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33
234화 태초의 암소, 아우둠라
지금까지 진우가 마주했던 초월자들은 니드호그나 헬라, 로키 등 생각 외로 많은 편에 속한다.
허나 그중에서도 ‘직접적’으로 마주했던 초월자들은 대체적으로 가지각색이며 특이하기 짝이 없다.
‘신’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강력하기도, 또 반대로 헤이드룬의 경우처럼 아예 전투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나 염소에서 생산되는 털이나 우유 등의 가치는 웬만한 초월 등급 아이템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눈앞의 ‘주신격’의 힘을 지닌 초월자인 젖소.
아우둠라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다 해당할 가능성이 굉장히 클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아우둠라(초월자 – 주신)]* 레벨 : 100
* 성별 : ♀
* 나이 : 10,240,006
* 직업 : 태초의 암소
* 능력치 포인트 : 0
* 힘 : 2,529 민첩 : 780 체력 : 4,588 마력 : 1,723
100이라는 레벨도 놀랍긴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능력치 부분이다.
펜리르와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 사실상 상위 호환이라고 봐도 무방한 능력치의 현황.
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낮은 민첩이 흠이긴 해도 힘과 체력적인 부분은 가히 압도적이기 그지없다.
필멸자.
아니, 당장에 인간들 중에서도 설령 100레벨을 달성한다고 해도 저 정도의 능력치를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오로지 초월자, ‘신’이기에 가능한 영역.
더군다나 겉모습과 직업이 태초의 ‘암소’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우둠라는 젖소다.
전투적인 부분외에도 헤이드룬의 경우처럼 충분히 생산품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다는 뜻.
그러한 존재가 일단은 자신이 습득한 전리품.
뭐, 살아 있는 생명체이니 아군이라는 것은 나쁘지 않은 소식일 터.
물론 그렇다고 해서 100% 완전히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무려 1천 만을 넘게 살아온 젖소.
막말로 늑대 새끼가 어떻게 개 밑에 들어가겠는가?
‘내 말에 대한 거부권도 있는 것 같으니까.’
이미 앞서 진우의 부름을 거절함으로써 명령에 대한 부분에도 강제할 수 없다는 것도 확인된바.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라면 보내오는 시선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적대적이기보다는 우호적인 쪽에 가깝다는 정도랄까?
거기에 덧붙여,
마치 동창생을 만나기라도 한 듯 서로 사이가 좋아 보이는 듯한 대지모신과 아우둠라의 반응.
하긴, 같은 주신격이기도 한데다가 젖소와 대지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테니 사이가 나쁜 것이 오히려 더욱 이상한 일.
“잠깐만, 설마 그러면 여신님도…….”
대지모신과 아우둠라가 동기에 가깝다면 나이도 비슷하다는 것으로 연결 될 수밖에 없다.
그 말인즉슨 꼭꼭 숨기던 여신님의 나이도 1천만 살을 거뜬히 넘긴다는 뜻.
여자에게 나이를 묻는 것이 아무리 실례라 해도 1천 만의 차이는 정도를 넘어도 한참 넘지 않았겠는가?
[후후훗, 고작 그 정도로 놀랄 필요도 없단다 아이야. 우리들의 나이는 가장 시간의 흐름이 느린 태초의 차원을 기준으로 하는 것. 너희들의 차원을 기준으로 한다면 탄생하기 전부터 존재한 것이니 억 단위는 가볍게 넘고도 남을…….] [크흠! 쓸데없는 말은 거기까지. 선지자도 굳이 이런 쪽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지 않겠나.]“그, 그건 그렇죠.”
젖소(?)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딱히 나이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지 확인 사살까지 해주는 아우둠라.
새삼 여신님께서 나이를 그렇게까지 숨기려고 했던 것에 대해 이해가 되는 것도 잠시.
[지금 중요한 건 나에 대한 믿음이겠지. 아무래도 이제 처음 만난 나를 믿는 게 더 이상할 테니까.]“아뇨 딱히 그런건 아닙니다만.”
진우가 걱정하는 부분을 콕 집어 주는 모습.
그리고 굳이 그걸 용건으로 꺼낸 이유도 간단했으니,
[내 비록 고립된 곳에서 존재하고 있지만 나만의 방법으로 정보는 얻고 있었지. 보아하니 거인왕과 몇몇 신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더구나?]“……그게 뭐 문제라도 됩니까?”
[아니, 오히려 좋다는 거지. 널 적대하는 놈들 중에는 나도 값아 줘야 할 빚이 좀 많은 애송이들도 섞여 있거든.]누구보다도 신뢰를 빠르게 확인하는 방법.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공동의 적이다.
이제는 척 하면 척이라고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
게다가 다시 생각해 보면 주신격의 초월자.
그것도 대지모신과 맞먹는 아우둠라가 이러한 외딴 차원에 고립에 가깝게 숨어 있는 것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터.
아니나 다를까?
[안그래도 언제 문이 열릴까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길을 열어 준 그대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는 게 이상하지 않겠나?]뒤바뀐 분위기.
그건 단순히 아우둠라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초원 위에서 풀을 맛깔나게 되새김질하며 여유가 넘쳐흐르던 소들.
하지만 평화로웠던 광경이 광기로 물들기까지는 얼마 소모되지도 않았다.
므오오오오오옹~!!!(복수의 시작이다!)
음머어어어엉!(어머니의 뒤통수에 칼을 꽂아 넣은 거인과 신들을 도륙하자!)
음머어어어-!!!(이번 라그나로크는 우리 손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평화로웠던 그들의 모습은 한순간에 미노타우로스가 생각날 정도로 위협적으로 돌변했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게이트에서 ‘보스급’으로 취급되도 이상하지 않을 전력들.
당연하게도 그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이는 누가 뭐라 해도 아우둠라일 터.
[멍청한 거인 놈들이 스스로 패널티를 떠안고 그대의 차원을 유린하기 위해 넘어온 그 순간. 그때가 바로 놈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약속하지.]진정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젖소의 표정이 이러할까?
뭐라고 해야 할지, 복수의 칼날을 갈고닦아 온 아우둠라의 신뢰는 이렇듯 공동의 적으로 맺어지게 되었다.
* * *
[거인 녀석들은 생긴 것답게 논다고. 대체적으로 성격들이 급하기 짝이 없지. 아마 문을 열어 주는 거래를 한 로키가 준비만 끝난다면 즉시 침입을 시작할 거다.]“그 정도는 저도 알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 준비로는 턱도 없을 것이기에 하는 말이란다 아이야. 제대로 전투를 하지 못하는 전력은 도리어 거인들의 식량이 될 뿐이니.]“그거야 민간인에 대한 대피도 다 생각은 해 두었죠.”
[아니, 전투에 임하는 인간은 아이 너 하나면 충분하다.]“…….”
솔직히 말해서 나쁜 제안은 아니다.
아우둠라의 능력치 부분이야 이미 두 눈으로 확인해서 알고 있지 않던가?
덧붙여 그 밑의 미노타우로스들의 전력도 가공할 지경.
이러한 고기 방패들이 알아서 공격을 막아 주는 동안 진우가 거인들을 처리하면서 기여도를 챙긴다면 폭업과 전리품은 따 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일.
그렇다면 문제가 될 것은 하나뿐이다.
“네? 지금부터 준비를 하다니요. 언제 쳐들어오는지도 모르는데.”
거인의 침입이야 이미 알고 있는 바.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데다가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릴 수는 없으니 진우도 이곳저곳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던 것 아니던가?
그렇지만 복수의 칼날을 닦으면 무서운 법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을 조금 바꾸면 그만일 뿐인 거다.
[거인들이 넘어오기 위한 통로를 우리 쪽에서 열어 주면 될 일이지.]“……!”
침입하지 못하게 꽁꽁 막아도 모자랄 판에 도리어 문을 활짝 열어 버리자는 전략.
어떻게보면 대한민국을 넘어 지구라는 차원 자체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지만 애당초에 하이 리턴이 있는 것에는 다 하이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인 법이다.
무엇보다도 진우가 없었더라면 이미 지구는 헬라의 손에 의해 살아만 있을 뿐인 제2의 헬헤임이 되고도 남았을 터.
또한 지금의 진우에게는 아우둠라와 미노타우로스가 된 믿음직스러운 해외 차원산 젖소들이 있지 않던가?
그리고 의문 중 하나인 어느 차원에나 존재하던 세계수.
그에 대한 해답은 그다지 먼 곳에 있지 않았으니,
[자, 받아 두어라. 부족하지만 내가 인정한 그대의 목숨을 지켜 주는 것에 크게 보태 줄 것일 테니.] [아우둠라의 우유(초월)]*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아우둠라의 인정 (조건 충족됨)
* 효과 : 온전하게 섭취할 시 1시간 동안 체력 능력치가 1,000만큼 증가하며, 이후 영구적으로 체력 능력치가 50만큼 상승합니다.(0/1 1회 한정)
– 아우둠라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순도 100%의 우유입니다. 튀르케의 세계수와 하나로 동화됨으로써 그 효과가 한층 더 정제되어 강화된 상태입니다.
‘젖소’라는 것에서 예상했던 대로 생산품이 있는 아우둠라의 우유.
심지어 그 설명으로 보건대 튀르케의 세계수가 없던 것도 다 이미 아우둠라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쉽긴 해도 이 정도 효과라면 무시 할 수가 없지.’
보통의 초월 아이템이라면 기본적으로 붙어 있을 특별한 효과는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은 아우둠라의 우유.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달리 보면 이것이야말로 극한의 효율이다.
특별한 효과 대신 오로지 능력치 상승에 몰빵한 효과.
무려 1,000의 능력치 증가.
초월자 한정으로 10배 강해질 수 있는 데미 갓 칭호와 함께한다면 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수치의 증가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거다.
그것도 단 하나의 버프 아이템으로 말이다.
심지어 ‘체력’ 능력치는 그야말로 존버.
버티기에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한 최적의 능력치.
그 효능이 얼마나 강한지는 인간들에 한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진우로서는 입가에 미소가 절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 * *
초월자들은 물론이요,
요정 찻집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고대의 차원 튀르케.
고립된 그곳에서 광기에 찬 야수들이 갈고닦은 뿔과 발굽을 움직이며 환호하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현재.
정복을 위한 전쟁을 준비하는 이들이 멈출리 만무한 일.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한채 묵직한 음성을 내뱉는 우트가르트 로키의 한마디에 수많은 거인들이 환호성을 내지른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힘이 세고 용맹한 거인의 일족이다!”
틀렸다.
용맹함과 무식함은 종이 한 끝 차이라고 했으니,
“자그마한 인간 놈들 따위. 아스가르드의 녀석들조차 두려워하는 우리들의 거대함으로 찍어 누르면 그만이다.”
작게는 인간의 수배부터 크게는 수백배에 이르기까지.
확실히 ‘거인’이라는 종족에 걸맞는 크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이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이다.
예컨대 4대 속성의 정령왕과 계약을 하고 대지모신의 지지까지 받으면서 초월 등급의 무구로 풀무장한 진우와 함께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아우둠라와 젖소들이 대기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주신격 초월자인 아우둠라도 그렇지만 그 휘하의 젖소들 대부분도 크기로는 거인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크기를 자랑할 정도다.
“일족을 위해 패널티를 감수해 줄 그대들에게 영광이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왕이시여.”
“저의 육체를 바치겠습니다.”
거기에다가 추가로 대부분이 초월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거인들이 지구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패널티를 감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만약에라도 니드호그 때의 경우처럼 거인들이 모조리 패널티를 대신 뒤집어쓰고 젖소들이 뒤이어 뒤를 친다면 승패는 불 보듯 뻔한 일이요, 안 봐도 비디오일 터.
허나,
“자아, 로키여. 준비는 다 되었으니 어서 문을 열어라.”
– 알았다고. 그런데 정말 문만 열고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겠어?
“나를, 우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오딘과 티르조차도 오줌을 질질 싸며 도망치게 하는 것이 바로 지금의 우리들이다.”
– 쯧. 하여튼 자존심은 넘쳐 가지고. 그래, 믿을게. 믿는다고. 나도 적지 않게 투자하는 거니까 꼭 가져와야 된다. 소울 콜렉터. 그 인간 살려서 데려오는 것도 잊지 말고.
“걱정마라.”
예로부터 패배하는 것을 생각하고 공격을 하는 이들이 있었던가?
오직 승리.
무조건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만이 가득하기에 할 수 있는 배팅.
지구라는 차원에 덫이 깔려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스스로 전리품이 되기 위한 거인들의 고라니식 돌진이 시작되었다.