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Chapter 73 – 본사에서도 역시 김 대리! (2)
6층의 휴게실. 17층에서 근무하는 마케팅팀의 여직원 3명이 커피를 마시러 굳이 6층까지 내려왔다.
혹시나 누군가에게 오해받지 않으려고 6층에 있는 디자인팀의 직원 하나까지 섭외해서 함께 휴게실로 들어와 있었다.
“그러니까 우리 커뮤니티에서 말한 사원이 여기 있다는 거잖아?”
“그렇지. 내가 저번에 지나가다가 봤는데 어깨가 아주… 그냥 직접 봐. 그게 편해.”
“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일주일도 안 돼서 홈페이지가 폭발하는 거야?”
“근데 이렇게 휴게실에서 죽치고 기다린다고 오는 거 맞아? 얼마나 자주 온다고….”
“내가 휴게실에서 자주 봤다니까. 이게 편집자라 그런지, 작가들이랑 통화할 때마다 휴게실을 쓴다고 하더라고. 휴게실이 부서마다 있는 게 아니라, 층마다 쓰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그제야 깨달았다니까.”
벌컥.
한창 여자들의 수다가 이어지던 무렵, 휴게실의 문이 열리며 우리의 김 대리, 정훈이 들어왔다. 여자 4명은 뒷담화라도 하던 것처럼 어색하게 멈추며 커피 컵을 만지거나 머리를 묶는 척했지만, 그들의 시선은 전부 정훈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정훈은 그저 같은 회사의 직원들이 잠깐 쉬러 나온 줄 알고, 가볍게 목례를 하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예, 작가님. 이번에 오실 때는 이사한 주소로 오셔야 되거든요. 아, 저희가 새해를 맞이해서 본사로 들어왔거든요. 오시면 제가 마중 나갈게요. 같은 마포긴 한데 방향이 반대라서….”
그는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뽑아 창가에 앉아 통화를 이어 나갔다. 여자들은 정훈의 뒤통수와 창문으로 비치는 그의 얼굴을 보며 다시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진짜 잘생겼는데?”
“대박. 어깨가 수영 선수 마린보이 박태한보다 넓어.”
“야, 그게 전부가 아니야. 업무도 잘해서 대박 작가들을 다 데리고 있대. 그래서 이렇게 전화하러 자주 오는 거고.”
“와, 얼굴에 능력까지 겸비한 거야? 대박.”
“목소리 들려? 완전 남자다워.”
영화배우처럼 굵고 중후한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의 외모는 목소리까지 아름답게 들릴 정도로 매력이 있었다.
작가와의 통화를 마친 정훈은 나온 김에 유호진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유 과장님. 제가 일 때문에 바빠서 메시지를 이제 봤어요. 무슨 일이세요?”
단합회 이후에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둘은 이미 충분히 친근해져 있었다.
-아, 다른 게 아니고 오늘 한잔하는 게 어때요? 1년 만에 얼굴 한번 봐야죠?
“하하하핫. 그렇죠. 해 지났으니까 1년이죠. 어디서 뵐까요?”
-대리님이 강남으로 오실래요? 어차피 저희 회사도 여기고, 대리님이 왕십리니까 그게 더 가깝지 않을까 하거든요. 저희 집으로 가려면 아예 왕십리 반대편이기도 하고요.
“그럴게요. 끝나고 바로 가면 한 7시 좀 넘을 것 같아요. 넉넉하게 7시 반쯤에 뵐까요?”
-그래요. 대신 여기까지 와 주시니까 제가 한턱 쏠게요.
“아, 좋죠! 그러면 그때 뵐게요.”
-알겠어요. 고생해요.
“과장님도요.”
정훈은 통화를 마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보며 이야기하던 여자들은 다시 당황하여 딴청을 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바로 휴게실을 나갔다.
김 대리가 나가자마자 여자들은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진짜 잘났네.”
“세상 혼자 사는 것 같아.”
“여자 친구는 있대?”
“없을걸.”
“6층 자주 와야겠다.”
***
“오, 안녕하세요. 과장님!”
“하하하. 오랜만이에요.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뭐든 좋아합니다. 유 과장님 드시고 싶은 걸로 하시죠.”
“음, 그러면 역삼역 가는 길에 돼지갈비찜을 진짜 잘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로 갈까요?”
“최곱니다. 가시죠.”
유호진 과장과 함께 조금 걸어서 둘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소주 괜찮으시죠?”
“네. 좋죠.”
유호진 과장은 소주를 한잔 하고 잔을 내려놓으며 이야기했다.
“우리 이럴 게 아니라, 편하게 형, 동생 하는 게 어때요?”
듣던 중 반가운 말이다. 정훈도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을 정말 오랜만에 찾았기에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상대방도 좋게 생각해 주니 달가웠다.
“좋죠. 그러면 지금부터 바로 형님 하겠습니다. 말 편하게 하시죠.”
“그럴까? 하하하핫!”
호형호제를 시작한 걸 축하하기라도 하듯, 곧바로 돼지갈비찜이 나왔다. 양도 푸짐하고 색깔도 예쁘고 윤기까지 번지르르하니 아주 먹음직스러웠다.
“잘 먹겠습니다.”
“많이 먹어.”
유호진 과장은 돼지갈비찜을 하나 집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앞접시에 내려놓고 정훈을 보며 말했다.
“야, 너 장난 아니더라?”
“예?”
“엄청 유명하던데? 우리 직원들이 너 소개시켜 달라고 난리야.”
“저를 어떻게 알고요?”
정훈은 혹시 자신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유호진 과장의 말은 반전이었다.
“우리 회사 직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알지?”
“아, ‘푸르미’요?”
푸르미. 회사에서 오직 정규 직원들만이 회사 메일로 인증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정말 푸른 하늘 기업에 속해 있는 직원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다.
“어. 거기.”
“알긴 아는데, 아직 들어가 본 적은 없어요. 거기가 왜요?”
“거기서 네가 엄청 유명 인사래. 잘생기고 몸 좋다고.”
“제가요? 하하하하핫! 그럴 리가요.”
“아니야. 진짜라니까?”
유호진 과장의 표정은 진지했다.
“남자들은 많이 안 하는데, 여직원들은 많이 하거든. 근데 거기서 네 칭찬이 엄청 나왔대. 우리 이야기하다가 내가 출판부에 친한 사람 있다니까 그게 너인 줄도 모르고 그 사람 통해서 그놈의 김 대리 좀 소개시켜 줄 수 있냐고 묻더라.”
“하하하, 형. 아무리 호형호제하기로 했어도, 초장부터 너무 장난이 심하시다.”
“진짜라니까 그러네.”
“그래요?”
“너, 지금 못 믿고 있지?”
“네. 으하하하핫!”
“나중에 사이트 한번 들어가 봐. 장난 아니야.”
“됐어요. 거기 사이트 들어갈 줄도 모르고 가입도 안 했어요.”
유호진 과장은 어차피 더 말해도 믿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술잔을 들었다. 정훈과 함께 건배를 하며 소주잔을 비웠다.
“형, 근데 푸른 하늘 화학은 근무 강도가 그렇게 세요? 듣기로는 장난 아니라던데.”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보통 계열사들은 다 빡세. 우리만 해도 7시 퇴근이잖아.”
“어? 형, 정규 퇴근 시간이 7시예요?”
“응. 그러니까 여기서 만나자고 했지.”
“아, 그렇구나. 그건 몰랐네.”
“솔직히 말하면 업무 강도가 장난 아니긴 한데, 그만큼 많이 주니까 버티는 거지.”
궁금해서 구체적으로 연봉이 얼마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게 실례되는 일인 걸 알기에 묻지 않고 넘어갔다. 더 친했다면 몰라도, 아직은 꼬치꼬치 캐묻기에는 부담이 없지 않았다.
“그나저나 갈비찜 진짜 맛있네요.”
“그렇지? 우리가 오늘 운이 좋아서 그렇지, 평소에는 줄 서서 기다려야 돼.”
결은 결대로 쭉쭉 찢어지며 부드럽게 씹혔지만, 퍽퍽하게 부서지지는 않았다. 딱 적당하게 익힌 정도다.
둘은 일반적인 회사원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어쩌다 보니 둘의 공통 경험이었던 단합회로 주제가 넘어갔다.
“형은 거기 몇 번이나 가셨어요?”
“꽤 많이 갔지. 3년 내내 갔으니까. 이젠 단합회 4년 차네.”
“예전부터 에이스셨네. 저는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하하핫. 너도 앞으로 계속 올 것 같더만. 특히 사장님 눈에도 들었고.”
“에이, 그게 좋게 작용할는지 모르겠어요.”
왠지 한지혜와 사장의 이야기에 대해 더 물어볼 것 같았다. 순수하게 그 일 외에도 이런저런 사정이 엮여 있기에 대답하기에 곤란해질 것 같아 정훈은 바로 다른 질문을 꺼냈다.
“그나저나 그 단합회는 얼마나 자주 있어요? 반기에 한 번 정도 하나요?”
“아니, 그냥 사장님 하고 싶을 때마다 하는 것 같아. 3년을 갔는데, 특별한 주기라는 걸 모르겠더라고. 우리 전무님도 모르겠다고 하시고.”
“아, 그래요?”
“응. 겨울 가기 전에 한 번 더 열릴 수도 있다는데, 확실하진 않아.”
“그렇구나.”
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그 생각이 떠올랐다.
“아, 맞다. 형.”
“응?”
“거기 인턴도 와요?”
“인턴?”
유호진 과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네. 인턴이요. 제가 본 것 같거든요?”
“에이, 너 술 마셔서 이름 듣다가 잘못 들은 거 아니야? 그 단합회는 대리도 오기 힘든 곳이야. 거기 70%가 전부 부장급 이상인데.”
“아, 그 정도예요?”
“어. 그래서 거기 가면 수가 적으니까 젊은 사람들끼리 만나면 친해지는 거지.”
“그런 거였구나. 그러면 인턴은….”
“네가 잘못 들은 거야. 내가 지금까지 단합회에서 인턴은커녕 평사원도 한번 본 적 없다.”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장 부장과 말할 때는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유호진 과장까지 이렇게 말하니 정말로 정훈이 착각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유호진 과장은 깍두기 하나를 씹어 먹으며 물었다.
“근데 여자였어?”
“네. 얼굴도 똑똑히 기억나요.”
그의 입에서는 역시나 남자들의 세계 공통 질문이 이어졌다.
“예뻤냐?”
***
정훈은 박충현 작가와 함께 건물로 내려왔다. 작가는 시종일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고, 정훈도 회사 앞에 나가서 그를 배웅했다.
“예, 작가님. 고생하셨어요.”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네. 멀리 안 나갈게요. 저쪽으로 가시면 바로 지하철역 있어요. 계약금은 늦어도 내일까지는 입금될 테니까 확인해 보시고, 혹시 안 되었으면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원고는 1권 완성되면 보내 드릴게요.”
“예. 그걸로 같이 연락 주고받으면서 퇴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가겠습니다.”
“네. 조심히 가세요!”
정훈은 새로 계약한 작가와 인사하며 그를 배웅했다. 원칙적으로는 찾아가는 게 정석이었지만, 작가들 중에서는 계약 조건뿐만 아니라, 사무실을 보고 제대로 된 출판사가 맞는지 확인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서 이렇게 첫 계약에 찾아오는 일도 적지 않았다.
오늘이 바로 그 케이스였다. 푸른 하늘 본사의 건물에 찾아온 박충현 작가는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을 보았으니 당연히 만족했고,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사업을 하면 일단 사무실을 좋게 꾸미는 이유도 이런 데에 있다. 이전 사무실도 나쁘진 않았지만, ‘푸른 하늘의 본사’라는 건물과 주변에 펼쳐진 대기업의 건물과 방송국들은 이곳이 믿을 만하다는 확신까지 줄 정도였을 테니까.
정훈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박충현 작가를 지켜보다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건물로 다시 들어갔다.
걸어서 올라갈까, 엘리베이터를 탈까 고민했지만, 시간이 어정쩡한 덕분에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엘리베이터를 선택했다.
6층을 누르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누군가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걸 보고 정훈은 열림 버튼을 눌렀다.
“감사합니다!”
여직원은 해맑게 인사하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녀가 들어오며 고개를 드는 순간, 눈이 마주친 둘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맞죠?!”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한예진 씨 맞죠?”
단합회에서 봤던 인턴 한예진. 그녀를 향한 정훈의 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