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러시아의 위협
“이미 웨이브가 발동된 게이트를 환경 동화째로 닫아 버리는 힘. 이건 러시아에게 반드시 필요한 힘이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강대국으로 정평이 난 러시아.
그러한 러시아를 강하게 만들어 준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땅이다.
인구수로 세계 1위인 중국의 땅보다도 거의 2배에 가까운 면적.
그 결과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이트를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강력한 S등급부터 F등급까지.
한국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숫자의 게이트들.
허나 과유불급이라고 했던가?
폭넓게 공급된 게이트는 어느 순간부터 단점이자 재앙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도 넓은 땅인 러시아에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량 존재했고, 그중에서도 관측이 늦어진 몇몇 게이트는 이미 몬스터 웨이브를 시작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나마 러시아의 헌터들을 동원하여 몬스터들을 물리쳤다고는 해도 가장 큰 문제는 이미 게이트의 환경과 동화되어 버린 땅 그 자체.
저항력이 없는 일반인은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된 땅은 작물을 심든, 개발을 하든 무의미해졌다.
어차피 넓은 땅.
까짓거 쿨하게 포기해 버려도 되겠지만, 사람 욕심이라는 게 어디 쉽게 놓을 수 있는 법이던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자 수소문을 하던 끝에 블라트는 전해 들었다.
한국에 발생한 몬스터 웨이브가 환경 동화째로 소멸되었다는 소식을.
그리고 해당 게이트를 막아 낸 것이 바로 그 ‘김진우’ 헌터 라는 것을 말이다.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닌가? 그래 봤자 한낱 인간일 뿐인데. 그저 우연의 일치였을 수도 있다.”
“글쎄. 과연 그럴까? 설령 우연이라고 해도 자네가 자랑하던 힘으로도 지금까지 해내지 못한 일이었는데.”
“하아? 지금 나와 내 어머니를 모욕하려는 것인가?”
“아아, 절대 그러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너도 알겠지만 난 이미 김진우란 청년을 만나 본 입장이지 않나? 얕볼 이유가 없다는 거지. 일단은 드워프가 두 명이나 그에게 붙은 상황이잖나.”
“……그, 그건 드워프들이 특이한 거다. 놈들은 맥주 맛만 좋다면 누구에게나 들러붙는 족속들이니까.”
“여전히 사이는 안 좋은 모양이군.”
“땅딸보랑 사이가 좋은 엘프는 세상에 없다.”
깐깐하기 그지없는 엘프 알레시아의 행동.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눈앞에 있는 인물이 러시아의 대통령이라고는 해도 엘프에겐 그저 조금 큰 마을의 족장 정도의 위치일 뿐.
제아무리 그가 S등급의 힘을 지니고 있는 헌터 출신이라 해도 인간의 몇 배나 되는 수명과 태어날 때부터 정령과의 친화력을 지닌 엘프, 알레시아에게는 조금 강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찾아가는 김진우란 인간 또한 마찬가지.
다만 확실히 궁금한 점은 있었다.
‘그때 그 자리에 남아 있는 힘의 잔재는 분명…….’
수복 중이던 인간들의 건물 속에서 느껴진 힘.
그 속에는 자신들의 어머니인 세계수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인간들은 느끼지 못할 테지만 날 때부터 정령의 힘을 깨우친 엘프는 알 수 있다.
해당 전투에서 힘을 발휘했던 정령의 기운을.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안에서 발견한 정령의 힘은 무려 3가지나 되었다.
땅과 바람, 거기에다가 쉽게 볼 수 없는 혼돈 속성의 어둠까지.
‘분명히 그 사태를 막은 것은 2명이라고 했을 텐데 말이야.’
그렇다면 최소 1명이 2속성 이상을 다루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혼자서 3가지 속성을 다룬다는 소리이지 않은가?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진 알레시아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통상적으로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 엘프라 해도 최대 2속성.
상위종인 하이 엘프라 해도 3속성을 다루면 굉장한 것으로 취급받기 마련이다.
심지어 이것도 기본적으로 수백 년에 달하는 수련과 깨달음을 얻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
그러한 것을 채 100년도 겨우 살까 말까 한 인간 따위가 이룰 수 있을 턱이 있겠는가?
‘시건방진 인간 놈.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인지 낯짝을 한번 봐야겠구나.’
결국 고민 끝에 알레시아가 도달한 결론은 인간이 무언가 좋지 않은 수단을 사용했다는 생각뿐이다.
자연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라면 힘을 얻기 위해서 정령을 강제로 억압하는 사례도 있을 터.
“이제 곧 도착할 것 같습니다.”
“실로 아기자기한 공간이로군. 김진우 같은 큰 그릇의 인재가 살아가기에는 너무 작은 곳이야. 안 그런가 알레시아?”
“…….”
그러던 찰나, 때마침 도착한 시골 깡촌의 풍경.
미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농장과 비교 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자그마한 크기의 농장이다.
허나 자신만만한 블라트와 달리 알레시아는 식은땀을 뚝뚝 흘리기 바빴다.
– 이번에도 건물이 제법 마음에 드는구만! 어이, 물딩딩이. 더우니까 물 좀 뿌려 봐!
– 물? 오냐. 뿌려줄게!
– 어푸푸! 이 적당히를 모르는 녀석 같으니라고!
– 선배를 대하는 태도가 글러 먹은 너보단 낫거든?
– 하! 나도 곧 있으면 노에르가 될 거거든? 내 가슴팍에 쌓인 이 힘이 보이지 않는 거냐?
– 꺄르르륵! 노움과 운다이르는 언제나 사이가 좋네~ 나중에 사귀겠어?
알레시아의 눈 앞에 펼쳐진 정령들의 화기애애한 모습.
저것은 결코 인간에게 강제로 붙잡혀서 힘을 쥐어짜이는 정령들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인간을 진정 따르는 모습.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무,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4대 속성 정령들의 집합.
모습을 숨기고 있는 어둠까지 더한다면 무려 5가지의 속성에 해당되는 정령이 한곳에 모여 있다는 소리다.
어지간해서는 쉽게 뭉치지 않는 정령의 성격상 말도 안 되는 일.
그리고 그 원인을 찾는 것은 그리 먼 길이 아니었으니,
“아, 아아아! 대지모신 님이시여!”
“뭐, 뭐야. 너 뭐하냐, 알레시아?”
“닥치고 고개를 조아리세요, 블라트!”
“……?”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대지모신의 목소리.
세계수를 어머니로 모시는 엘프들은 곧 대지모신의 충실한 사제이기도 한 법.
가짜가 아닌 진짜배기 대지모신의 힘에 퉁명스러운 태도의 엘프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엘프? 그 녀석들은 어지간해서는 인간을 좋게 보지 않을 텐데?”
“그 정도로 심한가요?”
“진우, 네가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인간을 무시하는 건 우리들보다도 더 할 거야. 적어도 우리는 일단 친구로 인정한 대상에게는 친근하게 굴고 요청하는 건 들어주는 편이지만, 그놈들에게는 협동이라는 게 없어.”
“그만큼 폐쇄적인 종족이라는 뜻이지.”
엘프와 오랜 접점이 있었을 그룩과 만트의 대화.
“제가 봤던 엘프랑은 조금 이미지가 다른데요?”
“물론 예외도 있는 법이지.”
“엘프들도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많으니까.”
뭐, 진우로서도 엘프를 아예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세계수의 꼭대기에서도 그렇고, 당장에 진우에게 많은 도움을 준 브락시온의 부인인 티리에나 또한 엘프다.
그것도 무려 보통의 엘프가 아닌 무려 하이 엘프.
그런 의미에서 지금 오는 엘프는 어떻게 보면 그다지 까다로운 대상도 아니지만, 문제는 엘프 혼자만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트 나자르프.
테일 로렌트로도 빡빡한 와중에 이제는 러시아의 대통령까지 올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나저나 그 정보는 확실한 거냐?”
“네. 믿을만한 사람에게 받은 거니까요. 추가로 요정에게 확인도 끝났고요.”
“흐음, 요정들이라면 충분히 믿을 만한 정보지.”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무슨 일이 생긴다면 천둥 바위산의 명예를 걸고 지켜줌세.”
“크헐헐! 나도 마찬가지야! 자네보다 맥주를 잘 만드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것참 감사하네요.”
든든하기 그지없는 두 드워프의 지원.
그렇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예?”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지모신의 말.
그제야 진우는 알아차렸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지모신의 선지자이시여.”
“허어?”
“엘프가 먼저 예의를 차린다고?”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엘프.
평상시였더라면 진즉에 느꼈을 기척이었을 텐데,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이유? 그거야 간단한 것 아니겠나.
[어떠한가? 잘하지 않았느냐? 어서 칭찬해다오.]“자, 잘하셨어요.”
[후후후.]“아하하하…….”
모든 것이 전부 다 대지모신이 저지른 행동.
예컨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칭찬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낚아챈 대지모신의 자작극이었다.
* * *
블라트 나자르프가 진우를 찾아온 것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교섭 수단.
그 자신감이란 다름 아닌 엘프다.
김진우가 아무리 대단한 농부라고는 해도 결국에는 인간.
약초를 다루는 솜씨나 정보에 대해서는 엘프의 폭넓은 학식을 이길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약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게 게이트와 환경 동화를 닫는 방법을 받으려고 했던 것이 그의 계획이었으나,
“알레시아. 지금 대체 뭐라고 한 거지? 내 귀가 잘못된 건가?”
“나는 이제 여기에서 살 것이라고 말했다만?”
“끄응! 지금까지 키운 약초들은 다 버릴 셈인가?”
“상관없어요. 여기서 기르면 더욱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네, 네가 이럴 수는…….”
“미안하지만 애초에 너와 러시아와는 거래로만 이어진 인연일 뿐이야. 그렇지만 진우 님은 무려 대지모신 님의 선지자라고? 사제가 된 몸으로서 따를 이유로는 충분하지.”
시작부터 개같이 멸망.
아니, 그걸 떠나서 아예 말아먹은 계획.
이렇게 되어 버리면 약초에 대한 정보 제공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 정보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엘프가 넘어가 버리면 사실상 거래가 성립이 되지 않게 되는 셈.
“이보게. 설마 저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승낙하려는 건 아니겠지?”
“음,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요? 드워프 분들도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엘프 분께서도 정착하시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워프랑 엘프는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그거야 작업 장소를 떨어트리는 방법도 있고, 원래 사이라는 게 자주 만나다 보면 달라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
그야말로 정곡.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대는 이미 두 명의 드워프.
비대칭 전력인 드워프의 매력을 알고 있는 인물이지 않던가?
엘프가 추가된다면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게 전혀 없을 터.
애시당초에 엘프를 강제로 묶고 있던 것이 아닌 블라트로서는 알레시아의 이주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힘을 사용한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엘프는 더 이상 러시아를 위해서 협조를 해 주지 않을 터.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블라트는 교섭 수단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엘프의 정보가 아닌 엘프 그 자체인 것으로.
애초에 빼앗길 것이라면 얻을 것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허나…….
“죄송하지만 그건 안될 것 같은데요? 알레시아가 제 농장으로 오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유 의지이니 러시아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하, 하하하.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네. 물론이죠.”
각국의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당당하게 경매를 주최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감히 자신을.
러시아를 상대로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자네, 감당할 수 있겠나?”
“못 할 것은 없죠.”
순간적으로 둘 사이에 무거워지는 공기.
그러나 이 정도는 진우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안 된다.
‘너무 예상했던 대로라서 단순할 지경인데?’
블라트 나자르프.
요정 찻집에서 받았던 정보대로 확실히 나라에 대한 애국심 하나만큼은 진심인 듯싶다.
다만 문제라면 애국심이 너무 없어도 그렇지만, 지나치게 넘쳐도 좋지 않다는 것.
유럽 중에서도 러시아는 제 나라에 이득만 된다면 타국에 간섭을 하거나 힘을 쓸 정도로 굉장히 호전적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전쟁도 불사한 경우도 있었으며, 그로 인해서 여러 국가에 피해를 끼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존재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