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여왕 얀드라고라
거대 작물을 부수는데 특화되어 있는 라타 일족의 앞니.
그리고 먹을 것에 관해서 만큼은 황금 고블린과 맞먹는 탐욕스러움까지 더해진 토치.
진우는 녀석의 힘을 돋우기 위해 응원을 쉬지 않았다.
“수확하는 것에 성공하면 갓 수확한 곡식을 이만큼 줄게.”
“끽! 약속한 거다!”
* 내구성 16%
이른바 먹거리 응원.
뇌물의 힘은 굉장한지라 거대 작물의 내구도는 순식간에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쿠구구구-
[거대 작물을 성공적으로 파괴했습니다. 파괴된 곳에서 작물이 쏟아집니다.]우르르 무너져 내리며 알림음의 내용대로 쏟아져 내리는 핑크 인시리움들의 향연.
“오오!”
하나하나가 기본 천 억 단위인 약초인 농장의 보배급 녀석들이다.
심지어 최근 큰 지출이 있던 탓에 당장 돈이 들어오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는 진우.
그러니 이런 알림음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총 168개의 거대했던 핑크 인시리움(전설) 수확에 성공했습니다.]거대 작물을 수확한 것은 진우가 아닌 토치.
명백히 다른 종족이자 타인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이 창조한 작물의 정령과 계약으로 이루어진 영향일까?
진우에게도 떠오른 알림음과 꽤나 짭짤한 경험치.
하긴, 그냥 작물도 아니고 무려 전설 등급의 작물이다.
진우의 특성인 ‘작물이 그대를 돌보리라’가 있어도 유일하게 대량 재배가 안 되는 영구 능력치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는 약초, 핑크 인시리움이었으니 오죽할까?
어지간한 A급 게이트에서 몇 시간은 고생해야 벌어들일 경험치의 양.
예전과 달리 레벨이 상승한 진우로서는 레벨 업도 되지 않았으나, 토치의 입장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 5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능력치 포인트를…….]원래 레벨이 낮았던 탓인지 쭉쭉 올라가는 레벨.
거기에 덧붙여,
[토치가 새로운 특성, ‘이삭줍기’를 획득합니다.] [특성]* 이삭줍기 : 수확된 작물에게서 씨앗을 추가로 획득합니다.
※ 보통의 씨앗보다 좀 더 양질의 이삭을 얻게 됩니다.
레벨의 상승에 따라서 라타 일족인 토치에게 추가된 특성인 ‘이삭줍기’.
특성의 명칭 그대로 이삭줍기의 효과는 씨앗의 추가 획득이다.
뭐, 가뜩이나 ‘숲의 주인’과 정화자의 특성으로 확보해 둔 게이트 덕분에 땅의 여유는 넘쳐흐르는 진우.
그런 와중에 씨앗의 추가적인 확보라니.
그것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작물들과는 달리 핑크 인시리움과 같은 귀중한 약초의 씨앗을 추가로 획득한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다만 지금은 그러한 소식보다도 농장에 한가득 널브러져 있는 핑크 인시리움들을 담는 것이 우선이다.
“하하하, 이게 다 얼마냐?”
본래대로라면 없어서 못 사는 핑크 인시리움이다.
진우가 고의로 숫자를 조절한 것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아득히 뛰어넘는 탓에 지금도 프리미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서 경매로 출품되는 귀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구 능력치 상승이 붙은 소모품은 헌터라면 누구나 꿈꿀 수밖에 없는 영약이니까.
이제는 세트가 아닌 기본 1뿌리당 1,000억에 사겠다는 사람도 널리고 널린 상태.
헌데 그러한 물건이 무려 168개.
단순히 1천 억 원으로만 계산해도 16조 8천억 원이다.
전성에게 선금으로 받았던 10조는 진즉에 넘어서는 금액.
이미 이것은 일개 개인.
그것도 농부가 벌어들일 수 있을 만한 수익의 경계선을 아득히 넘어 버린지 오래였으나, 더욱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으니.
[거대했던 핑크 인시리움(전설)]*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8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7. 온전히 섭취할 시 모든 능력치가 2씩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잠시나마 거대해진 영향으로 풍부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는 핑크 인시리움입니다. 섭취한 대상에게 막대한 힘을 부여해 줍니다. 기존의 핑크 인시리움의 부산물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것으로 취급됩니다.
‘거대했던’이 붙은 이름 그대로 아예 핑크 인시리움과는 별개의 것으로 취급된다는 점.
예컨대, 이미 원조 격의 핑크 인시리움을 섭취했더라도 이 효과는 개별로 적용받을 수 있다는 말씀!
그 말인즉슨,
“일단 나부터.”
“끼익! 내, 내 건!”
“걱정 마. 여기 있으니까.”
냠-
자고로 갓 수확한 신선도 최대치의 작물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특권은 농부 외에 극소수에게나 허락된 축복이었다.
* * *
노력에 살고, 인내에 죽는 것이 농부라면 신뢰로 먹고사는 것이 상인인 법.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이스 가문처럼 은혜는 10배, 원한은 100배로 갚아 준다는 소리는 아니다.
미쳤냐? 10배로 갚게.
체르 선배 님이 보셨다면 경을 치고도 남을 일.
정상인이라면 은혜는 2배로, 원한은 1,000배로가 맞는 말이지, 암.
아무튼 간에 진우는 자신을 믿고 10조라는 거금을 선뜻 융통해서 선금으로 건네준 전성에 대한 신뢰에 이리저리 각을 재지 않고 바로 갚아 주기로 했다.
– 그, 그게 정말로 사실인가?
“물론이죠. 제가 거짓말하는 거 봤습니까?”
– 아닐세. 자네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지.
100개를 거뜬히 넘어가는 물량의 핑크 인시리움.
기존에 겨우 1, 20개 정도 수확되던 때와 비교하면 가히 규모 자체가 달라진 숫자.
다만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 그나저나 괜찮겠나? 지금 이 시기에 그 물량을 한 번에 풀어도?
“음, 확실히 좋은 소리가 나오진 않겠죠.”
아무리 풍작을 이루었다 한들 갑자기 10배가 넘어가는 물량이 시장에 풀려 버린다?
당연히 가격에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본래 파는 사람은 더 비싸게 팔고 싶고, 사는 사람은 더 싸게 사고 싶은 것이 시장인 법.
게다가 기존에 비싸게 구매했던 사람들은 갑자기 싸게 팔리는 가격에 항의를 해 올 수도 있다.
괜히 있는 놈이 더하다는 말이 있겠는가?
허나 그것은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
“안 그래도 그 건에 대해서 한 가지 제안 드리고 싶은 게 있거든요.”
– 제안이라고?
“네. 간단하죠. 사울 경매장에만 파는 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그 밖에 서유럽이나 중동 등에도 유통하심이 어떠신가요? 헌터는 세계 각국에 많이 있으니까요.”
공급이 많다면 수요자를 늘리면 그만일 뿐.
실로 간단한 해결책이지 않은가?
– 그, 그거라면 나도 생각했던 바이긴 하지만 미국이나 러시아 말고 받아 줄지…….
“받아 줄 수밖에 없을걸요? 타국의 헌터에 뒤처지고 싶은 게 않으려면 말이죠. 앞으로 달 단위로 이 정도 물량을 공급할 텐데 못 사면 서운하지 않겠어요?”
– ……자네는 가끔씩 보면 참 과감한 결단을 시원시원하게도 내리는구먼?
“하하하. 칭찬인 거 맞죠?”
– 그럼. 거짓 하나 없는 칭찬일세.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도 보통 깡이 없으면 안 되거든. 잠깐. 그런데 계속 팔 수 있다고? 뭔가 풍작의 비법이라도 찾아낸 건가?
“일단은 그렇습니다.”
– 오오! 그것참 다행이로군! 정말로 진심으로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이후로도 통화로 정국진 회장은 연신 감사 인사를 올리기 바쁘다.
하기사 진우의 수익 창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전성의 주가 상승으로도 곧장 연결된다.
독점적인 농작물의 상품 공급을 납품받는 곳은 오로지 전성뿐이었으니 지극히도 당연한 일.
그리고 핑크 인시리움의 수확량 증가 부분은 단순히 ‘거대 작물’에만 기대한 것은 아니다.
“어때? 천묵아? 느낌이 오는 것 같아?”
꺄! 꺄꺄꺄꺄!
남들에게는 단순히 약초 뿌리가 흐느적거리며 꺄꺄거리는 모습이나, 진우에게는 다르다.
진우는 식물의 말도 번역해 주는 ‘야생을 받아들여라’ 라는 특성을 보유 중인 몸.
방금 전 천묵이가 한 말은 확실하게 체크해 두었다.
“이삭줍기로 획득한 씨앗의 수확량은 잘만 하면 배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말이지?”
※ 보통의 씨앗보다 좀 더 양질의 이삭을 얻게 됩니다.
토치가 상승한 레벨에 따라 자연스럽게 획득한 특성 중 하나인 이삭줍기에 딸려 있는 효과.
좀 더 ‘양질’의 이삭이라는 표현처럼 수확되는 핑크 인시리움의 질적인 부분은 물론이요,
수확량인 양적인 부분까지 만족스럽게 채워 준다.
꺄꺄꺄꺄!
뀨우우우!
끼잉! 끼이잉!
천묵이에 이어 천노묵이와 얀드라고라.
세 약초맨들에게 확답을 받았으니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일 터.
씨앗과 수확량의 증가.
거기에다가 만약을 위한 거대 작물의 기대까지 더하면 가히 예상하기 힘든 진우의 농장 속 성장세다.
“정말이지……. 귀농하길 잘했다니까.”
짐꾼 생활만 하다가 귀농을 선택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는 것도 잠시.
히죽거리는 진우의 눈에 띄는 것은 하나 더 있었으니,
“어라? 그런데 너 모습이 좀 변한 것 같은데?”
끼이잉?
늘 수줍게 굴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자신감 넘치는 성격으로 변한 듯한 얀드라고라.
사람이든 식물이든 간에 사고와 이성이 있다면 누구나 성장하기 마련이라지만 얀드라고라의 변화는 단순히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여왕 얀드라고라]“……엥? 잠깐. 이, 이거 진짜냐?”
‘만’이 아닌.
‘얀’드라고라였던 다소 독특한 녀석은 어느덧 진우도 모르는 사이에 만드라고라들의 여왕이 되어 있었다.
* * *
얀드라고라의 변화.
거기에 대해서는 굳이 펠기르브의 약초학을 뒤져볼 필요도 없다.
유독 만드라고라에 만큼은 진심인 편에 속하는 잔나비 일족.
전문가가 농장에 있는데 서적을 뒤져 볼 이유가 전혀 없지 않겠는가?
“우끼. 왕과 여왕? 만드라고라들에게도 존재한다. 보통 가장 오랫동안 안전하게 몸을 숙성시키거나 각성의 계기를 가지게 된 이들이 발현되지. 인간들의 기준으로 치면 직업을 얻는 느낌이랄까?”
새삼스럽지만 만드라고라를 포함.
약초맨들에게는 능력치는 존재하나, 직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천묵이의 중력을 다루는 힘도 어디까지나 종족이 지닌 고유의 힘일 뿐.
그 말인즉슨 직업을 손에 넣게 되면 그 힘이 몇 배로 강해진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
그렇기에,
“……그럼 얀드라고라가 여왕이 된 건 알고 있었어?”
“우끼엑! 당연한 소리를.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즉에 알고 있었지.”
“근데 왜 나한테 말을 안 해 준 거야?”
“그 정도는 인간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허무맹랑한 소리를 내뱉는 엔코의 뚝배기를 한 대 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이 녀석.
결국은 원숭이라 이거냐?
그래도 제법 눈칫밥은 있는지 진우가 화가 난 것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
“크, 크흠. 그, 그래도 인간은 내가 본 녀석 중에서도 꽤나 교활한 편에 속했으니 이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했다!”
어이, 되도록이면 현명하다고 말해 줄래?
교활이 뭐야, 교활이.
팩트도 폭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거야?
“그, 그리고 이것저것 바쁘지 않았나. 정수도 수집하고, 둔갑으로 연기도 하느냐고 나로서는 이래저래 힘들 수밖에 없었다.”
“끄응.”
팩폭 다음에는 진우에게 불리할 부분을 꺼내서 잘도 조리 있게 말한다.
역시 원숭이.
지능 하나만큼은 비상하다니까.
뭐, 확실히 러시아 원정 때도 그렇고 이래저래 엔코는 수확과 변장, 전투까지.
모든 부분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고급 인재다 보니 상당히 많이 써먹긴 했다.
실컷 부려 먹고는 한 번 실수했다고 해서 화를 내는 건 동료로서 할 행동이 아니겠지.
“미안.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우끼! 괜찮다. 잔나비의 전사는 이 정도 일로 삐지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진우의 사과에 입가에 한가득 맺힌 엔코의 미소.
자신의 재능을 알아주었으니 섭섭함이 풀렸다 이거겠지.
단, 그건 그거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다음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만드라고라의 여왕이 되면 뭘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기본적으로는 생산되는 정수의 양과 등급이 한층 강화된다. 그리고 그 밖에는 개체마다 다 달라서……녀석에게 허락을 받고 확인해 보는 방법 말고는 없다. 참고로 난 한 번 거절 당했다.”
“……그, 그래?”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배은망덕한 것! 몸에 좋은 흙으로 되갚아 주겠어!”
“그, 그래. 힘내라.”
어쩐지 쓸쓸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엔코.
그 모습은 흡사 새침한 고양이에게 냥냥 펀치를 맞은 집사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
거대 작물에 이은 여왕 얀드라고라에 대한 탐구를 진행해야 할 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