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Chapter 80 – 마술도 잘하는 김 대리!
“와, 드디어 왔어.”
“김다원 이 개새끼 때문에, 어휴.”
승주는 차에서 내리며 다원의 팔뚝을 때렸다. 자신 때문에 무려 3시간이나 더 운전을 했기에 다원도 차마 할 말이 없었다.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 바로 펜션으로 올라갔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전부 2인용 침대에 함께 드러누웠다.
“힘들다.”
“벌써 밤이야.”
“언제 회 먹어.”
“그냥 고기나 사 와서 바비큐 해 먹을까?”
“바비큐 하는 게 더 귀찮아.”
“그러면 회 사서 라운지에서 먹자.”
무심코 던진 정훈의 말에 친구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오, 대박.”
“그래, 라운지 좋지.”
“근데 펜션에 라운지가 있냐?”
“있지 않을까?”
“나 오다가 봤어. 바비큐장 옆에 있던데.”
“근데 그거 사 오는 건 안 귀찮냐?”
다원의 말에 3명의 시선이 모두 그를 향했다. 지은 죄가 있는 다원은 단념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래, 내가 사 온다. 승주야, 차 키.”
승주는 바로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다원은 한 손으로 가볍게 차 키를 낚아챘다.
“나이스 캐치!”
“갔다 올게. 세팅하고 있어.”
“할 게 뭐가 있냐?”
“자리라도 잡아 둬.”
“그래. 빨리 갔다 와라.”
다원이 나간 후에도 3명은 모두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리를 잡거나 세팅을 할 생각은 단 1명도 하지 않았다. 원래 오고 나서 천천히 준비하는 게 정석이다.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다 보니 시간은 금세 흘렀고, 다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나 거의 다 와 가는데, 준비해 뒀지?
“당연하지. 얼마나 걸리냐?”
-한, 10분? 바로 라운지로 간다.
“그래. 천천히 와라.”
영훈은 전화를 끊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다원이 다 왔대.”
그제야 정훈과 승주도 일어나 부랴부랴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1층으로 향했다.
라운지에 도착해서 딱 자리를 잡는 순간, 다원이 도착했다. 양손 가득 봉지를 가득 안고 있는 그는 인상이 좋지 않았다.
“똥 마렵냐? 표정이 왜 그래?”
“야, 이게 무슨 라운지야?”
“설마 너, 호텔 라운지 생각했냐?”
“그랬겠냐? 호텔도 못 가 본 놈인데.”
“아니, 이건 라운지가 아니라 그냥 바비큐장인데, 바비큐 그릴 대신에 테이블이 놓여 있는 거잖아.”
“그게 라운지지. 잔말 말고 앉아.”
바닷가로 향하는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경치는 좋았다. 뚫려 있는 벽으로는 슬쩍슬쩍 옆의 바비큐장이 보였지만, 기대했던 여자는 없고 가족 단위 손님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솔로 4명이 왔는데 여자라고는 애들 어머니밖에 없냐?”
“야, 원래 여자는 자고로….”
상추를 꺼내던 정훈은 다원이 더 말을 잇지 못하도록 입에 상추를 쑤셔 넣었다.
“닥쳐라. 더 말하면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된다.”
“우씨, 얘는 출판사 다니더니 이상한 말을 해.”
다원은 불평하면서도 입에 넣은 상추를 우적우적 씹어서 삼켰다.
바다를 향해 나란히 일렬로 앉았다. 그래도 늦지 않은 덕에 수평선 너머로 해가 넘어가는 일몰을 볼 수 있었다.
정훈이 잔을 들자, 다른 친구들도 말없이 잔을 들어 함께 부딪쳤다.
말없는 건배.
남들이 보기엔 그냥 술을 마시는 거지만, 자기들이 느끼기엔 원래 이게 멋이고 낭만이다.
“크으.”
소주가 식도를 뜨겁게 타고 넘어가자 속을 안정시키기 위해 바로 광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쌈 없이 초장에만 살짝 찍어서 한입.
쫄깃쫄깃하고 탱탱한 광어회가 두툼하기까지 해서 식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역시 해산물은 산지에서 바로 먹어야 돼. 얼마나 싱싱하고 맛도 좋아?”
정훈이 만족스럽게 엄지를 치켜들며 말하자, 승주와 다원도 맞장구를 치며 거들었다.
“그러게. 역시 회는 바닷가에서 먹어야 돼.”
“인정. 그래도 태안까지 온 보람이 있다.”
3명은 산지 직송 광어회를 칭찬했지만, 다원은 그들이 가소롭기만 했다.
“병신들.”
“왜?”
“이거 마트에서 산 거야.”
“어?”
다원의 말에 3명은 동시에 벙쪘다.
생각해 보니 회 뜨러 간 놈이 20분 만에 온 게 조금 이상하긴 했는데, 그냥 그러려니 했더니, 이럴 줄이야.
“진짜로?”
“어. 너무 귀찮더라고.”
영훈은 나무젓가락을 던지며 테이블을 내려쳤다.
“아니, 그러면 대체 바닷가까지 뭐 하러 온 거야?”
“쟤네들 보러.”
다원은 음흉하게 웃으며 뒤를 가리켰다. 웅성거리며 내려오는 젊은 여자들 무리가 바비큐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인정.”
“인정합니다.”
“다원이 잘했다.”
빠른 태세 변환을 하며 다원을 칭찬했다. 여자들 물이 상당히 좋았다.
누가 말하기도 전에 다원이 제일 먼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또 무슨 이상한 짓을 할까 이제는 걱정보다는 기대가 되었다.
“갔다 올게.”
여자들이 10명도 넘는 데 가서 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지 예상은 안 가지만, 친구의 망신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기에 3명은 관람객의 자세로 아예 뒤돌아 앉아 그를 지켜보았다.
다원이 가서 여자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데, 이어서 남자들 무리도 바비큐장으로 들어섰다. 여자들과 반갑게 이야기하는 걸 보니까 일행들이었다.
그사이, 벌써 까였는지 다원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왜?”
“또 까였어?”
“괜찮아. 한두 번 까여 보냐?”
그러나 다원은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자리에 앉았다.
“쟤네 오티 온 거래.”
“오티?”
“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OT. 스무 살이더라.”
“아….”
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면 저 친구들은 이제 갓 성인이 된, 주민등록증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아이들이다.
아무리 정훈 친구들이 여자를 좋아한다지만, 서른한 살 4명이서 오리엔테이션에 온 여자들에게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남학생들까지 내려왔으니 완전히 게임 오버.
그러나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듯 다원이 말을 이었다.
“쟤네들 코이스트 학생이래.”
“그 명문 코이스트?”
“어. 조기 졸업 해서 입학한 애들도 있더라. 열아홉 살이야, 2000년생.”
“미친.”
띠동갑이다. 더 말을 걸면 작업이 아니라, 추태가 될 만한 행동이었다.
“잘 나왔다.”
“우리가 2002 월드컵에 거리 공연 할 때 쟤네들은 유모차 타고 나왔겠다.”
“크크. 술이나 마시자.”
미련을 버리고 바다를 안주 삼아 다시 술을 즐기고 있는데, 어느새 들어온 꼬마 아이들이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우와!” “짱이다!”라는 소리에 호기심을 느낀 다원이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가족들이랑 왔어?”
“네! 엄마랑 아빠는 저기서 술 마시고 있어요.”
아이들이 가리킨 곳에서 젊은 부부 두 쌍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아마 각자의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놀러 온 모양이다.
“고기 안 먹어?”
“다 먹었어요. 얘가 마술 보여 준다고 오라고 해서 왔어요.”
“마술?”
“네. 얘 진짜 잘해요.”
“무슨 마술인데? 형도 좀 보여 줘.”
다원은 마술을 하는 아이 맞은편에 앉아 마술을 구경했다.
“쟤는 저 애들이랑 놀면 정신연령이 맞을 거다.”
“하하하. 맞아.”
“너도 마술 좀 하지 않냐?”
승주가 정훈을 향해 물었다.
“옛날에 잠깐 했지. 근데 넌 그거 어떻게 아냐? 나 초등학생 때 이후로 안 했는데.”
“안 하긴 개뿔. 너 고등학교 때 연희한테 환심 사려고 매일 카드 들고 다니면서 연습하다가 학생주임한테 걸려서 우리 도박한다고 다 같이 끌려갔구먼.”
“아, 맞네.”
“그랬는데 연희는 다른 남자 만났지.”
“조진철 개새끼.”
정훈은 짝사랑에 대한 흑역사에 홀로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오, 대박!”
다원은 어느새 아이들에 동화되어 박수를 치며 마술에 빠져들어 있었다. 마술을 보고 감탄하는 아이들을 보자, 왠지 모르게 자신도 마술을 하고 싶어졌다.
슬쩍 정훈도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형도 마술할 줄 아는데 하나 보여 줄까?”
“진짜요?”
“형, 마술사예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조금 할 줄 알아.”
카드를 쥐고 마술을 보여 주던 아이는 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정훈의 푸근한 미소를 보고 그에게 카드를 건넸다.
“음, 어떤 마술을 할까… 아, 그거 좋겠다.”
정훈은 테이블에 카드를 부드럽게 펼쳤다. 마술 전용 카드라서 펼치는 스프레드 기술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다.
카드의 주인 아이를 향해 말했다.
“원하는 카드 하나 잡아 봐.”
“음, 이거요.”
한쪽 구석에 있는 카드를 잡은 아이에게 카드를 빼 주고 나머지 카드를 모았다.
“나한테 보여 주지 말고 너희만 확인해.”
다원은 자신도 아이들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카드를 확인하고 눈을 부릅뜬 채 정훈의 카드를 바라보았다.
승주와 영훈도 자리를 지키며 흥미롭게 정훈의 마술을 지켜보았다.
“확인했지?”
“네.”
아이에게 다시 카드를 받아 카드 더미의 한가운데에 쑥 집어넣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저 가운데에 넣은 것 같지만, 카드 더미를 쥔 손에는 다 표시가 되어 있다.
그와 동시에 5단 폴스컷을 통해 카드를 섞는 척 보이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섞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테크닉을 이용해 손가락으로 잡고 있던 부분이 제일 위로 가도록 만들었다.
몇 번 카드를 더 섞는 척하다가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정훈은 능청스럽게 마술사 꼬마의 콧잔등을 엄지와 검지로 스윽 만지며 말했다.
“우리 꼬마의 콧기름을 넣어 주고.”
그 손을 카드 위에 솔솔 뿌리는 듯 비비다가 엄지와 검지를 퉁겨 딱! 소리를 냈다.
“그러면 이 카드가 바뀌지.”
그러고는 천천히 제일 위에 있는 카드를 뒤집었다.
이게 맞냐고 묻기도 전에 아이들은 물론 정훈의 친구들까지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
“대박!”
“멋있어!”
“오, 김정훈!”
아이들이 물개 박수를 치며 환호하자, 고작 몇 명 되지 않지만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또 보여 주세요!”
“더 신기한 거!”
정훈도 오랜만에 하는 마술에 신나 고개를 끄덕이며 마술을 이어 갔다.
“그래, 그러면 이번엔….”
몇 번 더 마술을 진행하다 보니, 아까 오리엔테이션에 왔다고 하는 여대생들 몇 명이 오다가다가 환호 소리를 듣고는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려도 여자는 여자고, 정훈은 남자였던지라, 신경이 쓰이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훈은 간단한 마술을 끝내며 여대생에게 손짓했다.
“가까이 와서 봐요.”
“그럴까요?”
여대생들은 꺄르르 웃으며 다가왔다.
어떤 마술을 보여 줄까 고민하다가, 정훈은 재미있는 마술이 생각났다.
이번에도 카드를 테이블에 쭈욱 펼쳤다. 제일 왼쪽에 있는 여대생이 가장 예쁘장하게 생겨서 그녀를 콕 찍어 말했다.
“한 장 골라 봐요.”
“네!”
여대생은 신나서 카드 한 장을 고르고 저들끼리 확인했다. 그 카드가 무엇인지 몰라도 전혀 상관이 없다. 어차피 정훈의 손에 들어올 테니까.
정훈은 또 덱에 카드를 넣어 섞는 척하다가 오른손으로 재간을 부리며 시선을 모으고 왼손으로 그 카드를 빼내었다.
현재 정훈의 오른쪽과 정면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지만, 왼쪽에는 아무도 없다. 그 점을 이용해 왼쪽 손등에 카드를 끼우고 주머니에 넣은 채 태연하게 오른손만으로 이런저런 트릭을 사용하는 척하며 그쪽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왼손으로 긴 머리칼의 여대생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카드를 손바닥으로 빼내었다.
“여기 있네요.”
“와아아!”
“대박!”
여대생과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하면서 마음까지 홀릴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일석이조!
“오빠, 완전 멋져요!”
“잘생겼다.”
“대박. 진짜 재밌다.”
“오빠, 이따가 와서 고기 같이 먹어요.”
이쯤 되면 다원과 친구들이 태클을 걸 때가 되었다. 분명히 여자 친구가 있다거나, 이미 결혼을 해서 애까지 있다는 망언을 할 때가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완전히 조용하다.
조용하니 더 불길했지만, 어쨌든 여대생을 보고 있는 정훈은 웃으며 인사했다.
“하하하. 고마워요.”
“하나 더 보여 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정훈은 카드를 섞으며 다음 마술은 누구한테 장난을 칠까 생각하며 둘러보는데, 뭔가 허전했다.
아니, 많이 허전했다.
그의 친구들인 다원, 승주, 영훈이 사라져 있었다. 테이블에 있던 회와 소주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왜 조용한가 했더니, 정훈이 혼자 여대생들과 노는 꼴에 배가 아파서 견디지 못하고 몰래 도망갔던 것이다.
혹시나 개과천선을 했나 기대했던 자신이 잘못이었다.
‘역시나 유쾌한 개새끼들, 심성은 절대 변하지 않아.’
정훈은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홀로 여대생들과 함께 즐겁게 마술을 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