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95
95화
“내가 아는 영약이 저랬던가.”
신의는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적검과 설란을 보며 혼란에 빠졌다.
“독기도 분명 있지만 그보다 섭취한 영기가 더 많은 것 같으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독은 몸에 해로운 것이었다.
그것은 당연한 명제이다.
간혹 사천당가나 새외에 있는 오독문(五毒門)처럼 독공을 주로 익히는 문파에서 독을 영약이라고 치부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일 뿐.
그런데 독이 있는 영약이란다.
그의 상식이 부정되는 이야기지만.
“허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바로 눈앞에 떡하니 있었다.
천중의문의 문주인 그는 무공을 깊게 익히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몸을 보신할 정도는 익히고 있었다.
한데 그런 그도 알 수 있었다.
적검과 설란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는 기운은 분명히 영약 덕분이란 걸.
‘어떻게 만든 건지 궁금하다.’
인정하게 되니 궁금증이 일었다.
때마침 운기조식을 취하던 둘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피곤한 얼굴이었으나 둘은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불을 지피고 솥을 불 위에 올렸다.
이어서 천휘가 약초를 넣었다.
몇 개는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금창약에 사용하는 구엽초부터 시작해서 내상약으로 사용하는 수령화(水鈴花)와 몇몇 다른 약초들.
그리고 마지막에 들어가는 건 노란 꽃이었는데 그걸 보는 신의의 눈살이 와락 찌푸려졌다.
‘저걸 다 섞는다고?’
단환에서 느껴진 독기의 원흉은 보통 독초가 아닌 산비상이었다.
‘저런 극독이 있는 독초를…… 아 아니. 아직 모른다.’
신의는 천휘가 하는 행동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약초들 사이에 들어간 산비상.
그것은 도통 어울리지 않았다.
그때.
“저건……?”
천휘가 다른 독초들도 무더기로 넣기 시작했다.
마치 독단을 만들려는 모습에 신의는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보다가.
‘저러다가는 먹는 순간 죽을……!’
순간 신의가 두 눈을 부릅떴다.
문득 하나의 기발한 생각이 벼락처럼 뇌리를 강타했기 때문이었다.
“이독제독…….”
경악을 삼켰다.
중독당한 자를 독으로 치료하는 법은 천중의문에도 적혀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일 때만 쓰는 법이거늘.
“미쳤군.”
놀랍도록 대담했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중독에 빠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방식으로 영약을 만들 생각을 누가 할꼬.”
고작 영약에 목숨을 거는 방식을 택한 천휘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는 알았을까.
천휘가 본 것은 독기보다도 더 지독한 마기로 만들어진 영약이 적힌 ‘영단제조법’이었다.
“까딱 잘못했다간 죽겠군.”
방법을 안 신의가 수염을 만졌다.
“저기서 약초를 넣고 그다음 독초, 그다음 상비산…….”
계속해서 천휘가 넣은 약초와 독초를 읊던 신의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런데 배합이 조금 아쉽군. 이독제독으로 할 거면 아예 독초를 더 넣어 버리면 좋을 터.’
입이 근질거렸다.
‘그 약초 말고 독초를 넣어야지!’
계속 약초를 넣는 천휘를 본 신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거기 독초를 더 넣어라!”
“네?”
천휘는 갑자기 훈수를 두는 신의를 바라봤다.
“산비상의 극독은 남은 독초를 모조리 합쳐야 중화할 수 있다. 그 정도 양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그런가? 뭐 그렇다면야.”
이어진 설명에 천휘는 납득한 표정으로 남은 독초들을 모조리 넣었다.
팔팔 끓기 시작하는 액체에 독초가 더 들어가자 지독한 악취가 터졌다.
“케, 켁.”
“윽.”
적검과 설란이 기겁하며 물러나려고 하자 신의가 가까이 다가왔다.
“용갑과 철갑석은 있느냐?”
“없는데요.”
“쯧.”
눈을 찌푸린 신의가 혀를 찼다.
“그게 있으면 더 좋을 게다. 용갑은 음기를 보충하고 철갑석은 영단의 기운을 더욱 증폭시킬 테니.”
“나중에 구해 봐야겠네요.”
천휘가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그래라. 대환단을 만들 때도 그 두 가지는 꼭 필수니 말이다.”
“그래요? 대환단도…… 응?”
뭐? 대환단 만드는 법을 알아?
천휘가 처음으로 살짝 놀랐다.
소림사의 대환단은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진 것이 없는 희대의 영약이었다.
그런데 지금 신의는 그 대환단에 들어가는 재료를 밝히고 있었다.
“대환단 만들 줄 알아요?”
“대환단을 만드는 것에 도움을 준 사람이 본 문의 조사님이시다.”
“그럼 어떻게 만드는데요?”
“알고 싶으냐? 내 알려 줄 수는 있다만 이건 본 문의 비법이라…….”
관심을 보이는 천휘의 모습에 신의는 슬쩍 곁눈질했다.
마치 ‘알고 싶으냐?’라고 말을 하는 듯한 모습에 천휘는 담담하게 고갤 돌렸다.
“그러면 됐어요. 어차피 알아 봤자 지금 만들지도 못할 건데.”
“아, 알려 주마.”
관심이 없다는 듯 넘기려는 천휘의 모습에 신의가 당황하며 말했다.
“대환단은 공청석유를 끓여서 만년화리(萬年火鯉)와 만년설리(萬年雪鯉)를 푹 고은 다음 용갑과 청금석을 뿌리고 기름을 칠해서 아주 오랜 시간을 달여 만든 것이다.”
특별한가 했더니 마화칠소단(魔火七昭丹)이랑 만드는 법이 비슷하네.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기초였다.
귀중한 재료를 모조리 때려 박고 오랜 시간을 공들여서 만드는 것.
간단하지만 그 어떠한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다른 단약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시간이 지났을 즈음 설란이 말을 걸어왔다.
“사숙님, 됐습니다.”
“그래?”
천휘는 곧바로 움직여 능숙하게 솥에다 손을 넣어 단단하게 압축했다.
“흠. 이번 건 때깔이 좋은걸.”
압축된 단환을 보던 천휘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바로 반으로 쩍 갈라 던졌다.
“받아.”
적검과 설란이 체념하며 잡았다.
이후 반쪽짜리 영단은 적검과 설란의 곧 그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둘이 운기조식을 취할 때쯤.
“그런데 왜 영물이나 영초를 안 쓰고 독초를 사용하는 게냐?”
신의가 천휘에게 물었다.
왜 독초를 사용하냐고?
그거야 간단했다.
“싸잖아요.”
말마따나 좋은 재료를 쓰고 싶지만 단기간에 많이 만들 만큼의 재료를 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나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은 게 독초였다.
암살하려거나 독공을 익힌 문파말고는 구하는 사람도 없어서 쌌으니.
‘쩝. 천마신교 때였다면 이런 것은 신경도 안 쓰고 만들었을 텐데.’
천마신교 때 영약을 만들 때 사용했었던 재료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영초인 화엽영수초(花葉英水草).
천마화(天魔火)로 정화된 성수 천마유액(天魔乳液)를 비롯해 수백 년의 기운이 서려 있는 공청석유 등.
천마신교에 널리고 널린 것들이 그러한 것들이었다.
보통 문파에서는 영약으로 취급하는 백년하수오를 쓰레기로 보이게 할 정도로.
천휘는 하던 생각을 지웠다.
과거는 과거 지금은 지금.
화산파는 그걸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영초는 구하기 힘들어서 대량으로 못 만들잖아요.”
“흠. 그렇긴 하군.”
신의가 인정하며 납득할 무렵.
‘이것도 기회인가.’
매화기공을 운공하던 적검은 심경이 복잡했다.
영약을 섭취하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만큼 결과도 확실했다.
‘벌써 내공이 한 줌…… 컥!’
갑자기 적검의 몸이 덜컹 흔들리더니 동시에 전신에 핏줄이 돋아났다.
그리고 안색이 거무죽죽해졌다.
으아악!
아까 전의 독과는 전혀 다른 강렬한 독성에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죽는다! 나 죽어!
머리는 깨질 것 같았고 배는 욱신거려 안에서 날뛰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정신 차리라고 몇 번 말해.』
천휘의 전음이 머리를 관통했다.
아, 아니! 이 고통을 어떻게 참으란 겁니까?
당장에라도 소리를 치고 싶었다.
하나 지금은 운기조식 상태. 거기다 고통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
천휘는 그러한 적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다시 전음을 보내 왔다.
『지금 얻은 기운을 모두 흡수하지 못하면 고통은 계속 지속될 거야.』
뭐라고요?
어안이 벙벙해지는 소리였다.
아이고야! 이제 사숙님께서 나를 죽이시려는 건가!
적검이 이를 악물었다.
젠장! 죽기 싫단 말이야!
적검은 급히 매화기공에 집중했다.
하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운공을 하는 것은 큰 고난이었다.
그뿐이랴.
독기는 계속 배를 자극했고 온 전신에는 피로감이 몰아쳤다.
아악! 살려 줘!
‘지옥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고통의 연속.
그렇지만 삶의 의욕이 투철한 적검은 고통을 참아 내며 이를 악물었다.
드, 드디어!
이내 기운을 모두 흡수한 순간.
화아악!
배 속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그를 계속 괴롭히던 고통은 씻긴 듯 사라졌고 몸이 따스해졌다.
온천에 들어간 것만 같은 편안한 느낌의 열기였다.
‘아아.’
몸이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이게 무릉도원인가?
그 분위기에 점점 녹아들 무렵.
끄윽―
입에서 시끄러운 트림이 나왔다.
상쾌해.
기분이 아주 좋았다.
마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당장에 온 천하를 호령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흐흐흐.’
그러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해탈한 적검을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결국 내가 죽어 버렸구나.’
실성하며 웃다 슬며시 눈을 떴다.
다행히 그를 반긴 것은 무릉도원이나 지옥이 아니라 설란이었다.
“사매?”
“사형?”
서로를 부른 둘이 동시에 웃었다.
“살았다!”
“죽지 않았어요!”
살았다는 것 때문일까 크게 소리치던 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
“몸이 가벼워.”
둘은 이리저리 몸을 살폈다.
아주 조금 움직였지만 그 변화는 놀라울 정도로 확실하게 느껴졌다.
중독 때문에 아릿하던 통증이 없어졌고 피곤함은 완전히 가 버렸고.
그를 대신해 차지한 것은 활력!
당장에라도 무공을 펼치고 싶은 욕구가 몸을 지배했다.
내친김에 내공을 끌어 올렸다.
파아앙!
공기가 터져 나가고 그 여파는 천휘와 신의를 휩쓸고 지나갔다.
“확실히 이 배합이 가장 좋네요.”
신의의 조언은 효과적이었다.
“흠, 흠. 영약을 만드는 것 말고도 본 문에는 여러 가지 잡학도 있다. 어떠냐? 제대로 배울 생각은…….”
신의는 말하다 말고 눈을 찌푸렸다.
“이 써글놈이.”
신의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천휘는 적검에게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숙님!”
한편 적검은 다가오는 천휘를 우렁찬 목소리로 반겼다.
‘하하, 역시 사숙님이야!’
마치 오늘 하루 종일 있던 그간의 고통을 잊어버린 모습이었다.
들뜬 적검을 본 천휘가 말했다.
“비풍상단에 서찰 하나만 보내자.”
“서찰이요?”
적검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무슨 서찰이시기에…….”
기다렸다는 듯 천휘가 말했다.
“남은 독초 혹은 약초들이 있으면 모조리 보내 달라고 전해 주면 돼.”
잠시 후 모든 이들을 내보낸 천휘는 턱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영약은 끝냈고.’
다행히 영약을 만드는 건 신의의 도움으로 수월히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하나.
이대제자들은 물론이고 일대제자와 매화검수들을 빠르게 성장시킬 방법이었다.
어떤 게 좋을까?
가장 좋은 건 목숨을 건 사투인데.
그 생각을 하자마자 절로 과거 천마신교에서의 수련을 떠올렸다.
특히나 입교할 때 들어갔던 목숨을 건 관문이 떠올랐다.
그거 참 지독하긴 했지. 하지만 실력은 빨리 늘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지독한 곳이었다.
어? 잠깐만. 그거 괜찮은데?
관문은 마공이 아니잖아.
천휘의 눈빛이 번뜩였다.
천마신교에 입교하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했다. 지옥의 수련 장소인 열 개의 관문.
바로 천마십관(天魔十關)을!
천휘는 바로 구상에 들어갔다.
‘이건 혼자서는 힘든데.’
영약을 만드는 것과는 달랐다.
천마십관은 꽤 컸으며 복잡한 진법으로 이루어진 관문이었으니.
그렇기에 상당수의 인력도 필요하고 진법에 빠삭한 인재도 필요했다.
천마신교에 요청할 순 없고.
생각하던 천휘가 눈을 반개했다.
‘그러면 그곳밖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