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화려한 데뷔, 보석 꿀벌과 어둠초
“흠흠, 유리 씨?”
“예? 왜 그러세요? 설탕파 님?”
“아빠는 입맛이 이상해!”
이제는 아예 케첩파에게 다구리를 맞는다.
큭.
다른 건 몰라도 유진 공주님의 차별은 뼈아픈데.
자고로 불리할 때는 이야기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는 법.
그런 의미에서 진우에게는 현재 쓸 만한 물건이 존재했기에 새로 화제를 꺼내기 어렵지 않았다.
“끄응……. 그만들 놀리시고. 혹시 신상품이 하나 더 생기면 구매할 용의가 있을까요?”
“네? 새로운 물품은 이미 판매하지 않으셨나요?”
“그게 이번에 운 좋게 한 종류의 상품을 더 구했거든요.”
“지, 진짜요?”
진우의 말에 입을 떡 벌리는 유리 자이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테일 로렌트.
미국의 대통령에게 새로운 상품인 보석 벌꿀주를 비롯하여 다양한 보석 벌꿀을 이용한 가공품들을 팔아 치웠는데 또 다시 신상품이라니?
그것도 1주일도 채 걸리지 않아서?
허나 놀람도 찰나에 불과할 뿐.
유리는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진우 씨라면 그럴 만하죠.”
‘김진우’라는 말 한마디로 납득이 되는 현재 상황.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이자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농부.
심지어 유리는 김장을 하면서 그의 말도 안 되는 수확 속도와 양을 이미 목격하지 않았던가?
“실례가 안 된다면 물품을 볼 수 있을까요?”
“네. 그거야 어렵지 않죠.”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수확된 물품이 어떠한 것이냐는 것일 터.
물론 진우의 물품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다.
“……어둠초? 이건 또 뭐죠?”
“말 그대로 어둠 속에서 자라나는 약초입니다. 십 년 묵은 것은 희귀 등급이고, 백 년은 유니크죠.”
현재 지구상에서는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종류의 약초.
여기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각성자가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특히나 어둠초의 옵션인 ‘혼돈의 선택’.
해당 효과로 인해서 원하는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모든 각성자에게 골고루 사랑받을 수 있는 도핑용 소모품.
무엇보다도 백 년을 묵은 어둠초의 경우에는 5번이나 먹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긴 해도 영구 능력치를 얻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경매장에 올리는 족족 불티나게 팔려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겠는가?
“수량은 얼마나 있으시죠?”
“십 년 묵은 어둠초는 다수 보유 중이지만 백 년짜리는 아무래도 기간이 길다 보니 양이 그리 많지는 않네요.”
“전부 구매하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전량 매진된 어둠초.
하긴, 이런 물품을 다른 각성자에게 넘긴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돈이 없으면 모를까.
재력이 받쳐 준다면 선점해 둬야 인지상정일 터.
유리는 어둠초의 설명을 확인하고 생긴 궁금증을 털어놓았다.
“어둠의 정령이라니. 이건 저도 처음 들어봐요. 진짜로 존재하는 정령인가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유리 자이스.
그녀가 속한 자이스 가문은 천조국인 미국에서도 막강한 파워를 지닌 정령사들을 배출해 내는 가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호기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세간에 알려진 4대 속성의 정령들 외에도 존재하는 비속성의 정령들.
그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직접 마주한 경우는 손에 꼽을 수밖에 없으니까.
“……혹시 직접 만나 보셨나요?”
헌터에게 있어서 능력에 대한 질문은 썩 좋은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전력을 노출하는 일인만큼 상당한 결례가 될 수도 있는 일.
그것을 알고 있는 유리지만 명색이 정령사 가문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 대답하기가 어려우시면 안 해 주셔도 괜찮아요. 저도 실례라는 건 알고 있거든요.”
물론 질문에 대답해 줄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설령 말해 주지 않는다고 해도 실망할 일은 없을 터.
허나 설탕파로 놀리던 모습에 내심 말해 주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안절부절못하는 유리를 본 진우는 피식 웃어 보인다.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수확한 거죠.”
“그렇군요. 대답 감사해요. 이건 저만 알고 있을게요.”
“괜찮아요. 어차피 알려질 텐데요 뭘.”
어차피 어둠초를 팔고자 마음먹었기에 알려질 수밖에 없는 어둠의 정령.
한마디로 숨겨 봤자 의미가 없다는 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저 존재만 알려지는 것일 뿐 진우가 소환 가능하다는 것까지는 알 수 없을 테니까.
그것도 무려 중, 상급을 넘어선 정령왕까지 소환할 수 있다는 건 아무리 대상이 유리라고 해도 알려 줄 수는 없지, 암.
아무튼 궁금했던 바를 해결한 유리 자이스였으나 그녀의 호기심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그런데 백 년 묵은 어둠초는 지금 거래한 양 외에는 못 파는 거 아닌가요?”
약초의 이름 그대로 ‘백 년’을 묵어서 키워 냈기에 대량 재배에 어려움이 있는 어둠초였다.
이번에는 자이스 가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가지게 된 호기심이었으나.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수확은 꾸준히 진행될 테니 걱정하지 마시죠.”
“아…….”
“설탕파를 무시한 것에 대한 소소한 복수입니다. 케첩파 님.”
“쳇, 치사해요!”
비밀이라는 말로 깔끔하게 퉁치는 진우였다.
* * *
뉴욕.
화려한 건축물과 그에 버금가는 인구가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의 최대 도시.
당연하게도 인구가 많은 만큼 각성자도 많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물론 뉴욕에 각성자가 많은 것엔 그저 최대 도시라는 이유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동 인구가 많다는 것은 곧 돈이 된다는 것이고, 상품이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관광이 되었든 물품 구매를 위해서든 몰려들기 때문에 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뉴욕의 경매장의 크기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 있는 경매장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파워를 자랑하기로 유명하다.
[금일 경매장에는 보석 벌꿀과 어둠초 등.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상품이 전세계에서 미국 최초로 등록될 예정입니다.] [또한 이 신상품들은 유일하게 아이템화된 작물을 재배해 낼 수 있는 농부, 김진우에게 직접 납품받은 물건입니다. 효과는 믿어 주셔도 됩니다.] [해당 상품들의 옵션은 공개할 수 없으나 이번에 입고된 상품들 대부분이 영구 능력치 상승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그러한 경매장에 떠오른 공지.
– 보석 벌꿀? 그건 또 뭐야?
– 듣는 것만으로도 달달해지는 기분인데?
– 어둠초는 처음 보는데. 어디 새로운 식생이 나오는 게이트라도 열렸나?
– 네 눈은 어떻게 된 거냐? 김진우가 수확한 거라잖냐.
– 사실상 효과는 안 봐도 끝내주겠군.
– 아, 영구 능력치는 못 참지!
거기에 더해서 새로운 신상품이 등록된다는 소식에 미국의 각성자들의 반응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전혀 본 적 없었던 종류의 식생.
심지어 그 생산처가 다른 사람도 아닌 김진우이지 않던가?
이미 핑크 인시리움과 각종 농작물로 세상에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농부다.
거기에다가 추가 공지로 덧붙여져 있는 ‘영구 능력치 상승 효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각성자로써 이 문구들을 보고 그냥 넘어간다면 헌터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을 터.
– 후우, 오늘 아끼고 아껴 두었던 저금통을 깨야겠군.
– 저금통 가지고 되겠어? 나는 미래의 아들을 위해 준비해 둔 적금을 깬다.
– 아, 구경은 공짜니까.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겪는 헌터라지만, 그렇기에 다들 더더욱 철저하게 마련해 둔 자금들을 가지고 있다.
몸 자체가 재산이나 다름없으니 투자를 하는 것에 망설일 이유가 있을까?
돈이 없는 이들은 구경으로서 대리 만족을 하며 언젠가 자신도 섭취할 수 있게 되는 희망을 품기 위해서 찾아가기도 한다.
“와 씨. 경쟁자 수 실화냐?”
“대체 몇 명이 온 거야? 에어컨 빵빵해도 답답해 죽겠네. 아우 더워.”
“이게 신상품의 위력인가?”
늘 만원으로 미어터지는 경매장이었으나 신상품의 출현에 더욱 더 가득 찬 사람들.
하나둘 튀어나오는 경매장의 인기 물품들.
개중에는 연금 협회가 내로라하는 최고의 가성비 포션인 흡혈 거머리의 피도 존재했으나 오늘만큼은 매진되지 않았다.
그야 그렇지 않겠는가?
‘저거 샀다가 금액 부족해져서 신상품 못 사면 낭패니까.’
구매를 위해 경매장에 참가한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마찬가지로 거머리 포션 외에도 늘 출품되는 물건들이 한가득이었으나, 헌터들의 시선은 오로지 하나에만 꽂혔다.
“그래서 신상품은 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
“아마 마지막에 풀지 않을까?”
“쯧. 하여튼 상술도 대단하다니까.”
많은 헌터들의 발걸음을 부르게 만든 신상품.
그리고 수많은 헌터들의 예상대로 경매의 진행이 슬슬 막바지에 도달하게 되자 아니나 다를까?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헌터들의 예상대로 서서히 밑밥을 깔기 시작하는 주최자.
화려한 언변의 소유자이기에 평상시에는 잠잠히 기다리는 각성자들이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이던가?
“아, 됐고 신상품이나 보여 줘요!”
“적금 깨고 왔다. 별 볼 일 없는 거면 진짜 가만 안 둔다!”
“난 소식 듣고 헬기 타고 왔다고!”
질질 끌기에는 한바탕 난리가 날 것 같은 분위기.
그 살벌함에 말빨 좋은 주최자도 헛기침을 큼큼하고는 깔끔하게 신상품을 내보였다.
“이것이 미국에서 최초로 납품받은 물품입니다! 미국에 가장 먼저 납품하는 걸 허락해 주신 김진우 님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보석 벌꿀주를 비롯한 비누와 밀랍으로 제작한 양초. 그리고 능력치를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약초, 어둠초입니다!”
“능력치를 선택할 수 있다고? 그런 게 존재한다는 게 말이 돼?”
“가능하니까 있는 것 아니겠어? 희귀 등급이면서 3시간 동안 10이나 증가한다니. 이거 어려웠던 던전도 공략할 수 있겠는데?”
“희귀 등급이면……. 이거 잘하면 나도 구매 할 수 있을지도?”
수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상품들의 모습.
영구 능력치의 상승폭이 큰 보석 벌꿀주나 양초 같은 경우는 감히 경쟁할 엄두도 못 냈지만, 희귀 등급의 어둠초 정도는 구경을 위해 찾아온 낮은 등급의 헌터들도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품질이다.
사용 조건도 없겠다, S와 A등급의 상위 랭커들과 F등급의 헌터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참가 의사를 표하는 경매.
지극히 당연하게도 해당 경매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활 타올랐고,
– 보다시피 이번 경매는 대호황이에요 진우 씨.
“네. 영상 제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경매장 측에 말씀 전해 주세요. 유리 씨도 감사하고요.”
중국 시장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에서도 엄청난 호황을 이끌며 팔려 나가는 신상품이라니.
그야말로 데뷔전으로는 최적화되어 있는.
이러한 영상만큼 자기 홍보에 적절한 것이 또 있을까?
“몰리. 영상 업로드 잘 부탁할게.”
– 맡겨만 주세요 고용주님! 최선을 다해서 어그로를 끌어 볼게요!
자본주의에 푹 물든 요정 찻집.
뉴튜브의 알고리즘을 타고 널리 퍼져 나가는 진우의 영상.
그 영상을 시청한 이들 중에는 우연히 뉴튜브를 들어간 청와대 소속 인물도 있었으니,
“으드득. 이 빌어먹을 매국노 같으니라고! 어찌 이렇게 애국심이 없을 수가 있나! 이런 물품이 있으면 미국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에 납품해야 정상이지 않은가!”
같잖은 헛소리와 함께 이를 갈아붙이는 대통령 강진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