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2
12화 허 씨? 허 양? 자아가 깃든 허수아비
파파팟-
후두두두둑-
촵촵촵!
삐이이이익(잡았다, 요놈!)
삐삐삐!(마싯는 거!)
쉴 새 없이 부리를 움직이며 냠냠 쩝쩝거리는 새끼 팜오리들.
부리 안쪽에 잡혀 들어가서 씹히고 있는 것들은 다름 아닌 벌레들이다.
메뚜기와 같이 이리저리 작물을 뛰어다니며 갉아 먹는 해충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진우의 힘에 의해 아이템화 되어서 무럭무럭 성장하는 작물들을 벌레들도 알아보고 접근해 온 것.
그러나 그 결말은 앞서 보는 것과 같다.
쫩쫩촵-!
오물오물-!
두 다리를 삐쭉 내민 채 부들거리며 응애 오리들의 부리에서 씹혀 나가며 죽어 나가는 최후.
긴 다리 하나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새끼 팜오리들은 그것도 놓치지 않고 남김없이 증거를 인멸한다.
그야말로 암살.
간혹 벌레 중에는 독을 가지고 있거나 기생충에 감염된 경우도 있기에 걱정도 되었지만, 새끼 팜오리들이 어디 그냥 응애던가?
“각성 오리 님들이시지. 암.”
무려 각성자 신분의 오리 님들.
심지어 오리라는 생명체 자체가 해독 능력 하나만큼은 탁월하기로 소문났다.
그냥 오리도 유황을 먹고 살아남는데 각성 오리면 그보다 더한 것도 괜찮을 터.
또한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오리들이 벌레라고 해서 다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위이잉~
후욱- 후우욱-
진우의 특성에 의해서 워낙 빠르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한무 감자와 배추의 속에서 피어난 꽃.
그 달달한 향기를 맡고 찾아온 벌레는 해충이 아닌 익충으로 분류되는 꿀벌과 나비다.
벌레 학살자인 새끼 팜오리들이 다가가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모른 채 취한 듯이 꽃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녀석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오리들은 꿀벌과 나비를 잡아먹지는 않았다.
삐삐삐!(착한 친구다!)
삐이이읶(먹으면 안 돼!)
* 훌륭한 농사꾼 : 농사 관련 스킬 습득 및 숙련도가 빠르게 상승하며, 해충과 익충을 본능적으로 구별해냅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구별해 내는 해충과 익충.
다만 그렇다고해도 감자와 배추에게서 피어난 꽃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예쁘지만 어쩔 수 없지.”
여타의 다른 꽃들과 비교해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뽐내는 감자와 배추꽃이지만, 내버려 두면 작물에게 가야 할 영양분을 빼앗기기에 따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톡- 토도독-
결국은 농부에게 있어서 선택의 기로란 작물을 기르다 보면 언제나 찾아오기 마련인 법이다.
장미같이 관상용으로 쓰이는 꽃이라면 모를까.
감자나 배추는 엄연히 식용으로 쓰이는 작물.
뭐, 간혹 담금주와 같이 식용으로 쓰이는 장미라던가 비누, 화장품 등으로도 쓰이는 경우가 있다지만 그건 너무 깊게 파고들어 가니 지금은 논외로 치고.
“휴우, 일단은 끝난 건가.”
사람이 할 수 있는 관리의 선에서 오늘 진우가 할 일은 이로써 전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풍작을 기원하고 기상청을 통해 날씨가 어떨지 확인하는 것 정도?
삐삐삐이읶!(재밌따!)
“그래, 오늘도 잘 부탁한다고 제군들.”
삐삐삐삐!(놀자앙!)
아, 물론 팜오리들이 뛰어놀면서 계속 출현하는 해충들을 잡아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을 터.
그래서 이제 찾아온 점심시간.
내가 할 일이 완전히 끝났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이제 오늘로 마지막이네, 허 씨.”
[노력하는 자의 허수아비(유니크)]* 1일 6시간씩 15일 동안 시작과 함께 쉬지 말고 허수아비를 때리세요. 하루라도 빼먹으면 기존의 했던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며, 처음부터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 현재 달성률 : 14 / 15
어느덧 보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투닥거리면서 이제는 완전히 삶의 일상이 되어 버린 허수아비 때리기.
그것이 오늘 6시간으로 마무리된다는 사실에 기쁘면서도 왠지 한편으로 드는 아쉬움.
허나 그것도 잠깐이다.
“그럼. 준비됐지, 허?”
파팟-
퍼어억-!
발구르기에 이은 도약.
흙과 땀이 뒤섞이며 허수아비의 한 켠에서 경쾌한 소리가 터져 나왔고,
[노력하는 자의 허수아비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늘 그러하듯.
오늘도 상승하는 허 씨의 호감도다.
* * *
“읏차. 휴우. 오늘은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
허리를 쭉 펴 보인 석우.
온실 속에서 오랫동안 모종들의 상태를 살핀 탓에 구슬땀이 가득했지만, 석우는 조금의 불평불만도 없이 마지막까지 뛰쳐나가지 않고 확인을 끝마쳤다.
“어휴, 죽겠다.”
손부채질로는 택도 없었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저절로 움직이는 손짓.
그런 모습에 이장이 기특한 눈빛으로 피식 웃어 보인다.
“고생했다 욘석아. 네 엄마가 저녁으로 콩 국물 해 놨으니까 준비하고 와라. 콩국수 말아 줄껴.”
“진짜요? 열무김치는요?”
“쯧. 당연한 것을 묻고 있어.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 아니겠냐?”
“오오옷!”
땀을 뻘뻘 흘리도록 일하고 난 다음에 먹는 콩국수에다가 얹어 먹는 열무김치라니.
이걸 어떻게 참으란 말인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군침이 싹 도는 맛.
당장에 달려가서 먹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석우는 잠시 멈칫했다.
“아부지. 기왕 먹을 거면 진우도 불러서 같이 먹죠? 콩국수 좋아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진우? 너 좋을 대로 해라. 여보는 상관없지?”
“거 그릇이랑 젓가락 하나씩만 더 놓으면 될 텐데 뭘. 퍼뜩 데려 온나.”
“예입! 맡겨만 주십쇼 어마마마!”
“오야~”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집 밖으로 나서는 석우.
근래 들어서 그의 표정은 상당히 좋은 상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또래 친구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어디 가볍겠는가?
심지어 진우와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품앗이도 돌면서 서로의 일을 도와가며 친분도 적지 않게 쌓인 관계다.
그런 불알친구가 마을로 귀농을 하러 다시 돌아왔다.
거기에다가 각성까지 해서 작물 아이템화까지 가능해진 상태.
물론 석우도 사람인지라 질투가 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가 갈릴 정도로 원통하지는 않다.
“진우면 그럴 만하지. 그렇지만 나도 지고 있지만은 않을 거라고.”
석우에게 있어서 진우의 존재는 죽마고우인 동시에 라이벌 같은 관계였다.
같은 농사일을 하다 보니 누가 누가 더 잘하냐에 대한 은근한 경쟁이 있었달까?
각성으로 인한 부족함은 자신의 경험과 노력으로 메꾸면 그만일 뿐.
뭐, 그래도 안 된다면 그저 그뿐이다.
곁에 농사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석우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
“진우야. 아직 밥 안 먹었지? 콩국수 먹을……어어어? 누, 누구세요?”
그러나 진우의 대문을 열고 들어선 석우는 이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진우 혼자만 있을 거라고 예상했던 그의 집.
하지만 그의 앞에 자리해 있는 것은 명백히 진우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낡고 해어진 넝마 쪼가리 같은 옷을 걸치고 있는 소녀.
또래의 남자는커녕 여자아이를 제대로 마주한 적 없는 석우로서는 당연히 얼굴이 시뻘게질 수밖에 없는 일.
허나,
“……무단 침입자 제압한다.”
“예?”
“허 양! 걔 내 친구야 멈춰!”
* * *
“야, 너는 연락도 없이……아니, 하다못해 노크라도 하고 오던가.”
“그, 그게 미안하다.”
“에휴. 됐다. 애초에 내가 미리 말 안 한 게 잘못이지.”
평상시처럼 제집 드나들듯 들어왔다가 묻지 마 제압을 당할 뻔한 석우.
분명 키와 덩치는 석우 쪽이 훨씬 더 크지만,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게 만드는 넝마 입은 소녀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린 석우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진우에게 향한다.
“이, 이분은 누구셔? 진우 너 설마 나, 납치해 온 건 아니지?”
“무슨 큰일 날 소리를! 내가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있겠냐?”
“그건 그렇지. 그럼 대체…….”
“끄응. 나도 설명하려면 복잡하거든.”
진우로서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참 난감할 따름이었다.
“주인님. 부디 저에게 명령을…….”
“……주인님?”
“그런 사이 아니라고!”
주인님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곁에 찰싹 붙어서 명령을 내려 달라는 넝마 쪼가리의 소녀.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허 씨다.
오늘까지 도합 보름 내내 후드려 팼었던 노력하는 자의 허수아비.
사실 처음에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는 그저 기쁠 따름이었다.
[클리어 보상으로 능력치 포인트를 10, 신용도가 2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독한 놈’] [신용도가 1 상승합니다.]한 달의 절반에 달하는 시간 동안 고생하면서 획득한 10능력치 포인트와 2의 신용도.
그리고 나름 쏠쏠한 업적의 달성까지.
팜오리 때만큼 폭발적으로 신용도가 오르지는 않은 것이 아쉽긴 해도 뭐, 그건 그때가 특별했던 것이기에 진우는 2레벨 치에 달하는 능력치 포인트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려던 찰나였다.
[노력하는 자의 허수아비(유니크)의 현재 호감도 200%에 따른 숨겨진 보상 ‘???’이 해금됩니다.] [집착하는 허수아비(전설)로 변경되며 에고가 깃듭니다.]성공 시 보상에 따로 적혀 있었던 ‘???’의 숨겨진 내용물.
그건 호감도에 따른 허수아비의 변화였다.
짚과 목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진짜 인간처럼 뼈와 살을 가지고 있는 모습으로 눈 깜짝할 새에 변화한 모습.
놀라운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집착하는 허수아비(전설)]* 레벨 : 17
* 성별 : ♀
* 나이 : ? (너무 오래되어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음)
* 직업 : 집착의 전조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15 민첩 : 11 체력 : 125 마력 : 62
[보유 스킬]* 과다 출혈
* 피의 까마귀 권속
* 피의 수확
…….
상위권의 헌터들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높은 능력치와 레벨을 갖춘 전설 등급의 에고가 깃든 허수아비.
물론 당연하게도 능력치와 대량의 스킬 말고도 특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특성]* 집착하는 자 : 주인의 명령을 따를 때 모든 능력치가 50%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현재 주인 : 김진우)
* M의 의지 : 데미지를 일정 수치 이상 받을 경우 보유한 체력 능력치만큼 체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뭐랄까. 사기적이면서도 어딘가 찝찝한 특성의 설명문.
자신에게 은근슬쩍 거리를 좁혀서 찰싹 달라붙는 허 양의 모습에 진우가 슬쩍 거리를 둔다.
‘허 군이 아니라 허 양이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하다못해 구별이라도 되게 옷이라도 좀 곱게 입혀 놓던가.
아니, 애초에 허수아비의 쓰임새 자체가 꾸밈용 인형과는 전혀 다른 쪽이니 그렇게 공들여서 옷을 입히는 경우는 없으려나?
물론 지금 당장은 그런 생각이고 자시고 간에,
“아니면 저를 때려 주셔도 좋습니다.”
“뭐? 때, 때려? 그게 무슨…….”
“좀 기다려 봐! 설명해 줄 테니까! 넌 볼 붉어지지 마!”
“……주인님의 뜻대로.”
석우에게 오해를 풀고 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인 허 양부터 손보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니까 예컨대 퀘스트 보상으로 나온 에고 아이템. 뭐 그런 분류라고 봐야 하는 거야?”
“일단은 그렇지.”
“흐음, 아무리 그래도 허수아비가 인간이 될 수가 있나? 그게 말이 돼?”
“……내가 제일 묻고 싶은 거거든?”
“허어 참.”
다른 사람이라면 믿지 않거나 더 캐물었을 일.
허나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름 납득을 한 것인지.
아니면 진우의 사정을 이해한 것인지.
석우는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다른 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돌렸다.
“근데 허수아비였다고 해도 계속 허 양이라고 부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옷도 계속 넝마만 입고 있으니 좀 그렇고.”
“안 그래도 대충 티셔츠 입히려고 찾는 중이었다.”
“에이. 그래도 소녀분이신데 네 티셔츠를 입히는 건 실례지. 집에 누나가 입던 옷 있을 텐데 한 번 찾아보지 뭐.”
“확실히…… 같이 생활할 거면 이름은 있는 편이 좋겠지. 옷은 부탁 좀 할게.”
“그래.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옷 부분은 석우로 해결이고.
남은 문제는 이름 쪽이다.
확실히 허수아비 때는 그냥 허 씨라고 해도 상관없었지만, 이제는 엄연히 자아가 깃든 소녀다.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입장인데 ‘허 양’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뭣하긴 하다.
“혹시 생각 중인 이름이 있을까?”
“저는 주인님이 정해 주신 이름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이야, 저렇게 예쁜 소녀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다니. 부럽다 부러워, 진우야.”
“쯧. 별걸 다 부러워한다.”
허 양에게 붙어 있는 특성의 이름을 알아야 할 텐데 말이지.
뭐, 어쨌든 이름에 대한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허수진으로 괜찮을까?”
허수아비의 ‘허수’와 김진우의 ‘진’을 따서 합친 간단한 조합.
“……허수진. 부족한 저에게 이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님.”
“알았으니까 그 주인님은 빼고 그냥 진우라고 할 수는 없을까?”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진우 님.”
“…….”
너무나도 확고한 의지가 느껴지는 허수진의 눈빛을 보건대 어째 무슨 일이 있어도 ‘님’자는 못 뺄 것 같다.
“큼큼. 어쨌든 진우야. 그런 건 됐고 밥 아직 안 먹었지? 같이 콩국수나 먹으러 가자. 수진 양도 드실 수 있으시면 가실래요?”
“진우 님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갑니다.”
“그럼 결정됐네. 좋아, 가자고! 어서!”
그날 생전 처음으로 여사님이 말아 주신 콩국수와 열무김치의 조합을 영접한 허수진은 3인분을 살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