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0
20화 태초의 알은 배가 고프다
“아니. 이봐요, 관리인 아저씨. 우리 같은 F등급은 시간이 중요한 거 몰라요? 왜 입장을 허가를 못 해 준다는 건데요?”
“하하, 죄송합니다. 안에 잠시 과부하가 생겨서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웃음이 나오……어? 과, 과부하요?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야, 너희는 들었냐?”
“커뮤니티에도 그런 건 없는데?”
“그리고 애초에 F등급 게이트에 무슨 과부하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기다려 보자. 거짓말할 이유는 없을 거 아니야?”
“그건 그렇긴 한데…….”
서울 대림3동 쪽에 위치한 F등급 게이트.
많은 초보 헌터의 주 사냥터인 고블린 부락.
그곳을 지키고 있는 관리자인 강동팔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정 반장. 이 미친 새끼는 대체 들어간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안 나오는 거야?’
인신매매를 부업으로 삼고 있는 정진식 패거리들이 들어간 지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보통 때였으면 짧으면 10분.
길어도 15분이면 마무리 짓던 때에 비하면 너무나도 오래 걸리는 시간.
뇌물로 받은 게 있으니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이제는 한계다.
이러다가 괜히 신고받아서 감찰이라도 떴다가는 뇌물로 받아먹은 돈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옷을 벗는 것을 넘어서 자칫 감옥살이를 할 수도 있는 노릇.
애초부터 뇌물로 생겨난 사이에 의리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다.
‘에이 이제는 나도 몰라 씨발. 할 만큼 했다고.’
1시간이면 나름 버틸 만큼 버텼다.
나중에 정진식이 따지고 들어도 이건 늦은 그놈들의 탓.
“엇.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곧 과부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습니다.”
“오오. 진짜요?”
“야, 준비해. 입장하자.”
“흐아, 지겨워서 혼났네.”
그렇게 한 파티가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바깥으로 나오는 사람의 인기척.
그동안 이곳으로 들어간 이들은 ‘사냥감’이었던 대상과 정진식 패거리들 뿐이었다. 따라서 동팔이 왜 이렇게 늦었냐며 인상을 찌푸리고 말하던 찰나였다.
“……어?”
“왜 그러시죠?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 사냥 귀환 고생하셨습니다.”
“예. 그쪽도 고생하세요.”
귀신이라도 본 표정을 지으며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끔뻑이는 강동팔.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대, 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거야? 그럼 정진식 그 새끼는?’
본래라면 해체되어서 고깃덩어리가 되어 있어야 정상인 사냥감.
그러한 대상이 인간 사냥을 전문적으로 해 왔던 정진식 패거리를 대신하여 나왔다는 것.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 * *
“……진우 님.”
– 인간. 저 녀석도 한패다.
“굳이 알려 주지 않아도 알고 있어.”
솔직히 게이트 내부가 아무리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무법지대라 해도 마음대로 날뛸 수 있는 구역은 아니다.
막말로 자신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력한 헌터가 있다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는 일.
그렇기에 사전 조사부터 시작하여 들어오는 이들을 통제하는 등.
협력자가 제법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고, 그것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 그런데 가만히 내버려 둘 거냐?
– 맞다 인간. 뭉개 버리자!
– 바위로 찌그러트리자!
“아니, 저놈은 피래미야. 잡아 봤자 오히려 악수지.”
또한 오늘 진우가 처리한 정진식과 그 패거리들도 마찬가지로 피래미라고 할 수 있다.
진짜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에게 돈을 대 주고 있는 윗선의 이들이다.
자기들의 손은 더럽히지 않으면서 사람의 목숨을 고깃덩이로 생각하는 놈들.
그런 놈들일수록 피래미를 처리하면 할수록 몸을 숨기려고 들 것이다.
최악의 경우 꼬리를 자르고 도망칠 수도 있는 노릇.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진우의 힘이 그렇게까지 강한 편은 아니라는 거다.
정진식 패거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긴 했지만 피래미와 윗선의 놈들이 같은 실력자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허수진과 전성그룹이 있긴 해도 에고 아이템 1개에는 한계가 있고, 비즈니스의 계약 관계인 이들에게까지 손을 벌리기에는 진우에게도 양심은 있다.
‘이러나 저러나 내가 강해져야 해.’
사람을 해체해서 장기들로 장사를 하는 놈들이다.
어디 그뿐만일까?
짐꾼 생활을 하면서 암암리에 들었던 마약에 대한 소문.
그저 감일 뿐이지만 인신매매도 눈앞에서 본 판국에 마약 밀매라고 손을 뻗지 않았겠는가?
백이면 백.
돈이 되는 거라면 무조건 손을 뻗쳤을 확률이 높다.
제아무리 전성그룹이 대기업이라곤 해도 괜히 손을 빌렸다가 정수아나 덕춘 아저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저히 볼 낯이 없어진다.
“참 가지가지 한다.”
고여 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라지만.
윗대가리부터 아주 푹 썩어 문드러져 있는 기형적인 사회.
파면 팔수록 똥 냄새가 되려 청량한 꽃내음처럼 느껴질 상황에 기가 찰 지경.
물론 진우 혼자서 이 썩은 사회를 바꿀 수는 없다.
진우는 농부이자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1명의 사회원이지, 자선 사업가는 아니지 않은가?
뭐, 그래도 더러운 똥 무더기가 출현한다면 기꺼이 치울 생각은 있다.
경험치나 업적 등의 부산물 등.
어디까지나 사람은 이득이 있어야 움직이는 생물인 법이니까.
“후우, 그래도 이 정도 속도면 문제없겠어.”
다행인 것은 진우가 강해지는 속도가 상상 이상이라는 점이다.
F등급 게이트의 고블린 부락.
그곳에 출현하는 고블린과 정찰병들은 1, 2레벨의 헌터들도 능히 사냥 가능할 정도로 손쉬운 사냥감이었으나 보스로 등장하는 고블린 백부장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1인 레이드로 가려면 10레벨은 되야 하거나, 밸런스 좋게 짠 4인 이상의 7레벨 파티는 되어야 사냥이 가능한 개체.
뭐, 허수진이 나선다면야 고블린 백부장이든 천부장이든, 주술을 부리는 족장이든 간에 순살 고블린이 되겠지만 허수진은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한 보험이다.
기여도에 의해서 쩔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허수진의 사냥으로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경험치는 얻을 수 없을 터.
그래도 허수진 덕분에 고블린 백부장이 부리는 100마리의 잡몹들은 무시할 수 있었고, 진우는 무사히 보스 레이드에 홀로 성공했다.
허수진의 어그로도 그렇지만 땅의 정령들의 서포트와 ‘야생을 받아들여라’의 효율, 그리고 마지막으로 300만 원 상당의 회복 포션을 남기고 사망한 정진식의 소소한 도움까지.
그 결과 진우는 혼자서 고블린 백부장을 사냥하는 것에 성공했고,
[김진우]* 레벨 : 6
* 능력치 포인트 : 10
* 힘 : 22 민첩 : 13 체력 : 32 마력 : 2
4레벨에서 6레벨로.
단번에 껑충 뛰어오른 레벨.
역시 잡몹들 수십 수백 마리를 때려잡는 것보다는 보스 1마리의 경험치를 독식하는 쪽이 더 효율적인 일.
더군다나 얻은 것은 경험치뿐만이 아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 [신용도가 1 상승합니다.]“역시 예상했던 대로야.”
쓰레기들을 청소할 때도 그렇지만 고블린 백부장을 사냥하면서 달성된 업적.
1신용도뿐이라고 해도 사냥으로 획득 가능한 업적의 존재를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을 터.
거기다가 보스도 그렇지만 자잘하게 사냥에 성공한 몬스터들.
고블린이 워낙 전리품 쪽으로는 좋을 게 없는 허접이라고는 해도 물량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희미한 빛의 거대 마정석(희귀)]*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약한 피를 타고났으나 꽤 오랜 성장으로 거대해진 마정석입니다. 다양한 사용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희미한 마정석(노말) 27개]…….
고블린을 사냥하고 획득한 대량의 마정석들.
특히나 고블린 백부장에게서 획득한 희귀 등급의 거대 마정석은 경매장에 내놓으면 족히 4천만 원은 받을 만한 물건이다.
그 밖에도 일반 고블린을 사냥하면 20% 정도 확률로 나오는 희미한 마정석의 경우에는 50만 원가량.
피와 고기, 가죽도 어느 정도 돈을 받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축 관련 스킬이나 특성을 보유한 이가 있어야만 상품적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 낭비도 크다.
기술자를 데려왔으면 될 일이지만 애초에 살인자들이 쫒아 오는 것을 아는데 못 볼 꼴을 보여 줄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자고로 포기할 때는 깔끔하게 해야 하는 법.
“한탕 사냥으로 5천 3백만 원가량이라…….”
솔직히 이미 일반인이 벌 수 있는 월급은 진즉에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러니 다들 어떻게든 각성자가 되기 위해 그 난리를 치는 거겠지.
“그래도 결국 농사가 최고긴 하지만.”
사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운이 좋았던 거다.
일반 몬스터는 리젠이 빠르게 되는 편에 비해 보스 몹의 경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년 주기로 리젠되는 놈도 있다고 들었으니까.
결국 시간이 좀 걸리긴 해도 한 번 수확하면 억 단위로 벌 수 있는 감자 수확이 최고일 터.
“아, 내 새끼들 보고 싶다.”
몬스터가 됐든, 인간이 됐든 간에 몸에 피를 묻힐 각오는 했었다지만 이렇게 빨리 이루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특식으로 챙겨 갈 밀웜에 기뻐할 팜오리들로 힐링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 것도 잠시.
마정석 판매를 위해 경매장으로 향하던 진우는 멈칫하며 차를 세웠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화아악-
“뒤, 뒤질뻔했네.”
갑작스럽게 거센 빛을 뿜어내는 그의 오른손.
초인적인 반응속도여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눈뽕으로 운전 중에 사고 날 뻔했다.
진우도 모르는 사이에 새겨져 있었던 알 모양의 문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빛을 뿜어내는 이유는 친절히 나와 있었으니,
[태초의 알이 굶주렸습니다. 먹을 것을 넣어 주세요. 태초의 알은 당신의 오른손과 연결된 상태입니다.]* 무엇이든 태초의 알이 먹을 만한 것을 넣어서 만족도 100%에 도달시키세요.
* 현재 만족도 0%
※ 만족 시 : 1능력치 포인트
※ 불만족 시 : 랜덤한 능력치 1 하락 (남은 시간 10분)
“뭐 이런 개 같은…….”
깜짝 퀘스트도 아니고 이런 급발진이라니.
심지어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츄릅- 츄르릅-
할짝-
– ┏(ºдº)┛(상상도 못 한 혓바닥)
– 인간. 너, 너 손이 왜 그러냐?
– 손바닥에서 혓바닥이 날름거리고 있다.
– 원래 인간의 손바닥에서는 가끔씩 혓바닥이 나오기도 한다. 나루X랑 기생X에서 봤다.
– 바위라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 이것들아! 만화랑 현실이랑 같냐고! 아니, 그 전에 너희들이 만화를 어떻게 봤냐?”
– 인간. 정령들에게도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권리 정도는 있다.
– 만화가 인간들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아, 그러셔?”
문신이 새겨진 손바닥에서 혓바닥이 쑥 튀어나와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는 점.
이건 신체발부 수지 부모.
문신에 대한 선입견 수준이 아니다.
차 안이어서 다행이지.
바깥이었더라면 정부에게 산채로 포획당해서 도플갱어나 키메라 같은 몬스터로 의심받은 채 해부당할 수도 있는 노릇.
“끄응…….”
일단 퀘스트의 내용으로 보건대 원인은 집 안에 있을 태초의 알이다.
꿈속에서 브락시온이 진우에게 주었던 붉은 빛깔의 알.
측정 불가 등급인데다가 부화 방법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는 수수께끼의 녀석.
그런데 아직 부화도 안 한 상태인데 배가 고프다고 먹을 수 있기는 한 건가?
“근데 뭘 먹여야 되지?”
아직 부화도 하지 못한 태아.
아니, 어쩌면 태아의 모습조차 형성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 녀석에게 아무거나 막 먹여도 되는 걸까?
아무리 몸에 좋고 맛이 좋다 해도 자칫 잘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는 노릇.
허나 다행스럽게도 진우에게는 최고의 서포터가 존재했었으니,
[대지모신께서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실한 사제에게 힌트를 가르쳐 줍니다.]우웅- 우우우웅-
알림음과 함께 마치 카페에서 호출할 때 쓰는 진동벨처럼 떨고 있는 가방 속 마정석.
……그러니까 태초의 알한테 먹여야 되는 게 오늘 기껏 사냥해서 얻은 이 마정석이라고?
[대지모신이 신실한 사제를 향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입니다.]“…….”
4천만 원짜리 1개, 50만 원짜리가 27개. 합하면 대략 5,350만 원 상당의 아이템.
수수료를 제한다 해도 족히 5천만 원을 죽 쒀서 알 주는 꼴.
물론 능력치 포인트를 얻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긴 해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어쩌겠는가?
“……어차피 이 상태로는 경매장에 가고 싶어도 못 가.”
경매장에 널리고 널린 게 헌터들이다.
손에 혓바닥 달고 찾아갔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오히려 여기서 빠르게 마정석을 처리하면 시간도 아낄 수 있으니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 어차피 돈은 또 벌면 되니까.”
언제든지 벌 수 있는 돈과 쉽게 얻을 수 없는 영구 능력치 포인트.
당연히 헌터라면 후자가 끌리는 것은 상식일 터.
[대지모신이 신실한 사제를 향해 자상한 미소를 짓습니다.]아니, 그런데 말이다.
“대지모신 님. 신실한 사제라니요. 저는 무교인데 말입니다?”
[……대지모신께서 충격을 받고 시무룩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