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58
58화 Chapter 34 – 돌발 상황을 맞이하는 김 대리!
택배라는 소리에 의심 없이 문을 여는 순간, 예상치 못한 얼굴에 정훈은 경악하고 말았다.
“엄마야! 너, 네가 왜 여기 있어?!”
“왜긴, 오빠 보러 왔지. 들어간다!”
유정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정훈의 손길에 막혔다.
“왜?”
“아니, 너, 한국 언제 왔는데?”
“오늘. 오자마자 택시 타고 바로 여기로 왔는데?”
“짐은 어쩌고?”
“그건 택배로 보냈지.”
정훈의 동생 김유정이었다. 캐나다에서 1년간의 교환학생이 끝날 때가 되었다는 건 부모님께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왜 말도 안 하고 온 거야? 그리고 여기 집은 어떻게 안 거야? 너 와 본 적 없잖아.”
“엄마한테 말했어. 오빠 서프라이즈해 준다고 하니까 엄마가 주소 찍어 줬는데.”
유정은 캐리어를 가리키며 투정 부렸다.
“아, 빨리 이 짐이나 받아. 나 진짜 계속 비행기에 있다가 와서 피곤해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아니, 일단 집에 가서 엄마랑 아빠부터 만나야지!”
“여기서 하루 자고 간다고 말했어. 집 가려고 버스 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훈과 유정의 대화가 길어지자,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혜리가 안에서 크게 말했다.
“오빠, 무슨 일이야?”
“뭐야? 안에 누구 있어?”
유정은 화들짝 놀랐다가, 금세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여자 친구랑 놀고 있던 거야? 오 마이 갓. 오빠가 여자 친구를 만나다니.”
“시끄러워.”
정훈은 한숨을 푹 내쉬고 안을 향해 크게 대답했다.
“아니야! 금방 갈게!”
유정은 세상을 다 산 노인처럼 다 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오빠도 이제 장가갈 나이가 되었지. 우리 오빠 데리고 갈 사람 얼굴은 한번 봐야지!”
그러고는 정훈의 빈틈으로 파고들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
“누, 누구세요?”
침대에 앉아 있던 혜리는 갑작스레 들어온 유정을 보고 화들짝 놀라 입을 가렸다.
‘뭐야, 바람피우는 여자야? 설마 정훈 오빠, 양다리였어?’
온갖 상상이 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혜리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옷을 입고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야, 김유정!”
정훈이 바로 뒤따라 들어왔지만, 이미 유정은 현자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래, 역시 그랬어.”
“하아아.”
정훈은 화가 올라오는 걸 참고, 한숨을 내뱉으며 진정했다.
“혜리야, 얘는 내 동생인데 방금 캐나다에서 돌아왔어. 조금 있다가 다 설명해 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안녕히 계세요, 언니. 저 진짜 동생 맞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정훈은 말을 하고 있는 유정을 끌고 현관으로 나갔다. 웬일인지, 유정은 순순히 이끌려 나왔다.
“갑자기 들어가면 어떡해? 오해하잖아!”
“사람은 호기심 참으면 병나. 어쩔 수 없었어.”
“어쩔 수 없긴, 개뿔. 나 여자 친구랑 이야기 좀 하고 보내야 되니까 밖에서 놀고 있어.”
유정은 아주 태연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뭐?”
“엄마한테는 비밀이잖아.”
“그래서.”
“내 입을 막으려면 용돈이 필요하지 않겠어?”
“야, 인마. 갑자기 찾아와서 그러면….”
유정은 휴대폰을 꺼내며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아, 원룸에 여자 데려와서 주말에 하루 종일 뒹굴뒹굴했다고 하면 엄마가 참 좋아하시겠다. 그치?”
예쁘고 착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영악했던 아이다. 정훈은 지갑을 꺼내 와 5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 유정에게 건넸다.
“겨우 한 장?”
“한 장이면 충분해.”
“아, 엄마한테 말해야겠다.”
정훈은 부들부들 떨며 5만 원짜리 한 장을 더 꺼내 유정에게 건넸다. 그제야 유정은 해맑게 웃으며 돈을 주머니에 넣었다.
“으히히힛.”
“좋냐?”
“완전 좋지. 몇 시까지 올까? 아예 내일 올까?”
“죽을라고. 근처에 있어. 바로 연락할 테니까.”
“네!”
유정은 캐리어를 정훈에게 맡기고 바로 밖으로 놀러 나갔다. 얼떨결에 삥까지 뜯긴 정훈은 캐리어를 질질 끌고 원룸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오자마자 혜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정훈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 동생인데, 오늘 캐나다에서 돌아왔대. 나 놀래켜 준다고 어머니한테만 연락하고 나서 온 모양이야.”
“그러면 이제 어떡해?”
유정이 정훈에게 끌려 나가며 자신이 동생이라고 밝힌 데다가 옛날에 보여 줬던 가족사진과 닮았기에 그가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믿었다.
문제는 시누이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과의 첫 만남이 남자 친구와 함께 사랑을 나누기 직전이었다는 거지만.
“내가 뭐 해야 해?”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여자 친구 사귄다고 뭐라고 하실 만한 나이도 아니고, 이야기하지도 않을 거야.”
정훈은 미안한 표정으로 손을 모아 사과했다.
“미안한데 오늘은 같이 못 있을 것 같아.”
혜리는 아쉬웠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정훈이 밉지는 않았다. 정훈도 몰랐으니까.
“알았어. 가 볼게.”
“응. 미안해.”
정훈은 혜리를 바래다주기 위해 함께 원룸 건물 밖으로 나왔다. 도어록을 열고 나오는 순간, 익숙한 얼굴과 또 마주쳤다.
“어! 대리님, 안녕하세요. 혜리 선배님도 계시네요.”
“엇, 나희 씨가 여긴 무슨 일이야?”
혜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나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저, 여기 살아요. 대리님 바로 옆집 사는데. 혹시 모르셨어요?”
그 대답으로 인해 혜리의 째릿 째려보는 시선이 바로 정훈에게로 향했다.
‘오늘 일 더럽게 꼬이네.’
정훈이 뭐라고 변명하기도 전에 나희가 다시 꾸벅 숙여 인사했다.
“들어가 볼게요. 조심히 가세요.”
“네에. 들어가요오.”
혜리가 어금니를 꽉 물고 대답을 길게 늘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나희가 들어가자마자 혜리는 추궁하기 시작했다.
“왜 나희 씨가 오빠 옆집에 살아?”
“아니, 어… 맞아. 맞긴 한데 일부러 숨긴 거 아니야.”
“알고 있는데 나한테 말 안 한 거야?”
“말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못 잡아서… 오늘 온 김에 말하려고 했거든.”
“그래?”
차라리 화를 냈으면 좋겠지만, 혜리는 오히려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히 찔린 정훈이 그녀를 붙잡고 변명했다.
“나희 씨랑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나희 씨가 이사 왔는데 그게 우연히 옆집이었던 거지.”
“응. 알았어. 오해 안 하니까 걱정하지 마.”
좌불안석이었던 정훈은 혜리의 손을 잡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있으면 바로 말할게.”
“걱정 마. 동생 기다리겠다. 얼른 들어가 봐.”
“아니야. 바래다줄게. 택시 잡는다?”
“아니. 지하철 타고 갈 거야. 역까지만 바래다줘.”
“그, 그래.”
회사에서 그렇게 나희를 견제했던 혜리였기에, 이상하리만치 태연한 태도에 정훈은 의아했지만,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정훈에게 나희는 학교 후배인 직장 동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말로 결백하지만, 물어보지 않으니 설명하는 게 더 이상했다.
“오빠 동생 예쁘더라. 이름이 뭐야?”
“김유정. 나랑 나이 차이 많이 나. 여덟 살. 혜리 너도 동생이랑 많이 차이 나지 않아?”
“응. 나는 일곱 살 차이 나지. 걔는 올해 수능 보잖아.”
“맞다. 기억났어. 이제 수능까지 200일도 안 남았지? 고생하겠네.”
“걔는 그렇다 쳐도 부모님이 신경을 많이 쓰시니까 마음이 아프지.”
지하철 개찰구 앞에 도착한 혜리는 자신을 따라 들어오려는 정훈을 막았다.
“혼자 갈게. 괜히 2호선 타고 한 바퀴 돌지 마.”
“아니, 그래도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얼른 가서 동생이랑 이야기해. 오랜만에 만났으니까 반가울 거 아니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업어 키운 동생이다. 아무리 다 컸다지만, 해외에 1년 넘게 살다가 집까지 왔는데 안으로 들여보내지도 않고 밖에 오랫동안 홀로 두기에는 마음에 걸렸다.
“미안. 조심히 가고, 커피톡 해.”
“응. 연락할게.”
혜리를 배웅해 주고 정훈은 돌아오면서 유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
혜리는 마음이 불편했다.
‘나희가 옆집이라는 건 왜 말 안 했을까?’
고민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야. 숨긴 게 아니라, 내가 오해할까 봐 이야기 안 한 걸 거야.’
그녀도 정훈이 바람을 피우거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정훈을 만나러 갔다가 그의 동생으로 인해 일찍 귀가하고, 나희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기분이 다운되긴 했지만, 일부러 티를 내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평일에도 회사에서 매일같이 만났지만, 이직한 뒤에 평일은 자신이 큰 프로젝트 때문에 야근하느라 정신이 없고, 주말도 토요일은 피곤에 절어 쉬고, 남은 일요일에 만나는 게 전부니 그 아까운 시간에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같은 상황도 정훈이 원해서 벌어진 일도 아닐 것이고, 그가 실수한 것도 아니다. 그를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나희도 태연하게 대했을 뿐이다.
위이잉.
[정훈 : 오늘은 정말 미안해. 너 온다고 준비는 많이 해 놨는데, 유정이가 올 거라고는 정말 나도 예상 못 했어. 나희 씨 관련해서는 정말 우연히 옆집에 사는 거니까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해. 사적으로 만난 적도 없어. 네가 나희 때문에 불편해했던 걸 알아서 더 말하기가 힘들었어. 나한테는 네가 최고 예쁘고, 사랑스러워. 네가 이직하고 나서….]혜리를 홀로 보낸 게 마음에 걸렸는지, 정훈이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진심이 담긴 애교 섞인 문자에 불편하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들었다.
‘이런 오빠한테 뭘 불안해하겠어.’
조금 전까지 심난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혜리는 옅은 미소를 띠며 지하철에 탑승했다.
***
“여기 딱 앉아.”
“응.”
유정은 너무나도 해맑은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았다.
“왜 갑자기 들어온 거야?”
“왜라니. 학기 끝났으니까 들어오지.”
“벌써 끝났다고?”
“응. 캐나다는 여기랑 달라. 5월 말에서 6월 초면 다 끝나거든. 오빠는 동생한테 관심도 없지?”
“네가 말을 해야 알지. 그래서 언제 내려가는데?”
“내일 바로 갈 거야. 아, 근데 나 7월이나 8월에 올라온다.”
“왜 또?”
“이 오빠가 늙었나. 복학해야지. 2학기에 바로 학교 다녀야 돼.”
“그래. 기숙사 갈 거지?”
정훈의 말에 유정은 갑자기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안 가지.”
“기숙사 들어가. 요즘 자취하면 월세가 얼마나 비싼데. 게다가 어머니랑 아버지는 불안해서 너 자취 못 시키실걸.”
“그래서 오빠 집에 얹혀서 살라고.”
“헛소리하지 마.”
“와, 칼 같은 거 봐. 장난도 못 치겠네. 나도 오빠랑 같이 살 생각 없거든. 학교 앞에 자취할 수 있게 엄마 좀 꼬셔 줘.”
“알아서 해라.”
“진짜 나쁘다.”
유정은 정훈이 가져다준 오렌지 주스를 꼴딱꼴딱 마신 뒤에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 피곤하다.”
“씻고 자.”
“안 잘 거야. 근데 아까 여자 친구 맞지?”
“어.”
“완전 예쁘시던데. 몇 살이야?”
“스물여섯.”
정훈은 바닥에 대충 앉으며 물었다.
“너, 내일 집에 가도 할 거 없지?”
“어. 친구들은 슬슬 기말고사 준비한다고 바쁘대. 한 달 정도는 완전 백수야.”
“그러면 나랑 내일 영화나 보자.”
“내일 출근 안 해? 오빠 잘렸어?”
“내가 잘릴 것 같냐?”
정훈이 거만하게 팔 한쪽을 침대에 걸쳤다.
“일 잘해서 포상 휴가 받았지.”
며칠 전, 라혜 작가의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장 부장이 준다고 했던 그 포상 휴가다. 말이 포상 휴가지, 그래 봤자 내일인 월요일에 꼴랑 하루 쉬는 것이다.
휴가라고 기대는 했지만, 겨우 하루 쉬는 것이니 어디 놀러 갈 수도 없고, 평일이다 보니 같이 놀 사람이 없었다.
꼼짝없이 그냥 집에서 홀로 늘어지게 잠이나 자려고 했지만, 이렇게 좋은 휴가 파트너가 생길 줄이야.
“오빠, 그러면 영화 말고 모험 레포츠 하러 가자.”
“모험 레포츠가 뭔데?”
정훈은 인상을 찡그리며 유정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너는 캐나다 가서 공부는 안 하고 이상한 거만 배워 왔냐?”
“아니, 진짜 재밌을 거야. 나 어제 인터넷 하다가 완전 대박인 데 알아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