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라타 일족의 비기
유석의 파편을 재료로서 만들어진 목걸이, 유석의 별.
그 자체 효과만 놓고 봐도 사기적이지만 다소 애매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유석의 별(측정 불가)]※ 유석의 행운 : 모든 일에 행운이 따라옵니다.
“행운이라…….”
톡 까놓고 말해서 진우는 운과는 거리가 먼 편에 속했다.
어린 시절에 제대로 놀지 못하고, 농사에 치여 살았던 것?
그건 지금에 와서는 진우에게 지식이요, 힘이 되었으니 논외다.
진우가 운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관련된 혈육이다.
어렸을 적 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는 이제 기억조차 흐릿하고, 병마로 끝내 고통스럽게 숨을 거두신 아버지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뭐, 시간이 약이라고.
그때 당시에는 우울증도 앓았지만, 지금 와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미 행운은 충분히 누리고 있으니까.”
과거의 줄타기 수준의 위태로운 삶을 이어 나가던 짐꾼 시절이면 또 모를까.
지금의 진우는 이제 어디 가도 꿀리지 않는 실력자가 된 지 오래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드루이드로서 각성이라는 행운이 찾아왔을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허나 그렇다고 해서 ‘측정 불가’ 등급이 가져다주는 ‘운’을 무시할 수도 없다.
일단 뭣하긴 해도 불운을 받는 것보다는 행운이 백배 천배 나을 터.
그리고 머지않아 유석의 별이 가져다주는 행운이 어떠한 것인지 진우도 금방 알 수 있게 되었다.
쑤욱-!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기자 쑥 하는 느낌과 함께 뽑혀 나오는 다발.
하지만 그 크기와 길이가 실로 예사롭지 않다.
“……대체 어디가 끝인 거야?”
무한의 뫼비우스마냥 계속해서 이어져 나오는 줄기의 향연.
투욱-
기나긴 여정 끝에 마침내 줄기의 끝을 보여 주며 끌어 올려진 고구마 덩굴.
그와 함께 진우의 귓가에 알림음이 들렸다.
[총 77개의 유기농 고구마(희귀) 수확에 성공했습니다.]77개의 고구마.
뭐, 기본 백, 천 단위의 작물을 수확하는 농부로서 77개는 그다지 큰 수치도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수확이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단 한 개의 씨앗에서 파생되었다는 것.
“이게 바로 행운?”
누군가가 그러했던가?
행운만큼 완벽한 가치가 없다고.
상인이든, 헌터든, 농부든간에 최고일 수밖에 없는 행운.
찾아온 것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행운의 77개 수확’] [신용도가 7 상승합니다.]소소하게 달성되는 업적까지.
그러나 기쁜 것과는 별개로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흐음, 아무리 봐도 이건 너무 크게 성장한 것 같은데?”
뭐든지 큰 게 좋다고들 하지만 그게 작물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고구마 같은 경우에도 적정선의 크기로 규격에 딱 맞춰야 당도가 알맞게 쌓이기 마련인 법.
헌데 유석의 행운에 의해 진우와 팜오리들이 예상해 둔 크기를 가뿐하게 넘어가 버렸다.
물론 크기가 아무리 커졌다 해도 속에 품고 있는 당도.
맛만 좋으면 그만일 터.
“확인.”
[유기농 고구마(희귀)]*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150분 동안 체력+3, 마력+3
– 특별한 힘과 행운의 조화로 수확된 유기농 고구마입니다. 늘 고생하는 오리들의 기운도 남아 있습니다. 달달한 맛. 그냥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구워 먹거나 쪄 먹어도 굉장히 달콤합니다.
※ 유기농 고구마 반 조각만 섭취하더라도 효과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진우가 수확한 작물들은 전부 다 ‘아이템화’가 적용된 귀하신 몸들이다.
그렇게 확인해 본 효과는 ‘희귀’ 등급의 소모품 중에서도 꽤나 상등품에 속했다.
다만 설명만 보고 넘길 정도로 진우도 아마추어는 아니다.
사각- 사각-
묻어 있는 흙들을 털어 내고 그대로 껍질째 한 입 크게 고구마를 씹어 삼킨 진우.
굽지도, 찌지도 않은 날 것 그대로이기에 흙이 좀 씹히긴 해도 한층 더 강화된 당도 덕분일까?
흙 맛은커녕 달달한 맛이 중독성 하나는 최강이다.
“이거, 대박이겠는데?”
감자와 마찬가지로 남녀노소 호불호 없기로 소문난 것이 바로 고구마다.
특히나 고구마는 카페에도 꽤나 어울리는 식품.
고구마 라떼도 있고, 케이크로 가공해서 판매하는 방법도 있지 않던가?
“그나저나 절반만 먹어도 된다는 건 처음이지 않던가?”
지금까지 대부분의 작물들이 무조건 1개를 전부 먹거나 일정량을 먹어 치워야 하는 것과는 별개로 반만 뚝 잘라서 먹더라도 적용받을 수 있는 효과라니.
달리 말하자면 1개의 소모품을 2번 사용할 수 있다는 뜻도 되었다.
이것만으로 가지고 올 사회의 파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가뜩이나 연금 협회의 물건들에 비해서 저렴하게 파는 데다가 맛까지 좋은 마당에 가성비까지 더 챙긴다?
이걸 참으면 사람이 아니지, 암.
하물며 유석의 행운이 가지고 온 변화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 인간이여. 나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음?”
진우의 농장 한 켠.
조금 큰 아름드리나무로 위장 중인 세계수, 위그.
그러나 위장을 해도 명색이 세계수는 세계수라고 할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분위기부터 넘쳐흐르는 에너지까지. 일반적인 작물들과는 궤를 달리할 지경.
덧붙여 그 에너지.
넘쳐 나는 힘은 처음에 마주했을 때보다 거의 배 이상으로 커진 상태.
그 이유라고 한다면 뻔하지 않겠는가?
“수확할 시기가 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진우가 세계수를 굳이 농장에 왜 데려왔겠는가?
세계수의 부산물.
열매는 물론이요,
잎과 가지 그리고 정수까지.
세계수에게서 나오는 것은 전부 돈이 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도 이 정도로 결실을 맺은 적은 처음이라서 그렇지. 이 정도면 정령계나 숲에 있는 나의 분신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이지 않나?
“이게 그 정도라 이거죠?”
또한 유석의 행운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고구마와 같은 작물과 마찬가지로 세계수의 부산물들도 꽤나 왕성한 성장력을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 ……탐욕스러운 인간 같으니라고.
“아하하. 그래도 유진이한테 가장 먼저 먹일 테니까 걱정 마세요.”
– 되었다.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흠흠, 그래도 태초의 아이에게 가장 먼저 먹여 주는 것은 잊지 말도록.
“그거라면 맡겨만 주시죠.”
위그에게는 약속을 했다고는 해도 지구의 세계수인 탓인지 인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진 않았지만, 태초의 아이.
유진이 치트키를 쓴다면 얘기는 달라지기 마련.
거기에다가 엎친 데 덮친 격.
아니, 금상첨화라고 해야 할까?
진우에게 찾아온 행운은 단순히 고구마와 같은 작물부터 세계수의 부산물 등.
모든 부분의 강화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으니,
“끼이익! 드, 드디어!”
토끼마냥 폴짝폴짝 뛰며 좋아라 하는 토치의 발돋움.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농부(토치)의 특성, ‘거대 작물’이 활성화됩니다.]일정 확률이라고 쓰고, 지독하게도 낮은 확률이라고 읽는 거대 작물의 발동.
허나 기나긴 인내의 시간 끝에 마침내 적용된 특성의 힘이었다.
모름지기 첫발을 내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가?
[특별한 축복이 함께합니다. 거대 작물에 돌연변이가 발생했습니다!]첫 번째 행운.
정확히는 유석의 행운이 따라 준 것인지는 몰라도 첫 발동과 함께 적용되는 더 낮은 확률의 돌연변이 효과.
거기에 더해서 라타 일족은 진우를 놀래키기 충분했으니,
“어? 잠깐만. 너 이것도 관리하고 있었어?”
“끼익! 걱정할 필요 없다. 라타 일족은 기본적으로 독에 대한 면역력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배고플 때는 독버섯도 먹고 그랬다.”
“……그래?”
체르에게는 듣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
게다가,
촤르르르륵-!
진우의 눈 앞에 펼쳐진 거대 작물에 대한 정보.
그리고 이 농장에 ‘독’ 품고 있는 작물이라고 하면 뮤린의 버섯들을 제외하면 단 하나뿐이다.
[거대한 핑크 인시리움 – 돌연변이(신화)]* 분류 : 거대 작물
* 내구성 100%
– 돌연변이로 인해 거대화한 핑크 인시리움입니다. 내구성을 0%로 만들어서 파괴해야만 온전히 수확할 수 있게 됩니다.
※ 주의! 무척이나 단단합니다. 부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내구성은 더욱 강해집니다.
※ 힌트! 일부 공격은 몇 배에 달하는 내구력을 깎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많고 많은 작물 중에서 어떻게 보면 진우의 농장에 있어서 가장 상징적인 물품으로 취급되는 핑크 인시리움.
무릇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는 무슨.
– 복이 넘쳐흐르는구만.
– 믿고 있었다고 계약자여.
– ㄴㅇㅁㅇㄱ
정령들의 말처럼 이건 완전히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지경이다.
* * *
특성, 거대 작물.
허나 극악의 발동 확률도 그렇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채 1분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럼 한 방 간다.”
쿠르르릉-!
혈석의 길드장도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뻗게 만들었던 천둥이 깃든 펀치.
그래도 명색이 그룩 토르산이 애써 제작해 준 신화 등급의 무기였으나,
파드드득-
* 내구성 99.7%
“……실화냐.”
온 힘을 실어서 내려친 공격이 고작 0.3만을 깎는 수준이라니.
농부에게도.
아니, 남자의 자존심이 있지.
이걸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어디 이것까지 버틸 수 있나 보자고.”
번개가 답이 아니라면 다른 속성을 동반하면 그만일 뿐.
실로 다행스럽게도 진우에게는 아주 많은 속성이 있지 않던가?
화르르륵-!
촤하아아악!
쿠구구궁-
샤아아악!
급상승한 마력까지 활용한 4대 속성 정령왕들의 총공세.
이쯤 되면 약점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잠시.
* 내구성 95.5%
“…….”
아주 조금 생채기만 나는 선에서 그쳤다.
저 정도 되는 튼튼함이면 아예 방패로 제작해서 레이드에 참가해도 될 지경이다.
정령왕들의 총공세 속에서도 버텨냈다는 것만으로도 자격은 이미 입증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 저런 건방진 작물 따위가!
– 갈기갈기 찢어 버려야겠어!
– 바위도 거들어 주겠다.
자신들의 힘이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 충격이었던 것일까?
성난 욕지거리와 함께 본신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는 정령왕들.
앞서 언급했듯.
러시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상승한 마력 덕분에 지쳐 쓰러질 일은 없겠으나 정신적인 부분으로는 타격이 크다.
“저어, 아무리 그래도 저랑 팜오리가 애써 키운 작물인데 욕은 좀…….”
– 흠흠, 그것참 미안하군. 계약자여.
– 어머, 내가 뭐라고 했던가?
진우와 함께하면서 인간 사회에 물든 것인지 태세 전환도 기가 막힌 정령왕들이었다.
뭐, 그래도 지금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긴 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제한 시간 같은 게 없다는 거려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분석만 하고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토치. 너한테 따로 방법은 없는 거야? 일단은 네 특성이잖아?”
“끽. 안 그래도 한 번 긁어 보려고 했다.”
“그럼 해 봐. 내 쪽의 공격은 멈추고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맡겨 봐라!”
와아아앙-!!!
그래도 라타토스크를 뿌리로 두고 있는 일족이다.
리치의 두개골을 감자칩마냥 부셔 먹을 정도로 튼튼한 이빨을 지닌 설치류답게 작은 몸으로도 크게 한 입 벌려서 거대 작물을 베어 문다.
그리고,
콰드드득-!
뭔가 크리티컬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쩍 하고 금이 간 거대 핑크 인시리움.
* 내구성 73.5%
지금까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내구성이 깎여 나갔다.
“역시…….”
‘일부 공격’의 비밀.
그것은 굳이 먼 곳까지 가서 찾아볼 필요도 없이 강력한 일격 같은 게 아닌.
특성을 보유하고 있는 자의 힘이자 라타 일족의 비기.
‘앞니 공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