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46
246화 : [제79장] 미소 3
백리사초와 악소소가 천상옥녀를 따라간 곳은 천계 총단 인근에 있는 호수였다.
천심호(天心湖).
금빛 물결과 짙은 안개로 유명한 곳으로, 평소 천계 무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 천심호에는 아무도 없었다.
“와룡천신께서 이 호수 아래에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제가 알기로 이곳 천심호는 본계 총단의 비밀 거점 중 한 곳이에요. 절 따라서 오세요.”
천상옥녀가 말을 한 후 호수에 몸을 던졌다.
그녀가 잠수를 해서 호수 밑으로 내려가자, 백리사초와 악소소 역시 따라갔다.
세 사람 모두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고 며칠 동안 버틸 수 있는 공력을 지니고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내려갔을까.
호수 밑에 동굴 하나가 발견되었다.
동굴 입구에는 금빛 막 같은 것이 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진법이나 기관이 가동되고 있는 것 같았다.
천상옥녀가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가자 백리사초와 악소소 역시 따라 들어갔다.
동굴 안은 여느 지하 동굴과 다름없었다.
길게 이어진 통로를 따라 삼백 장 정도 들어갔을 때.
갑자기 공간이 확 트이며 거대한 지하 광장이 나타났다.
한데 지하 광장 안에 만여 명에 달하는 무사들이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본계 무사들이에요!”
천상옥녀가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한 노인을 발견했다.
그는 바로 천계 총군사 와룡천신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다른 천계 무사들과 마찬가지로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백리사초가 천계 무사 몇 명의 상태를 살펴본 후 말했다.
“단체 귀식대법을 펼친 것 같습니다. 천계 무공 중에 그런 게 있습니까?”
“네. 있어요. 천계귀식대법이라고 총군사께서 연마하셨지요. 천계귀식대법을 펼치면 적들의 추적을 따돌릴 수 있고 내상도 더는 악화하지 않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시전자의 내공에 따라 그 지속시간이 차이가 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 죽게 되지요.”
“하기야 일반 귀식대법도 무한정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다들 미간 사이에 검은 기운이 짙은 것이 아무래도 한시진도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깨울 방법이 있나요? 원래라면 시전자만이 깨울 수 있는데, 총군사께서 내상이 깊은 상태에서 귀식대법을 펼쳐 그게 불가능한 상황인 것 같아요.”
“확신할 수 없지만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백리사초가 신선여의주를 꺼내 금빛을 발출했다.
그러자 금빛이 지하 광장에 쓰러져 있는 천계 무사들을 감쌌다.
그리고 얼마 후 한두 명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한데 그냥 귀식대법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상까지 말끔하게 회복한 상태가 아닌가.
이는 바로 신선여의주의 효능 덕분으로, 아무래도 이전과 달리 백리사초가 신선여의주의 공능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이를 본 악소소가 눈을 빛냈다.
‘역시 오라버니가 피리 바위를 만난 이후 그 능력이 신화지경까지 올라간 것 같구나. 참으로 다행이다.’
와룡천신이 깨어난 것은 만여 명의 천계 무사들이 모두 깨어난 후였다.
가장 마지막이었던 셈인데,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내상이 가장 깊었다.
이는 천계귀식대법을 그가 주도해서 펼쳤기 때문으로, 이후 모든 천계 무사들의 내공이 뒷받침해주긴 했으나 이미 그 내력 소모가 극에 달해있었다.
천상옥녀로부터 모든 사정을 전해 들은 와룡천신이 그 역시 알고 있는 사정을 모두 설명해줬다.
그 요지는 옥황천제가 죽은 후 살아남은 천계 무사들을 이끌고 이곳 거점으로 왔는데, 이후 상황이 악화하여 어쩔 수 없이 천계귀식대법을 펼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고 했다.
“백리 맹주 덕분에 우리 모두 살아난 것 같소. 다시 한번 감사드리오.”
와룡천신이 말을 한 후 고개를 조금 숙였다.
만여 명의 천계 무사들 역시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백리사초가 반례를 했다.
“아닙니다. 다들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백리 맹주 덕분에 이전보다 두 배는 더 공력이 강해진 것 같소.”
“다행이군요. 총군사께서는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혈우마제가 마제령을 내려 모든 병력을 집결한 것을 보면 천계와 마계 문이 곧 다시 열릴 것 같은데, 마땅한 대책이 생각나지 않는군요.”
“으음, 나 역시 마찬가지요. 다만 돌아가신 천제님께서 안배한 폐문대법(閉門大法)의 위력은 내일이면 끝이 나오.”
“아, 천계와 마계의 문이 닫힌 것이 폐문대법이란 것 때문입니까?”
“그렇소.”
“천계와 마계의 문이 다시 열리면 이동대법은 어떻게 됩니까?”
“초기화되기 때문에 이전과 달리 천계와 마계, 신선계, 무림 등 어디든지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해지게 되오. 이는 천계나 마계 무사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신선계 반선이나 무림인 등 이동대법을 연마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해당하오.”
“으음, 잘 되었군요. 우리 역시 병력을 한곳에 집결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좋은 생각이 있소? 백리 맹주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겠소.”
“으음, 제 생각에 지금 당장 마계 총단에 가서 전면전을 벌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병력이 고작 만 명에 불과한데 적은 사백만이 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제 생각에는 천계 문이 열리자마자 신선계로 이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혈우마제도 예정대로 전 병력을 이끌고 신선계로 올 것이고, 그동안 우리 역시 모든 병력을 집결해 최후 결전을 벌이는 것이지요.”
“알겠소.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소.”
“그게 뭡니까?”
“일단 들어준다고 약속해주시오. 도의에 어긋나지 않고 백리 맹주가 할 수 있는 일이오.”
“아, 그렇다면 약속드리겠습니다.”
“고맙소. 부탁은 다름 아니라 공석이 된 천제 자리를 맡아달라는 것이오.”
“제가 말입니까?”
“그렇소. 백리 맹주가 천제 자리를 맡아줘야 천계 전역에 흩어져 있는 고수들을 모을 수 있소. 원래 천계 총단에 소속되지 않았던 고수들의 합류 여부가 이번 최후 결전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을 것이오. 이렇게 부탁드리는 바이오.”
와룡천신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천상옥녀를 비롯한 만여 명의 천계 무사들이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와룡천신이 공손하게 말했다.
“천제 자리에 올라주십시오.”
“천제 자리에 올라주십시오.”
천계 무사들이 복창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알겠습니다. 다른 좋은 분이 나타날 때까지 제가 당분간 맡도록 하겠습니다.”
“천제님을 뵙습니다.”
“천제님을 뵙습니다.”
와아아.
천계 무사들의 함성이 지하 광장에 가득했다.
* * *
“받으십시오. 천제님.”
“이게 뭡니까?”
백리사초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앞에는 와룡천신이 앉아 있었다.
반시진 전 전격적으로 천제 자리를 받아들인 백리사초였다.
그런 그가 와룡천신의 독대 요청을 받아들여 지하 광장 벽에 나 있는 동굴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하기야 내일 새벽이 되어서야 천계와 마계의 문이 열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약간의 여유 시간이 있는 상황이었다.
“돌아가신 옥황천제께서 남기신 옥황선입니다.”
와룡천신이 손에 든 부채를 내밀었다.
옥황선은 천계 법보로 옥황천제의 독문 신선술인 옥황광풍을 일으키는 위력이 있었다.
“아, 이게 그 옥황광풍을 일으키는······.”
“네. 맞습니다. 천제 신물이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새롭게 천제 자리 오르신 백리 맹주님께서 가지고 계셔야 합니다. 참고로 옥황광풍을 비롯해 옥황천제께서 생전에 익힌 신선술이 모두 이 옥황선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옥황선의 특수 효능 중 하나인 기억 전이 대법이 발동되면 순식간에 그 모든 내용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아, 그럼 이 옥황선에 옥황천제님의 기억이 담겨 있다는 겁니까?”
“네. 신선술의 구결과 그 외 무공, 진법 등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후임 천제만이 습득할 수 있도록 특수 처리가 되어 있지요. 이미 백리 맹주께서 본계의 천제 자리에 오르셨으니 내공을 주입하면 알아서 그 내용이 머릿속에 입력될 겁니다.”
“이 부채가 제가 새로운 천제가 된 것을 알고 있습니까?”
“네. 아까 천제 자리를 수락하시던 모습과 그 기운을 옥황선이 느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천계에 흩어진 천계 무사들을 결집하려면 꼭 필요한 절차일 것 같군요. 한데 옥황천제께서는 혈우마제와 싸울 때 이 옥황선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안타깝게도 마계 간자의 침입으로 옥황선이 훼손되었지요. 옥황천제께서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보수를 하기 전에 혈우마제가 직접 공격해오는 바람에······ 지금은 옥황선 특유의 자동 회복 기능으로 보수가 완료된 상황입니다.”
와룡천신이 안타까워했다.
옥황선을 보관하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옥황선을 훼손한 마계 간자는 찾아내 제거했으나, 옥황광풍을 일으킬 수 없었던 옥황천제가 혈우마제와 싸우기 전부터 약점을 지니고 있었던 셈이었다.
백리사초 역시 안타까워하며 옥황선을 받았다.
그리고 내공을 주입하자 마치 초혼술처럼 옥황천제가 남긴 신선술과 무공 등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수천 개가 넘는 신선술과 무공이었지만 불과 일각만에 모든 것을 암기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백리사초가 집중한 것은 바로 옥황광풍이었다.
‘옥황선으로 옥황광풍을 일으키면 내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구나. 지금과 같이 병력의 열세가 극단적인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군.’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역시 대단하군요.”
“아! 그 짧은 시간 안에······ 역시 천제님이십니다. 그럼 저는 나가보겠습니다.”
“네. 내일 새벽 천계 문이 열리는 즉시 전 무사들을 이끌고 신선계 은둔봉으로 갈 것이니 그렇게 알고 준비해주십시오.”
“네. 그 전에 같은 내용을 담은 지휘 서신을 천계 각 지역에 퍼뜨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각 지역에 은신해있는 본계 고수들이 은둔봉으로 몰려올 겁니다.”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천계 무사들을 이끌고 올 분이 또 있습니까?”
“네. 본계의 태상장로 태양천신과 생사선인, 고금선인 등이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조금 전 파악이 되었습니다.”
“잘 되었군요. 한 명이라도 더 모이게 해주십시오. 최대 몇 명 정도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이곳에 있는 일만 병력을 포함해 십만까지는 규합할 수 있을 겁니다. 다들 이동대법을 익히고 있으니 연락만 되면 금방 집결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총군사께서 알아서 해주십시오.”
“네.”
와룡천신이 대답 후 동굴 밖으로 나갔다.
얼마 후 들어온 사람은 바로 악소소와 천상옥녀였다.
“옥황선을 인계받으셨군요. 축하드려요.”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오셨습니까?”
“내일 새벽까지 어떻게 하실지 궁금해서 왔어요.”
“잘 들어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두 사람 모두 부르려던 찰나였습니다.”
“무슨 일로? 혹시 악 장문인과 초웅 공자 일인가요?”
천상옥녀의 물음에 백리사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은 악소소를 쳐다보고 있었다.
악소소가 급히 말했다.
“백리 오라버니. 아버님과 초 사형이 있는 곳을 알아냈나요?”
“아직 그건 아니다. 하지만 아까부터 신선천안통을 계속해서 가동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장문인과 초웅 두 사람 모두 마계 총단에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위치는 직접 가봐야 알 수 있겠지. 그래서 하는 말인데 지금 바로 나 혼자서 마계 총단에 다녀와야 할 듯하다.”
“저도 함께 가도록 해요.”
“마계 총단에는 혈우마제가 있다. 나 혼자라면 기척을 숨길 수 있으나 소소 너와 함께 가면 발각이 될 우려가 크다. 은잠술로 함께 보호할 수 있지만, 그 밀도가 확실히 시전자인 본인과 다르니까. 그러니까 나를 믿고 여기서 기다려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일 새벽까지는 돌아올 테니까. 천상옥녀께서도 그렇게 알고 총군사님과 함께 내일 신선계 이동을 준비해주십시오.”
“알겠어요.”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