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 [제41장] 인과응보 2
‘오랜만이구나. 오 년이란 시간 동안 모든 게 변했건만 화산은 변함이 없구나.’
은잠술을 펼친 채 화산파 본산에 오른 백리사초가 주위를 둘러봤다.
마교의 화산 분타로 변해버린 지 오래지만, 이전에 있던 전각은 그대로였다.
그 주인만 화산파에서 마교로 변했을 뿐이었다.
마교 화산 분타의 상황은 설만철의 말 그대로였다.
십만 마교 무사들이 새벽에 낙양 무림 평정을 위해 출정을 떠났고, 분타에는 일만 마교 무사들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내로 흑천방 무사 오만여 명이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스스슷.
백리사초가 경공을 펼쳐 한 전각의 지붕 위로 올라갔다.
마교 화산 분타 내부에 최소한 한 명의 흑반선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긴장을 풀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붙잡혀 온 화산파 무사들의 안전이 중요했다.
그러려면 옥녀검을 통해 악소소가 있는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빨랐으나, 아직 옥녀검의 검혼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백리사초가 보기에 옥녀검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한 내일 아침까지는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
특히 화산파 무사 중에는 악소소처럼 여자 무사도 상당히 많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서둘러야 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하다가 지붕 위에서 가부좌하고 마교 화산 분타 전체로 의식을 퍼뜨렸다.
이는 신선술의 일종으로 내력 소모가 심하긴 하나 일정 범위에 있는 고수들의 움직임과 은신 여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소소를 찾아내는 방법은 옥녀검만 있는 게 아니다. 옥녀진기를 느끼는 방법도 있지.’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그 역시 옥녀심공을 익혔기 때문에 옥녀진기의 느낌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옥녀진기는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았다.
‘최소한 이곳에는 소소가 없는 것 같구나. 하지만 강시 제조를 위해 특수 처리를 했다면 옥녀진기 또한 세맥에 잠복하여 외부에서 느낄 수 없게 될 수도 있지. 일단 초혼술로 놈들의 기억을 파악해봐야겠군.’
백리사초가 천천히 몸을 하강해서 순찰을 돌고 있던 마교 무사 한 명에게 다가갔다.
은잠술을 펼친 상태라 그는 백리사초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백리사초가 그의 사혈을 찍자 곧바로 축 늘어졌고 그를 안자 그 시체 또한 사라졌다.
은잠술의 범위가 백리사초뿐만 아니라 예의 시체에도 미친 것이다.
백리사초가 오른손을 뻗어 시체의 백회혈에 갖다 대자 그의 기억이 흡수되었다.
백리사초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화산파 무사들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었다.
대신 잡다한 마교의 상황에 관한 내용은 큰 도움이 되었다.
죽은 자는 십만대산에 온 자로 이곳 화산에서는 오 년간 근무한 자였다.
그 오 년 동안 그는 많은 일을 겪었고 나름대로 교에 충성을 다했다.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산 아래 마을에 내려가 부녀자를 겁간한 후 죽이는 것을 취미로 하는 자였다.
백리사초가 그런 기억을 파악하고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꼭 필요한 정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삭제해버렸다.
초혼술의 특징 중 하나가 불필요한 정보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매우 편리했다.
하지만 이런 사후조치도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 초혼술을 펼칠 때는 얻고자 하는 정보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백리사초의 경우 이전에는 그렇게 했으나 지금은 워낙 다급해 기억을 최대로 흡수하려 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화산파 무사들이 갇혀 있는 장소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기억에 없다고 해서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었다.
직급이 낮아 모를 수도 있고, 흑반선의 능력이라면 포로 삼백여 명 정도는 지휘부 고수들에게만 알리고 쥐도 새로 모르게 심처에 가둬둘 수 있었다.
‘일단 뇌옥부터 살펴보자. 뇌옥 쪽에서 특별한 기감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삼백여 명이 되는 인원을 굳이 뇌옥 외의 다른 장소에 놔둘 이유도 없지.’
백리사초가 경공을 펼쳐 뇌옥 쪽으로 향했다.
뇌옥은 지하에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스무 명 정도의 마교 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백리사초는 마교 화산 분타가 이전에 화산파에서 운영하던 뇌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흑반선 정도의 능력이라면 특수 처리를 통해 외부에서 감방에 갇힌 죄수들의 상황을 전혀 모르게 할 수 있었다.
백리사초 역시 그런 사실을 알기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스스슷.
백리사초가 마치 허깨비처럼 변해 지하 뇌옥으로 내려갔다.
놀랍게도 그는 문도 열지 않고 뇌옥 안으로 들어갔다. 쉽게 말해 벽을 그대로 통과하는 격이었다.
이 또한 신선술의 일종으로 일반적인 축골공보다 훨씬 뛰어난 경지였다.
스스슷.
지하 뇌옥으로 들어온 백리사초는 빠르게 감방들을 살폈다.
하지만 놀랍게도 감방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기야 경계 무사도 대문 앞을 지키던 무사들뿐이었다.
아무래도 화산 인근을 마교와 흑천방이 대부분 장악하자 따로 저항세력도 없어 뇌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까지 온 것 같았다.
다만 뇌옥을 지키는 무사들이 있는 것은 일종의 위장술로 볼 수는 있었다.
상황에 따라 뇌옥을 이용해 적들을 유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외 현장에서 포로를 잡아 왔을 경우 곧바로 뇌옥에 가둘 수도 있었다.
다시 말해 지금 옥에 갇힌 사람이 없다고 해서 이전에도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놈들이 화산파 무사들을 어디에 가둬놓았을까. 아무래도 지휘부 고수들을 제압해봐야겠구나. 하기야 아직은 흑반선 정도 고수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화산파 무사들만 찾아내면 지금 이곳에 있는 마교 무사들을 모조리 제거할 생각까지 있는 그였다.
그가 익힌 여러 신선술과 무공 중에는 낙양에서도 입증되었듯이 대량 살상에 효과적인 게 많았다.
하지만 무작정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게 그에 따른 내력 소모가 극심했다.
그래서 최대한 법보나 암기 등을 사용할 생각이나, 그것 역시 무한정인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보면 내공으로 펼칠 수 있는 신선삼매진화가 매력적이나, 그 역시 내공 소모가 커서 연속적으로 펼치는 것은 무리가 따랐다.
스스슷.
백리사초가 마교 화산 분타주가 묵고 있는 전각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곳은 경계가 가장 심한 곳으로 조금 전에 초혼술을 통해 마교 무사로부터 알아낸 정보가 아니라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 * *
마교 화산 분타주가 거주하는 전각의 지붕 위로 올라간 백리사초는 순간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흠칫했다.
‘이것은 옥녀진기? 이곳에서 왜 옥녀진기가?’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미약하지만 옥녀진기가 분명했다.
한데 당금 무림에서 옥녀심공을 익힌 사람은 백리사초를 제외하고 악소소가 유일했다.
그 말은 이 전각 안에 악소소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도 분타주 집무실 안이 유력했다.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히며 지붕 위에 놓인 기왓장 하나를 들춰내 밑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은잠술을 펼친 상태라 밑에서 위를 쳐다봐도 큰 문제는 없었다.
기왓장 역시 약간만 움직여 자그마한 틈만 생겨났다.
그 틈으로 내려다보니 침상 위에 한 소녀가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파리한 안색의 소녀.
한데 그녀는 바로 악소소가 아닌가.
워낙 미약한 맥이라 옥녀진기 또한 그야말로 눈곱만큼 느껴졌다.
문제는 악소소 옆에 서 있는 사내였다.
한데 그는 이전 화산파 대제자였던 우천위가 아닌가.
백리사초가 깜짝 놀랐다.
악소소도 그렇지만 우천위가 이곳에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물론 그가 화산파를 배신하고 마교로 투신한 후 마교주의 제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한데 이런 상황에서 그를 보니 놀랄 만도 했다.
우천위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매. 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사매를 잊은 적이 없어. 그 때문에 다른 화산파 무사들이 모두 강시로 만들어질 때 사매만 내가 구해온 거야. 이제 곧 무림맹은 해체될 것이고 세상은 반선들이 다스리는 격변기가 도래할 거야. 그래서 나 역시 기회를 봐서 반선 중 한 분의 제자로 다시 들어갈 생각이야. 교주님께서는 나를 못 믿어 하시는지 정말 중요한 절기는 가르쳐주지 않으시거든. 아무튼 오늘 나는 사매를 내 여자로 만들 생각이야. 후후후! 내가 임시 분타주를 맡게 되고 사매를 다시 만나게 되다니. 이것 또한 모두 인연이 아니겠는가.”
우천위가 득의의 미소를 지은 후 악소소의 옷을 벗기려 했다.
그의 손이 악소소의 옷에 닿으려는 바로 그 순간.
지풍 하나가 날아와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바로 백리사초가 날린 지풍이었다.
“으윽!”
우천위가 비명과 함께 절명했다.
마교주의 제자가 된 이후 이전 사부였던 악대범과 겨뤄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던 그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상대는 바로 백리사초였다.
무림맹주 배양제를 죽인 무극반선을 제거한 그였다.
마교주가 와도 승산이 있다고 할 수 없는데 어찌 우천위가 상대가 되겠는가.
백리사초가 그의 시체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전생에서 자신을 죽였던 원수였다.
그래도 그 복수를 하는 것이 조금 그래서 목숨을 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후 그는 사문을 배신했고, 그 결과 많은 화산파 무사들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백리사초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주저하지 않고 살수를 날린 것이었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 할 수 있을 것 같군. 뿌린 대로 거둔다고나 할까.”
백리사초가 씁쓸한 표정으로 우천위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얼마 후 초혼술을 펼쳐 그의 기억을 흡수했다.
조금 전 우천위가 중얼거린 내용 중 강시 이야기가 나왔고 어느 정도 화산파 무사들의 행방을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초혼술로 알아낸 화산파 무사들의 현 상황은 충격적이었다.
이미 강시 제조가 끝나 무저곡에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하루도 안 걸려 강시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인데, 화산파 무사들을 데려온 흑반선이 도움을 줬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 소소부터 깨우자. 으음,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놀랄 테니 청옥자 신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좋겠군.’
백리사초가 우수로 얼굴을 문지르자 청옥자의 얼굴로 바뀌었다.
그런 후 악소소의 몸에 내력을 넣어주어 회복과 동시에 깨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녀는 탈진한 상태일 뿐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흑반선을 상대로 잠력까지 폭발해 대항한 것으로 보였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군.’
백리사초가 계속해서 내력을 넣어주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악소소의 안색이 돌아오며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으으······.”
악소소가 눈을 뜨고 옆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오 년간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사부 청옥자였던 것이다.
“사부님!”
“그래. 나다. 몸은 괜찮으냐?”
“네. 어떻게 된 것이죠? 여긴 어딘가요? 흑반선의 공격을 받고 본파 무사들과 함께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제 아버님을 보셨나요?”
“서둘지 말거라. 그보다 우천위 저자는 내가 처리했다.”
“아!”
악소소가 우천위의 시체를 보고 놀랐다.
청옥자, 즉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저자는 사문을 배신하고 수많은 동문을 죽게 했으니 그 벌을 받은 것이다.”
백리사초가 우수를 한번 휘두르자 우천위의 시체가 한 줌 재로 변해버렸다.
악소소 역시 이전과 달리 별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백리사초가 말을 안 했지만 우천위가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가 죽은 마당이라 구태여 물어보지는 않았다.
백리사초가 말했다.
“일단 소소 네가 겪은 이야기부터 해보아라. 흑반선 한 명에게 공격을 받은 것이냐?”
“네. 사부님.”
악소소가 숨을 한번 고른 후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