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무한 성장의 지렁이
미국에서 진행되는 경매 현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
영상의 뉴튜브 댓글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 와, 역시 김진우. 한국의 자랑이다, 진짜.
– 캬, 주모! 국뽕이 차오른다!
평상시에는 관심도 없는 스포츠와 운동일지라도 같은 자국민이 금메달이나 트로피를 따면 국가적인 위용도 올라가니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법.
그런 의미에서 한국인.
그것도 유일하게 아이템화가 적용된 농작물을 수확해 낼 수 있는 김진우는 말 그대로 한국의 자랑이라 할 수 있을 터.
허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모든 이들의 댓글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 허, 자랑? 무슨. 매국노 따위한테 뭔 놈의 자랑이냐?
– ㄹㅇ 미국한테 먼저 물건을 넘기는게 말이 되냐고. 애국심도 없나 진짜.
– 양심 뒤졌다는 거지.
– 애국심을 뭐 하러 따짐. 돈 벌려고 수확하는 걸 텐데. 나 같아도 돈 많이 쳐주는 미국한테 팔았을듯? 다들 솔직해지자고.
인터넷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 익명성.
그로인한 악플도 장난 아니게 넘쳐나는 상황.
“흠, 이거 괜찮은 건가?”
– 앗. 고용주님. 댓글 보시지 말라니까!
“아니, 어떻게 안 봐. 그래도 내 채널인데.”
어느 정도의 악플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겪어 보니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새삼 연예인이나 인기 뉴튜버들이 악플을 보고 심하게 상처받는 게 이해가 될 정도.
“허어, 별의별 놈이 다 있네.”
– 충격 많이 받으셨어요?
“아니. 전혀. 그냥 모기가 피 빠는 것처럼 기분 나쁜 정도랄까?”
개중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패드립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괜찮냐고? 당연한 것 아닌가.
“응, 고소미 먹이면 그만이야.”
눈에는 눈, 악플에는 고소로 응징하면 그만일 뿐.
특히 패드립에는 선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거에 일일이 신경 쓰면 장사 못하지.”
찐 감자를 찍어 먹는 소스에도 호불호가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만한 행동은 세상에 있을 수 없다.
설령 미국이 아닌 한국에 팔았어도 악플은 존재했을 터.
그렇다면 차라리 개 썅 마이웨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상책이지 않겠는가?
“돈도 많이 벌어들였으니 이제 기부 좀 해 볼까.”
진우는 한국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기부를 하기로 했다.
물론 진우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었던지라 의미가 좋다고 해서 이유 없이 돈을 쏟아붓는 건 아니었으니,
“편집자. 이번에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영상 잘 기록해 줘?”
– 하급 요정 몰리! 찻집의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금 상단의 거상 체르 왈,
돈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미지라는 명언처럼.
선한 이미지까지 놓치지 않고 챙기는 진우였다.
* * *
각성자 출신의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는 청와대.
강진태는 소식을 들고 찾아온 여야 의원들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대통령님. 정말로 이대로 그냥 내버려 두실 겁니까?”
“명색이 한국인인데. 세상에 뭐 저런 매국노가 다 있답니까?”
“저한테 힘까지 주고 앗아간 쓰레기 아니랄까 봐. 본성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후우,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강 의원의 뜻.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사람이라고.
강진태라고 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만족스러울 리가 있겠는가?
자국민이 한국보다도 미국에 먼저 납품을 허락한 현재.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 나설 수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약점을 쥐고 있는 놈. 분명히 김진우. 그 녀석이다.’
대체 어디서 구한 것인지는 몰라도 과거 그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녹취록.
분명히 집에서 혼자 있을 때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말했던 것인데 어떻게 구한 것일까?
물론 머리를 싸매서 생각을 해 봤자 강진태는 상상도 못 할 거다.
집 안에 공기 정화를 목적으로 키우고 있는 관상용 나무나 허브 같은 것이 정보책으로 사용되는 것은 엄연히 요정 찻집의 비밀이었으니 말이다.
‘크크큭,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그러나 약점을 잡혔다고 한들 소극적으로 나올 강진태는 아니다.
그가 괜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겠는가?
쟁쟁한 정치인들을 제치고 올라선 자리다.
“제가 요청한 분들은 언제 오시는 걸까요?”
“안 그래도 청와대에 도착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요즘 기업인들 털 시기도 아닌데. 어째서 전성을 부르신 겁니까?”
“후후, 다 이유가 있지요.”
예컨대, 김진우를 건드리는 것이 안 된다면 놈의 주변 인물을 조지면 그만일 뿐.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
특히나 김진우의 물건을 전문적으로 납품받아 가는 전성만큼 건드리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명분이야 가져다 대면 그만일 뿐이다.
허나 그럴듯한 강진태의 계획은 시작부터 거하게 말아먹었으니,
콰앙-!
“야, 너냐? 내 친구, 만드라고라를 괴롭힌다는 게?”
“그게 무슨……?”
선한 인상의 정국진과 그 곁을 함께 따라온 살벌한 인상의 한 사내.
……의 모습으로 둔갑을 한 엔코는 다짜고짜 책상을 부수며 으르렁거렸다
수십 년 차 정치인 생활을 해온 강진태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여기서 말을 한마디라도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이승을 하직하게 될 거라는 것을.
“흠흠,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저, 저도요.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뵐 수 있게 되면 말입니다!”
“다들 기다리게!”
주변의 의원들? 의리 같은 것이 정치인들에게 있을 턱이 없지 않겠나.
오히려 경쟁자 하나가 줄어서 좋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겨, 경호원들은 뭘 하고 있는 건가 대체!”
“앞에 있던 놈들? 시비 걸어서 다 기절시켰는데?”
“…….”
마지막 희망인 경호원들도 올 수 없다는 소식.
이대로 암살당하는 것인가? 공포와 좌절에 몸을 떠는 것도 잠시.
아직 구원의 손길은 남아 있던 것일까?
“크흠흠. 일단 진정 좀 하게나. 그는 일반인이라서 괴롭혔을지언정 먹지는 않았을 테니.”
“흐음. 그렇다면야 뭐.”
다짜고짜 책상을 부수는 망나니를 정국진이 말렸다.
그제야 상황 판단이 된 강진태가 본래 성격을 숨기지 못하고 내보인다.
“자, 자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나? 대통령 암살은 대기업 회장이라고 해도 쉽게 못 넘어갈 일이야!”
“아하하. 이것 참 죄송합니다. 제가 최근 고용한 인원인데 실력은 좋아도 좀 성격이 불같아서 말이죠. 어쨌든 죽지는 않았잖습니까. 책상은 제가 더 좋은 걸로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까딱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
그것이 사라지자 남는 것은 분노뿐이다.
어차피 의원들도 다 나갔겠다.
굳이 약점 잡힐 것도 없지 않겠는가?
“이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걸세. 전성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애초에 쓴소리하려고 불렀던 전성인데 이렇게 좋은 명분도 줬겠다.
철저하게 이용하고자 드는 강진태였다.
하지만 정국진이 괜히 엔코를 동행시켰겠는가?
엔코는 처음부터 강진태가 어떻게 나올지 요정 찻집의 정보로 다 알게 된 진우가 지원해 준 인물이다.
당연하게도 전성을 불러들인 대통령의 속셈을 뻔히 들여다보고 있던 진우는 정국진에게 정보를 주었다.
“흐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라고 잘못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전성을. 제 직원들을 건드리면 저도 이걸 풀 수밖에 없는데요.”
–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 아니겠나? 크하하핫!
스마트폰을 까딱이자 튀어나오는 ‘그놈 목소리’.
다시금 상황 파악이 된 강진태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그, 그건 설마…… 흐음, 자네가 이렇게 뒤를 캐고 다닐 줄은 몰랐는데?”
“저도 우리 대통령님이 이런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원하는 게 뭔가?”
“뭐, 딱히 별거 없습니다. 진우 군과 전성에게 이상한 짓 하지 말아 주시죠. 솔직히 말해서 저도 사람인지라 정치인들이 같잖은 이유로 브레이크를 걸 때마다 짜증 나거든요? 물론 뒤로 막 해 먹는, 분리수거도 되는 않는 기업인도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저와 제 딸 수아는 결코 그럴 일 없을 테니 제대로 날개를 펼칠 수 있게끔 터치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제 뜻. 아시겠지요?”
“큼큼. 그럼. 전성만큼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기업이 없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네. 나도 고맙다는 말 전하려고 불렀던 거야.”
“허허허,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그럼 앞으로도 서로 마주칠 일 없이 잘 지내 봅시다.”
“그, 그러도록 함세.”
분노조절장애가 분노조절잘해로 뒤바뀌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 * *
꺄꺄! 꺄꺄꺄꺄!
삐삐삐삐!
진우의 농장 내에서 귀여움을 논한다면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응애 팜오리와 놀이 삼매경에 빠진 천묵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진우의 농장에는 순전히 귀여운 녀석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 흙 맛있다! 야무지게 먹는다!
든든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지룡.
거대 숲 지그룸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본 어떠한 몬스터보다도 거대함을 뽐내는 녀석은 진우가 정복한 숲속의 흙을 거침없이 파먹는다.
“지난번보다 더 커진 것 같은데?”
– 흙은 최고다! 지룡, 먹는다. 거대하게 성장한다!
[용과 같은 힘으로 흙을 파내는 지렁이! 이건 더 이상 지렁이가 아닌 지룡이여!]※ 상품명 : 지룡(전설) – 구매 비용 7신용도
* 성장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지렁이입니다.
판매 당시의 설명처럼 무한하게 성장을 할 수 있다는 특성.
거대해진 만큼 먹는 양도 배가되었기에 흙이 부족해지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지룡은 어디까지나 지렁이라는 점이다.
* 일정 주기마다 농작물 및 약초 재배에 큰 도움이 되는 분변토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크기에 비례하여 더욱 많은 양을 빠른 시기에 얻을 수 있습니다.)
흙을 파먹음으로써 자연의 환경을 망가트리는 것이 아닌.
먹었던 흙을 분변토로서 배출하는 구조다.
오히려 자연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일등 공신으로서 진우가 정복한 숲을 다져 주는 과정을 반복 중인 지룡.
사실상 진우가 수확하는 작물의 등급에 좋은 영향을 준 것으로는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에 맞먹는 영향력을 암암리에 떨치고 있다.
“휘유, 녀석. 진짜 많이도 먹는구나. 어째 처음보다 더 잘 먹는 것 같은데?”
많이 먹는 것은 알았지만 두 눈으로 보니 확실히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거대해진 크기만큼이나 이전보다 더욱 늘어난 양.
또, 게걸스럽게 흙을 먹어 치우고 있는 지룡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 흙은 최고야!
– 야무지게 먹어야지!
분신술을 통해 둘이 되어 버린 지룡.
당연하게도 먹는 양이 2배가 되었으니 싸는 양도 자연스럽게 2배가 되는 상황.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한 지룡의 힘은 단순히 이것만이 아니다.
“분신이 이제는 말도 할 줄 아네.”
처음 지룡 분신술을 사용했을 때는 어떠한 의사소통도 하지 못하는 단순한 ‘분신1’ 정도였으나 이제는 실제와 별 다를 바 없는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지룡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뭐, 그래 봤자 지룡은 지룡일 뿐이나 스스로 사고하는 생명체와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그야 그렇지 않겠는가?
“이게 바로 새로운 힘이라 이거지?”
지룡의 크기가 20m를 넘어서면서 추가로 생겨난 힘.
10m시절 생겨난 ‘땅속의 적응’이라는 말도 안 되는 효과처럼 20m에 다다르자 생겨난 새로운 힘 또한 가히 엄청난 힘을 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