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82
183화 드루이드 어셈블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가축 웨이브? 오리 웨이브? 아니면 꿀벌 웨이브?
게이트를 이동 통로 사용하여 출현한 뒤, 날뛰는 헌터들을 제압하기 시작하는 가축들.
처음에는 몬스터라고 생각해서 당황했던 일반인들도 한가득하였지만, 오리와 꿀벌들은 평범함과는 지극히도 거리가 멀었다.
위이잉~
꾸와앙!
일반인들을 노리지 않을 뿐.
헌터들을 사냥하는 빌런들은 주변에 대한 신경을 전혀 쓰지 않고 힘을 발산시켰다.
강력한 육체와 다양한 속성을 지닌 광범위의 마법들.
거기에 충격을 받고 무너져 내리는 건물이나 구조물이 덮쳐든다면 그 속에서 헌터가 아닌 이가 살아남을 확률은 제로에 가까울 터.
허나 가축 웨이브가 발생한 이후부터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
“지, 지금 보호해 준거야?”
꾸왁! 꾸와아악!
“고, 고맙다!”
삐삐삐!
뽀송뽀송한 솜털을 지닌 아기 오리가 믿기지 않는 괴력으로 사람을 구조하고, 어른 오리와 꿀벌들이 무너지는 구조물들의 시간을 지연시킨다.
그야말로 구조 대원들이나 할 법한 일들을 척척 해내는 녀석들.
– 근데 아무리 가축이라고 해도 각성자 이길 정도면 사실상 몬스터인 거 아님?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잖아. 실제로 게이트에서 튀어나오기도 했고.
– 그런 식으로 따지면 엘프랑 드워프도 몬스터로 쳐야지. 근데 현실은 각국에서 영입해 가려고 난리잖아.
– 김진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알 게 뭐임. 이번에 난리 난 S등급 랭커인 토마스나 SS등급 헌터도 있는 자이스 가문이랑 비교하면 고작 농부에 불과하잖아.
뭐, 그렇다 해도 어찌 되었든 가축은 가축.
진우의 ‘야생을 받아들여라’의 특성처럼 소통이 불가능하다 보니 행동이 아무리 선의에 가깝다한들 불안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그러한 반응도 채 얼마 가지 못했다.
예로부터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 요즘은 농부가 게이트도 다룰 수 있나 봄?
– 대단한 빌런들 보다는 한낱 농부가 더 강할 듯?
– ㄹㅇ ㅋㅋ
– 몬스터라니. 저렇게 귀여운 얘들한테 그런 말 하면 쓰나.
– 내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시다. 삐약 소협에게 함부로 굴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 삐약 소협 미쳤냐고;
– 저거 병아리 아니라 오리인데…….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한다고.
사람들을 구조하는 것에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고 욕하는 이들은 금세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남녀노소, 국적을 따지지 않고 호불호가 적은 귀여운 외모까지 더해지니 오죽할까?
그리고 진우가 게이트를 통해 보낸 것은 오리와 꿀벌들로 끝이 아니다.
전부는 불가능해도 각국의 수도나 중요 인물이 위치한 곳에는 말이 통하는 엘프와 드워프, 뮤린처럼 아인족들은 물론이요,
대지모신의 길드원들도 보내 둔 상태.
물론 그중에서도 미국의 백악관에는 가장 힘이 좋은 녀석으로 보내 두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않겠나?
“더 이상 버텨 봤자 의미 없으니까 나와라!”
“언제까지 경호원들만 죽게 내버려 둘 셈이냐?”
“됐어. 말로 설득이 되었으면 진즉에 나왔지. 괜히 시간 끌다가 군대까지 몰려오면 귀찮아진다. 그냥 다 쓸어 버려!”
쿵- 쿵- 콰직-!
미국의 상징이자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백악관의 위기.
제아무리 테일 로렌트가 일반인이라고 해도 세계 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의 위치는 충분히 탐이 날 만한 자리다.
게다가 일단 정부를 마비시키는 것만큼 사회를 무너트리기 가장 빠른 지름길도 없을 터.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티타니아에게 받은 정보로 다 알고 있는 진우였기에 가장 쓸 만한 놈으로 보내 두었다.
“댁이 테일 로렌트야?”
“이노오옴! 언제 온 거냐? 대통령님 이쪽으로 오십쇼!”
“걱정 마. 죽일 수 있었으면 진즉에 죽였어. 난 김진우가 보내서 온 거니까. 이 녀석들을 보여 주면 알 거라던데?”
삐삐삐삐!
이제는 두 마리만 남은 일곱 번째 뱀의 일원인 그라바크.
기왕 니드호그를 배신한 김에 철저하게 굴리기로 마음먹은 진우의 배치였다.
* * *
이날을 위해 몰래몰래 정보계의 눈이라 할 수 있는 요정들의 눈까지 피해 가면서 갖가지 준비를 해 둔 헬라다.
본래 예상했던 대로라면 그녀의 생각대로 모든 일이 척척 이루어져야 정상이었을 거다.
확실히 대부분의 지역은 그녀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던가?
허나 모든 일에는 변수가 존재하는 법.
[건방진 것. 그년의 하수인답게 하는 짓도 꼭 닮았군.]다른 것도 아닌 가축들을 게이트를 통해 풀어 버리는 짓을 할 줄이야?
그녀의 눈에는 한낱 미물이 기르는 밑바닥 가축에 불과하나, 전설 등급으로 상승한 팜오리 군단의 위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대로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기라도 했다가는 더욱더 막는 것이 까다로워질 터.
그렇다고 해서 저 가축의 미물들을 다 싸그리 잡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리되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언젠간 죽이려고 했다. 그때가 지금이 되었을 뿐이지.]세력을 무너트리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적장의 머리를 치는 것이다.
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가축과 대지모신의 종교를 따르는 교단의 적장이라 하면 하나다.
김진우. 대지모신의 사랑을 받는 선택받은 인간.
물론 주신격 초월자인 그녀가 나설 생각은 추호도 없다.
초월자가 차원을 비집고 들어가는 행위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방법.
그렇다면 그 대체재로 쓸만한 초월자를 보내면 그만이지 않겠나?
– 헤, 헬라 님. 그렇지만…….
[아니면 내 손에 죽을 테냐?]– 가, 가겠습니다.
이 자리에서 죽는 것보다야 몸이 좀 상하는 게 그나마 나을 터.
[지금까지 한 것 중 그나마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군. 가서 알리거라. 내 일부러 그러라고 보여 준 것이니. 같잖은 요정들이여.]제아무리 날고기는 데다가 대지모신의 축복을 받는다해도 필멸자는 필멸자일 뿐.
니드호그의 앞에서는 한낱 미물.
인간과 드래곤의 싸움이라니 이미 척 보기에도 정해진 승부다.
그러나 차원을 비집고 들어가는 니드호그도, 구경하며 미소 짓는 헬라는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진우는 지는 승부에 베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 * *
한국과 미국부터 러시아와 일본까지.
진우가 발생시킨 가축 웨이브로 인해 세상은 점차 빠른 속도로 안정화에 도달하고 있는 실정이었으나 진우라고 해서 지구의 모든 곳을 다 손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계 여행이라도 좀 해 둘 걸 그랬나?”
이동을 위한 게이트의 통로도 어디까지나 숲의 주인과 정화자를 통한 정복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아직 진우가 가보지 못한 수많은 국가들에게는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뜻.
물론 걸어서 간다면 가능은 하겠지만 아무래도 게이트의 이동보다는 느려질 수밖에 없을 터.
자고로 후회란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고 했던가?
뭐, 그렇다고 해서 아쉽다는 것뿐이지 억울하진 않았다.
“더 이상은 과유불급이기도 하니까.”
팜오리와 꿀벌들의 군세가 아무리 많아지고 영약과 특성 등으로 강화시켰다지만 적을 무시했다가는 큰코다치기 딱 좋다.
더욱 많은 국가에 지원을 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군단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뜻.
그렇게 되면 필시 사망하는 개체들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응애 오리들이 죽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지 않겠나?
애초에 그렇기에 진우가 직접 몸소 나서기도 한 곳이 중국이기도 하고 말이다.
“리샤오링은 진즉에 죽었나 보네.”
– 네가 떠났을 때 쿠데타 세력들이 몰려와서 그대로 목 뎅겅. 그다음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저런…….”
쩝. 기왕 죽을 거였다면 억울하게 죽임당한 중국의 국민들에게 돌팔매질로 죽는 게 더 나은 최후였을 텐데.
다만 그건 그거고.
진우가 한국이나 미국을 내버려 두고 굳이 중국으로 향한 것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쿠구구구구-
쿠구구구구궁-!!!
진우의 도착에 알맞게 게이트의 전조 증상을 알리는 지진.
그러나 이것은 가볍게 여길 만한 사태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파츠츠츠-!!!
[죽음의 여신 헬라가 당신에게 지워지지 않는 저주를 내립니다.]* 죽은 자들의 땅 헬헤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초월자인 그녀는 생명을 중시하는 대지모신과는 대척자에 있는 상황입니다. 헬라는 당신의 죽음을 바라고 있습니다.
* 해당 저주는 오로지 헬라만이 해제할 수 있습니다.
※ 성공 시 : ?능력치 포인트, ?신용도 획득, 대지모신의 신격에 해당하는 특성 중 하나를 선택하여 부여받을 수 있게 됩니다.
※ 실패 시 : ?능력치 포인트, ?신용도 획득, 헬라의 신자가 됩니다.
※ 특이 사항 : 저주가 새겨진 당신을 향해 니드호그가 차원을 비틀어 입장 중입니다. 조소하는 학살자인 니드호그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 붕괴와 함께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죽음, 혹은 죽임만이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찌릿한 통증과 함께 새겨진 저주.
앞서 니드호그에게 한 번 당해 본 적이 있었던 진우이기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있는 한 일곱 마리의 뱀이 쳐들어온 것처럼 니드호그가 미친 듯이 추적해 오겠지.
일단은 헬라라는 죽음의 여신이 새긴 표식일 테니 말이다.
– 이제 곧 올 거야. 나도 돕고 싶지만 관계되면 여간 귀찮아지는 게 아니라……. 일단 요정계는 어느 쪽에서도 서지 않는 중립이거든.
“괜찮습니다. 그리고 같이 사냥하면 전리품 나눠야 하잖아요.”
– ……참 너다운 말이네.
“욕심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죠.”
마음 같아서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으나 티타니아에게는 그 자신만의 생명만 있는 게 아니다.
왕. 로드라는 자리는 가벼운 것이 아닐 터.
하지만 진우도 죽을 생각으로만 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애시당초 한국이 아닌 중국에 자신이 당도한 것만 봐도 다 계획의 일부이지 않던가?
아무래도 초월자급의 드래곤이 튀어나오면 잡는 데 성공할지언정 주변이 쑥대밭이 될 터.
그럴 거면 차라리 한국보다는 넓은 땅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좀 손해를 봐도 괜찮지 않겠나.
쿠르르르릉-!
펄러억- 펄럭-!
그러는 사이 서서히 게이트를 찢어발기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니드호그.
그 모습은 가히 흉흉하기 그지없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뻥 뚫린 듯한 처참한 풍경.
그 속에서 대량의 사이한 기운과 함께 드래곤의 거대한 얼굴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는다.
– 크크크. 이노옴! 드디어 이 손에 쥘 수 있게 되었구나!
드래곤은 망각이란 상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이다.
초월자의 자리에 있음에도 미물에게 받았던 숱한 모욕들을 잊지 않고 새겨둔 상태.
그렇기에 니드호그는 오직 진우를 이 손톱으로 찢어발기고 브레스로 뼈도 남기지 않고 녹여 버릴 생각이다.
어차피 헬라가 내린 명령은 죽이기만 하는 것뿐.
허면 그동안은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대로이지 않겠는가?
허나,
“드디어 왔냐. 비대한 몸둥아리답게 느려 터지긴 하네. 빨리 와라. 죽여 줄 테니까.”
– 크크크큭! 네 놈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누가 혼자인데?”
– 뭐……?
진우의 맹랑한 말에 니드호그의 웃음이 짙어지는 것도 잠시.
갑작스러운 기운들에 니드호그의 얼굴에 섬뜩함이 어린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오시면 됩니다. 슨배님들!”
[드루이드 어셈블! 이라는 것이지!]쿵- 쿵- 쿵-!
신난 대지모신의 말과 함께 하나둘 진우의 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
그들은 다름 아닌 세계수의 숲에서 친분을 쌓게 된 드루이드들이다.
조류의 드루이드인 브락시온과 그의 아내 티리에나부터 체르, 잔나비 대전사 시드와 인내의 숲 수호자 비로스까지.
– 저, 저놈들이 어떻게 여기를? 이 주제도 모르는 것들! 패널티도 감수하겠다는거냐!
“우리가 왜 패널티를 받아? 네가 개고생하면서 열어 준 통로를 통해서 왔을 뿐인데?”
– ……!
“하여튼 몸뚱아리가 큰 것들은 저래서 문제야. 커진 만큼 두뇌는 쥐똥만 해질 거 아니야. 킬킬킬!”
“간만에 너답지 않게 맞는 말을 하는군.”
각자 사이가 좋고 나쁜 것이 무슨 상관일까?
세계수와 대지모신의 적은 곧 드루이드의 적과 일맥상통한 것을 말이다.
“지금 당장 조져 버리는 겁니다, 선배님들!”
“응? 저 녀석 아직 다 안 등장한 거 아닌가?”
완전히 등장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매너?
그게 뭔데?
“그러니까 지금 가자는 겁니다.”
“아하!”
“비열한 드루이드라니. 이것 참…….”
“그건 저한테는 칭찬입니다.”
드루이드식 다구리.
이미 정정당당이라는 단어 따위는 가볍게 찜 쪄 먹은 진우와 선배님들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