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17
218화 초월자보단 선지자야
각자 진우와 구두가 아닌 직접적인 계약을 끝마치고 떠나가는 각국의 정상들.
그들의 표정은 하나 같이 제각각이다.
좋은 조건을 보장받았기에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미국과 그 밖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이들, 단언컨대 그중 가장 썩은 미소를 짓고 있는 쪽은 중국이었다.
“이거 우리만 조건이 너무 안 좋은 거 아닌가?”
“중국은 대국이시잖아요. 땅도 넓고, 사람도 많고. 당연히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드려야죠.”
“아니, 그러면 미국은…….”
“미국은 이미 이전에 약속을 해 둔게 있거든요.”
“…….”
말을 할 때마다 바로바로 내뱉어지는 답변.
그로 인해서 할 말을 잃은 중국 측 정상은 한숨을 포옥 내쉬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그간 대국이자 갑으로서 뻔뻔하게 굴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
하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오랜 세월을 이끌어 왔던 국가 주석인 리샤오링이 좋지 않은 일로 죽고 난 이후의 빈자리.
현재 중국은 그것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일 거다.
다른 타국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소식은 당연하게 가져와야지, 그렇지 못하면 그 즉시 자리를 박탈당할 수도 있는 노릇.
너무 치사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원래 거래에서의 가치는 물건도 물건이지만 상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법이니까.
“가만 보면 너도 정치인의 기질이 좀 있다니까?”
“예? 제가요? 전 농부인데요.”
“지금 그 말을 한들 누가 믿을지 참. 지나가는 사람들 다 붙잡고 물어봐라. 녀석아.”
그러한 광경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그룩이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찬사를 내뱉는다.
뭐, 그건 그렇고 그루트 토르산을 포함하여 헬헤임에서 데려온 천둥산의 드워프들은 농장에 큰 문제없이 배정되었다.
대장간도 직접 만들어 버리는 건축의 신들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정령들과 합심하여 완성하고 가동이 시작되는 용광로들.
재료들이야 위그에게서 얻을 잔가지 등의 부산물들은 물론이요, 다양한 나라와의 계약 내용에 재료에 대한 공급도 적어 넣었으니 솔직한 말로 부족할 일은 없을 거다.
나라마다 흩어져 있는 것이 흠이긴 해도 어차피 그것을 운반해 오는 것은 진우가 아닌 전성의 일이 될거다.
“그룩 님께도 말씀드렸지만, 거인에 대적하기 위한 전문적인 무기와 방어구가 필요로 합니다.”
“알고 있어. 그루트 족장님께도 전해 두었으니 걱정 말라고. 안 그래도 그 놈들한테 부러졌던 허리가 시려서 죽겠단다. 천둥산의 일족을 건드렸으면 거인이 되었든, 신이 되었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지. 안 그러냐 니드호그야?”
“……그만 좀 걸고넘어져. 사과 몇 번이고 했잖아. 구해 주기도 했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아하하…….”
그리고 그렇게 모여든 재료로 완성되는 것들 중 현재 가장 우선적인 것은 바로 언제라도 쳐들어올 수 있는 거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
그중 말 그대로 가장 강력한 무구가 되어 줄 것이 바로 드워프제 거인전에 집중한 제품들이다.
물론 말이 그렇지, 실질적으로는 몸집이 큰 종류의 개체를 사냥할 때 대미지가 증가하는 등의 +@의 혜택이 부여되는 형태의 무구를 제작하는 쪽의 방향.
이런 식으로 제작한다면 적용될 몬스터의 종류는 널리고 널렸다.
뭐, 고블린이나 코볼트와 같이 인간보다 작은 몬스터를 사냥하러 다니는 헌터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테지만 일단은 급한 불부터 끄고 보는 게 맞지 않겠는가?
또한, 진우가 딱히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농장에서는 거인을 대적하기 위한 준비를 이미 알아서 척척 진행 중에 있는 상태였으니,
“이봐. 알레시아한테 담당시켜 두었던 밭. 풍성하게 자랐다는데?”
“예? 정말입니까?”
“내가 거짓말해서 이득 볼 게 없잖아. 심지어 당장 들킬 거짓말로.”
“그거야 그렇죠.”
진우가 소울 콜렉터를 찾으러 가는 동안 농장에 미리 심어 두었던 정령초.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소울 콜렉터와는 달리 정령초는 비율도 그렇고, 성장 방식의 팁도 그렇고 펠기르브의 도움을 톡톡히 받은 계열의 약초다.
하지만 정령초는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하는 것이 정상일 터.
그렇지만 진우가 어디 정상이던가?
그냥 평범한 정령도 아닌 4대 속성의 정령왕을 비롯, 어둠의 정령왕과 약소한 계약을 나눈 상태.
거기에다가 생육에 도움이 되는 특성까지 꾸준히 적용되었으니 보통의 경우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거다.
“그렇다면 확인 안 할 수야 없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에 따른 결과물.
약초의 상태도 일반적으로 수확해 낸 자이스 가문의 정령초는 당연히 앞지르고, 나아가서는 펠기르브의 것보다 좋을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
펠기르브가 약초학에 정통하고 그가 수백, 어쩌면 천 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비율 등을 연구해 온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노력이면 노력, 재능이면 재능. 전부 타고난 드루이드 중에서도 인재로 손꼽힐 터.
그러나 진우는 거기서 한 가지, 인맥이라는 최고의 패가 추가된 입장이다.
평범한 이들이 아닌 무려 정령왕들과 대지모신이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불과 바람의 정령초(신화)]*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12시간 동안 마력+40, 민첩+40 온전하게 섭취할 시 영구적으로 마력 능력치를 5만큼 획득합니다.(0 / 1 1회 한정)
※ 불과 바람의 친구 : 불과 바람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단, 섭취를 반복할 때마다 효과는 약해집니다.
[땅과 물의 정령초(신화)]…….
맨 처음 자이스 가문에서 받았던 단일 속성의 정령초와는 비교가 안되는 2개의 속성이 더해진 약초.
유니크였던 등급이 무려 두 단계나 껑충 뛰어올라서 신화에 안착해 버렸다.
“전설만해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펠기르브의 공략집에 나오기를, 그가 수확해 낸 듀얼 속성의 정령초는 전설 등급이라고 했다.
예컨대 진우의 것이 한층 더 상위의 것이라는 것.
그 말인 즉슨 이것을 판매하는 곳.
단순히 지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드루이드들에게도 꽤나 짭짤한 수익을 안겨다 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돈도 좋지만 지금은 신용도지, 암.”
누군가 공짜로 준다면 마다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드루이드로서는 돈보다는 신용도 쪽이 좀 더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화폐이기도 하니까 그쪽을 선택하는 건 지극히 정석이다.
그리고 애시당초에 이 듀얼 속성의 정령초를 지구에 판매 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 것이 피터 자이스와 약속하지 않았던가?
돈도 좋지만, 의리를 보여 준 상대의 뒤통수에 칼을 꽂을 정도로 진우가 모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 모두 잘 성장했겠다. 나머지도 수확해야지.”
자신이 사용할 분량 외에 나머지는 황금 상단의 체르에게 떠넘기면 알아서 수수료를 떼서 신용도로 계산해 줄 일.
그렇게 한껏 흥얼거리며 정령초가 손상되지 않게끔 조심스러운 손길로 하나둘 수확해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작물의 정령초(초월) 수확에 성공했습니다.]“……뭐?”
특이한 것이 2개의 속성이 조화롭게 합쳐진 것도 아니고 단일 속성의 정령초다.
그런데 그런 정령초의 등급이 무려 초월 등급이다.
신화 등급의 두 단계나 위에 있는 초월 등급.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템을 봐 온 진우조차도 초월 등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당장에 초월자인 펜리르나 헤이드룬만 해도 그렇지 않던가?
허나,
의아한 것은 전혀 다른 부분이다.
“이건 내가 심은 기억이 없는데?”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작물의 정령초는 자이스 가문으로부터 받은 기억도 없을 뿐더러 진우가 심은 기억조차도 없다.
그야말로 콩 심은 곳에 팥이 나 버린 어이가 없는 상황.
하지만 진우의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으니,
“뭐가 되었든간에 확인해 보면 알게 될 일이지.”
신화 등급이든, 초월 등급이든간에 결국은 ‘아이템’이다.
아스가르드의 상점과 같이 숨겨진 조건이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일단 확인하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패널티가 없을 터.
그러나 작물의 정령초.
유독 녹음의 빛이 강렬하게 새겨져 있는 그것을 확인하자 펼쳐지는 것은 아이템에 대한 정보창이 아니다.
[작물의 정령왕으로서 각성하기 위한 자격이 충족되었습니다.] [초월자로서의 격을 유지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아 냈습니다. 격을 상징하는 작물의 정령초를 섭취하여 잃어버렸던 초월자로서 다시금 각성하시겠습니까? YES / NO]* 초월자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초월적인 신화를 써 내리는 신적인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결코 늙어 죽지 않으며, 필멸자와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질 수 있습니다.
* 작물의 정령초(초월) 섭취하기 0 / 1
※ 성공 시 : 작물의 정령왕(초월자) 복귀
※ 실패 시 : 작물의 정령왕(초월자) 영원한 박탈
※ 특이 사항 : 초월자는 같은 초월자의 밑에 있을 수 없습니다. 대지모신으로부터 받은 모든 축복이 해제됩니다. 단, 동등한 관계인 계약에는 양측 모두 동의 할 경우 영향이 없습니다.
※ 특이 사항2 : 초월자가 될 경우 보유중인 칭호인 데미 갓(초월)이 소멸 처리 됩니다.
※ 특이 사항3 : 단, 자격이 영원히 박탈되더라도 기존에 창조해 낸 작물의 정령들은 여전히 당신을 따를 것입니다.
“이게 무슨……?”
약초의 정보를 확인하려고 했더니 대뜸 떠오르는 것은 아이템의 정보가 아닌 퀘스트 창이라니?
심지어 그 내용은 진우에게도 조금은 익숙한 ‘작물의 정령왕’에 대한 것이다.
“어쩐지 어감이 익숙하더라니.”
작물의 정령초.
어쩌면 자신이 한 때 그 정령왕이 된 적이 있기에 설마했는데 여기에서 초월자로의 길이 열린다?
뭐, 일반적인 경우라면 영원히 늙어 죽지 않는 불로불사의 삶과 니드호그와 같은 강함을 거부하는 것은 선뜻 힘든 일일 터.
그렇기 때문일까?
[나는 선지자가 무슨 선택을 하든 존중하겠다. 비록 그때가 되면 나의 선지자의 자격을 잃겠지만 말이다.]“대지모신 님…….”
대지모신도 차마 뜯어말리진 못하고 조언 겸 덕담 한마디를 건네줄 뿐이다.
그러나 이거 왠지 섭섭한 기분인걸?
“NO.”
[이번에는 그때의 경우처럼 타인의 개입 없이 초월자가 될 수 있는 것이야. 정말 받지 않을 셈이더냐?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다.]“노우. 초월자라고해서 다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잖아요? 저한테 털린 니드호그도 그렇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지모신 님을 따르는 한 명의 충실한 신자로서 칼을 꽂을 수야 없죠.”
[선지자여…….]앞서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진우가 손익 부분을 따질 때의 인성은 좋지 않을지언정 적어도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의 뒤통수에 칼을 꽂을 정도로 모난 놈은 아니라고 말이다.
지금의 진우가 있기까지에는 숱한 노력과 재능도 있었지만 대지모신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결코 도달하지 못했을 경지다.
그리고 초월자.
작물의 정령왕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틀을 벗어난다는 소리와 마찬가지인 셈.
이미 한 번 경험해 본바.
그때의 기분은 썩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정령에게는 ‘성별’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인간적으로 몸소 나서서 고자가 될 수는 없지.’
아직 자신을 쏙 닮은 금쪽같은 아이도 보지 못했는데, 그럴 수야 없지 않겠는가?
자신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작물의 정령왕(초월자)에 대한 권한을 영원히 박탈당합니다. 두 번 다시 작물의 정령왕으로서 초월자가 될 수 없습니다.]시원섭섭하긴 해도 그렇게 날아간 자리.
동시에 진우의 손에 쥐여져 있던 작물의 정령초는 언제 존재했었냐는 듯.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순식간에 바스러진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얻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