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좋네요.”
술잔을 기울이던 천휘가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었다.
양조강이 가져온 술은 꽤나 깔끔한 것이 목 안으로 술술 잘 넘어갔다.
“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총관이 힘겹게 구한 술이라더군.”
마찬가지로 술잔을 기울이던 양조강은 천휘를 지그시 응시했다.
“본 가에 사흉이 온 것은 아나?”
“방금 들었어요.”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태평하군.”
“그럼 호들갑이라도 떨어 줄까요?”
천휘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이제 와서 말인가?”
양조강도 훗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길 잠시, 차분하게 입을 뗐다.
“그들이 왜 온 건지 아나?”
“저를 찾으러 왔겠죠.”
“잘 알고 있군.”
“그거밖에 없지 않나요. 신창양가와 전쟁을 하려고 했으면 대놓고 정면으로 들어왔을 리는 없을 테니.”
양조강의 눈에 놀람이 깃들었다.
“의외로 머리가 좋군.”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이것도 모르면 그냥 혀 깨물고 죽어야죠.”
“하나 천하에는 그 당연한 것을 모르는 자들이 넘친다네. 가령 혼자서 대문파와 맞서서 싸우려고 하는 어떠한 자도 있으니 말일세.”
양조강의 시선이 천휘를 꿰뚫었다.
마치 책망하는 시선과 같았다.
하나 그 당사자인 천휘는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흘렸다.
“그야 제가 이길 싸움이니까요.”
“당당하군.”
양조강이 헛웃음을 지었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 일단은 넘어가고…….”
작게 속닥이던 양조강이 술잔을 천천히 기울였다. 그 뒤 입을 열었다.
“그들이 자네를 넘기라고 하더군.”
“그리고 거절했고요?”
“알고 있었나?”
“나가는 게 느껴지던데.”
“느꼈다는 건…….”
양조강의 눈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생각보다 더한 고수였나.’
괜한 걱정을 했다는 것을 깨달은 양조강이 천휘를 볼 무렵.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천휘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이왕이면 싸우고 싶었다.
정확히는 그놈들을 빨리 처리해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제 계속 기다리기도 귀찮고.’
그들의 습격을 기다려 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오랫동안 기다려 줄 마음은 없었다.
그렇다고 직접 일월문을 찾아가는 것은 더욱 귀찮을 따름이었다.
양조강은 그런 태도에 어이가 없었으나 피식 웃으며 입을 달싹였다.
“……자네는 참으로 독특하군.”
말과 함께 그는 술을 따랐다.
술잔에 담긴 투명한 술에 그의 얼굴이 일렁거렸다.
곧 그는 천휘에게 물었다.
“……그들이 자네 보고 사황전의 진전을 이었다고 하더군. 사실인가?”
“사황전의 진전……?”
천휘가 잠시 생각하는데.
‘사황……? 아, 사혈황!’
뒤늦게 알아챈 천휘가 대답했다.
“잔백잔혈조라면 익혔는데.”
“잔백잔혈조?”
양조강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렇군.”
이마에 주름살이 잡힌 양조강을 보던 천휘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파인 같으니 후회해요?”
“후회는 무슨. 실전된 무공이 나타나니 신기해서 그럴 뿐이지.”
“흠. 그래도 사파의 무공인데.”
“자네가 사황전의 전인이든 사파의 인물이든 무슨 상관인가. 정파의 주축인 구파일방과 팔대세가도 찢어져서 서로를 앙숙처럼 적대하거늘.”
양조강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파니 사파니 그딴 것보다 현재는 자네가 딸아이를 구해 줬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제 정체가 궁금하지 않아요?”
“궁금하지.”
양조강이 한쪽 눈을 찡그렸다.
“그래서 알려 줄 텐가?”
“아뇨.”
“그럴 거면서 무슨.”
양조강을 투덜거릴 뿐 더 이상 물어 오지는 않았다.
‘오호. 그래도 정체는 물어볼 줄 알았는데 그냥 넘기네.’
생각보다 시원한 반응에 천휘가 그를 지그시 보다 웃음을 지을 무렵.
“그것보다 일월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네를 노릴 걸세. 아마 지금쯤이면 밖에서 자네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양조강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겠죠.”
천휘가 어깨를 으쓱였다.
말 안 해도 정해진 수순이었다.
일월문과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제대로 척을 진 상태지 않나.
자신이 죽거나 일월문이 멸문하지 않는 이상에야 끝나지 않을.
“이제 자네는 어쩔 텐가? 본 가에 머문다면 지켜 줄 수는 있네만 자네가 밖으로 나간다면 며칠은 가능해도 매일같이 돕는 것은 무리라네.”
양조강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사실 계속 돕고 싶었다.
양세령을 구해 준 은인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아버지이기 전에 신창양가의 가주였다.
아무리 은인이라도 그에게 계속 본 가의 인물을 호위를 붙여 준다?
가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결국 그 방법뿐인가.’
양조강의 눈에 안광이 서렸다.
다행히도 방법이 한 가지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을 받아들이냐, 마냐는 온전히 상대의 몫이었다.
이내 그는 그것을 입에 담았다.
“그러니 차라리 이것은 어떤가.”
“뭐요?”
“본 가에 들어오지 않겠나?”
천휘는 귀를 의심했다.
뭐? 어디를 들어오라고?
“신창양가에 들어가라고요?”
“그렇네.”
천휘가 양조강을 어이가 없다는 듯이 보고 있으니 그가 설명했다.
“본 가의 일원이 된다면 자네가 본 가를 나가도 언제든 도와주겠네. 그리고 일월문에서도 함부로 자네에게 공격하지를 못할 걸……. 아!”
진중한 표정으로 말을 하던 양조강은 아차 하며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
“아! 물론! 착각은! 하지 말게. 자네가 본 가의 객이 될 생각이 없냐고 묻는 걸세. 우리 세령이랑 이어질 생각은……!”
특정 단어마다 힘을 주어서 말한 그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절대로 꿈도 꾸지 말게나!”
“그런 생각은 아예 안 했는데요.”
“뭐라? 생각을 아예 안 해? 지금 우리 세령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는 겐가?”
이건 또 뭔 소리야.
한편, 양조강은 계속 씩씩거렸다.
“세령이가 몇 년 동안 본 가에만 있어서 그렇지, 지금 감숙에 나가면 감숙제일미라며 칭송받을 아이네.”
왜 저래?
천휘는 목에 핏줄을 세우며 열변을 토하는 그를 보며 어이를 상실했다.
방금은 꿈도 꾸지 말라더니 이제는 왜 마음에 안 드냐고 난리니.
어느 장단에 맞추란 건지.
“……아니! 감숙제일미가 대수인가! 당장에라도 천하제일미가…….”
계속 딸 자랑을 하는 양조강에 천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그 제안은 거절하죠.”
생각지도 못한 거절에 양조강이 말하던 것을 멈추고는 미간을 좁혔다.
“자네에게도 좋은 제안이지 않나?”
그의 눈이 깊어졌다.
“아니면 돌아갈 곳이 있는가?”
‘돌아갈 곳?’
순간 천휘의 뇌리에 화산파와 도사들이 떠올랐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돌아갈 곳이란 말에 천마신교도 아닌 화산파를 먼저 떠올리다니.
그의 시선이 동쪽으로 향했다.
‘……슬슬 갈 때가 됐나.’
한편 양조강의 눈이 커졌다.
찰나의 순간, 천휘의 입가에 생겼다 사라진 미소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하하핫. 괜한 짓을 했군.”
크게 웃던 그가 술잔을 들었다.
“내 제안은 잊게나.”
천휘 또한 술잔을 들며 대답했다.
“그럴 생각이었어요.”
* * *
다음날 아침, 양세령은 평소와 같이 별채의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대협, 아침 식사 준비했습니다.”
“…….”
평소라면 대답이 들려와야 했건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안에서 아무런 대답도 없었고 적막만이 흘렀다.
“대협……?”
고개를 갸웃한 양세령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방문을 다시 두드렸다.
하지만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설마?”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황급히 문을 열어젖혔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넋을 잃었다.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반긴 것은 평소처럼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천휘가 아닌 텅 빈 전각뿐이었기에.
“대, 대협?!”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녀가 전각과 주변을 뒤질 무렵.
“청해로 가면 끝나 있겠지?”
그녀가 애타게 찾는 천휘는 진즉에 신창양가를 벗어나서 청해성으로 향하는 관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지났는데 안 끝났으면 그게 이상하겠지.’
일행과 떨어진 지도 벌써 수십 일.
청해성에는 이미 진즉에 도착하고도 한참이나 남을 시간이었다.
천휘가 조금 걸음을 서둘렀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허리춤에 찬 두 개의 검이 크게 흔들렸다.
‘그 전에 저놈들을 처리하고.’
천휘의 입술이 비틀렸다.
동시에걸음을 틀어서 이름조차 모를 산길로 빠졌다.
그렇게 약 일각을 걸었을 무렵.
탁.
천휘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 정도 떨어졌으면 충분한 것 같은데…….”
직후 고개를 돌려서 입을 열었다.
“그만 나오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두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전날 신창양가를 방문했었던 도올과 궁기였다.
그때 왜소한 체구의 도올이 실눈을 번뜩이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왔다.
“우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쪽으로 직접 왔다는 건가?”
“그렇게 살기를 풀풀 풍기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겠어?”
그 말에 궁기가 미소를 지었다.
“마음에 드는 아이네요.”
“저 멍청함이 말이냐?”
“강호의 때가 묻지 않은 저 순수함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나요?”
“순수함은 개뿔이. 미련함이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는 둘을 바라보던 천휘가 귀를 파며 입을 뗐다.
“그만 떠들고 오지?”
도올과 궁기가 피식 웃었다.
강호에 뼈가 굵은 그들의 입장에서 천휘가 하는 행동은 치기 어린 자신감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본좌가 누군지 알고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도올이 씩 웃으며 묻자.
“음? 사흉 아니야?”
천휘가 나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하핫! 우리가 사흉인 줄 알면서도 그런 태도라니…….”
도올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사흉’은 현 강호에서 공포로 군림하는 별호였다.
그런데 저런 반응이라니.
혼돈을 쓰러트린 놈이 있다기에 흥미를 겸해서 왔는데 생각했었던 것보다 더욱 재밌는 놈이지 않은가.
“이리 재밌는 놈일 줄은 몰랐군.”
도올이 투기를 발산했다.
순간 주변의 풀잎들이 떨렸다.
그에 이어서 나뭇가지에서 쉬던 새들이 황급히 하늘 높이 날아갔다.
“저도 도울…….”
궁기가 옆에 서려 하자.
“썩 꺼져라. 이놈은 내 먹이다.”
도올이 살기를 퍼트리며 경고했다.
“네년이 끼어들 생각이면 먼저 본좌와 사생결단을 벌여야 할 게다.”
협박에 가까운 경고였지만.
“그는 혼돈을 쓰러트렸어요.”
궁기는 물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같이 합공하자고?”
“맞아요.”
“네년과 합공할 바에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말지.”
둘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눌 무렵.
“언제까지 떠들려고?”
길어질 기미가 보이자 천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뗐다.
“혼자든 둘이든 상관없으니까 얼른 오지? 아니면 내가 먼저 가?”
이어지는 말에 둘의 이마에 힘줄이 생기며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먼저 상대할 테니 꺼져라.”
“……위험하면 끼어들겠어요.”
“본좌가 위험할 거라 생각하나?”
“그건 모르는 일이죠.”
도올이 홱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허리에 찬 화려한 검집에서 검을 호쾌하게 뽑았다.
‘베기보다는 찌르는 검이네.’
천휘는 그가 뽑은 검을 바라봤다.
검신이 참으로 좁은 검이었다.
그때 도올이 협소한 검 끝으로 천휘를 가리키며 싸늘하게 말했다.
“네놈도 검을 뽑아라.”
“딱히 뽑을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그렇게 원한다면야…….”
백련검을 잡으려는 순간.
화아악!
그동안 조용하던 마검이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마기를 발산했다.
‘응? 뽑아 달라고?’
대답하듯 마기가 일렁거렸다.
‘생각보다 괜찮겠는걸.’
천휘의 입술이 비틀렸다.
정체를 감추기 위해 사공을 펼쳤는데 마기가 더해지는 것 정도쯤이야.
거기다 일월문을 찾아가는 것을 조금 미룰까 하는 상황이었는데 혼란을 주기에 아주 적절했다.
백련검을 쥐려던 그의 손이 뒤틀리며 마검의 검파를 천천히 쥐었다.
그리고 검을 뽑아내자.
화아아악!
검신에서 짙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드디어 세상에 현신했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마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공간을 잠식해 갈 무렵.
“……!”
“저건!”
지독한 마기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도올과 궁기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로 물러나며 눈을 부릅떴다.
내리쬐고 있는 햇빛조차도 삼켜 버릴 듯한 어둠.
그 어둠을 목도한 순간 둘은 심장이 두근거렸고 숨이 가빠졌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지금 저자가 뿜어내는 어둠, 그것은 천하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파괴적인 역천의 기운이었으니!
“마기……?!”
“왜 마기가 중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