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9
29화
합양현의 서쪽.
전각도, 기루도 없는 한산한 거리에 거대한 건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삼 층이나 되는 높이.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말끔한 건물은 바로 최근 섬서 내에서 새로운 패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패왕문이었다.
“쌀쌀하구만.”
패왕문의 대문을 지키는 수문무사, 장삼이 양손을 비비며 중얼거렸다.
“하하하, 저녁이지 않은가.”
같이 대문을 지키던 축고가 웃으며 말했고, 장삼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길 잠시 눈을 빛냈다.
“그런데 자네 그거 아나?”
손을 비비는 것을 멈춘 장삼이 심각한 표정을 내비치며, 속닥였다.
“비풍상단을 습격한 패경단의 소식이 끊겼다고 지금 난리라네.”
“난리라고?”
축강이 피식 웃었다.
“정리하고 나서 한탕 술이나 마시는 것 아니겠나. 태산일권 단주님께서는 술을 좋아하시니 말일세.”
“하하하, 그건 그렇네만…….”
웃으며 대화하던 둘이 멈칫했다.
눈앞, 어둠 속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인기척이 있었다.
저벅― 저벅―
점점 다가온 그림자는 패왕문에서 쏟아지는 불빛에 모습을 드러냈다.
“응? 도복?”
장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수문무사를 하는 오 년이란 세월 동안 도사가 패왕문을 찾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그것보다 저런 어두운 도복을 입는 도사가 있나?’
도통 보기 힘든 색상인 흑색과 적색으로 어우러진 도사를 위아래로 흩어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본 문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문주 보러.”
도사라기에는 예의를 어디에다 갖다 줘 버린 것만 같은 태도와 어투에 보던 둘이 발끈했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감히 본 문의 문주님을……!”
도사, 천휘는 분노에 얼굴이 시뻘게진 그들을 심드렁하게 쳐다봤다.
“시끄럽고 문주란 놈은 안에 있어? 없어?”
“이놈이!”
“네놈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마!”
사과는커녕, 더욱 싸가지가 없어진 말에 둘이 동시에 칼을 뽑은 순간.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터졌다.
“뭐, 뭐야!”
“무슨 일이냐!”
야심한 시각이라 잠에 들었던 패왕문의 문도들은 폭음에 다급하게 무복을 걸친 뒤, 방에서 빠져나왔다.
그러다 그들은 보인 풍경에 멍하니 멈춰 섰다.
“대문이…….”
이십 년 동안이나 패왕문을 지키고 있었던 거대한 대문은 완전히 박살이 난 채,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뒤이어 일련의 무인들이 나타났다.
대략 육십 명에 달하는 무인들은 가슴에 중(中)이라 적힌 회색의 무복을 걸치고 있었다.
패왕문의 무력삼단 중 하나인 패중단(覇中團)은 등장하자마자, 패왕문도들을 지나쳐 벽처럼 일렬로 섰다.
패중단의 선두에 있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대문에 가까이 갔다.
과거 섬서에서 도객으로 꽤 명성을 떨쳤었던 혈살도객(血殺刀客)은 참상을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대체 무슨…….”
그때.
저벅― 저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서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를 뚫고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대답이나 할 것이지.“
문을 박살 낸 천휘는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혈살도객과 눈을 맞췄다.
“이곳이 감히 어디라고…….”
진중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던 천휘는 옳다구나 싶어 입을 열었다.
“네가 여기 문주야?”
혈살도객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네 이놈! 무엄하도다! 네까짓 게 만나 뵐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아니면 됐고.”
천휘는 바로 그를 지나쳤다.
“이놈이 감히!”
그러한 태도에 화가 치솟은 혈살도객이 도를 뽑으려던 그때.
휙―
그보다 훨씬 빠르게 휘둘러진 천휘의 권이 그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퍼억!
“컥!”
혈살도객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정통으로 얻어맞은 탓일까.
몸이 점점 무너지더니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힘없이 쓰러졌다.
끄르륵―
쓰러진 그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코뼈는 부러져서 풀썩 주저앉았고, 이는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 단주님?”
혈살도객이 피를 보겠다 싶었는데, 상황이 반대가 것에 패중단원들이 경악하는 사이.
저벅― 저벅―
천휘는 쓰러진 혈살도객을 사뿐히 짓밟으며 패왕문 안으로 들어섰다.
경악하던 패중단원들이 발끈했다.
“이놈이 단주님을!”
“이 새끼가!”
혈살도객을 모독하는 천휘를 본 패중단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도검을 뽑으며, 발을 굴렀다.
타다닥!
비속어까지 섞으면서 달려드는 그들을 보던 천휘는 철혈도객이 놓친 칼을 발로 차올렸다.
휙!
이후 공중에 뜬 칼을 낚아챘다.
신기에 가까운 일련의 행동을 펼치던 그는 일순간에 매화신공의 내공을 끌어 올린 뒤, 바로 칼에 담았다.
그 순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쩌저적!
쏟아지는 매화신공의 내공을 버티지 못한 탓일까, 불길한 소리와 함께 칼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 칼은 내공을 버티지 못하고.
콰아앙!
폭음이 터지며, 폭발했다.
“이, 이게 무슨!”
“……!”
패중단원들은 부서진 도편(刀片)이 암기처럼 쏘아지자, 혼비백산했다.
몇 명은 발길을 돌렸고.
몇 명은 병기를 들어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대처하기도 전에.
퍼퍼퍽!
도편이 그들을 유린했다.
발길을 돌리려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도편이 그들의 몸을 꿰뚫었고, 막기 위해 들었던 병기는 박살 났다.
“커, 커헉.”
“끄아악!”
삽시간에 비명만이 들끓었다.
하지만 비명 소리는 오래가지 못하고, 빠르게 잦아들었다.
대신해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희미한 신음 소리와 살려 달라고 외치는 처절한 목소리들뿐이었다.
“이거 꽤 괜찮은데? 이런 조무래기들 상대할 때 좋겠어.”
천휘는 도신은 없어지고 자루만 남은 도를 내던지며, 주변을 살폈다.
삽시간에 결판이 났다.
도편에 패중단원들의 삼분지 이는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절명했다.
그렇다고 나머지 삼분지 일이 멀쩡하나?
그건 아니었다.
간신히 살아남기는 했으나, 상태를 보아하니 곧 죽음을 맞이하거나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될 정도의 중상이었다.
부르르―
패왕문도들은 아비규환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보다가 공포에 떨었다.
“이, 이게 무슨…….”
그들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다.
어린 도사가 칼을 발로 차던 것부터, 지금의 참상이 벌어지기까지.
그때 천휘가 고개를 돌렸다.
“문주는 어디 있어?”
패왕문도들이 동시에 숨을 삼켰다.
조금 전이라면 모두 발끈했을 말이었으나, 천휘의 신위를 엿봤던 그들은 아무런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
그들을 본 천휘가 미간을 좁혔다.
“흐음, 다 벙어리는 아닐 테고.”
속닥이던 그가 발을 굴렀다.
훅!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후 천휘는 순식간에 도열해 있는 패중단원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
뒤늦게 천휘의 모습을 파악한 패중단원이 두 눈을 부릅뜬 순간.
덥썩―
천휘가 그의 얼굴을 잡았다.
그 이후 얼굴을 쥐고 있는 손가락에 천천히 힘을 가했다.
“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그를 보던 천휘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풀었다.
그 이후 공포에 떠는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주시하며, 입을 달싹였다.
“문주는 어디 있냐니까.”
“아, 안에 있습…….”
대답을 듣자마자, 천휘는 힘을 풀었던 손가락에 다시 힘을 실었다.
콰직!
“안에 있단 말이지?”
속닥이던 천휘는 시체를 던진 뒤, 패왕문의 전각을 올려다봤다.
그 사이 근처에서 숨죽이고 있었던 패왕문도들이 슬금슬금 물러났다.
천휘가 턱을 잡아당겼다.
도망을 가려던 그들은 천휘가 자신들을 쳐다보자, 어색하게 웃었다.
“어디 가게?”
천휘의 손이 움직이고.
콰직! 퍼억!
일방적인 학살이 벌어졌다.
계속되는 천휘의 잔혹한 손속을 지켜보던 패왕문도들은 치를 떨었다.
“이런 개 같은!”
“네놈이 그러고도 도사냐?”
“도사란 자가 이런 잔혹한 손속이라니!”
천휘는 자신을 보며 말하는 그들을 보며, 어처구니없단 표정을 지었다.
기세를 탄 것일까, 패왕문도들 중 한 명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것이 알려지면 네놈은 파문을…… 끄아아악!”
뚜두둑!
천휘가 그의 손가락을 꺾었다.
“어디서 손가락질이야?”
이어서 그의 목을 쥐어, 들어 올렸다. 목이 잡힌 사내는 무저갱처럼 깊게 가라앉은 천휘의 두 눈동자에 식겁하며 소리쳤다.
“네, 네놈이 이토록 참혹한 짓을 벌였다는 것을 정파 놈들이 알면 가만 놔둘 것 같으냐!”
“그래?”
천휘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뚜둑!
목뼈가 단숨에 바스라지고, 즉사한 사내의 몸이 축 늘어졌다.
천휘는 시체를 던진 뒤, 자신을 지켜보는 패왕문도들에게 경고했다.
“그러면 네놈들 모두 죽여 버리면 되지? 그러면 이게 내가 한 짓인지 모를 거 아니야. 안 그래?”
패왕문도들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저건 도사가 아니었다.
정파 놈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선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저건 무엇인가?
선은커녕, 그냥 자기 마음대로였다.
사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때.
끼이익―
열려 있는 문 사이로 멋들어진 수염을 기르고 있는 중년인이 나타났다.
튼튼한 장골과 자신감 있는 표정.
천휘가 당당하게 나타난 그를 바라보던 중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네가 문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