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96
96화
제갈세가(諸葛世家)!
산둥성(山东省)의 태산에 위치한 이 가문은 신기제갈(神機諸葛)이라 불렸다.
제갈세가는 무(武)보다는 지(知)가 뛰어난 가문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현재는 아니었다.
팔대세가에서도 수좌에 가까운 무력을 지니고 있는 세가였다.
그리고 지금의 제갈세가를 만든 인물이 작금의 가주인 소와룡(小臥龍) 제갈신(諸葛信)이었다.
“가주님.”
그러한 제갈신이 머무는 가주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총관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가주님 앞으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서신?”
제갈가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겨우 서신 가지고 총관이 직접 오는 경우는 적었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서신을 보내 온 자가 보통 인물이 아니거나 적힌 내용이 심각한 것일 터였다.
제갈가주가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어디서 온 거지?”
“화산파입니다.”
“화산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이라 제갈가주의 눈이 찡그려졌다.
너무도 뜬금이 없었다.
‘화산파가 서신을 보냈다고?’
무림맹과 비천회는 적대 관계였다.
그리고 그 무림맹의 중추에 있는 구파일방이 화산파였고 비천회의 중추에 있는 곳이 제갈세가였다.
결코 서신을 주고받을 관계가 아니었다.
“읽어 봤나?”
“아닙니다.”
“주게.”
총관에게 서신을 받은 제갈가주는 일단 가장 먼저 보낸 이를 찾았다.
“화산파 천휘?”
‘천자 배의 제자인가.’
제갈가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천자 배라면 꽤 배분이 있는 이였지만 들어 본 적이 없는 인물이었다.
“화산파의 제자가 내게 직접 서신을 보내다니. 본 가를 얕보는 건가.”
‘천휘’라 적힌 글귀를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던 제갈가주는 서신을 묶고 있는 끈을 단숨에 풀어 헤쳤다.
“음?”
순간 제갈세가의 눈썹이 꿈틀댔다.
“이 기관진식을 만드는 것을 의뢰한다고?”
그것은 설계도였다.
아주 세세하게 그려진.
“화산파가 기관진식 때문에 본 가에 의뢰라니 잘도…… 흡!”
코웃음을 치며 설계도를 보던 제갈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 이건…….”
당황한 그는 눈을 빠르게 굴렸다.
“가주님?”
총관이 당황하며 가주를 불렀지만 이미 가주는 서신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이건 무슨 기관진식인 거지? 이건 진법? 이런 진법은 본 적이 없거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서신의 내용은 간단했다.
딱 일곱 장의 서신과 설계도.
하지만 기관진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자라면 경악할 만한 설계도였다.
‘난생처음 보는 기관진식과 진법이야.’
제갈가주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지금 제갈세가의 무력이 강대하다지만 가문의 뿌리가 무엇인가.
곤봉이나 수법, 암기술에 능하지만 그러한 것보다도 기문진법(奇門陣法)과 역리(易理), 토목기관지술(土木機關之術)이 유명한 가문이었다.
그런데 그가 알 수가 없었다.
이 서신에 적힌 기관진식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종이를 구길 듯 손에 힘을 쥔 제갈가주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지금 당장 성현(聖賢)이를 불러와라!”
잠시 후 가주실에는 제갈가주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청년이 서신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네가 보기에 어떠냐?”
“……꿀꺽.”
청년 제갈성현이 침을 삼켰다.
“본 가에 알려진 방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제갈가주가 눈을 반개했다.
‘성현이도 모른다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 제갈성현은 무공에 재능은 없지만 기관진식과 진법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천재였다.
“아버님!”
그때 제갈성현이 고갤 들었다.
마치 별빛처럼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제갈가주를 보며 그가 말했다.
“이건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 기관진식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면 오랫동안 멈춰 있던 본 가의 기관진식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 정도더냐?”
“네.”
제갈가주가 살짝 놀랐다.
제갈세가의 기관진식 연구 역사는 깊고도 깊었다.
그런데 이 설계도가 그 기관진식 연구에 도움이 될정도라니.
한편 제갈성현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난생처음 보는 설계도와 기관진식은 그를 자극했다.
“이 서신은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화산파의 천휘란 자다.”
“천휘…….”
제갈성현이 도호를 중얼거렸다.
은둔 생활을 하던 제갈성현이 관심을 보이자 제갈가주의 두 눈동자가 번뜩였다.
‘마침 잘 된 건가. 성현이도 강호 출도를 할 때가 되었으니.’
제갈가주가 입을 달싹였다.
“이 의뢰를 받아들일 생각인데 화산파에 갈 만한 자가 딱히 없구나.”
말하던 그는 제갈성현을 봤다.
“네가 한번 가 보겠느냐?”
제갈성현이 얼굴을 굳혔다.
그 뒤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화산파에 가겠습니다.”
* * *
“헥, 헥.”
“더는 못합니다.”
천휘는 바닥에 드러누운 설란과 적검 그리고 심위진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함에 있는 영약들을 쳐다봤다.
정확히 딱 백 개인 영약은 며칠 전 비풍상단이 보내 온 약초와 독초를 적절히 배합해 만든 전부였다.
“신기하네요.”
소희 군주가 영약을 만져 봤다.
새까만 색의 영약은 빠져들 듯한 광채를 보였다.
천휘가 바로 영약 세 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소희 군주에게 주었다.
“주는 건가요?”
“고생했으니까.”
천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효험을 시험하는 데 적검과 설란으로는 부족하던 찰나 심위진과 소령이 큰 도움을 주었다.
“고마워요.”
소희 군주가 살풋 웃었다.
천휘는 보지도 않고 바로 함을 챙겼다.
“이번에 잘 됐군!”
옆에 있던 신의가 팔짱을 꼈다.
어쩌다가 천휘와 같이 영약을 만들게 되었지만, 그에게는 많은 것을 배우는 기회가 되었다.
‘흠, 무인에게 다른 방식으로 독을 사용할 수도 있겠어.’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물었다.
“영약의 이름은 정했느냐?”
“뭐. 그냥 새까맣고 냄새도 나니.”
천휘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암향단(暗香丹)으로 하죠.”
의외로 찰떡인 이름이었다.
“그러면 가 볼게요.”
“어디를 말이냐?”
“영약 먹여야죠.”
천휘는 바로 함을 들고 사라졌다.
잠시 후 천휘가 도착한 곳은 도림평이었다.
천휘는 운공에 빠진 이대제자들 사이를 지나서 중앙에서 호법을 서던 현청에게 다가갔다.
“웬일이더냐!”
제자들을 살피다가 뒤늦게 천휘를 발견한 현청이 반겼다.
“영약 주려고요.”
“영약?”
천휘가 바로 함을 내려놓았다.
곧 함이 열리고 은은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현청은 많은 영약을 보며 놀랐다.
“이걸 어디서 얻은 게냐?”
“직접 만들었는데요.”
“이, 이걸 직접 말이냐?”
“네.”
소스라치게 놀란 현청이 믿을 수 없단 얼굴로 천휘를 볼 무렵.
“먹이고 운기조식하면 돼요.”
“제자들을 위해 만든 거구나.”
현청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함에 있는 영약을 하나씩 살폈다.
“좋다. 지금 나눠 주마.”
“아! 그런데 그거 약간의 부작용이 있는데.”
“부작용?”
“먹으면 조금 고통스러울 거예요.”
천휘가 친절하게 설명해 줬지만.
“허허. 그깟 고통쯤이야 모두 참을 수 있을 게다.”
전부터 천휘를 굳게 신뢰하고 있는 현청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내공을 실어서 웅장한 목소리를 흘렸다.
“모두 일단 운기조식을 끝내거라!”
갑작스러운 현청의 말이었지만 이대제자들이 급히 운공을 끝마쳤다.
잠시 뒤 모두 눈을 뜬 것을 본 현청은 천휘를 가리키며 입을 뗐다.
“여기 천휘가 너희들을 위해 영약을 챙겨 왔다.”
“네?”
“영약이라고요?”
“천휘 사숙님께서요?”
이대제자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영약이라 함은 문파에서도 앞날이 창창한 자들에게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모든 제자들에게 베푼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대제자들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사숙님!”
“감사합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침 속, 천휘는 펼쳐질 앞날을 모르는 이대제자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거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자신의 말이면 끔뻑 죽는 적검과 설란조차도 영약을 먹기를 반복하다 참지 못하고 반항을 했었으니.
“그러면 하나씩 나눠 주마.”
이대제자들이 바로 움직였다.
이내 영약을 하나씩 받은 이대제자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새까만 광채를 보이는 영약은 독특한 향기를 은은하게 풍기고 있었다.
곧 그들은 현청을 쳐다봤다.
마치 어미 새가 먹이를 가져다 주길 기다리는 아기 새처럼 현청의 입을 뚫어지게 바라바고 있자니.
“모두 먹어라.”
현청의 입이 드디어 떨어졌다.
“네!”
동시에 모두 암향단을 삼켰다.
그와 동시에 가부좌를 취하며 운기조식을 취하기 시작했는데.
“응?”
현청이 살짝 당황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그는 이대제자들의 안색을 바라봤다.
분명히 좋았던 안색이 갑자기 거무죽죽해지더니 표정이 일그러졌다.
“으으―”
이내 모두가 신음을 토해 냈다.
그리고 잠시 뒤 비명이 터졌다.
“끄아아악!”
“아, 아파.”
현청이 당황하며 고통을 호소하는 제자들을 보다가 다급하게 물었다.
“여, 영약이 맞는 것이냐?”
현청이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천휘를 신뢰하고 있지만 지금 영약을 먹은 제자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으니 혼란스러운 것도 당연했다.
“네.”
“하지만 저건 중독 증상이…….”
“기연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죽는 건 아니냐?”
“이 정도로 죽을 리가요.”
천휘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 말대로 고통스럽기만 할 뿐 죽지는 않았다.
“그,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 아이들이 괜찮아지는 게냐?”
현청이 조급해하며 물었다.
지금 도림평은 아비규환이었다.
“모두 흡수하면 괜찮아요. 물론 그동안에는 조금 고통스럽겠지만 그 정도라면 싸게 먹힌 거죠.”
현청이 순간 넋을 놓았다.
“그러면 저 기운을 흡수할 때까지 계속 저렇다는 말이냐?”
“그렇죠. 아! 그러고 보니 운공을 하면 조금 덜 아프다고는 하던데.”
천휘의 담담한 목소리가 바닥을 뒹굴던 이대제자들의 귀에 박혔다.
“으윽!”
이를 악문 한 명이 운공을 취했다.
조금씩 편안해지는 표정을 본 옆에 있던 이대제자가 놀라더니 운공을 시작하고.
그것이 한 명 두 명.
인원은 계속해서 늘어나 이제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운공에 빠졌다.
“꽤 조용해졌네요.”
비명 소리는 없어졌다.
“으으…….”
“여, 영약이 아니라 독이야…….”
대신 도림평에는 앓는 소리와 신음 소리가 며칠 동안이나 지속되었다.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낙엽으로 가득했던 화산에는 어느새 소복하게 쌓인 눈으로 온통 새하얗게 물들었다.
어느새 다가온 겨울.
풍경만큼 화산파도 많이 변했다.
특히나 천휘가 만든 암향단은 톡톡히 효과를 보인 덕분인지 재령각주인 현청의 도움을 받아 대량으로 생산되어 일대제자들에게도 주어졌다.
빠르게 느는 무위들.
더욱이 이대제자들은 현도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빠르게 실력을 쌓았고 그에 질세라 일대제자들도 경지를 차근차근 밟아 가고 있었다.
그렇게 화산파가 아주 조용히 후에 비상할 날을 위해서 힘을 쌓던 중.
뽀득뽀득.
화산을 올라오는 무리가 있었다.
“여기가 화산파…….”
제갈성현이 고개를 들었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인 화산의 절경을 보던 그는 입김을 내뱉었다.
후우―
따스한 입김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곧 그는 품 안에 있는 서신을 꼭 쥐며 속닥였다.
“저곳에 이 설계도를 만든 천휘란 자가 있다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