중 대표가 대살방이라는 곳이라 했소?”
“네. 대살방주가 낙양 흑도 맹주 역할을 하고 있어요. 흑천방 일천 낭인무사도 대살방 총단에 주둔하고 있고요.”
“으음, 상황이 유동적이니 일단 두고 봅시다. 장원 무사들에게는 경계 태세를 최고 단계로 높이도록 하시오.”
“네.”
임설이 말을 한 바로 그때였다.
집무실이 열리며 세 사람이 들어왔다.
한데 그들은 바로 백리풍과 엽씨 남매가 아닌가.
“장주님. 엽씨 남매가 장주님께 아뢸 말씀이 있다고 해서 데려왔습니다.”
“아! 그래요? 어서 말씀해보시오. 엽 소저.”
백리사초가 엽령아를 쳐다봤다.
나이 어린 엽정보다 그녀가 대표로 말을 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다시 한번 저희 남매를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른 게 아니고 총관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저희가 비밀리에 낙양 중도문파 연합에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그쪽에서 장주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나를 말이오?”
“네. 제가 영웅맹이란 단체가 결성될 예정임을 밝히고 가입을 권유했습니다. 한데 낙양 흑도들의 공격이 심해 장주께서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지난 며칠 저희 군자문뿐만 아니라 많은 중도 문파가 흑도들의 공격을 받은 게 사실이랍니다. 그래서 지금 각파의 생존 무사들이 비밀 장원에 모여 있는데 외부 지원이 절실해요.”
“으음, 무림맹 총단에 지원 요청을 해봤다고 했소?”
“네. 하지만 정식으로 거절 통보를 받았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낙양 중도문파 연합이 무림맹 소속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이유도 있긴 하겠지만 현재 무림맹은 그만한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오.”
“그런가요? 그렇다면 정말 장주님뿐이네요. 중도문파 연합 지휘부에서 이번에 흑도들을 제거해주면 다들 기꺼이 영웅맹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장주님께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엽 소저의 말씀이 옳소. 다만 영웅맹 가입은 개별 문파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오. 거기에 조건을 걸 생각은 추호도 없소. 한데 그 비밀 장원에 은신해 있는 중도문파 연합 병력은 어느 정도나 되오?”
“대략 천여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생각보다 많구려.”
“문파 대부분이 공격을 받았고 겨우 살아남은 무사들이에요. 원래는 삼만 명이 훨씬 넘었답니다.”
“삼만 명이나? 그럼 비밀 장원에 있는 천여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전사했다는 말이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각 문파마다 사정이 다 달라서. 하지만 흑도들만 평정되면 흩어졌던 무사들이 다시 모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최소 만 명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거예요.”
엽령아의 말에 백리사초와 임설, 백리풍 세 사람의 표정이 밝아졌다.
병력 만 명이라면 단숨에 무림맹 총단 병력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엽령아의 단순한 추측이었다. 실제 그만한 병력이 영웅맹에 들어오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백리사초가 말했다.
“지금 보니 흑도들이 우리 장원보다 비밀 장원에 있는 중도문파 연합 무사들을 먼저 공격할 계획인 것 같소. 놈들이 비밀 장원의 위치를 알아내기 전에 차라리 그곳에 있는 병력을 이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소. 일단 함께 가봅시다.”
“네.”
* * *
낙양 중도문파 연합.
흑도들의 움직임이 거세지자 최근 비밀리에 결성된 조직이었다.
특히 낙양 흑도십방의 배후에 흑천방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자, 중도문파 연합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중도문파 중 대표라 할 수 있는 조화문(造化門)이 소유하고 있던 장원 한 채를 재빨리 거점으로 만들었다.
그곳에서 중도문파 연합 지휘부 고수들이 모여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었다.
흑도십방의 공격이 예상되었기에 여차하면 선공도 불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합 바로 전날 정보가 새나갔는지 대부분의 중도문파가 공격을 당했고 큰 피해를 봤다.
군자문처럼 거의 멸문지화를 겪은 데만 십여 군데가 넘었다.
중도문파 연합에 가입한 문파의 수는 백여 개 정도.
대부분의 문파가 크고 작은 공격을 받았고, 그 생존자들이 자연스럽게 이곳 비밀 장원에 모인 것이었다.
하지만 각 문파에 모인 무사들의 수가 천여 명에 달해 위치 정보가 흑도 쪽으로 새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래서 지휘부 회의 결과 일단 무림맹 총단 쪽에 도움을 청했다.
물론 지원무사들을 보내주면 향후 무림맹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도 해줬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거절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영웅맹이었다.
아직 창단도 하지 않아 실체가 없는 단체였으나, 군자문이 황금장주의 도움을 받아 그 후손을 보존했다는 점이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엽령아의 입맹 권유가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이곳입니다. 장주님.”
엽령아가 허름한 한 장원을 가리켰다.
바로 낙양 중도문파 연합의 비밀 장원이었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임설 역시 미소를 지었다.
비밀 장원에 온 사람은 이들 세 사람이 전부였다.
백리풍은 황금장원을 지키고 있었고, 엽정은 나이가 어려 데려오지 않았다.
탕탕탕.
엽령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린 후 대문을 열두 번 두드렸다.
아무래도 문을 열어달라는 신호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대문이 열리며 무사 세 명이 나왔다.
워낙 한적한 곳에 있는 장원이라 평소 장원 앞을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무사 세 명이 백리사초 일행을 안내했다.
무사들은 조화문 소속 무사들로 태양혈이 볼록 튀어나온 것이 무공이 상당해 보였다.
“이분이 황금장주이십니까? 다들 기다리고 계십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