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 [제43장] 화산혈투 1
[제43장] 화산혈투마교 화산 분타 총관 사묵.
어제부터 그는 좌불안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저곡에 있던 고수들이 대거 죽거나 실종되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강시로 제조 중이었던 화산파 무사 삼백 명이 지하 광장 붕괴로 무용지물이 된 것이 가장 뼈아팠다.
지금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바로 총단에서 이 일로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
한편 총관 집무실에는 어제 무저곡에서 천여 명의 무사들을 이끌고 본산에 올라온 마교 호법 전오(全吳)가 있었다.
원로원 고수들과 강시장로, 그리고 임시 분타주를 맡고 있던 우천위마저 죽거나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사묵은 전오와 이번 사태를 논의하고 있었다.
“전 호법. 총단에서 이 일로 책임을 묻지 않겠소? 대략적인 보고는 전서구로 했는데, 뭔가 찜찜한 게 사실이오. 우천위 그자가 가짜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서에 적었는데, 전 호법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오. 전후 사정을 살펴본 결과 우천위 그자가 제일 수상하오. 악가 계집이 순순히 본교에 투항한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진짜 우천위가 죽임을 당하고 가짜 우천위가 우리 모두를 속인 것 같소.”
“으음, 아무튼 지하 광장이 무너졌고 강시들도 그곳에 묻혔으니 그 부분 또한 매우 아쉬운 게 사실이오. 그래도 날이 밝으면 흑천방 오만여 병력이 올 것이니 적의 공격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소.”
“물론이오. 이번 사태는 예상치 못했으나 그 사정 역시 서서히 밝혀질 것이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 할 일을 합시다. 내 생각에 사 총관께는 오히려 잘된 일인 것 같소.”
“무엇 때문에?”
“우 공자가 어떻게든 죽었을 테니 이곳 화산 분타의 분타주 자리는 사 총관이 맡게 될 게 아니겠소?”
“하하하. 놈담도 잘하시오. 나는 이번 일로 문책만 받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이오. 날이 밝으면 지휘부 회의가 열릴 예정이니 이만 돌아가 쉬도록 하시오.”
“그럽시다. 나중에 봅시다.”
전오가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사묵 역시 집무실에 달린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려던 찰나.
그의 등 뒤에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 총관.”
사묵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우 공자님! 살아계셨군요.”
“그렇소. 죽다가 살아났소. 한데 표정이 왜 그렇소?”
백리사초가 담담히 물었다.
사묵이 급히 안색을 풀려고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데 어떻게 된 겁니까? 강시들이 있던 지하 광장이 무너지고 우 공자님과 강시장로 등이 보이지 않아 우리는 모두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천우신조였소. 지하 광장이 비록 무너졌지만 틈이 있었고, 그 틈에서 견디다가 다른 통로를 발견해 이곳까지 올라온 것이오.”
“무저곡에서 이곳까지 연결된 통로가 있었단 말입니까?”
“그렇소. 왜 내 말이 믿기지 않소?”
“그게 아니라······.”
“혹시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오?”
“아, 아닙니다. 어찌 교주님 제자이신 우 공자를?”
“그러면 됐소. 한데 왜 아까는 전 호법에게 나를 의심하는 말을 한 것이오?”
“아! 그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그렇소. 사 총관. 내 눈을 보시오.”
“네.”
사묵이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순간 사묵이 그대로 쓰러져 절명하고 말았다.
심맥이 끊긴 것으로 물론 백리사초가 한 일이었다.
다만 곧바로 죽이지 않고 시간을 끈 것은 사묵의 기억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백리사초가 지체없이 사묵의 백회혈에 손을 대 기억을 흡수했다.
‘으음, 역시 총관이라 그런지 아는 게 많군. 하지만 흑반선들에 대해서 아는 게 많이 없어 그 점이 아쉽다. 유령반선의 얼굴을 알아낸 것은 그나마 수확이군.’
백리사초가 기억을 모두 흡수한 후 삼매진화를 일으켜 사묵의 시체를 재로 만들었다.
그런 후 우수를 자신의 얼굴에 대자 우천위의 얼굴에서 사묵의 것으로 바뀌었다.
백리사초가 집무실 바깥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마교 무사를 부른 것은 그 직후였다.
“부르셨습니까? 총관님.”
“연무장에 모든 무사를 집결시켜라. 비상 상황을 맞이하여 유령반선께서 주고 가신 단약을 무사들에게 복용시켜야겠다. 이십 년 내공을 한 번에 올려주는 단약이니 한 명도 빠짐없이 집합할 수 있도록!”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모두 모였습니다.”
“으음, 수고했네.”
백리사초가 마교 화산 분타 연무장에 모인 일만여 마교 무사들을 쳐다봤다.
천여 명에 가까운 무저곡 경계 무사들까지 합세한 터라 만 명은 무조건 넘는 대병력이었다.
전오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 총관. 무슨 단약을 먹이겠다는 것이오? 유령반선께서 남긴 단약이라 했소?”
“그렇소. 아직 이야기를 못 들었소? 단약 하나에 이십 년 내공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지금과 같이 안팎이 혼란스러울 때 복용하면 공격력이 강화될 거라고 하셨소. 복용할 때는 단 한 명도 빠지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으니 전 호법도 복용하시오.”
“사 총관은?”
“나는 이미 복용했소. 그러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오. 그럼 곧바로 나누어 주겠소.”
백리사초가 품속에서 약병 하나를 꺼냈다.
매우 큰 병이었는데 그 병 안에 단약 만여 개가 담겨있었다.
물론 그 단약은 내공 증진 단약이 아니라 천마독단이었다.
숙고 끝에 천마강시로 만들지 못할 바에야 아예 모두 독살하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그 방법이 그다지 자랑할 게 못 되지만, 화산 주둔 마교 무사들 때문에 죽임을 당한 화산파 무사들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기야 천마독단을 복용시켜 마교 일만 무사를 죽인다면 여러모로 이득이었다.
무엇보다 백리사초의 공력을 아낄 수 있었다.
이는 아무리 백리사초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천 명이 넘는 병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내공이 소모되기 때문이었다.
특히 낙양에서 몇 차례 많은 적을 한 번에 제거했는데, 그 회복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 있으면 흑천방 무사 오만이 이곳 화산으로 올 예정이었다.
그전에 어떤 식으로든 마교 무사들의 정리가 필요했다.
“모두 입을 벌려라! 시간이 없으니 내가 직접 먹여주겠다.”
백리사초의 말에 만여 마교 무사들이 입을 벌렸다.
이상한 광경처럼 보여도 무사들에게 단약을 대량 복용시킬 때 종종 있는 일이었다.
백리사초가 지체없이 약통에 담긴 천마독단 만여 개를 마교 무사들의 입에 던지려던 찰나.
상공에 거대한 구름 하나가 나타났다.
붉은색 구름이었기 때문에 마교 무사들이 너도나도 고개를 들어 쳐다봤다.
그 바람에 천마독단을 날릴 기회를 놓친 백리사초 역시 구름을 쳐다봤다.
‘흑반선들인가?’
백리사초가 구름 위에 타고 있는 백여 명의 노인들을 보고 안색을 굳혔다.
무극반선 등 여러 흑반선을 상대해봤기 때문에 그 기도만 봐도 흑반선인가 아닌가를 대충 맞출 수 있었다.
문제는 흑반선들의 수였다.
열 명 정도의 흑반선과 제법 장시간 싸워본 경험이 있어, 백여 명이 되는 흑반선들은 충분히 위협이 되고도 남았다.
게다가 흑반선들 중에는 지난번에 낙양 중원표국에서 싸웠던 홍포노인이 있었다.
그리고 사묵의 기억을 통해 얼굴을 알게 된 유령반선의 모습도 보였다.
그 때문일까.
유령반선을 발견했을 때 백리사초의 안색이 조금 굳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마치 허깨비같이 생긴 유령반선이 말했다.
“내가 언제 내공 증진 단약을 줬다는 말이냐? 네놈은 사묵이 아니구나. 진짜 정체가 무엇이냐? 혹시 청옥자냐?”
“하하하. 그렇소. 바로 내가 청옥자요.”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역시 그랬군. 청옥자 너도 수도자냐?”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좋소.”
백리사초가 우수로 얼굴을 문지르자 청옥자 얼굴로 변했다.
이미 악소소를 비롯한 화산파 무사들에게도 청옥자 신분을 밝힌 터라 부담감도 없었다.
유령반선 옆에 있던 예의 홍포노인이 말했다.
“황금장주 그놈 말고도 무림에 또 수도자가 있었군. 청옥자란 이름은 오 년 전에 처음 들었었지. 유령반선. 저자의 도력이 어느 정도나 될 것 같소?”
“허허허. 홍기반선(紅氣半仙). 황금장주 그놈에게 당한 게 아직 잊혀지지 않았던 모양이구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일단 저놈부터 죽인 후 낙양으로 가서 황금장주 그놈 역시 죽여줄 테니까.”
“서약의 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그럴 시간까지 있겠소?”
“충분하오. 어제 마계의 혈우마제께서 구천마녀님을 보내 서약의 돌을 거의 무력화시키셨소.”
“아, 그런 일이 있었소? 거처에서 운공요상을 하느라 그런 사실도 몰랐소.”
홍기반선이 매우 기뻐했다.
유령반선이 미소 지었다.
“나 역시 이번에 회주님을 만나 뵙고 알게 된 사실이오. 요컨대 오늘부터 무림으로 나온 흑반선들은 최소 석 달간 신선계로 복귀하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소.”
“잘된 일이오. 사실 오늘 이렇게 많은 반선이 출동한다는 것을 알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줄 알았소. 나머지 이야기는 청옥자 저놈부터 제거한 후 합시다.”
“그럽시다.”
유령반선이 다시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지금 보니 저들 두 사람만 제거하면 나머지 흑반선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기세로 보아 수는 많아도 하급 흑반선들인 것 같으니까.’
백리사초가 백여 명의 흑반선들을 유심히 봤다.
하기야 지난번에 홍기반선을 비롯한 흑반선들과 싸웠을 때도 무극반선과 홍기반선 두 흑반선과 주로 겨룬 바 있었다.
하지만 아까도 느꼈지만 흑반선들의 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마음과는 달리 백리사초 역시 섣불리 선공을 가하지 못했다.
유령반선이 말했다.
“어느 분들이 청옥자 저놈을 죽여주겠소?”
“저희가 제거하겠습니다. 선배님.”
흑반선 다섯 명이 앞으로 나왔다.
참고로 백여 명의 흑반선들은 연무장으로 내려온 상태였다.
그 압도적인 위세에 일만 마교 무사들은 급히 자리를 비켜줬다.
“우리는 신선오로(神仙五老)라고 한다. 흑반선회 소속으로 적을 상대할 때는 언제나 합공을 하지. 이번에 정말 오랜만에 무림에 나왔는데 제법 강한 적을 만난 것 같구나.”
“청옥자라고 하오.”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빼 들었다.
무명검은 여태처럼 그저 평범한 검처럼 보였다.
그래서 무명검 때문에 진짜 신분이 탄로 날 위험은 없었다.
“좋은 검이다. 혹시 천계의 보검인가?”
신선오로 중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일로(一老)가 말했다.
백리사초가 대답 대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일일이 상대해줄 필요가 없는 것이 보통 고수들끼리는 시간을 끌면서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기 때문이었다.
“좋다. 말이 필요 없겠군. 우리 신선검법(神仙劍法)을 막아 보아라.”
신선오로가 일제히 검을 찔러들어왔다.
쐐애애액.
순간 파공음과 함께 검기 다섯 줄기가 벼락같이 백리사초의 몸으로 날아왔다.
한데 보통 검기가 아니었다.
무림고수들의 검기가 강력함을 특징으로 한다면, 이들 흑반선의 검기는 마치 광선과도 같았다.
굳이 색깔을 따진다면 푸른색이라고나 할까.
그 기세가 놀라웠기 때문일까.
백리사초가 흠칫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그들 역시 하급 흑반선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합공을 가해오자 그 위력이 몇 배나 높아져 상당한 압력을 느꼈다.
지금 이곳에 있지만 홍기반선의 도력보다 훨씬 강했다.
물론 합공이긴 하나 이 정도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백리사초로서는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오 년간 수많은 신선술을 익힌 백리사초였다.
신선오로의 공격이 비록 검법이긴 하나 그것 역시 근본에 신선술이 깔려 있음을 간파한 그가 무명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순간, 무명검의 부피가 수십 배 늘어나며 검기 공격을 막아냈다.
꽝 하는 폭음과 함께 연무장 바닥에 삼장 정도 깊이의 큰 구덩이가 생겼다.
마교 무사들이 놀라서 보니 백리사초와 신선오로가 본격적으로 겨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