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자
인내의 숲.
솔직한 말로 그곳을 겪을 당시 진우의 전진을 막았던 폴튼 트렌트와의 경험은 썩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진우를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넌 못 지나간다’ 수준의 길 막기는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까.
허나 아무리 괴로운 기억이라고 해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나름 괜찮은 추억이 되기 마련인 법.
보상이 워낙 좋았던 영향도 크다다.
‘천묵이 덕분에 돈도 많이 벌었으니 말이야.’
천년 묵은 핑크 인시리움, 천묵이.
녀석 덕분에 벌어들인 수익금과 지금도 꾸준히 성장 중인 약초들은 인내의 숲을 겪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2단계를 겪으면서 추가로 획득한 천노묵이, 그리고 S등급 헌터들조차 끽 해야 운 좋을 때 겨우 한 개정도 딸 수 있는 칭호의 획득까지.
그렇기에 진우는 인내의 숲을 완전히 정복하고 난 이후 또 있을지 모르는 숲의 시험을 기다려 왔다.
그리고 신용도의 달성 조건이 충족되면서 마침내 맞이한 또 다른 시험, 고뇌.
‘고뇌’라는 이름값을 하는 숲이라는 걸까?
진우는 시작부터 머리가 아파 오는 것만 같았다.
“아빠, 근데 여긴 어디에요?”
“여기? 고뇌의 숲이라는 곳인데……. 아니, 그 전에 왜 네가 여기에 있는 거야?”
“지금 그게 중요해요?”
“그럼. 아주 중요하지.”
퀘스트 내용도 전부 다 ‘???’로 표시된 데다가 인내의 숲에선 수호자인 비로스가 있었지만 이번 고뇌의 숲 수호자는 목소리조차 비추지 않는다.
“방심은 금물이니까.”
인내의 숲에 있던 폴튼 트렌트들은 진우의 목숨까지는 노리지 않았다지만 이곳에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자칫 삐끗하면 유진이가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일.
그러나…….
“히히 여기서 놀면 되겠다.”
아직 어린아이답게 진우의 속마음도 모르고 천방지축 뛰어놀고자 발동을 걸고 있는 김유진.
괜히 에너자이저가 아니라니까.
새삼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께 존경을 표하는 것도 잠시.
진우는 일단 유진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이잉? 놔 줘요, 아빠! 전 놀고 싶다고요!”
“유진아, 노는 건 이따가 충분히 해 줄게.”
“가만히 있으면 재미없는데…….”
아이에게 가만히 있는 것만큼 지독한 고문이 또 있을까?
그래도 위험한 것보다야 백 번 나을 터.
게다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유진이와 함께하면서 진우도 나름 딸을 다루는 요령을 터득한 지 오래다.
“말 잘 들으면 딸기 주스 만들어 줄게.”
“따, 딸기 주스!?”
“그리고 감자도 줄게. 꿀까지 듬뿍 발라서.”
“가, 감자랑 꾸울까지요? 유진이 얌전히 있을게요!”
울던 아이도 뚝 그치게 만드는 먹거리의 유혹.
할짝이의 영향인지 유진 또한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이 참 그득하다.
뭐, 덕분에 잘 타이르게 되었으니 진우에게도 나쁘지 않은 일.
허나 겨우 유진이가 얌전해졌을 때였다.
쉬이이익-!
[선지자여, 조심해라!]“알고 있습니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순간적으로 진우와 유진을 향해 쏘아지는 공격.
비록 농사가 ‘주’가 되는 생활형 드루이드라지만 짬은 그냥 먹는 게 아닌 법.
파파파팍-!
진우는 곧장 가드 자세를 취하며 공격을 받아 낸다.
방어를 한 진우의 손에 다발로 꽂히는 가시들.
“쓰읍!”
살갗을 뚫고 파고든 탓에 상당히 따갑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따가울 뿐.
가장 높은 능력치가 체력인 진우답게 회복도 금방되었다.
“이게 끝이라고? 간지럽지도 않은데.”
인내의 숲 2단계 때처럼 시시하게 끝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
허나 그러한 생각이 변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니,
[고뇌의 고슴도치의 독이 몸 속으로 퍼져나갑니다.] [시야가 흐릿해지며, 어지러움이 동반됩니다.]털썩-
“아, 아빠!”
가시 공격에서 예상은 했지만, 그저 일반적인 공격이 아닌.
‘독’이 묻은 공격에 주저앉은 진우.
그 모습에 유진이 폴짝 뛰며 놀란다.
또한 그 행동이 기폭제가 되기라도 한 것일까?
“키시시시-(맛있는 먹이!)”
“키시, 키시시시!(얼마만의 고기냐!)”
가시를 날린 원흉으로 파악되는 고뇌의 고슴도치들.
평범한 고슴도치가 아니었다.
진우를 고기 정도로 취급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족히 2m 수준을 자랑하는, 진우보다도 거대한 고슴도치들.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오는 것을 보니 채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긴, 애완용 고슴도치도 잡식이니 거대한 고슴도치라고 오죽할까?
오히려 크기가 거대한 만큼 충분히 사람도 잡아먹을 수 있을 터.
하지만 녀석들은 상상도 못 했을 거다.
“키시시시시!(아, 고기는 못 참지!)”
바로 진우의 코앞까지 다가온 녀석들.
이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공격을 진우는 가뿐하게 막아 냈다.
“키, 키시익!?(어, 어떻게?)”
“말했잖아. 간지럽다고. 거기에는 당연히 네 독도 포함이야.”
털썩 주저앉은 것도 어디까지나 당한 ‘척’을 하기 위해 했던 행위였을 뿐이다.
“잘했어, 우리 딸.”
“아, 아빠 괜찮은 거예요?”
“그럼! 당연하지.”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이 있다.
유진이도 당한 성공적인 트릭.
[드루이드의 특성, ‘야생을 받아들여라’의 ‘뮤린의 독 면역’이 활성화됩니다.] [고뇌의 고슴도치 독에 면역됩니다.]※ 뮤린의 독 면역 : 독에 대한 면역성이 생겨납니다. 최대 체력의 2배 이상으로 지독한 맹독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사시사철 진우에게 독버섯을 먹이려는 뮤린의 노력 덕분에 생겨난 독 면역.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고슴도치들이 달아나려고 했으나 소용없다.
“어딜 도망가!”
네발짐승이라곤 해도 이렇게 가까이 온 이상 사정거리 안에서는 진우가 유리하다.
쿠릉-
콰르르르릉-!
몰아치는 천둥의 화신과 함께 찌릿한 맛을 본 놈들.
그래도 고슴도치답게 꽤나 튼튼한 듯.
죽은 개체는 한 마리도 없다.
“이건 완전히 거대 밤송이인데?”
몸을 돌돌 말은 채 밤송이 모드가 된 고슴도치들.
물론 천둥의 화신에 직격당했으니 몸이 정상이진 않을 거다.
부들부들-
부르르르-
고슴도치들은 밤송이 상태 그대로 찌릿한 충격에 몸을 덜덜 떨어 댔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진우의 마음대로 처리가 가능해진 상태.
“키시익, 키식!(사, 살려 주세요!)”
“키시이이잉(잘못했습니다.)”
천둥의 화신으로 이제는 포식자에서 피식자로 역할이 뒤바뀐 고슴도치들.
그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용서를 빌었다.
바들바들 떠는 것이 실로 애처로울 지경.
하지만 어디까지나 몬스터다.
심지어 목숨까지 위협받았지 않았나?
전리품과 경험치를 생각하면.
또 거기에다가 고뇌의 시험 퀘스트의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죽이는 게 순서에 맞고 합리적일 터.
하지만 진우는 합리적인 선택을 섣불리 내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 고슴도치들 불쌍해.”
혼자였다면 모를까.
늑대 인형을 꼭 껴안은 채 고슴도치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유진이가 함께였다..
하긴, 아이가 보고 있는 앞에서 대놓고 생명체를 죽인다면 정서적으로도 좋을 턱이 없다.
그렇지만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브레이크가 걸릴 텐데.
‘설마 이래서 유진이가 동행하게 된 건가?’
특이 사항으로 붙어서 함께하게 된 유진이.
죽이냐, 죽이지 않느냐의 고뇌.
실로 둘 다 선택하기 힘들지만 하나는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길이었다.
‘미치겠네.’
이대로 두면 고슴도치가 회복되어 놓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뜻.
허나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우,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고. 풀만 먹고 살아라.”
“키시! 키시시!(물론, 물론입니다요!)”
아깝긴 해도 어린아이의 동심을 지켜 주는 쪽을 선택한 진우.
어차피 이 정도로 충분히 제압 가능한 개체라면 언제든지 기회는 있다.
유진이가 잠을 자고 있는 동안 다녀오면 되지 않겠는가?
그동안의 보호는 늑대들에게 맡기면 될 터.
신화 등급의 위에 있는 측정 불가의 등급.
적어도 150신용도의 비용을 지불한 만큼이면 고슴도치 정도쯤은 문제없이 처리하고도 남을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넌 안 도망치니?”
진우의 말에 저릿저릿한 몸으로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 녀석들과는 달리 자리에 남아 있는 한 녀석.
거기에는 다 이유가 존재했으니,
“키시시시시……(생명의 은인, 태초여! 구해진 목숨을 다 바쳐서 평생 따르겠다.)”
“헤헤, 새로운 친구다!”
[고뇌의 고슴도치가 김유진을 은인으로 받아들입니다.]“……응?”
누가 강탈의 공주님 아니랄까 봐.
이제는 하다 하다 고슴도치의 마음까지 강탈해 버린 딸내미였고,
[당신의 선택을 고뇌의 숲이 기억합니다.] [퀘스트 진행률이 12% 증가합니다.]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선택을 했기 때문일까?
퀘스트 진행도의 일부가 상승했다.
* * *
고뇌의 고슴도치.
뭐, 사람도 잡아먹을 수 있는 잡식의 거대 고슴도치긴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유진이의 반려동물이 되어 버린 녀석이다.
일단은 고뇌의 숲에서 살아가는 동식물 중의 하나이기에 진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숲에 대한 정보를 물어봤다.
하지만…….
“키시?(고뇌의 숲? 그게 뭐냐. 먹는 건가?)”
“넌 이름도 고뇌의 고슴도치면서……. 그럼 이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종류는 어떻게 돼? 그 정도는 알지?”
“키시시시!(당연한 말씀! 이곳 숲에는 작은 먹이와 큰 먹이. 그리고 다가가서는 안 되는 먹이가 있다.)”
“아니다, 됐다.”
먹을 생각으로만 가득 찬 고슴도치.
하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저만 한 덩치를 만족시키려면 상당히 적지 않은 먹이를 필요로 할 터.
결국 제대로 된 정보는 얻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퀘스트 클리어에 대한 실마리는 대충 나온 건가?”
녀석을 살리는 쪽으로 선택함으로서 12%가 완료된 퀘스트.
아마 모르긴 몰라도 고뇌의 숲인만큼 ‘고뇌’.
즉, 선택에 따른 영향이 작용한다는 뜻.
이런 식이면 그냥 아무 생명체나 붙잡고 똑같이 한 9, 10번 정도 반복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렇게 쉽게 될 거였다면 ‘???’로 감춰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고슴도치가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와, 빠르다 빨라! 히히힛!”
이동속도를 상승시켜 줄 바람의 정령을 불러낼 수 없다곤 해도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네발짐승답게 타고난 기동성을 지닌 고슴도치.
위에 잔뜩 솟은 가시는 신기하게도 전혀 따갑지 않고 오히려 포근하게 진우와 유진이를 감싸고 들었다.
그 상태로 빠르게 내달리는 속도.
그동안 진우는 숲 속의 정보를 파악해 나갔다.
“주 몬스터는 벌레랑 동식물인 건가?”
아마도 고슴도치가 말한 작은 먹이는 주로 벌레일 테고 큰 먹이는 동물, 혹은 식충 식물 쪽.
“잠깐 멈춰 봐.”
진우는 고슴도치 택시를 세우고 눈에 띄는 생명체들을 제압한 뒤 마찬가지로 고뇌의 과정을 거쳤다.
[당신의 선택을 고뇌의 숲이 기억합니다.]“오!”
설마 했더니 뜨는 내용.
그러나 기쁨은 찰나일 뿐이다.
[퀘스트 진행률이 14% 증가합니다.] [퀘스트 진행률이 15% 증가합니다.]한 번에 12%가 오를 때와는 달리 턱없이 적은 양의 진행률.
심지어 횟수의 제한하는 조건이 숨겨져 있는 것인지 일정 횟수 이후부터는 아예 진행되지도 않는다.
“뭐, 뻔하긴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퀘스트는 쉽게 완료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치야. 아까 다가가서는 안 되는 먹이가 있다고 했지?”
“키, 키시시(그렇다.)”
“그럼 그리로 가자.”
“키잇?(그곳은 가면 안 되는 곳이다!)”
“그런 게 어디 있어. 가자고, 어서!”
작은 먹이, 큰 먹이 외에도 한 가지 더 나뉘어 분류된. 다가가서는 안 되는 먹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별수 있겠는가?
호랑이 굴로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