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1
11화 팜오리에게 계승 받은 힘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각성자와 몬스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아이템이 생겨난 이래.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의 획득 방법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다.
뭐, 이제는 거기서 진우의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농사라는 방법도 존재하긴 했지만, 이번 경우는 자신으로서도 황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거야 원. 획득처를 꿈이라고 해야 하나?”
꿈에서 파밍을 하다니.
그것도 독특한 색을 뽐내는 붉은빛 알을 파밍했다니.
꿈에서처럼 뜨겁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 태초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진 알. 부화 방법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기에 모르겠다.
※ 주의! 가끔씩 불길에 휩싸입니다. 단, 자연과 숲은 태우지 않습니다.
전혀 영문을 알 수 없는 아이템의 설명과 측정 불가능한 등급.
심지어 자연발화까지 한다고 한다.
“이런 걸 대체 왜 주고 간 걸까?”
새끼 팜오리 알과 영양제를 돈 주고 정당하게 구매한 것이긴 해도 조언이라던가 이것저것 진우에게 해준 것이 많은 브락시온이다.
나쁜 뜻으로 건네준 것은 아니겠지만,
“……짬 때린 건 아니겠지?”
혹시 모르는 것 아니겠나.
군 생활도 그렇지만 짐꾼으로 3년 동안 생활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뼈저리게 겪어 본바.
뭐, 그렇다고 해서 일단 받은 것을 버릴 수는 없다.
“우선은 지켜봐야지 뭐.”
약간의 한숨.
그러나 농부된 입장으로서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해서 오늘 일을 패스하고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그 전에 거를 수 없는 것에는 아침도 있다.
“식은 찐 감자만큼 별미가 또 없지.”
뜨겁게 갓 쪄낸 감자도 맛있지만 식었을 때 먹는 것도 은근 고소하다.
곁에 두면 계속 입에 들어갈 정도의 중독성!
다만 ‘아는 맛’의 아침 식사는 진우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삐삐삐삐!
삐이이잉! 삐삒!
포도독! 푸드득!
귀염 뽀짝한 날갯짓과 울음소리를 뽐내며 쏜살같이 날아오는 새끼 팜오리 군단.
녀석들의 시선은 두말하지 않아도 감자에 꽂혀 있다.
“그래. 너희들 것도 금방해 줄게.”
어디 사람만 입이겠는가?
새끼 팜오리들에게도 부리가 달려 있으며,
열심히 일할 오리는 먹을 자격이 있는 법이라고.
농부를 직업으로 지닌 새끼 팜오리들이 농사에 끼치는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
순식간에 빻고 물에 불려서 차려 주니 걸신들린 듯이 먹어 치운다.
삐삒!(이거 맛있어요, 맘마!)
삐이이잉!(맘마 최고!)
“허어?”
그러고 보니 영단을 먹었던 이유 중의 하나였던 특성의 획득.
동물과 소통이 가능해진다더니 이런 느낌인 걸까?
분명히 새끼 오리의 울음소리지만 옆에 통역사가 붙기라도 한 듯 전부 알아듣게 된 팜오리들의 소리.
“그나저나 나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라고 불러야지.”
삐삐? 삐삐삐?(맘마? 빠빠?)
삐이이이!(맘마는 빠빠야!)
삐읶!(빠빠가 맘마야!)
“……그, 그래.”
다만 소통이 된다고 한들 생후 1개월은커녕 이제 겨우 6일 된 응애 오리들이다.
말을 알아듣는다고 해서 그걸 고스란히 받아들여 주는 것은 욕심일 터.
뭐, 그렇다곤 해도 그런 부분은 차차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해결될 일.
“아프지 말고 씩씩하게만 커라.”
삐이이익!(맘마 쪼아!)
삐삐!(쫗아!)
그래도 진짜 부모된 마음으로서 자식 키우는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머리를 쓰다듬을 때였다.
[드루이드의 특성, ‘야생을 받아들여라’가 활성화됩니다.] [새끼 팜오리들과의 높은 친화력을 통해 힘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야생을 받아들여라’의 특성이 담겨 있던 영단.
무려 전설 등급답게 진정한 힘은 그저 동물과 소통 할 수 있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 야생을 받아들여라 : 동물이나 식물과 소통이 가능해지며, 오랜 기간 함께할 경우 해당 대상의 힘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대상과의 친화력, 지배력 및 피지배력이 높을수록 힘의 강도와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시기가 짧아집니다.
친화력 혹은 지배력에 따라서 동물의 힘을 빌려서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는.
이른바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독특한 성장형 특성.
그래도 명색이 ‘희귀’ 등급 출신의 새끼 팜오리다.
농사에 도움만 된다 해도 진우로서는 만사 오케이.
쌍수를 들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러나,
[‘야생을 받아들여라’에 ‘팜오리의 기름 코팅’이 추가됩니다.]“……무슨?”
어쩐지 불길한 네이밍.
전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쓸 만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확인한 효과.
* 야생을 받아들여라
└ 팜오리의 기름 코팅 : 온몸에 기름을 코팅하여 회피율을 극대화하며, 수중 내 활동이 가능해집니다. 다른 대상에게도 적용 가능합니다. / 민첩+2
“흐음? 제법 괜찮을지도?”
삐삐삐!(맘마 맛있엉!)
회피율의 상승.
농사에 쓰일 일은 그다지 없겠지만 각성자가 된 입장에서 전투를 아예 배제할 생각은 없다.
당장에 숨겨진 업적 같은 것 중에서 전투와 관련된 것이 있을 수도 있는 일.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버프라고 둘러대는 식으로 타인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
“수중 활동은 딱히 의미 없어 보이긴 하지만…….”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수중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부가적인 옵션.
전투에서 해당 효과가 쓰임새가 있을지 의문이긴 해도 뭐, 없는 것보다는 좋지 않겠는가?
“너희들이 최고다, 최고.”
삐삐! 삐삐!(체고! 체고!)
다른 것 다 떠나서 민첩의 영구적인 2 상승.
누가 뭐라 해도 역시 응애 팜오리님들이 최고시다.
* * *
주기적으로 임의의 장소에 발생하는 게이트.
몬스터로 인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안정화에 들어간 이후의 게이트는 사실상 황금 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경험치부터 꾸준한 수익 창출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최고의 장소.
그렇기에 수많은 국가.
그 안에서도 정부와 길드들이 서로 나뉘어 먹으려고 난리를 칠 수밖에 없는 일.
허나 게이트라고 해서 무조건 전부 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게이트 내부에 꾸준히 리젠되는 몬스터와 수많은 함정은 물론이요,
독충이 가득한 공간이나 혹한 지대, 유황 가스와 마그마가 들끓는 화산 지대 등과 같은 최악의 환경들.
그러나 거기까지는 각성자로서 지닌 초인적인 능력치로 버텨 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후우, 이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헌터 협회 본부.
급히 회의장에 모여든 정부 소속의 헌터들과 길드장들의 표정은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발생한 게이트.
그 내부 공간의 환경은 여태까지 마주했던 곳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입장과 함께 펼쳐진 것은 제대로 숨 쉴 수 없는 수중 공간이었다.
거기에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몸을 압박하는 수압의 세기도 상상 이상이었다.
심해를 연상케 할 정도의 압력.
그런 상황 속에서 주기적으로 습격해 오는 몬스터인 프로그맨들까지.
그야말로 최악의 환경을 짬뽕시킨 최악의 혼종 게이트라 할 수 있을 터.
“어떻게 그냥 뚫어 버릴 수는 없는 겁니까?”
“뚫긴 뭘 뚫어. 가다가 익사해서 뒤질 확률이 더 높겠구만.”
“산소통 장비를 공급하는 방법으로는…….”
“하아, 당연히 그 정도도 안 해 봤을까? 공무원 나으리? 입장과 함께 수압으로 터져 나가더라고. 크큭.”
“아니, 그렇게 불평만 내놓지 말고 그럼 무슨 대책이라도 말씀해 보시던가요.”
“그건 세금 받아먹는 댁들이 할 일이고.”
“…….”
게이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기도 하다.
주기적으로 헌터가 들어가서 몬스터를 정리한다면 문제가 없다.
허나 계속해서 방치를 하게 되면 얘기가 다르다.
계속되는 리젠으로 결국 폭주하게 되면 게이트는 내부의 몬스터를 바깥으로 쏟아 낸다.
흔히 몬스터 웨이브라 불리는 것.
그저 그뿐만이라면 좋겠지만, 진짜 문제는 해당 게이트의 환경도 같이 쏟아 내어 동화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게이트의 인근이 심해 같은 환경으로 변모한다는 뜻.
각성한 헌터들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압력을 민간인이 받으면 어떻게 될지는 뻔할 뻔 자.
사람이 살아갈 수는 없는 환경이 될 확률이 100%다.
“하필이면 그런 게이트가 강남에 열릴 게 또 뭐냐고.”
“옳다구나 하고 좋아했다가 똥만 밟았지. 씨발.”
다른 지역들도 그렇지만 강남 지역은 한국에 있어서도, 경제적으로나 지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잃기에는 너무나 큰 손실이다.
결국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간에 폭주는 막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게이트 내부의 핵을 파괴하여 아예 제거하는 것.
문제는 그것을 누가 하느냐일 터.
보통은 서로 자기가 하겠다며 각기 길드들이 경매판마냥 손을 치켜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다.
“일단은 협회와 길드끼리 돌아가면서 최소한의 게릴라를 통해서라도 몬스터를 제거하도록 하지.”
결국 모두가 기피하는 상황 속이니 서로 나눠서 고생하자는 협회장의 발언.
당연히 그것을 좋게 볼 길드장들이 아니다.
일그러진 표정들.
그중에서도 유독 정부와 사이가 좋지 못한 질풍 길드장 김장혁은 대놓고 인상을 구겼다.
“하, 게릴라? 그래. 우리만 개고생하고 지들은 여기서 머리만 벅벅 긁으면서 있을 텐데 참 쉽게도 말한다. 그치?”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언행 조심하지 못해?”
“뭐? 이 새끼? 야, 네가 내 상사야? 아님 저 늙다리가 내 상사냐?”
과열된 분위기에 그나마 정부에 협조적인 수호 길드장이 그들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김장혁. 적당히 해. 이래 봤자 서로 좋을 것 없어.”
“아니, 내 말 틀려? 필요할 때만 쳐 부르고. 정작 우리가 도움 요청할 때는 일 처리 더럽게 느린 것들이 웃기잖아?”
“김장혁!”
“아아, 예. 착한 척하시느라고 바쁘시겠어요. 우리 대단하신 수호 길드장 진아영 님. 저는 수틀리면 이 개 같은 헬조선 뜨고 일본 일왕 쪽으로 붙으면 그만이니까 알아서들 고생하던가.”
“이 매국노 새끼가…….”
“매국노는 지랄. 나는 내 살길 알아서 찾은 것뿐이고. 그쪽은 나라의 개가 되시는 거고. 결국 푹 삶아져서 뒤지시겠지만.”
게이트의 공급량은 부족하고 수요는 많다 보니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경쟁.
애초부터 대부분의 길드와 정부가 사이가 좋기를 바라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그 밖에도 국내 외적인 정치 쪽으로 관계가 있는 길드 역시 왕왕 있는 것은 암암리에 다들 알고 있는 상태.
“큼큼. 저쪽이 저러면 우리로서도 제대로 일 못 해. 정식적으로 의뢰를 넣던가.”
“강남 관리 구역 담당이 누구였더라? 알아서 고생들 하쇼.”
“커흐흠…….”
결국 예상했던 대로 1차 회의는 아무런 소득 없이 결렬되었다.
* * *
열심히 먹은 자 일하라는 말.
반대가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원래 그게 그거인 법이다.
“잡초도 자연의 일부라 이건가.”
분명 어제 제거했음에도 하루만 지나면 언제 뿌리째 뽑았냐는 양 성인 남성의 키만큼 자라나 있는 잡초의 향연.
그러나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진우에게는 그저 시시한 상대일 뿐이다.
투둑- 투둑-
체력이 넘쳐나니 어려움 없이 제거해 내는 잡초들.
그다음의 역할은 노움들에게 바톤 터치다.
“부탁한다. 노움들.”
– 키득, 부탁하지 않아도 우리가 알아서 메꿀 예정이었거든?
– 맡겨만 달라고.
– 가 보자, 가 보자~
큼지막한 잡초가 뽑혀 나오면서 생겨난 제법 큰 공간을 언제 존재했냐는 듯.
메워 버리는 땅의 정령들.
그렇게 바쁜 잡초 뽑기와 땅의 움직임 속에서 자그마한 10덕의 응애 헌터들이 초승달 같은 눈을 희번덕인다.
삐삐삐삐!(놀자! 놀자아!)
삐이이이읶!(재밌따!)
농장 곳곳을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는 10여 마리의 새끼 팜오리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의 그들이 뛰어다니면서 생겨나는 지압을 통해 땅속의 작물은 더욱 자극을 받아 건강하게 성장을 하고, 오리들이 틈틈이 싸는 배설물은 극상의 비료가 된다.
허나 그중에서도 오리들의 가장 큰 역할은 따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