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18
219화 매드 핀
※ 반신의 힘 : 초월자를 상대로 할 때 모든 능력치가 1,000%만큼 상승합니다. 단, 초월자가 될 경우 반신의 힘, ‘데미 갓’칭호는 자동적으로 소멸됩니다.
5배에서 10배로.
깔끔하게 뻥튀기된 ‘반신의 힘’.
뭐, 초월자가 아닌 이들을 상대할 때에는 아무런 효과도 적용받지 못하는 잉여 칭호라지만 거인도 그렇고 언젠가는 수혜를 누릴 수도 있는 일.
추가로 진우가 얻게 되는 것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으니,
[아직 창조되지 못한 작물의 상급 정령 ■■■이 태초의 작물을 바라봅니다.] [작물의 상급 정령 ■■■의 요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의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 NO]※ 이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할 경우 창조하는데 들어가는 신용도가 100으로 고정됩니다.
1,000의 신용도 혹은 400에 달하는 랜덤한 능력치라는.
엄청난 수치의 신용도를 요구하는 탓에 계속 미뤄만 두었다가 결국에는 기회도 사라져 버린 작물의 상급 정령.
아직 이름도 모르는, 탄생조차 하지 못한 녀석이 진우에게 의뢰를 걸어왔다.
* * *
눈앞에 떠오른 상급 정령이 부여해 주는 퀘스트.
그것을 보자마자 진우는 두 말하지 않고 YES를 선택했다.
“거부할 이유가 없지.”
진우가 창조해 낸 작물의 정령들.
하급 정령인 폰즈부터 중급인 포르테르까지 끼치고 있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가 없다.
현재 지구만 하더라도 팜오리와 계약을 진행시켜서 전력을 증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활약 중인 상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상급 정령이라?
굳이 작물이 아니더라도 다른 속성.
이프리트나 시큐엘, 노아단과 같은 상급 정령들이 지닌 힘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진우다.
그러한 공간에 작물의 정령이 추가된다는 것.
그로 인한 변화에는 지구는 물론이요,
전 차원적으로 진우의 이름과 힘을 알리는 데에도 쏠쏠한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당장 페이 백으로 받게 될 능력치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 터.
“100신용도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지출이니까.”
그동안 비싸서 못했던 것뿐이지 이제는 제법 여유도 있어졌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10분의 1.
10%면 거진 공짜로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다만 이유 없는 할인은 없기 마련인 법.
진우의 앞에 떠오른 퀘스트의 난이도는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 정상일 터.
그렇기에 진우도 어느 정도의 고생과 출혈은 각오하며 확인해 보는 순간이었다.
* 작물의 정령은 작물이 존재해야만 탄생할 수 있으며, 매개체가 되는 작물이 강인할수록 더욱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 섭취 가능한 작물 키워 내기
※ 성공 시 : 작물의 상급 정령 창조(100신용도를 필요로 합니다.)
※ 실패 시 : 없음
“……이게 끝이라고?”
[선지자에게는 일상이나 마찬가지로군.]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는 것은 대지모신의 말처럼 농부인 진우에게 있어서는 일상이나 다름없는 일.
제아무리 환경이 좋지 않다고 해도 무엇이 문제일까?
“뭐가 되었든 먹을 수만 있으면 오케이라는 거잖아.”
안되면 되게 하면 그만인 것을.
* * *
차원 매드 핀.
이곳은 진우에게도 꽤나 익숙한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카터르 : 너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은데 많이 챙겨 줄 테니까 이곳으로 와서 힘 좀 보태 줘. 응? 서로서로 좋아 보자고.】
【브락시온 : 어허, 어디 망한 동네에 귀한 후배를 데려가려고 그래?】
【카터르 : 매드 핀이 어떻게 망한 동네야. 이 조류성애자야!】
【브락시온 : 건물이든 작물이든 화려하게 날려 버렸으면 망한 동네지. 풀 쪼가리 하나 안 나는데 어떻게 정상이겠나?】
【카터르 : 그, 그건…….】
시시때때로 용병으로 진우를 데려가려는 한 드루이드의 간섭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그것도 진우가 니드호그나 헬라를 비롯한 숱한 초월자들과 엮이는 모습에 포기한 모양인지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입장이 반대가 되었다.
【카터르 : 매드 핀? 내가 태어난 곳이긴 하지만 참……이만한 곳이 또 없어. 먹을 것도 부족하고 욕심 많은 것들은 넘쳐 난 탓에 부정부패도 만연하고. 그나저나 너 용케도 살아 있다? 니드호그는 몰라도 헬라한테 찍히면 죽지 않고는 못 배길 텐데 말이지.】
“그렇게 됐습니다.”
오히려 관심도 없었던 매드 핀 차원에 대해서 진우가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덧붙여 이제 헬라와는 적이라기보다는 협력관계가 된 상태인 데다가 거인과도 얽히게 되긴 했지만, 굳이 이런 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을 터.
여하튼 그렇게 카터르를 통해 확인한 매드 핀은 심각하기 짝이 없다.
‘이렇게 보면 지구에서 태어난 것도 복이라는 건가?’
요약하자면 부패할 대로 부패한 윗대가리들이 끝내는 자기들끼리 다 해 먹다가 자원 대부분이 동이 나 버렸다는 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드 핀에서는 변종 게이트가 하루에도 연달아 발생한다고 한다.
지구에서는 어쩌다 한 번 겪는 재앙이 매드 핀에서는 늘 있는 일이나 마찬가지인 셈.
그러다보니 고양이 손 수준의 도움이라도 일단은 환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바로 가도 괜찮을까요?”
【카터르 : 정말인가? 와 줄 수 있다고?】
“네. 저도 사정이 있으니까요.”
【카터르 : 정말 고맙네. 매드 핀은 처음 오는 게 맞는 거지? 그럼 오기 편한 좌표로 초대하겠네.】
“잘 부탁드립니다.”
어쨌든 작물의 상급 정령을 저렴하게 창조하기 위해서는 수행해야만 할 일.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설명만 듣는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다.
우선은 직접 부딪치고 행동해야 뭐라도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신성한 세계수가 있는 어머니의 숲과 잿빛 세계수의 헬헤임에 이은 또 다른 차원.
그곳으로 향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
※ 이에 응할 경우 다음부터 매드 핀에 한해서 초대는 제한됩니다.
드루이드의 성인식을 치른 이후 가능해진 차원에 대한 간섭 권한.
그중에서도 처음으로 방문하고 따로 초대를 받는 경우에는 굳이 찾아갈 필요도 없이 산지 직송 수준으로 카터르의 앞에 도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예 모르는 사람보다는 그래도 말이라도 튼 쪽이 나을 테니까.’
진우에게 많은 도움을 준 브락시온이나 체르와도 크게 사이가 나쁘지 않은 정도라면 그래도 믿을 만한 드루이드라는 증거일 터.
약간의 고민 끝에 승낙을 한 진우의 주변 풍경이 어머니의 숲에 입장한 것마냥 순식간에 바뀌어 간다.
단, 차이점이 있다면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으로 맞이해 주었던 어머니의 숲과는 달리 먼지 가득한 텁텁한 공기와 푹푹 찌는 열기.
“이게 뭔…….”
표현 그대로 사막을 연상케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의 광활한 사막만이 진우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풀 한 포기는커녕 나무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 끝없는 사막의 차원, 매드 핀.
“이렇게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겠어. 그래도 간만에 드루이드를 보니 새삼 반가운걸?”
“카터르 님?”
“님은 무슨. 같은 성인식을 치룬 드루이드끼리. 말 편히 해도 괜찮아. 어쨌든 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 우선은 안으로 들지.”
그곳에서 진우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카터르.
구릿빛으로 피부를 태운 존재는 뜻밖에도 엘프였다.
* * *
앞서 말했듯이 식물이라고는 풀 한 포기도 존재하지 않는 사막.
그 밖에도 위에 제대로 된 생명체도 보이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곧 있으면 폭풍이 몰아칠 테니 몸은 피하고 봐야지.”
억까도 이런 억까가 또 없다고.
변종 게이트에다가 지독한 환경까지 겹친 최악의 차원.
그나마 다행이라면 살아가는 곳이 이러한 만큼 상대적으로 지구와 비교했을 때 각성자의 비율이 많다는 정도?
물론 이건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다.
지구에도 범죄를 저지르는 각성자가 적지 않은 만큼 이곳 매드 핀에도 빌런들은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 여태까지 뭘 먹고 살아남은 겁니까?”
“별수 있겠나. 직접 기를 수 없으니 방랑 상인들한테 구매하는 것밖에.”
“방랑 상인이요?”
“왜, 그쪽도 한 명 알고 있잖아. 황금 상단.”
“아…….”
어쩐지 체르.
이 양반이 등급이나 효과 같은 거 따지지 않고 일단 먹을 수 있는 식량이라면 나쁘지 않은 가격에 매입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건가?
“그래도 황금 상단 정도면 양호한 편이지. 적어도 가격을 심하게 후려치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맛도 훌륭하더군.”
“그건 다행이네요.”
예로부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체르를 통해 판매된 진우의 작물에 대한 칭찬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농부에게는 피와 땀, 노력의 결실로 만들어진 자식 같은 작물들인데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것에 헤벌쭉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선적으로 이곳으로 온 가장 큰 목적인 작물을 싹틔우는 것.
물론 다짜고짜 씨앗을 심는다고 해서 다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 작물을 직접 키워 보는 건 어떠냐고? 하하, 자네 위에 상황 못 봤나? 새까만 구름 덕분에 건강한 햇빛은 쬘 수도 없는 곳이야. 어디 그뿐만이겠어? 하루에 최소 다섯 번은 모래 폭풍이 몰아치고 지랄 맞은 변종 게이트에서는 몬스터들이 쉬지 않고 습격을 해 오지. 나도, 그리고 내 윗선의 조상님들도 시도는 해 봤지만 다 보기 좋게 실패했지.”
당장에 매드 핀에 입장했을 때 보았던 환경.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농사짓기에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방랑 상인에게 구매해서 먹는 식량들 중에는 씨앗이 남는 종류도 적지 않다.
그것을 심고 길러 내고자 했던 이들도 수차례의 도전에서 실패하면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진우는 다르지 않던가?
“만약의 경우라는 게 있지 않겠어요?”
“그래. 너처럼 기세등등하게 소리친 펠기르브도 실패했지.”
“……펠기르브 말입니까?”
“그래. 약초학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며 자신만만하게 말해 놓고 채 3일도 못 버티고 나가떨어지더군. 쯧. 하여튼 입만 살아 있는 것들은 그게 문제야.”
이거야 원, 펠기르브 선생님.
그렇게 안 봤는데 근성이 없구만.
신뢰를 깎는 데 힘이나 얹어 주시고 말이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일에 힘쓰지 말고 침략자들이나 제거해 주게. 돈이 되는 광물이라도 잃지 않아야 식량을 구매할 것 아닌가.”
“알겠습니다.”
이미 작물을 기르는 것에는 채 1%도 느껴지지 않는 희망.
그렇기에 진우는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서 매드 핀에서 농사를 짓지 않을 거냐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농부가 농사를 어떻게 끊겠는가?
애시당초에 이곳에 온 최우선 목적 자체부터가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이지 않던가.
게다가 진우도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도전만 외칠 생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싸아아아—
“찾았다, 지름길.”
녹음과 보랏빛이 인도하는 길.
그 끝에는 여느 차원들이 그러하듯.
매드 핀에 속해 있는 세계수가 자리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