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천외천
간만에 마주하는 세계수의 숲.
“키힛힛! 칼날 파괴신이라니. 정말이지 신참이 터무니없는 짓을 저질러 주는구만?”
“그것뿐이겠어요? 정령왕 4개체와의 계약이라니. 거참. 저도 미네르바 님과 계약을 한 게 고작인데. 참 괘씸하다니까요.”
“그나저나 신참. 결혼은 누구랑 할 생각이냐?”
“만나는 사람은 제법 되는 것 같던데요?”
“…….”
차원과 종족이 다르다 해도 문화는 비슷한 법이라고 했던가?
우리나라의 명절 덕담이 생각나게 하는 선배들의 말씀.
솔직히 실례이기도 하고 기분 나쁠 법도 하지만 진우는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행동에는 그 어떠한 악의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진우에게는 애시당초 명절 자체가 그다지 특별한 날도 아니었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아버지도 없는 마당에 어딜 찾아가겠는가?
“저어, 그거 칭찬인 거 맞죠?”
“그럼 칭찬이지. 우리 마나님과 숱한 세월을 살아온 내가 증명 할 수 있다.”
“거참. 기껏 신참 데려와 놓고 잔소리는. 이제 좀 컸다고 텃세 부리는 거냐? 조류 성애자 놈아. 과거 나 때가 생각나는구만.”
“흠흠. 내가 언제 텃세 부렸다고! 날 그런 놈들이랑 비교하지 말라고!”
“하긴. 정떨어지는 그것들에 비하면 넌 양반이긴 해.”
최근 들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본래 세계수의 숲이 고향이었던 브락시온과 티리에나와는 달리 황금 고블린인 체르는 다른 차원의 출신이라고 했다.
지구를 통해서 세계수의 숲으로 오는 진우와 마찬가지로 그저 드루이드가 되었기에 오고 갈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것뿐.
그렇기 때문에 체르도 신참 드루이드 시절에는 이래저래 장난 아니게 텃세를 당했다고 한다.
‘이상한 일도 아니지.’
당장에 지구만 하더라도 피부색, 인종.
사소하게는 지역 출신만으로도 차별과 텃세가 적지 않은데 이곳이라고 없겠는가?
새삼 체르가 자신을 잘 대해 준 이유 중 하나를 알게 된 진우였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과거 자신이 겪었던 일을 겪지 않게끔 배려해 준 것이 아닐까?
뭐, 겸사겸사 상인으로서의 이득도 챙기고.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진우로서도 자선 사업가보다는 상부상조.
서로 윈윈하는 협력 관계가 더 신뢰를 할 수 있는 방향이기도 했고.
어찌 되었든 실로 오랜만에 들어 보는 자신을 위한 잔소리.
거기서 느껴지는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쯤은 굳이 속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정도로 성장한 진우다.
“크흠, 이거야 원. 이제 더 이상 신참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군.”
“드루이드로서의 일원이 된 걸 축하해.”
“키힛힛! 앞으로도 좋은 상품 있으면 알지? 나한테 바로 연락 넣어야 된다?”
“거, 거. 누가 장사치 아니랄까 봐. 쯧쯧. 이럴 때는 그냥 준비해 준 것부터 꺼내 주는 게 예의라고.”
“캬학! 말 안 해도 준비했거든?”
“어머, 나도 빠지면 섭섭하지! 진우야. 드루이드로서 성인이 된 걸 축하한다.”
추가로 덧붙여 이 세 선배님들은 그저 아무것도 주는 것 없이 잔소리만 쏟아붓는 부류가 아니다.
셋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이유가 있는 만큼 하나씩 손에 쥐고 있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등급의 아이템들.
우리나라 명절로 치면 세뱃돈 같은 느낌이려나?
물론 그 가치는 ‘세뱃돈’으로 취급하기에는 격 자체가 다르다.
[기가스 흐렘의 유정란(신화)]* 분류 : 소모품, 재료, 가축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온전히 섭취할 시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30만큼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영양이 가득 담겨 있는 기가스 흐렘의 알입니다. 모성애가 유독 남다른 기가스 흐렘은 살면서 평생 3개의 알만을 낳습니다.
[황금 상단 코인(신화)]* 분류 : 유물
* 사용 조건 : 황금 상단 VIP
* 효과 : 황금 상단의 일부를 호출합니다.
※ 황금 고블린 백부장(7) : 최대 7개체의 황금 고블린 백부장을 소환합니다. 소환된 백부장들은 VIP의 말만을 듣습니다. 단, 소환 시간과 일하는 노동 강도에 따른 비용이 청구됩니다.
※ 거래 : 황금 상단의 거래 물품에 한해 30%의 할인율을 적용받습니다.
– 황금 상단의 거상인 체르가 자신의 힘을 형상화한 유물입니다. VIP로 인정된 자만이 사용할 수 있으며, 황금 상단에 소속된 모든 종족이 당신을 우러러봅니다.
[티리에나의 손톱 장식(신화)]* 분류 : 반지
* 사용 조건 : 민첩 200 이상
* 민첩+50
※ 달빛을 머금은 흑표범의 강신 : 3분 동안 모든 오감이 활성화되며, 이동속도와 마나의 회복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달빛을 받을 때 해당 효과는 2배가 됩니다. (쿨타임 6시간)
– 달빛의 축복을 받은 하이 엘프 티리에나가 자신의 정기를 담은 손톱을 뽑아 만든 장식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흑표범의 힘을 몸에 깃들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이걸 정말 그냥 주신다고요?”
“왜? 마음에 안 들어?”
“아, 아뇨. 그게 아니라 너무 마음에 드는데. 이런 걸 그냥 받아도 될지…….”
“체르! 네가 다 돈 받아서 그런 거 아니야!”
“케흠! 나는 시장 원리에 따라서 받았을 뿐이야. 왜 나한테 난리래.”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다 못해 빠질 정도의 아이템들.
이것들만으로도 지금 당장 진우의 힘은 상당히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전투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손톱 장식에다가 전투와 상업에 효율적인 코인.
그리고 아직은 유정란 상태지만 설명으로 보건데 훗날 크나큰 힘이 되어 줄 기가스 흐렘의 유정란까지.
희귀 등급의 팜오리들도 진우에게 셀 수 없는 힘을 보태 주었다.
그런데 신화 등급이라면?
과연 조류 성애자.
일반적인 상점의 조류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브락시온이 다루는 조류들의 가치는 가히 가늠할 수도 없을 터.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걸 받을 수는…….”
“어허, 주면 그냥 받아!”
“나를 줬다뺐는. 뭐, 그런 쫌생이로 만들려는 건 아니겠지?”
“그, 그건 아니죠.”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다지만 무려 신화 등급이다.
진우의 삶이 아무리 나아졌다지만 이 정도 되는 물품이면 족히 신용도 상점에서도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야 할 터.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이 이러한 물건들을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준비해 준 것은 아니다.
“우리도 공짜로 주는 거 아니다. 말했잖아. 성인식 선물이라고.”
“그리고 성인식을 치른 드루이드는 어딜 가든 1인분을 할 수 있다는 증표이기도 하지.”
“쉽게 말해서 뇌물이라 이거지. 침 바르기용 뇌물.”
“크흠, 원래라면 ■■■ 탓에 제대로 된 값을 치르지 않고 간섭하는 것이 힘들겠지만 이제는 신참도 더 이상 신참이 아니니까.”
“그럼. 이제는 어엿한 성인 드루이드지!”
“나중에 다른 놈들이 관심 줘도 홀라당 넘어가면 안 된다?”
“이봐, 가장 먼저 케어해 준 건 나라는 걸 잊으면 곤란하다고?”
“가장 먼저가 중요한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지가 중요하지.”
“내 등의 이 손톱자국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나 볼까?”
“어머머, 그 상처가 왜 아직도 안 나았을까~?”
“그만큼 깊게 파고들었다는 거지.”
[달성한 신용도가 400을 넘어섰기에 성인으로서의 자격이 충족되었습니다.]러시아의 정화 작업을 하면서 꾸준히 상승시켰던 레벨과 사냥의 업적들.
그러면서 쌓인 신용도가 어느덧 400을 넘어선 덕분일까?
드루이드로서의 성인식.
그 조건이 400 신용도라는 것을 보면 역시 하나같이 무시할 수는 없는 힘의 종족들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잔나비 우두머리인 시드라던가, 눈앞의 브락시온이나 체르라던가.
제아무리 진우가 4대 속성의 정령왕과 계약을 하고 힘을 키웠어도 진심을 다해서 맞붙는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굳이 붙어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세월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다는 건가?’
이해가 되는 것이 눈앞의 드루이드들은 기본이 천 년을 넘게 살아온 이들.
이제 겨우 20여 년을 살아온 진우는 햇병아리일 수밖에 없을 거다.
뭐, 그렇다고 해서 주눅이 들지는 않는다.
천외천.
하늘 위에 하늘이 있고, 앞에 넘어야 할 산이 있는 것만큼 좋은 성장 동력이 또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진우보다 강한 실력자들은 눈앞의 셋뿐만이 아니다.
【비로스 : 뭐야, 저 신참이 벌써 이곳까지 왔다고?】
【진 : 나이로 보건데 인간인 듯싶은데. 유능한 모양이군.】
【브락시온 : 다들 신경 꺼라.】
【카터르 : 이미 침 발라 놨다 이거냐? 그래도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거 아니지.】
차원에 대한 간섭.
그게 무슨 뜻인지 언어만 풀어서 보면 애매했는데 이제 보니 알 것도 같다.
타 차원의 필멸자.
즉, 체르나 진우의 경우처럼 세계수의 숲이 아닌 차원에 속해 있는 드루이드들에 대한 소통 권한.
요정 찻집이라는 공간이 있기는 해도 그곳은 어디까지나 공략집을 구매하거나 하는 등이 주가 되는 것과 달리 이곳 필멸자 네트워크의 ‘주’가 되는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소통이다.
【카터르 : 이봐, 너. 싸움 좀 할 줄 아냐? 어때? 이곳으로 와서 용병으로 뛰어 볼 생각은?】
* 처리한 침입자에 따라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언제든 원할 시 본래의 차원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단, 나가기 위해선 10포인트가 차감됩니다.
※ 포인트를 통해 매드 핀의 고유 식생 및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
그것도 단순한 소통이 아니다.
단순히 게이트를 오고 다니는 것이 아닌.
차원 단위를 오갈 수 있게 된 권한.
심지어 그곳에서 의뢰.
퀘스트도 받고 그곳의 화폐로 고유의 식생이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니?
핑크 인시리움만 하더라도 지구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부류의 약초다.
작물을 재배하는 농부로서 이걸 어떻게 참을 수 있겠는가?
하나,
“훠이훠이. 어딜 그런 미친 전장에 이제 갓 성인식을 치른 녀석을 데려가려고.”
【카터르 : 쳇, 아무튼 관심 있으면 연락해라. 언제든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여튼 카터르. 아무리 인재가 없다지만 양심도 뒤져 버린 건가.”
“그런 건 됐고. 진우야.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아, 그렇죠.”
그것은 어디까지나 추후에 생각해 볼 일.
지금 중요한 것은 지구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세계수를 찾는 것이지 않던가?
그리고 눈앞의 세 선배는 그 팁을 알려 줄 중요한 인물들.
“자, 그러면…….”
하지만 목을 푼 체르가 채 팁을 알려 주려던 찰나였다.
지직- 지지직-
■■■…….
귓가를 파고드는 이명.
아무리 겪어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노이즈에 진우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선배들의 표정도 덩달아 찡그려진다.
아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초월자가 입장합니다.]【카터르 : 아, 이따 보자고.】
【진 : 크흠흠.】
진우가 간섭 할 수 있는 권한이 넓어졌다는 것은 반대로 상대측.
즉, 진우에게 적의가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대상 또한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
그리고 진우에게 명백한 적의를 지닌 초월자라면 하나밖에 없다.
【니드호그 : 드디어 찾았구나, 이 도둑놈.】
하늘 어딘가에서 노려보는 듯한 싸늘한 시선.
예전에 겪었던 섬뜩한 느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실제로 심장을 옥죄는 듯한 격한 고통이 진우에게로 파고든다.
“아, 진짜…….”
“이놈의 도마뱀 새끼가!”
“끄으응…… 지, 진우야. 이쪽으로 오렴.”
– 계약자여, 저 밖으로 나가지 마라.
세 선배와 4대 속성의 정령왕들이 튀어나와 막아섰으나 상대는 초월자다.
아무리 세 선배가 강하다 해도 결국에는 진우와 같은 필멸자.
그리고 정령왕들 또한 진우의 미약한 힘으로 인해 100%의 힘을 다 끌어낼 수 없는 상태.
하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야 그렇지 않겠는가?
[초월자(주신)가 입장합니다.]【대지모신 : 꺼지렴, 도마뱀아. 생매장당해서 뒈지기 싫으면.】
【니드호그 :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초월자에는 초월자로 맞서면 그만인 법.
아이템에도 등급이 존재하듯.
초월자 중에서도 ‘주신’으로 분류되는 대지모신의 으름장에 니드호그는 등장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